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올 마스터#160
“....뭐, 저런 괴물 같은 놈이 다 있지?”
거대한 공동 안.
그곳에 자리한 왕좌 하나.
그런 왕좌에 걸터앉아 있는 오만함이 풀풀 넘치는 사내가 어처구니 없다는 얼굴로 눈앞에 떠오른 화면을 보고 있었다.
반투명한 패널과도 같은 화면 속에서는 강혁이 오만이 만든 몬스터를 작살내는 광경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것도 이젠 끝이지.”
화면을 바라보며 오만은 씨익 웃음을 머금었다.
파죽지세로 탑을 오르던 강혁이지만 자신의 바로 아래 층에 위치한 존재들은 강혁이라고 할 지라도 불구하고 제대로 통과하기 힘들 테니까.
“....너는 그들의 강함을 모른다. 어차피 그들에게 당해 으스러질 목숨은 내가 잘 취해주지.”
화면 너머로 보이는 강혁이 마지막 층에 들어서는 모습을 보며 오만이 중얼거렸다.
그가 말하는 그들은 당연하게도 신과 악마였다.
태생부터가 신과 악마에게서 떨어져 나온 존재인 칠죄와 칠선.
당연히 그들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과 두려움 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
애시당초 누구보다 신과 악마들에 대해서 잘 아는 게 칠죄와 칠선이었으니 당연한 일.
탁- 탁- 탁-
가볍게 발을 구르며 공동의 바닥을 두들기면서 오만은 물끄러미 화면 속 강혁을 바라보았다.
“....”
아무 말 없이 한참 동안.
오만으로서 누구보다 오만해야 하지만 자신의 머리 위에 있는 수 없이 많은 이들로 인해 오만할 수 없게 된 그가 한참 동안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강혁이 드래곤들과 맞붙게 되는 그 순간.
그는 화면을 끄고 눈을 감았다.
“어차피 네가 이곳에 도착하더라도 달라지는 건 없을 거다.”
오만.
그 이름에 걸맞은 태도를 끝으로 오만은 도착할 지 도착하지 못할 지 모를 강혁을 기다리며 깊은 어둠 속으로 향했다.
*
크롸라라라!
공동을 울리는 드래곤의 포효 소리를 들으면 강혁은 자리를 박찼다.
우득-
신체가 비틀림과 동시에 가장 적합한 공격을 위한 신체를 변모한다.
꾸드드득-
거대하게 부풀어 오른 팔과 그에 담긴 거력을 주먹 하나로 모아 내지른다.
쩌어엉!
달려들던 드래곤의 거체.
그 중에서도 연약한 부분을 정확하게 후려친 공격에 드래곤의 상체가 기역 자로 꺾인다.
침을 질질 흘리며 눈을 까뒤집는 드래곤을 뒤로한 채로 강혁은 곧바로 몸을 돌려 재차 달려드는 다른 드래곤들을 바라보았다.
“뒤지게 많네.”
한 마리를 반 병신으로 만들었음에도 겁 먹지 않은 그들의 모습에 혀를 차면서 강혁은 마기와 신성력을 뿜어냈다.
푸화아악! 쏴아아아-
검은 마기가 분수처럼 터져나가고, 신성력이 주변을 아우르는 파도처럼 퍼져나간다.
이윽고 상극의 기운들끼리 서로 맞부딪친 순간.
꽈아아앙!
공동을 울리는 폭음과 함께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며 드래곤들을 휘감았다.
우직- 우득- 우지지직!
압도적인 폭발력에 용린이 박살나고, 강철보다 단단한 뼈가 부러지며, 고무보다 질긴 근육이 갈기갈기 찢겨져 나간다.
고작해야 일격.
그걸로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하기엔 믿을 수가 없는 상황을 앞에 두고 강혁은 태연했다.
“늬들이 강해봐야 도마뱀이지.”
신과 악마라는 막강한 존재들을 상대로 싸울 생각을 굳힌 강혁이다.
당연하게도 그에 걸맞는 힘을 지녔기에 강혁은 심호흡하며 힘을 골랐다.
까득-
이를 악뭄과 동시에 터져나온 괴력이 강혁의 전신으로 뻗어져 나간다.
우드드득-
괴력에 따라 변모하는 강혁의 신체.
칠죄, ‘식욕’으로 먹어치운 여러 몬스터들의 장점들이 강혁의 신체들에 새겨진다.
오우거의 괴력이 수십, 수백 개가 모인다.
트롤의 재생력이 수십, 수백 개가 모인다.
