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올 마스터#167
콰가가가가각!
신과 악마의 세상.
편히 신계라고 불리는 그 세상이 갈라진다.
파괴적인 힘이 담긴 공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망가지는 세상의 중심에는 당연하게도 강혁이 있었다.
푸화아아악!
터져나온 마기가 푸른 하늘을 가리고 붉은 태양을 뒤덮는다.
순식간에 세상이 어둑해짐을 느낀 천족과 마족들이 불안함에 몸을 떨었다.
“대....대체 이게 무슨....”
“고위신들도 신계의 낮과 밤을 마음대로 하진 못하는데 대체 필멸자 따위가 어떻게!”
날씨와 밤과 낮은 절대적인 신과 악마의 힘과 같다.
낮은 신의 영역이고, 밤은 악마의 영역이니 그들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할 수 없었다.
그들이 맺은 계약은 그걸 가능케했고, 굳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도 없었기에.
하지만 강혁은 아니었다.
파아아앗-!
마기로 어둑해진 밤 속에서 오로지 하나의 빛만이 찬란하게 빛을 토해냈다.
강혁의 신성력이었다.
“....끄아아악!”
“누.....눈이!”
신성력에 취약한 마족들은 물론이고 신성력에 익숙한 걸로도 모자라 신성력을 다루는 마족들마저도 찬란한 광휘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두 눈을 부여잡고 무릎을 꿇은 마족과 천족들의 앞에 고고하게 선 강혁이 그들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다.
“죽어라.”
촤자자자작-
칼날처럼 변화한 마기가 마족과 천족을 가리지 않고 휩쓴다.
퍼버버벙!
폭탄처럼 터져나간 신성력의 파편들이 마족과 천족의 전신을 마구잡이로 꿰뚫었다.
마치 꼬치 구이처럼 꽂힌 그들의 모습을 눈에 담으며 강혁은 몸을 쉬지 않고 움직였다.
타다닥-
다리가 한 번 움직일 때마다 수백 미터를 주파하여 마족의 머리통을 발차기로 깨부쉈고.
빠바바바박!
주먹이 내질러질 때마다 수백 미터 바깥에 있는 천족과 마족의 몸통에 주먹 자국이 아로새겨졌다.
뼈가 으스러지고, 살점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터져나가는 끔찍한 상황 속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쩌저저적-
마기로 이루어진 ‘밤’에 금이 간다.
하지만 그런 변화는 강혁이 원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닌 타의에 의한 것이었다.
“네가 침입자로구나.”
“그래, 저놈만 씹어먹는다면 우리도 다시금 도약할 수 있겠지.”
강혁이 쳐죽였던 신과 악마.
지휘관격이었던 그들의 죽음을 대신하여 그들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서 모습을 드러낸 새로운 신과 악마들.
최하위, 하위, 중위, 고위, 최고위로 이루어진 신과 악마의 세상에서 하위신 혹은 하위악마로서 자신의 이름을 알린 이들이 십여 명이나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하나같이 그 기세가 지구를 멸할 수준인 그들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오한이 들 정도였으나 강혁에게는 그런 해당 사항이 존재하지 않았다.
으적-
“....!!!”
“할 말 끝났으면 덤벼. 재잘대지 말고.”
열 명의 숫자를 단번 아홉 명으로 줄여버린 강혁의 서늘한 목소리에 곤죽이 된 동료를 바라보는 신과 악마들의 시선이 거세게 흔들렸다.
고작해야 주먹질 한 번.
그 한 번에 수천, 수만 년을 살아온 신 한 명이 곤죽이 되어 처참하게 사망했다.
그걸 눈앞에서 보고도 겁을 먹지 않는다면 그들이 마냥 하위신이나 하위악마에 머무르진 않았을 터.
“히....히이이익!”
그저 지상의 평범한 이들이 코볼트를 눈앞에 두었을 때와 그리 다르지 않은 반응.
물론 지상의 평범한 사람들도 그냥 코볼트가 눈앞에 서 있다고 해서 겁을 먹진 않았다.
그 코볼트가 자신의 옆에 있던 사람의 안면을 썩은 단검으로 쿡쿡 찔러대지 않는 한 말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지금 강혁이 신 한 명의 안면을 뭉개버린 것은 그들에게 두려움을 심기에 충분했다는 말이기도 했다.
두려움에 몸서리치기 시작한 신이 곧바로 뒤로 몸을 날렸다.
“모....몸이 대! 뒤에서 지원을 해줄테니까!”
