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올 마스터#166
프리롤.
말 그대로 마음 편히 움직이는 위치를 부여 받은 존재라는 말.
당연하게도 강혁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 어울리는 위치이기도 했다.
“신과 악마....어디 그 낯짝이나 한 번 볼까.”
이미 몇 번이고 보았던 그들이지만 전쟁 시작부터 일선에 나서는 신과 악마의 수준은 어느 정도나 될지.
강혁은 그것이 무척이나 궁금했다.
그렇기에 강혁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박찼다.
푸화아아악-
색색의 마기가 휘감기며 강혁을 강화한다.
파아아앗-
반대로 강렬하게 터져나온 신성력이 태양처럼 밝게 빛나며 강혁의 등 뒤에서 모든 삿된 것들을 정화하고 지워낸다.
“....끄아아악!”
강혁을 휘감은 마기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며 주변에 있는 천족과 마족을 통째로 갈아버렸다.
갈갈이 갈려나가는 그들의 모습을 눈에 담으면서 강혁은 한 걸음 물러섬 없이 꼿꼿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죽어!”
푸슛-
물론 그런 마기를 뚫고 들어와 강혁의 몸에 상처를 내는 이들도 분명 존재했다.
이곳은 지구가 아니니까.
당연히 지구와 다른 강력한 존재들로 득시글한 전장.
상처 정도는 낼 수 있었다.
다만-
치이익-
“....무슨 치유력이?”
“상처를 낸 건 칭찬할만 하지만 내가 궁금한 건 네가 아니라서.”
스걱-
베인 상처를 곧바로 수복하고 놀란 얼굴을 한 마족의 목을 베어낸다.
놀람이 가시기도 전에 머리가 날아감에 따라 놀란 얼굴 그대로 죽음을 맞이한 마족의 목이 바닥을 나뒹군다.
기겁한 천족들이 좌우로 갈라지며 길을 튼 순간 그대로 그들을 지나친 강혁이 곧바로 지휘관격인 신과 악마를 향해 내달렸다.
“....막아, 이 등신들아!”
“빌어먹을, 적을 막지 않고 보내주다니 드디어 돌아버린 거냐!”
자신에게로 향하는 강혁을 프리패스로 통과 시킨 천족들의 모습에 신과 악마들은 분노했다.
지휘관이자 고귀한 존재인 자신들을 방어하지 않고 제 안위만 챙기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
하지만 그들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
‘어차피 막아봤자 개죽음인데 뭐하러!’
눈앞에 있는 죽음이 멀리 있는 죽음보다 무서운 법.
아무리 신과 악마들이 무섭다고 한들 지금 당장 닥쳐오는 죽음과도 같은 강혁을 막아세우기엔 그들도 목숨이 아까웠다.
특히 강혁에게 상처를 입힌 거의 유일한 마족이었던 이가 지휘관 바로 아랫급 존재임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러했다.
그들 기준으로도 강하다 싶은 이마저 일격에 목이 날아갔다.
당연히 그보다 훨씬 약한 그들이 몸을 사리는 건 당연한 일.
더불어 천족은 마족보다 전투력 자체가 떨어졌기에 그들의 두려움은 어쩔 수 없는 일과도 같았다.
물론-
촤자자작-
“....언제?”
-닭날개나 가진 놈들이 유세는. 너희 같은 놈들을 수백, 수천을 갈아 먹은 게 이 몸이다.
그들이라고 해서 무사한 것은 아니었지만.
흘러나온 마기는 그대로 몸을 피한 천족들의 몸을 갈가리 찢어버렸다.
당연하게도 그 마기를 움직인 주체는 분노.
그는 강혁이 신과 악마들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강혁을 휘감은 마기들을 통제하는 역할을 받았다.
아니, 정확하게는 자진해서 맡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마기의 통제를 맡은 이유를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최소한 살아 있다라고는 볼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전장에 흩뿌려지는 천족들을 뒤로한 채로.
“어디 실력 한 번 보자.”
“이 필멸자 놈이....!”
“내 손으로 직접 죽여주마!”
강혁은 자신이 가장 만나고 싶었던 이들의 앞에 설 수 있었다.
*
신이라고 해서, 악마라고 해서 모두에게 익숙한 존재들인 건 아니었다.
그저 신과 신의 사이에서 태어난 존재, 그저 신으로 존재했지만 다른 이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존재 등.
다양한 이유로 인해서 많은 신과 악마가 인간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채로 신계에 머무르게 된다.
당연하게도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신과 악마의 계급에 비하면 처절할 정도로 낮은 계급.
