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올 마스터#161
‘저딴 병신 새끼한테 질 수는 없지. 안 그래?’
-....그래, 동감이다. 저런 놈을 상대로 걱정하라고 말했던 게 부끄러울 지경이야.
오만을 향해 선전포고를 마친 강혁과 분노는 자신들의 생각을 전면수정했다.
칠죄와 칠선 중에서 가장 강력한 오만?
‘신과 악마 따위에게 겁 먹는 새끼가 오만은 무슨 놈의 오만. 두려움으로 이름이나 바꾸라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칠죄와 칠선은 신과 악마에게서 떨여져 나간 존재들.
그렇기에 그들은 자신의 근원이 된 신과 악마들에 대한 분노를 가지고 있었다.
당연히 그들이라고 해서 신과 악마가 자신보다 강하고 수도 많은 걸 모를리가 있나.
모든 걸 알고도 신과 악마를 향해 분노를 불태우는 것만큼은 칠죄도 칠선도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가장 강하다는 녀석이 그저 힘이 부족한 것 같다고 신과 악마와의 싸움을 미뤄? 겁쟁이 새끼 같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만은 전투보다 물러서서 힘을 기르는 걸 택했다.
가장 앞장서야 할 그가 보여준 부끄러운 모습에 강혁과 분노는 전의를 불태웠다.
“준비됐지, 분노.”
-나 뿐만이 아니다. 다른 녀석들도 강한 살의를 피워올리고 있으니까.
그리고 그런 상황에 다른 칠죄와 칠선이 내게 손을 들어주었다.
여태껏 내게 흡수되고도 불퉁스런 반응을 보이던 이들 모두가 내게 손을 들어준 순간.
콰아아아-!
강렬한 기운이 내 전신에서 터져나왔다.
“....이건? 설마 녀석들이!”
“다른 놈들도 나랑 같은 생각인 것 같은데. 쫄보 새끼야!”
칠죄와 칠선 전부의 힘이 뒤섞여서 터져나온 기운은 무척이나 강렬했다.
하지만 오만이 놀란 건 그 힘 때문은 아니었다.
서로 반목해야 할 칠죄와 칠선이 모두 내게 힘을 보태주었다는 사실.
그것에 놀라워했다.
‘나도 고작해야 하나를 손에 넣었다. 그렇기에 시간을 들여 하나씩 완전히 굴복시켜 놈들을 모조리 손에 넣으려고 했는데! 저 녀석 같은 인간 따위가 어떻게!’
오만의 계획은 이러했다.
강혁을 붙잡은 뒤, 그의 안에서 반목하고 있을 칠죄와 칠선을 하나씩 끄집어낸다.
시기와 같이 힘으로만 굴복하는 방식의 한계 때문이었다.
그런데 강혁은 자신이라는 적 앞에서 그들 모두의 힘을 한 데 모으는 데에 성공했다.
오만이라는 이름과 달리 그들 전부를 아래에 깔릴 수 없었던 오만보다 더욱 오만과도 같은 모습.
“그럴리가....그럴리가 없다! 고작 인간 따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자신에게 달려드는 강혁을 향해 포효하는 오만.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강혁이 슬쩍 웃으며 대꾸했다.
“그 고작 인간 따위가 칠죄와 칠선들을 모으고, 신과 악마들을 쳐부쉈다. 그럼 누가 더 뛰어날까? 아, 이건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답을 알겠지.”
“....닥쳐라!”
강혁의 이죽거림에 오만이 부르르 몸을 떨더니 이윽고 오만의 마기를 줄기차게 뿜어내기 시작했다.
“네놈만 쳐죽인다면 모든 게 원래대로 흘러간다. 바뀌는 건 없어!”
“전제부터가 잘못 되었다니까. 신과 악마 따위에게 겁을 먹는 녀석이 그들을 쳐부쉈고, 앞으로도 쳐부술 나를 이긴다는 말 자체가 잘못 되었단 말이다!”
“....!!!”
살기 넘치는 강혁의 말에 오만이 놀란 시선으로 강혁이 바라볼 때.
강혁은 오만의 앞에 서 있었다.
“일단 맞고 시작하자. 네놈의 머리 속에 썩어빠진 정신머리부터 개조해주지.”
푸화아악!
그와 동시에 강혁의 전신에서 칠죄와 칠선의 마기와 신성력이 뒤섞인 힘이 터져나왔다.
“덮쳐라, 혼돈.”
마기와 신성력.