당연하지만 신 한 명이 죽고, 강혁이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뒤로 몸을 빼며 지원을 해준다고 말을 하는 걸 믿을 존재는 아무도 없었다.
모두가 얼굴을 와락 구겼지만 아무도 입을 떼진 않았다.
‘젠장, 내가 먼저 도망쳤어야 했는데.’
‘몸이 굳어서 판단이 늦었다, 제길.’
애초에 그들도 기회만 있었다면 주저하지 않고 뒤로 몸을 뺏을 테니까.
하지만 먼저 도망친 신의 최후는 너무나도 빨리 찾아왔다.
우득-
“어....라....?”
“도망은 허하지 않는다.”
마치 그들을 부리는 최고위신과 최고위 악마와 같이 위에서부터 내리꽂히는 절대적인 음성.
그와 함께 도망치던 신의 그림자에서 터져나온 마기가 단번에 그의 목을 수수깡처럼 꺾어버렸다.
예전 지구에서 배웠던 그림자술의 응용 방법.
자신의 그림자와 상대의 그림자를 잇고, 그림자를 통로를 쓰는 말도 안 되는 활용 방안.
그림자술의 원래 주인이던 헌터마저도 지금의 강혁과도 같은 활용 방안은 꿈에도 꿀 수 없었다.
그저 그림자에 자신의 몸을 숨기거나 그림자를 움직이는 정도에 그치는 게 전부일 터.
하지만 강혁은 거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갔다.
“그리고 너희들도 마찬가지지.”
씨익-
입꼬리가 주욱- 늘어나며 서늘한 미소가 드러남과 동시에-
푸화아아악!
나머지 신과 악마의 그림자에서도 검은 마기가 터져나왔다.
다른 신의 그림자와 연결했다면 다른 신과 악마의 그림자와 연결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기에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
하지만 신과 악마들은 첫 공격에 안면이 곤죽이 된 신과 도망을 치다가 마기에 목이 꺾여 죽은 신의 모습에 살짝 공황 상태에 빠졌었고, 그 결과는 처참했다.
우드드드득-
최소한 사지 중 하나.
심각하게 방심한 이들은 그대로 목이 꺾여서 죽었다.
결과적으로 살아남은 신과 악마는 도합해서 단 셋.
열에 달하던 것에 비하면 정말 개미똥만큼 밖에 남지 않은 셈.
“아직도 꽤 남아 있네. 청소란 이래서 귀찮다니까.”
그리고 열이서도 하지 못한 일을 고작 셋이서 해낸다?
당연하게도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살기가 깃든 미소와 함께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강혁을 눈에 담으며 사지 중 하나가 뒤틀린 신과 악마가 할 수 있는 것은 다가오는 죽음에 두려움에 떠는 것 뿐이었다.
또한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최후가 다가온 순간.
우드드득-
그들은 앞서 간 다른 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바닥에 널부러졌다.
그리고 그들의 죽음을 끝으로 신계에서 벌어진 첫 번째 전쟁 또한 그 막을 내렸다.
*
타닥- 타닥-
신계.
그곳에 붉은 모닥불이 거칠게 타오른다.
그리고 얼마 없는 불인 모닥불 주위로 강혁의 동료들이 옹기종기 모여 전투의 상처를 치유했다.
“후아, 진짜 힘드네.”
“엄살은. 니아, 네가 잡은 마족과 천족이 몇인지 알고는 하는 말이냐? 그 녀석들이 들으면 억울해서 죽지도 못하겠군.”
“뭐래, 그렇게 따지면 네 마법에 쓸려나간 놈들이 더 많을 걸?”
“난 마법사고, 넌 무투가다. 그 차이를 잊지 말도록. 마법사가 무투가보다 더 적은 적을 잡는다는 것만큼 수치스러운 일도 없지.”
타오르는 모닥불을 사이에 두고 니아 아리엘과 루카스 폴른은 툭탁거렸다.
누가 뭐래도 강혁을 제외하면 이번 전투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운 것이 분명한 두 사람의 모습은 세살배기 어린애들의 말싸움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누구도 두 사람을 말리지 않았다.
‘적당히 알아서 하겠지.’
‘피곤해서 말리기도 귀찮고.’
전투의 피로는 반신을 넘어 신에 다다른 그들에게도 충분히 노곤해지게 만들기엔 충분했으니까.
결국 모두가 조용해질 무렵 입을 닫았을 때.
“알케미.”
강혁이 알케미의 이름을 나지막이 불렀다.
자신을 부르는 강혁의 모습에 알케미는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생각과 함께 한숨을 토해내며 앞으로 나갔다.
