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올 마스터#162
쿠르르르릉-
강혁이 오만의 탑을 나서기 무섭게 오만의 힘으로 쌓아 올린 거대한 탑이 무너져 내렸다.
탑이 무너져 내리는 모습은 세계 어디서든 볼 수 있을 정도로 컸기에 강혁은 그런 탑의 무너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돌아갈까.”
-이제 신과 악마놈들을 처단할 시간인가?
무너지는 탑을 뒤로한 채로 신과 악마와의 전쟁을 위해 움직이려는 강혁을 향해 분노가 드디어 그들을 처리할 수 있음에 감격이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 일단은 집으로 돌아가야지. 봐야 할 사람들이 있고, 동료들도 있으니까. 마지막이라곤 하지만 그래도 얼굴은 비춰야지.”
-....정말 그들을 데려갈 생각이냐?
“이미 한 번 하기로 한 일을 번복할 생각은 없어.”
떨떠름한 목소리로 되묻는 분노의 말에 강혁은 단칼에 그의 물음을 끊어버렸다.
그가 왜 저런 말을 하는 지는 잘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동료들을 내버려두고 갈 생각 따윈 없었으니까.
“일단 가자. 가서 얘기를 하는 게 좋겠지.”
-....후우, 그래. 네 마음대로 해라. 여태까지 그랬던 것처럼.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야.”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중얼거리는 분노의 모습에 킬킬대며 강혁을 발걸음을 옮겼다.
쿠르르릉-
마지막 남은 탑의 잔해가 무너지는 소리를 끝으로 강혁은 자취를 감추었다.
*
“하아, 벌써 몇 개월 짼지 모르겠네.”
“그동안 수련할 시간을 벌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젠장, 다행은 진즉에 지났지. 이미 우린 각자의 한계는 부쉈잖아!”
쾅!
몇 개월.
강혁이 오만의 탑에 들어간 이후로 지난 시간이었다.
탑 내에서는 바깥과 다르게 시간이 흘러간 까닭.
그러는 동안 탑 바깥에 있는 강혁의 동료들은 정말 미친 듯이 수련에 수련을 거듭했다.
계속해서 밀려드는 괴생명체들은 하데스의 참가 이후로 수월해졌기에 개인의 수련을 할 시간이 더욱 늘어난 것도 주효했다.
뿐만 아니라 주신급 존재 중에서 특히 강력했던 하데스가 강혁의 동료들을 봐주면서 성장은 매우 가파르게 이루어졌다.
-....요즘 인간들은 다 저렇게 괴물들 밖에 없는 건가.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는군.
그들을 가르치던 하데스마저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가파른 성장을 기록한 그들은 세상 어디에서든지 보이는 거대한 탑에 있을 걸로 추정되는 강혁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쯧, 걔가 와야 뭘 하든 할 텐데....”
“그러게나 말이다. 뭐, 그게 우리가 그 녀석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입증하는 것 같아서 서글프긴 하지만 그게 사실이니 어쩔 수 없지.”
지구 최강을 넘어 반신, 개중에는 신격을 조금이나마 쟁취한 이들로 가득한 이들이지만 강혁 없이 신과 악마 전체와의 전쟁은커녕 그들이 있는 곳을 찾아내지도 못하는 처지였다.
강혁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팀.
그것이 그들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아무튼 그래서 이강혁 이 녀석은 언제 오는 거야?”
방안을 가득 채운 무거운 분위기에 가장 먼저 루카스 폴른이 환기라듯 하듯 이 자리에 없는 강혁을 찾았다.
그런 루카스 폴른의 말마따나 탑에 들어간 강혁에 대한 소문조차 듣지 못한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쯤.
쿠르르릉-!
바깥에서 탑이 무너지는 거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말이 씨가 된다더니 부르자마자 바로 나오는 거냐.”
“이제라도 나오는 게 어디야. 곧바로 오려나.”
무너진 탑과 함께 탑으로 나올 강혁을 생각하며 루카스 폴른과 니아 아리엘이 중얼거렸다.
그런 두 사람의 중얼거림에 힘이라도 실어주듯이 그들의 곁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날 왜 그리 찾아?”
“....심장 떨어져 죽는 걸 원하는 거냐. 기척 좀 내고 다녀라.”