그렇기에 강혁의 앞에 서 있는 신과 악마들은 강혁의 신계 침공 이후 곧바로 이렇듯 불려나와 그를 막아서고 있는 것이었다.
침입자를 처리하는 것.
다른 고명하신 신과 악마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으니까.
‘저놈을 먹고 나도 그들의 곁에 나란히 서고 말겠다.’
‘나도 그들처럼 되고 만다. 저놈을 죽이고!’
하지만 그들은 지금 이 상황에 불만을 품으면서도 지금을 하나의 기회로 삼길 바랬다.
신과 악마.
날 때부터 최고위신이나 악마이던 존재는 분명 있기는 하나 그 수는 분명히 적다.
결과적으로 지금의 최고위 신과 악마는 만들어진 존재에 가깝다.
‘나도 전쟁의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그들처럼 될 수 있었을 텐데!’
‘별 것도 아닌 이들이 그저 배부른 식량만 먹고 자리만 차지한 주제에!’
전쟁의 시대.
신과 악마들이 지금처럼 서로 손을 잡지 않고 서로에게 검과 창을 겨누던 시대.
다시 말하자면 눈만 뜨면 어제의 동료가 잿더미가 되어 있는 걸 볼 수 있는 시대였다는 말.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런 시대가 신과 악마들에겐 가장 추억이 짙게 서린 시대라는 점은 변함이 없었다.
그 시대를 거친 이들도, 그 시대를 거치지 않은 이들도 말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들처럼 나도 신들을 죽이고 그들을 먹어치웠다면 지금의 그들처럼 되었을 텐데....!’
‘악마 놈들을 단죄하고, 그들의 육을 양분 삼아 성장했다면 주신들에게도 꿀리지 않았을 게 분명하거늘....아쉽다, 아쉬워.’
전쟁의 시대에는 신과 악마를 죽이는 게 당연한 시대였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이 죽인 신과 악마를 먹어치우고 더욱 높은 신좌를 향해 나아갔다.
당연하게도 많은 적을 죽이고 먹어치운 존재들은 지금의 최고위 신과 악마가 되었고, 거기서 조금 더 적게 죽이고 먹어치운 존재가 고위 신과 악마가 된 것.
그렇기에 그들은 지금을 기회라고 생각했다.
“너를 죽이고 나는 새로운 최고위신이 되겠다.”
“새로운 대악마의 길이 눈에 보이는구나!”
이강혁.
지구라는 하위 차원에서 태어난 필멸자 나부랭이.
그가 머금고 있는 힘은 결코 필멸자 따위가 쥐고 있을 힘이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그가 아니라 그의 동료들에게서 느껴지는 힘만 하더라도 부족함이 없었다.
먹음직스럽다.
그 말에 딱 어울리는 상황.
당장에 강혁의 동료들만 먹어치우더라도 능히 중위 내지 상위의 신까지 발돋움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만약 홀로 모든 동료들을 먹어치운다면?
‘고위신도 모자라지 않아.’
‘그런데 이강혁 저 놈을 먹는다면? 정말 최고위신도 멀지 않은 일이다.’
그것도 모자라서 강혁까지 먹어치운다면?
언제나 콧대 높은 얼굴로 높은 자리에 앉아 자신들을 손가락 하나로 움직이던 최고위신의 자리가 그리 멀게만 느껴지지 않는 것도 어쩌면 당연했다.
그렇기에 그들이 이를 악물며 자신들의 무기를 빼드는 순간.
“그런데 너네 왜 이렇게 약하냐?”
의문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강혁의 목소리가 그들의 귓가를 때리고.
뻐어어억-
안면을 강타하는 묵직한 강혁의 주먹에 그들의 몸이 허공에 붕 뜬 순간-
그들은 소기의 목적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러니까, 강혁은 잡아서 최고위신이 되고 말겠다는 그런 말도 안 되는 목적을 말이다.
*
빠각-
주먹이 신 1의 턱을 후려친다.
‘손맛은 나쁘지 않네.’
이름도 모르지만 그래도 등 뒤의 날개가 그가 신임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사실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신성력만 보더라도 신임을 모를 수는 없겠지만.
반대로 그처럼 보기만 해도 마기가 줄줄 흘러나오는 악마가 서운할 수도 있기에 강혁은 가볍게 발을 찼다.
파앙- 뻑!
가볍게 찬 발차기가 그대로 음속을 돌파하여 악마의 다리를 후려쳤다.