그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칠죄와 칠선이 강혁에게 굴복함으로서 그들을 마음껏 뒤섞을 수 있게 된 강혁의 새로운 힘.
혼돈이 오만을 향해 퍼져나갔다.
*
푸스스스-
“....이건 뭐지?”
자신의 마기를 녹여버리며 전진하는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기운 앞에서 오만이 당혹을 금치 못 했다.
칠죄나 칠선.
나아가 신과 악마들 모두 오래 살아서인지 저가 보지 못한 것 앞에선 드물게도 놀람과 당혹을 드러냈다.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이 모르는 게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모르는 게 나타나서라는 아주 쉬운 이유.
그렇게 자신이 처음 보는 기운을 앞에 둔 오만이 당황할 때.
“그렇게 놀라고만 있어도 되나 전장에서?”
“....네놈.”
강혁이 오만의 앞에서 싱긋 웃으며 주먹을 내질렀다.
쐐에엑-!
바람을 가르고 공간을 부수는 주먹이 오만의 턱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늦었다, 이건 피할 수 없겠군.’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공격을 막아낼 수 없음을 곧바로 파악한 오만이 가드를 올렸다.
푸화아악!
혼돈에 녹아 사라진 마기를 보충하듯 터져나온 마기가 가드를 올린 팔에 휘감기며 철벽의 방어막을 생성해냈다.
‘이걸로 공격을 막고, 그 다음에 카운터를 꽂....!’
당연하게도 공격을 막을 거라고 생각.
그 후를 노리던 오만은 가드를 부수고 짓쳐드는 강혁의 주먹에 기겁했다.
‘....대체 무슨!’
오만의 마기는 강철보다도 단단하다.
애초에 신과 악마들을 상대로도 사용할 정도의 기운이니 당연한 일.
하지만 그런 오만의 마기가 강혁의 주먹 앞에서 박살이 나버렸으니 그로서는 놀라자빠질 일.
“....큽, 이걸론 날 막을 수 없다!!!”
쩡-!
물론 오만 또한 평범한 이는 아닌 만큼 그런 공격에 마냥 당해주진 않았다.
코앞까지 닥쳐온 주먹을 쳐내며 이를 악문 그의 일격에 강혁의 주먹이 위로 튕겨졌다.
“고작해야 인간 주제에!”
달려들던 자세에서 주먹이 허공으로 튕겨지며 가슴 쪽이 훤히 빈 상황.
그걸 놓치지 않고 오만이 자리를 박찼다.
“쉽게 내주겠어? 너 같으면?”
꽈득!
그런 오만의 주먹을 붙잡음 강혁이 그대로 힘을 주었다.
꾸우우욱-
“....끄으아아아!!!”
산을 부술 수 있는 강력한 힘이 강혁의 손에 모여 들었기에 오만이 고통스러워하는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시뻘개진 얼굴로 부들부들 몸을 떨어대는 오만을 향해 강혁이 씨익 웃으며 물었다.
“아프냐?”
“....닥쳐!”
쾅!
폭탄이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날아오는 오만의 주먹을 부드럽게 받아넘긴 강혁이 남은 손으로 오만의 얼굴을 후려쳤다.
“이건 칠선의 몫!”
빠각!
오만의 높은 콧뼈가 가라앉는다.
하지만 강혁은 고작 코뼈 따위로 만족하지 않았다.
“이건 칠죄의 몫!”
우득!
비틀거리는 오만의 손을 붙잡곤 그대로 꺾어버렸다.
정반대로 손이 꺾인 오만이 고통스런 비명을 토해내는 순간.
강혁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오만을 몰아쳤다.
“이건 너 때문에 지금 구르고 있는 내 동료들의 몫!”
오만의 탑의 등장으로 바깥은 무척이나 바빠졌을 게 분명했다.
일단 강혁 본인이 오만의 탑에 들어왔으니 인력면에서 큰 문제가 생겼을 터.
덕분에 발에 땀나도록 돌아다녀야 하는 것은 강혁의 동료들이었다.
그렇기에 동료들의 몫까지 청산한 강혁이 주먹을 말아쥐며 소리쳤다.
“마지막으로 이건 너 때문에 개고생하고 내 몫이다, 이 개새끼야!”
콰아아아-!!!
여태까지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충격파가 고작 주먹을 뻗는 과정 속에서 터져나왔다.
당연히 주먹을 뻗는 과정에 불과한 충격파로도 오만의 전신을 갈가리 찢어버리기에 모자람이 없었으니 진짜는 주먹이 닿는 바로 이 순간이었다.
뻐어어억-!!!