뛰어난 암살자로서 수많은 이들의 심장을 떨어지게 만든 장본인인 발터 밀란의 학을 떼는 목소리에 이 자리에 모인 모두가 쓴 웃음을 머금었다.
발터 밀란이 그런 소리를 했다는 게 웃기기도 했고, 강혁이 돌아왔다는 것에 기쁘기도 했기 때문이다.
“저 탑 부숴진 건 분명 너 때문이지?”
“당연한 소리를. 그래도 얻을 건 다 얻었으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어.”
“....애초에 걱정한 적도 없는데 뭘.”
니아 아리엘의 투덜거림에 모습을 드러낸 강혁이 슬쩍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모든 준비도 끝났으니 신과 악마 놈들 면상이나 보러 갈까?”
“....바로 가겠다고?”
그리고 이어진 강혁의 말에 모두의 얼굴에 당황이 서렸다.
아무리 강혁이 돌아왔다고 하나 그들은 아직 부족함이 많았다.
어지간한 신 정도야 그들도 하나둘 정도는 처리할 수 있지만 지금 그들이 하려는 것은 신 하나둘이나 잡으려는 게 아니었다.
“너무 무모한데.”
“맞아, 네가 없는 동안 우리도 많이 노력하긴 했지만 고작 그뿐이야. 우린 아직 많이 부족해.”
니아 아리엘 뿐만 아니라 루카스 폴른을 위시한 다른 동료들 모두가 강혁에게 자신들의 부족함을 토로했다.
물론 그들도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지금 이 순간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진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괜한 객기를 부리는 것만큼 폐가 되는 건 어쩔 수 없기에 그들의 말은 당연했다.
“뭔 걱정이야. 내가 있는데. 너희를 위해서 다 준비한 게 있으니까 걱정하진 마.”
그리고 강혁은 그들의 걱정을 앞에 두고 고개를 가로 저으며 그들의 걱정을 일축했다.
이미 모든 대처 방안을 준비했다는 듯이 말하는 강혁의 말에 모두가 살짝 놀란 얼굴로 강혁을 바라보았다.
“....벌써 준비했다고?”
“탑에서 나온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놀람이 깃든 시선을 자신을 바라보는 동료들의 시선을 느끼며 강혁은 의자에 걸터 앉으며 말했다.
“모두 내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는 알고 있지?”
강혁이 지닌 모든 힘의 근원.
그것을 묻는 강혁의 물음에 그의 동료들은 곧바로 답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몇 번이고 말한 적이 있었기에 대답을 하는 것이 그리 어렵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 칠죄와 칠선이라는 힘 아니야?”
칠죄와 칠선.
올 마스터로서 모든 능력들을 다루는 것도 충분히 위협적인 능력이라곤 하나 올 마스터의 힘을 통해서 신성력과 마기 전부를 다룰 수 있는 강혁이야말로 진짜 ‘올 마스터’라고 부를 법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걸 모르지 않았기에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칠죄와 칠선이 강혁의 근원에 가까운 힘이라고 답했다.
“맞아, 정답이야.”
그리고 그 답이 옳음을 강혁이 말해주었다.
하지만 강혁의 말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리고 난 그 힘을 너희들에게 나누어 줄 생각이야. 물론 근원이 되는 칠죄나 칠선 그 자체는 내가 가지고 있겠지만 근원에서 파생된 힘을 나누는 것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니까.”
“....!!!”
이어진 강혁의 말을 들은 모두가 놀람을 금치 못 했다.
사실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어쩌면 당연했다.
‘지금의 강혁을 있게 한 힘을 나도 받을 수 있다고?’
‘아니, 애초에 그게 가능하긴 한 일이야?’
강혁이 지구 최강이라고 불리게 된 이유이자 신과 악마와 대적할 수 있게 해준 근원에 가까운 힘.
그것을 자신들도 쓸 수 있게 된다는 말이었으니까.
강혁이 신과 악마와 싸울 때 자신들을 데리고 간다고 했을 때부터 대체 어떤 방식으로 도움을 줄 지에 대해서 고민했던 그들이었지만 지금 상황은 상상이상이었다.
칠죄와 칠선.
강혁의 근원과도 같은 그 힘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는 흥분에 모두가 몸을 떨어댈 때.
