소설리스트

나혼자 올 마스터-168화 (169/178)

나 혼자 올 마스터#168

모든 것이 터져나가는 세상 속에서 오로지 강혁만이 멀쩡한 모습으로 그들을 깨부수며 전진하고 또 전진했다.

펑- 퍼석- 펑!

폭음과 부숴지는 소리가 뒤섞이며 끔찍하기 그지 없는 소리들을 만들어냈지만 그에 눈살조차 찌푸리지 않으며 강혁은 앞으로 나아갔다.

두꺼운 양손에 피가 묻고, 마기에 상처가 나고, 신성력에 의해서 피부가 녹아내리더라도 강혁은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퍼석-

“....끄으아악!”

“괴....괴물!”

자신을 막아선 이들을 하나둘 서서히 분쇄해 나가며 강혁은 전진해나갔고, 이내 그들을 진두지휘하는 신과 악마들을 눈앞에 두게 되었다.

“너....대체 그 힘은 뭐냐.”

“너희들을 쳐죽이기 위해서 단련해온 힘이지 뭐겠어? 그러니 그 힘에 대한 결실이 되어 죽어라.”

그들은 결코 모르리라.

강혁이 지금 그들의 앞에 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련과 고통을 감내하며 꿰뚫었는지를.

그리고 그가 감내해온 모든 시간이 힘으로 치환되어 자신들의 목을 꿰뚫는 순간이 머지않았음을 말이다.

강혁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신과 악마들의 목을 쳤다.

콰지지직-

일수.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전쟁은 끝이 난다.

그게 바로 초월자의 힘이었고, 신과 악마마저 아래로 보는 존재만이 할 수 있는 놀라운 업적이었으니까.

투둑-

가벼운 소리.

누군가의 머리가 바닥을 나뒹구는 소리는 무척이나 가벼웠다.

작게나 수천 년, 많게나 수만 년을 살아온 이들의 무게란 이토록 가볍다니.

참으로 우습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전장에 울려퍼진 자그마한 소음에 불과한 소리는 다른 이들에겐 청천벽력과도 같은 울림을 자랑했다.

“아....안 돼에에에에!”

“어떻게 인간 따위가 저분들을!!!”

지휘관.

그 중에서 중위에 달한 신과 악마는 결코 적지 않은 영향력을 신과 악마들의 세상에서 전파하고 있었을 터.

당연하게도 그들이 이끄는 군대에 속한 병사들에 불과한 마족과 천족에겐 마치 제국의 귀족이 직접 친정을 이끄는 느낌을 받았으리라.

하지만 귀족도 창칼이 통한다는 것은 이미 먼 과거부터 증명된 바가 있었다.

귀족들에게 우민이라고도 불리며 치욕을 받았음에도 넘볼 수 없는 마치 신처럼 군림해 온 귀족들 또한 반란 앞에서 목이 달아나거나 봉기한 시민들에게 목이 날아갔다.

그건 신과 악마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그저 천족과 마족에게는 그들이 자신들처럼 목이 달아날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알 수 없을 정도로 까마득히 오랫동안 유유히 살아남아 삶을 영위했을 뿐.

하지만 놀람 만큼은 진짜였다.

혼란에 빠진 군대들을 바라보며 강혁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참 멍청하다니까. 영원불멸하게 산 존재도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걸 말이야.”

영원불멸.

그 말처럼 무서운 건 없다.

상대에 대한 두려움이 무한히 이어진다는 얘기니까.

누군가 죽일 수도 없으면서, 그 힘만큼은 괴물을 능가한다.

그들 아래에서 지구로 치자면 시민에 불과한 천족과 마족에겐 절대로 거슬러서는 안 되는 존재가 바로 신과 악마인 것.

하지만 그들이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건 저들 때문만은 아니었다.

-신과 악마는 정말로 영원불멸하게 살 수 있으니까. 그리고 천지창조라는 말도 안 되는 이적조차도 해낼 수 있지. 저들이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건 당연하다. 지상의 인간들처럼 허울 뿐인 신과 악마를 보는 게 아닌 실제하는 신과 악마를 보는 이들이니까.

신과 악마가 실존하는 세상.

물론 지구에서도 신과 악마가 실존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그들이 내보인 이적은 능히 지구까지 닿고도 남으니까.

하지만 저 머나먼 차원인 지구까지 닿는 이적과 기적이 코앞에서 벌어진다면 과연 그 크기는 얼만큼 커다랄지는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

절대.

거역할 수 없는, 항거할 수 없는 존재들.

지구에선 명함조차 내밀지 못하는 최하위의 신들도 신계에서만큼은 지구에서의 상위, 최상위신 못지 않은 권능을 남발할 수 있다.