“....꺼어-”
다리가 으스러지는 고통을 참지 못한 악마가 답지 않게 입을 쩍- 벌리고 소리 없는 비명을 내뱉었다.
하지만 고작 이걸로 멈추기에는 강혁의 공격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그게 그들에게는 안 된 일이겠지만 어쩔 수가 있겠는가.
“이게 약육강식이고, 약한 이들이 짊어져야 할 업보 아니겠어?”
그들은 약했고, 강혁은 강했기에 벌어진 일.
당연하게도 그들에게는 약함이 있었고, 강혁에게는 강함이 있었다.
그들이 신적인 힘을 이용하여 버티고 또 버틴다고 한들 바뀌는 건 없었다.
“칠죄.”
일곱 가지의 빛을 자랑하는 일곱 개의 마기가 주먹에 휘감긴다.
이윽고 완벽하게 휘감긴 일곱 개의 마기가 마치 건틀렛처럼 그 외형을 변화시킬 때.
콰직-
처음으로 여태까지와 다른 음성이 전장에 울려퍼졌다.
그저 샌드백을 두들기듯 일어나던 소리가 아닌 정말로 무언가가 일그러지는 소리.
처음은 마족이었다.
“....크엑!”
고통스런 비명.
여타 다른 마족과 다를 바 없는 비명이 그 또한 다른 이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존재라는 걸 명확하게 말해준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강혁은 멀쩡했다.
“고작 이걸로 나를 죽이니 마니 한 건 아니겠지?”
“....으득, 고작 한 번이다. 그 많은 공격 중에서 한 번을 겨우 성공시키고 입을 열지마라!”
우렁찬 외침과 함께 자리를 박찬 악마 1은 뭉개진 안면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애써 지혈하며 주먹을 뻗었다.
1초에도 수십 번이 내질러지는 주먹.
그 하나하나에 담긴 힘 또한 강력하기 그지 없었지만 그런 주먹일지라도 닿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텁-
“....어떻게?”
특히 그런 파괴적인 힘이라도 강혁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했기에 날아드는 주먹을 그대로 낚아챈 강혁의 모습에 악마 1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산을 그대로 부수고, 바다를 갈라버릴 힘을 지닌 주먹을 가볍게 낚아챘으니 당연한 반응일 터.
다만 그에게는 안 좋은 일이지만 강혁의 공격은 주먹을 잡는 데에서 그치지 않았다.
우득-
쥔 손에 힘을 주어 잡은 주먹을 으스러뜨리는 강혁의 공격 앞에서 악마1이 할 수 있는 건 극히 적었다.
버둥버둥-
으스러진 손을 빼내기 위해서 허공에서 버둥거리는 것 또한 극히 적은 일 줄의 하나였으나, 당연하게도 고작 그걸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발버둥치기.
그건 주머니 몬스터에서 나오는 물고기 몬스터가 펄떡거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니까.
실제로 그의 반항은 그리 유의미한 결과를 불러오지 못했다.
우득-
다시금 들려온 섬뜩한 소리.
그건 그의 팔에서 들린 소리가 아니었다.
추욱-
목.
사람은 목이 꺾이고도 살 수 없는 몸을 지녔다.
그럼 신이나 악마라고 해서 다를까?
정답은 아니다. 였다.
“죽었네.”
콰직- 콰득- 콰드드득!
생기를 잃어가는 악마의 시체를 거침없이 먹어치우는 식욕을 바라보며 강혁은 서슬 퍼런 시선을 눈앞에 선 신 1은 사시나무처럼 몸을 떨어대었다.
하지만 그가 몸을 떨어댄다고 한들.
그에게 정해진 결과는 바뀌는 일이 없었다.
“먹어치워라, 식욕.”
-크아아악!
최하위 신과 악마의 수준을 대충이나마 파악한 강혁은 더 이상 직접 움직이기도 귀찮다는 듯이 그대로 식욕에게 신 1의 마무리를 맡겼다.
당연하지만 그런 신 1의 최후는-
으적으적으적으적-
“....끄아아악!”
산 채로 잡아먹히는 독특한 경험과 함께 끝이 났다.
순식간이라도 해도 좋을 정도로 빠르게 신과 악마 둘을 처리한 강혁은 아직도 소란스러운 전장을 눈에 담으며 가볍게 자리를 박찼다.
“청소 시간이다.”
최하위.
그 다음은 하위.
또 그 다음은 중위.
그렇게 한 계단씩 올라가다 보면 어느새 최고위신과 악마가 자신의 앞에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강혁은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갔다.
신과 악마들의 세상에 도착한지 고작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