“....컥!”
복부에 틀어박힌 주먹에서 느껴지는 완벽하게 공격이 들어간 감촉.
그에 강혁이 미소를 머금었다.
“이제 조금 쫄리긴 해?”
“닥....쳐....라!!!”
푸화아아악!
하지만 오만 또한 자신이 멀쩡함을 과시하기 위해서인지 더 열성적으로 마기를 뿜어냈다.
아까 전 손만 뒤덮었을 때와는 별개로 점점 짙어지는 마기는 순식간에 전신을 휘감았다.
“크으으....이제부터가....진짜다, 빌어먹을 놈 같으니!”
강렬한 기운이 오만에게서 터져나온다.
세상을 부수고 남을 법한 기운.
칠죄 두 개를 모아 만든 강렬한 기운이 강혁의 전신을 짓눌렀다.
쿠구구구-
주변의 공기 자체가 자신을 짓누르는 느낌.
하지만 강혁은 이미 이와 비슷한 것을 경험한 바가 있었다.
“....너보다 하데스가 더 강했어, 이 새꺄!”
하데스.
명계와 하나가 되었던 하데스가 보여주었던 위압감이 눈앞의 오만이 보여준 위압감보다 강했다.
그도 그럴 것이 칠죄.
그 중에서도 최강의 힘을 지니고, 다른 칠죄 하나를 흡수했다곤 하나 그 뿐이었다.
주신 중에서도 상위급.
거기에 더해서 명계와 하나가 된 하데스는 능히 오만 정도는 찢어발길 수 있는 존재였다.
‘난 그런 하데스를 이겼다.’
그리고 강혁은 명계와 하나가 되어 오만 정도는 갈가리 찢어발길 수 있는 하데스를 쳐부쉈다.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강혁에게서 변화가 시작되었다.
꾸드드득-
어깨, 나아가 전신을 짓누르는 오만의 마기에 대항하듯 서서히 머리를 드는 강혁의 기운들.
이윽고 기운들은 강혁에게로 다시금 빨려들어가더니 강혁의 신체에 변화를 주었다.
“....신마룡체(神魔龍體).”
세 개의 신체가 뒤섞여 하나의 신체를 만들어낸다.
신, 마, 룡.
각기 최강, 최고라고 불리기에 모자람이 없는 그것들이 뒤섞이며 만들어진 순간.
콰아아아-!!!
거대한 기파가 오만의 탑을 뒤흔들었다.
“....크으, 대체 무슨 일이....”
강혁에게서 시작된 변화를 제대로 보지 못한 오만이 다급하게 주위를 살필 때.
“어딜 보는 거야?”
“....!!!”
옆에서 들려온 강혁의 목소리가 오만의 귓가에 울려퍼졌다.
그와 동시에 팔을 들어 옆을 가드한 오만의 팔에 강혁의 주먹이 작렬했다.
우두두둑!
“....커허-!”
하지만 결과는 좀 전과는 차원이 달랐다.
가드한 팔은 물론이고, 그 너머에 위치한 오만의 뼈 마디를 가루로 만들어 버린 강혁의 주먹이 그대로 오만을 벽 끝까지 날려버렸다.
쾅!
폭음과 함께 터져나온 먼지 구름이 강혁과 오만 사이를 가로 막았다.
하지만 시야를 가리는 먼지 구름을 앞에 두고도 강혁은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용의 뿔.
천사의 날개와 악마의 날개를 등에 매단 그는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처럼 고결하고, 사악해보였다.
실제로도 지금의 그는 누구도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모두를 발 아래에 둔 그가 망신창이가 된 채로 멀리 떨어진 오만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물론 일으켜 세워주긴 위한 건 아니었다.
“먹어치워라, 식욕.”
콰득! 콰득! 콰드드득!
완벽하게 전투 불능이 된 그를 잡아먹기 위함이었을 뿐.
막강한 힘을 지녔지만 결과적으로 오만답지 못 했기에 그는 패배했고, 잡아먹혔다.
오만은 모두를 깔아보기에 오만인 것.
그렇기에 신과 악마를 두려워한 오만은 오만이라고 부를 수 없었다.
오히려.
“후우....그럼 이제 내가 오만인가.”
오만을 잡아먹고 한숨을 토해내고 있는 강혁이 더 오만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모습을 지녔으리라.
그렇게 강혁은 모든 칠죄와 칠선을 손에 넣는 데에 성공했다.
칠죄와 칠선의 주인.
올 마스터 이강혁이 오만의 탑을 나서는 순간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