그런 이들에게 평생을 억눌러 살아온 이들에게 과연 신과 악마는 ‘죽을 수 있는’ 존재라는 인식이 들어설 수 있을까?

“그들의 감상따윈 중요하지 않아. 그저 저들을 쳐부수는 것만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거지.”

정답은 아니다였다.

하지만 그들이 오랜 세월 신과 악마들에게 억눌리며 자연스레 각인된 인식 따위는 강혁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결국엔 그들 또한 신과 악마를 따르는 이들이었고, 말로 한다고 해서 들을 이들이 아니었기에.

물론 덤비지만 않는다면 죽이진 않겠지만 신과 악마들을 전부 단죄하기 전까진 그들이 안 덤빌리가 없기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부정하진 않겠다. 말리지도 않겠다. 그저 네가 하고 싶은 바를 이뤄라. 그게 곧 우리가 바라는 일일 테니.

그걸 알기에 분노는 말리지 않았다.

아니, 말리지 못했다고 하는 것이 옳았으리라.

애초부터 강혁이 걸어가는 길은 그와 다른 칠죄와 칠선들이 까마득히 오래 전부터 바래왔던 일이었으니까.

“....그래, 정말 얼마 남지 않았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기까지 말이야.”

-그 날을 위해서 조금만 더 노력하지.

몬스터가 없는 세상.

몬스터에게 부모를 잃은 아이가 없는 세상.

몬스터에게 아이를 잃은 부모가 없는 세상.

그저 하루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아이와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놀아주는 세상.

그런 세상을 위해서 강혁은 멈추지 않았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그런 세상이 다가올 것이 분명했기에-

“내가 할 말을 네가 하는구나, 분노. 그래, 이 빌어먹을 전쟁의 종지부를 조금이라도 더 빨리 찍기 위해서 노력하자.”

자신이 해야 할 말을 분노에게 뺏긴 강혁이 거칠게 머리를 헝클어뜨렸지만 그게 꼭 분노해서는 아니었다.

만족스러운 대답이었기에, 자신이 하는 일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말이었기에 부끄러움 등을 숨기기 위한 반사기제에 가까웠다.

-그 노력이 누군가에게는 죽음으로 점철되겠지만....

“그것 또한 그들의 삶이고 우리에겐 상관 없는 이야기이지.”

물론 그 과정에서 죽어나가는 죽음과 생명들은 분명 존재할 터였다.

하지만 가시밭길을 걷기로 마음 먹었을 때부터-

자신과 동료들 중 누군가가 죽을 거라는 걸 알고 있을 때부터 그건 각오한 뒤였다.

누군가를 죽일 때에는 자신 또한 죽을 각오를 하라는 말처럼 강혁은 이미 죽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분노한 마족과 천족의 자식들이 자신에게 칼을 들이밀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미 그들과 자신은 걸어야 하는 길이 달랐으니까.

상반된 길을 걷는 존재가 자신의 앞을 가로 막는다면 죽이는 것 말고는 답이 없을 테니까.

-....그렇겠지, 가라. 이 전쟁의 종지부를 찍으러.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어.”

종지부를 찍기 전까지 멈출 생각이 없던 강혁인 만큼 분노의 말에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강혁이 발걸음을 뗀 순간 다시금 전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

저벅저벅-

“전쟁 영웅께서 돌아오시는군.”

익살 맞은 목소리를 발터 밀란을 향해 강혁이 다가오더니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전쟁 영웅은 무슨. 그런 놈 안 키운다.”

“지금 네 모습을 보고도 전쟁 영웅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걸? 내가 장담하지.”

“....퍽이나.”

농담이 깃든 말에 일일이 진지하게 대꾸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었기에 손사래를 친 강혁이 쉴 자리를 향해 걸어갔다.

물론-

“알케미, 선물이다.”

“젠장젠장젠장!!! 아직 원래 있던 것도 다 못 만들었다고!”

“그건 네 문제지 내 문제는 아니잖아?”

“....빌어먹을 놈. 세상을 제 마음대로 주무르더니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도 사라졌군.”

자신에게로 날아든 새로운 신과 악마의 시체에 알카메는 비명을 내질렀다.

당연하게도 그 비명에는 기쁨 따윈 담겨져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알케미는 그런 시체들을 땅바닥에 내팽개치거나 하진 않았다.

그저 소중히 품에 안은 채로 현자의 돌 제작이 한창인 자신의 연구실을 향해서 걸어갈 뿐.

조용히 사라지는 알케미의 뒷모습을 강혁이 바라보고 있을 때 사주경계를 하던 루카스 폴른이 강혁에게로 다가왔다.

“상황은?”