“자, 그럼 나눔 시작해볼까. 물론 전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통 등은 내가 어찌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까 알아서 하고.”
“....자....잠깐, 고통이라고?”
서늘한 강혁의 중얼거림에 방안이 당황을 물들었다.
자신의 친구이자 동료들의 놀람과 당황에 강혁은 당연하다는 듯이 대꾸했다.
“칠죄와 칠선은 신과 악마에게서 떨어져 나온 파편인데 그걸 그냥 낼름 받아 먹을 수 있을 줄 알았어? 다 나도 겪었던 일이니까 너무 화내진 마~”
“....뭔가 통수 맞은 기분인데.”
“....죽진 않은 거죠?”
“안 죽어, 안 죽어. 여기 너희 눈앞에 증거물이 떡하니 있잖아?”
슬쩍 웃음마저 머금는 강혁의 말에 방안에 모인 모두의 얼굴이 썩어들어갔다.
‘....그건 니가 괴물이니까 그런 거고!!!’
‘세상 사람 전부가 너 같은 인간인 줄 아냐고!’
강혁의 올 마스터는 모든 힘을 부드럽게 받아들인다.
그렇기에 칠죄와 칠선의 공존이 가능했고, 그렇기에 강혁은 고통스러운 것만 제외하면 칠죄와 칠선을 흡수하는 데에 무리가 없었다.
그에 반해서 다른 이들은 강혁과 같은 모든 걸 흡수하는 편리한 신체도, 재능도 없다.
즉, 강혁의 말마따나 죽지는 않겠지만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고통이 그들에게 선사될 거라는 말이었다.
“자, 그럼 첫 번째 순서로는....그래, 내 친구 루카스! 너로 정했다!”
“....난 네놈의 주머니 몬스터 따위가 아니야!”
“활기찬 걸 보니 기쁘네. 너 같은 성질 머리를 가진 놈은 질투(시기)가 딱이지. 옛다, 쳐먹어!”
푸화아악!
말이 끝남과 동시에 첫 번째 순서로 낙첨된 루카스 폴른을 향해 질투의 마기가 터져나왔다.
강혁도 직접 만나본 적은 없었던, 오만에게 먹혔던 질투의 마기가 다시금 세상에 등장한 순간.
질투의 마기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무섭게 루카스 폴른에게로 빨려들어갔다.
본래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칠죄와 칠선 모두에게 인정 받고 그들을 발 아래에 둔 강혁이기에 불가능을 가능케 만들어냈다.
“....끄아아아악!”
그리고 루카스 폴른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남들 앞에서 바닥을 구르기 시작했다.
고통스런 비명을 토해내며 바닥을 굴러대는 루카스 폴른의 난생처음 보는 모습에 모두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는 걸 넘어서 창백하게 변할 때쯤.
“다음은 누가 좋으려나....?”
사신의 목소리처럼 느껴지는 강혁의 목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웠다.
“....얘 먼저 해줘!”
“오빠, 전 마지막으로 부탁드려요. 그리고 단 둘이서 해주시면 안 될까요?”
니아 아리엘은 자신의 순위로 뒤로 미루기 바빴고, 한수연은 루카스 폴른과 같은 추태를 보이기 싫어 남들이 없는 곳에서 해주기를 바랬다.
물론 그건 비단 두 사람만 그런 건 아니었다.
“....아빠, 오늘 할 일이 있지 않았어요?”
“....그러고 보니 급한 볼 일이 있었지.”
할론 부녀 또한 식은땀을 흘리며 없던 할 일을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아무래도 바깥에 괴생명체들이 나타난 것 같군. 지금 가서 놈들을 잡고 오겠다.”
발터 밀란은 있지도 않은 괴생명체들을 잡겠다며 그림자 속에 녹아들었다.
물론.
“다들 어디가. 오늘 안에 다 끝내야 하니까 싹 다 제자리에 멈춰.”
우뚝-
강혁의 말에 담긴 언령을 이겨내지 못한 그들은 그저 망부석처럼 제자리에 꼿꼿하게 서 있어야만 했다.
“자아, 너는 과연 뭐가 어울릴까?”
섬뜩하기 그지 없는 목소리로 칠죄와 칠선을 고르는 강혁의 모습을 눈에 담으며 이 자리에 모여 있는 모두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벌벌 떨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