“잘 다녀와요.”
“....그래야지.”
도축장으로 향하는 소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처럼 알케미의 아내인 세나가 그를 배웅했다.
그런 세나의 배웅에 무어라 대답을 하지 못하고 착잡한 얼굴로 세나를 한 번 바라본 알케미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저벅저벅-
애초에 강혁과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았던 만큼 알케미는 금방 강혁의 앞에 도달했다.
그리고 강혁의 앞에 도달한 알케미는 그리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을 마주해야만 했다.
“현자의 돌. 알지?”
“....그래, 젠장. 첫 전투부터 12구의 시체라니. 빡세기도 하지. 블랙 기업 같으니.”
도합 12구에 달하는 신과 악마들의 시체.
강혁과의 계약을 통해서 그들을 가지고 현자의 돌을 만들어야 하는 알케미에게 있어서는 너무나도 많은 일감이기도 했다.
남들이 전투를 하는 동안 뒤에서 휴식을 취했던 그가 드디어 일을 할 시간이라는 것이기도 했고.
“얼마나 걸릴까?”
12구에 달하는 신과 악마의 시체를 다른 이들에게 먹일 현자의 돌로 재탄생시키는 데에 걸리는 시간.
그것에 대한 물음에 알케미는 짜증과 피곤이 어린 얼굴로 턱을 쓰다듬다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적어도 내일 전투 이전까지는 완성할 수 있어. 네가 가져온 다른 놈들에 비하면 급이 떨어져서 제조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진 않거든.”
“확인했다.”
여태까지 강혁이 알케미에게 가져다 바친 신과 악마의 시체들은 모두 그 급이 매우 높았다.
최소한 상위급에 도달한 신과 악마들.
능히 신이라는 이름과 대악마라는 이름을 자신의 이름 앞에 놓을 수 있는 존재들이었다는 말.
화신체였던 이정태의 시체 또한 마찬가지.
그의 몸에 깃들었던 신은 전투의 신 아레스.
당연하게도 상위급 신 중에서도 전투 계열이기에 전투력만 따지면 최고위급 신에 가까운 존재.
그런 만큼 그들을 정제하고 제조하는 과정이 매우 어렵고 복잡했지만 이번만큼은 아니었다.
최하위와 하위급 신과 악마들.
그들은 상위 혹은 최상위에 다다른 신의 시체와 달리 그리 어렵지 않았기에.
하지만 강혁은 어두컴컴해진 밤 속에서 저 먼 곳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네게는 아쉬운 일이지만 아무래도 현자의 돌의 개수가 늘어날 것 같은데.”
“....뭐?”
“뭐? 는 무슨 뭐? 야? 적이다. 일어나 모두.”
쿠쿠쿠쿠쿠-
밤과 낮.
그건 더 이상 전투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데에 쓰이는 단어가 아니었다.
이곳은 신과 악마들의 영역.
그 영역에서는 밤이든 낮이든 언제나 신과 악마들과 함께 싸워야만 했다.
“알케미, 돌아올 때에는 선물을 준비해서 돌아오지.”
“....그건 선물이 아니라 일이라고 하는 거다!”
“알케미를 비롯한 후방과 중앙을 지킬 인원만 제외하고 전부 나를 따른다.”
“알았어!”
“후우, 잘 다녀오세요. 오빠.”
곧바로 내 옆에 달라붙는 니아 아리엘과 아쉽다는 듯이 우리를 쳐다보는 한수연 등.
명령이 떨어지 무섭게 각자의 자리를 찾아 움직이는 동료들을 눈에 담으며 강혁은 꼿꼿하게 선 채로 어둠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터져라.”
파아아아아앗!
어둠으로 가득한 밤을 비추는 거대한 신성력의 태양이 떠올랐다.
보는 이로 하여금 경건함마저 가지게 만드는 태양 앞에 선 마족과 천족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마족은 자신의 피부를 태우는 신성력에 비명을, 천족은 신을 연상케하는 강렬한 신성력에 비명을 내질렀다.
우왕좌왕하는 마족과 천족의 비명 소리를 들으며 한 줄기 미소를 머금은 강혁은 그대로 자리를 박찼다.
“낮이건 밤이건 상관 없어. 결국에 살아남는 건 내가 될 테니까.”
신과 악마들이 지구에 어두운 손길을 뻗고, 강혁이 올 마스터의 재능을 각성했을 때부터 예견된 순간이었다.
그렇게 어두운 밤을 가르는 신성력의 태양을 휘광 삼아 강혁은 그대로 마족과 천족의 전열을 깨부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