“쉬워. 하지만 이대로 계속 반복되면 확실히 지칠지도 모르겠네.”

중위신이 벌써 등장했다.

어쩌면 다음 번, 다다음 번 전투에서는 그보다 더 높은 신이나 악마가 등장할 지도 모를 일.

지금은 쉽게 넘겼지만 상위신 혹은 상위 악마부터는 그 격이 다르다.

‘아무리 나라고 할 지라도 그들 여럿을 그들의 홈 그라운드에서 싸우고도 멀쩡하긴 힘들겠지.’

승리는 가능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있을 피해만큼은 강혁조차도 예상할 수 없을 만큼 상위 신과 악마의 능력은 대단했다.

그런 강혁의 중얼거림에 루카스 폴른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지금 당장 그들이 나타난 것도 아니니 지금은 일단 들어가서 쉬어. 아무리 피로가 없다고 한들 전쟁을 마친 뒤에는 응당 휴식을 취해야지.”

“....그래, 그것도 맞는 일이지. 모든 일을 끝낸 뒤에는 휴식이 이어져야 제대로 된 전력을 낼 수 있을 테니까.”

벌레를 짓밟고 나서도 휴식을 취한다.

그래야 혹여 사자나 호랑이 같은 맹수가 나타났을 때에도 전력을 다할 수 있으니까.

굳이 그 사실을 부정할 이유를 느끼지 못한 강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료들이 기다리고 있는 안락한 쉼터로 향했다.

*

다음 날 아침.

사실 아침이라고 하기에도 뭐한 시간에 알케미는 결국 모든 시체들을 현자의 돌로 탈바꿈 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자, 다들 각자 몫을 받아가라고!”

고작 하루 사이에 헬쑥해진 알케미의 모습만 보아도 그가 들인 노력이 얼마나 고되었을지는 충분히 예측이 가능할 정도였으니 과연 세계 최고의 연금 술사 다운 정신력이었다.

그렇게 그의 모든 노력이 담긴 현자의 돌이 모든 이들에게 하나씩 돌아가고 강혁에게까지 남은 것들이 돌아가고 난 뒤에야 모두들 현자의 돌을 삼켰다.

꿀꺽-

동시에 십여 개의 꿀꺽- 소리가 들리고 각자에게 찾아온 변화를 확인하기 바쁠 때-

“....쉴 틈 없이 오는구나.”

저 멀리서부터 느껴지는 천족과 마족.

그리고 그들을 이끄는 신과 악마의 기척을 느낀 강혁이 한숨을 토해내며 가장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미 강혁이 이룩한 경지가 현자의 돌의 재료가 된 신과 악마보다 훨씬 높기에 가능한 일.

“나도 돕도록 하지.”

마찬가지로 그와 비슷한 하데스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 그런 강혁을 돕기 위해서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섰다.

다른 이들이 처음 흡수한 현자의 돌에 대해서 파악하고 그 힘을 온전히 흡수할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것이었다.

“자, 그럼 가볼까.”

“그러지.”

그리고 두 사람이 자리를 박찬 순간-

쾅!

“....컥!”

“....큭!”

어디선가 날아온 공격이 그대로 터져나가며 두 사람을 휩쓸었다.

정확하게 강혁과 하데스가 움직인 자리에 이뤄진 공격에 두 사람은 대응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진정으로 놀라운 일은 바로 그 다음이었다.

폭발에 주위의 전장이 엉망이 되고, 피가 튀고, 살점이 나뒹구는 세상이 우뚝- 멈춰선 것.

완벽하게 멈춰진 세상 속에서 오로지 단 두 명만이 강혁과 하데스를 향해 다가왔다.

“쯧, 이런 녀석들 때문에 우리가 나서야 한다는 게 마음에 안 드는 군.”

“뭐, 어때? 우리라면 이놈들 따위는 손 쉽지. 대신 저놈은 반띵이라고. 알지?”

노인과 아이.

겉으로 보기엔 딱 그렇게 보이는 두 사람이 친구처럼 대화를 나누는 모습과 함께 강혁은 이를 악물었다.

“....상위신!”

다행히 시간이 멈춘 듯 몸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보고 말하는 것까지는 가능했기에 강혁은 그들의 정체를 모두에게 알릴 수 있다.

“알면 어쩔 건데? 이 자식아!”

콰직!

하지만 말을 한다고 한들 바뀌는 건 없었다.

멈춘 시간 속에서 강혁이 할 수 있는 건 자신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어린 아이 형태의 상위 악마에 의해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것 뿐이었으니까.

그렇게 강혁과 그의 일행에게 처음으로 위기가 닥쳤다.

시간을 멈추고, 앞으로의 움직임을 알고 있는 신과 악마에 의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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