비단 유명한 그들만이 아닌 여러 다양한 몬스터들의 장점들이 순식간에 강혁의 몸에 새겨졌다.
그저 그들의 장점 그대로가 아니라 특출난 부분을 수십, 수백 배로 증폭한 힘이 새겨진 결과.
“후우, 최곤데.”
강혁은 신체 능력만으로 신을 박살낼 정도에 이르렀다.
격동적으로 차오르는 힘을 느낀 강혁이 고조된 기분을 느끼며 미소 지을 때.
-크롸라라라!
마기와 신성력의 폭발에서 살아남은 드래곤들이 입을 쩍 벌렸다.
터져나온 포효가 강혁을 휩쓸었다.
막강한 물리력을 지닌 포효 앞에서 강혁의 몸이 광풍에 휩쓸린 배처럼 이리저리 흔들렸다.
바로 그때 드래곤들의 입에 파멸적인 기운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브레스? 아주 작정을 했구나?”
브레스.
파멸 광선이라고도 불리는 바로 그것을 준비하는 수십 마리의 드래곤들.
‘저건 제대로 맞으면 나도 간다.’
아무리 신을 작살낼 신체를 지녔다곤 하나 눈앞의 드래곤들 또한 만만치 않은 존재들임을 강혁은 잘 알고 있었다.
드래곤 자체도 무척이나 강력하지만 오만과 시기의 힘이 더해진 그들은 어지간한 드래곤 서너 마리를 합친 것보다 훨씬 강했으니까.
쿠구구구-
점점 모여드는 파멸의 힘을 느끼며 강혁 또한 대비를 시작했다.
아무리 현재의 자신이 강하다고 한들 맞아선 안 될 것까지 맞아줄 수는 없었다.
이번 공격을 허용한다면 단번에 훅 가버릴 게 뻔한 상황.
그렇기에 강혁은 멍청하게 그것을 그대로 받아줄 생각 따윈 하지도 않았다.
그저.
꾸욱-
두 주먹을 말아쥐고.
“신룡체.”
자신이 보유한 가장 강력한 신체를 완성된 신체 위에 뒤덮었을 뿐.
콰가가각!
그와 동시에 파멸의 빛이 강혁을 덮쳤다.
*
쿠르르릉-
“....끝났나.”
아래에서 들려오는 진동 소리에 눈을 감았던 오만이 눈을 뜨고는 자세를 바로 했다.
방금의 진동이 의미하는 바를 모르지 않았기에 가만히 앉아 마지막 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그때.
터벅터벅-
계단을 오르는 발걸음 소리가 오만의 귀를 간지럽혔다.
살랑살랑 자신을 약올리기라도 하듯 자연스레 걸어온 발걸음 소리가 끝나는 순간.
“얼굴 맞대는 건 처음이지?”
“....결국 올라왔나.”
이죽거리는 강혁의 목소리가 너른 공동 안에 울려퍼졌다.
계단에서 올라오는 소리가 들릴 때부터 예상하긴 했으나 정말 강혁이 올라왔다는 사실에 오만은 인상을 찌푸렸다.
나른한 모습과 대조되는 주위를 억누르는 기세 앞에 강혁 또한 마른 침을 삼켰다.
‘역시 쉽지 않겠네.’
고작해야 칠죄라고도 할 수 있으나 그런 칠죄가 있었기에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강혁이다.
나아가 가장 강력한 오만이 다른 칠죄인 시기를 흡수한 상황.
거기다가 현재 강혁이 자리한 곳은 그런 오만의 홈 그라운드인 오만의 탑 안.
똥개도 제 집 안마당에선 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오만 또한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을 터.
‘전력으로 쳐부순다.’
여태까지완 달리 강혁은 자신의 모든 걸 토해낼 각오를 마쳤다.
그도 그럴 것이 마지막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오만을 앞에 두고 불만족스러운 결과를 내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서서히 강혁의 주변에서 서늘한 기운이 흘러나오며 주위를 점하기 시작했다.
“....불쾌하군.”
자신의 공간이 강혁에게 점령되어가는 모습에 오만이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강혁이 주변을 지배하는 속도는 무척이나 빨랐다.
자신의 것이 남에게 뺏기는 게 죽는 것보다 싫은 오만인 만큼 대처는 재빨랐다.
푸화아악-
터져나온 오만의 마기가 주위로 퍼져나감과 동시에 강혁의 기운을 짓눌렀다.
우극-
“....뭐지?”
분명의 자신의 기운이 더 양도 많고 질도 높았건만 오만의 마기에 밀렸다는 사실에 강혁이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본디 양과 질 모두가 우위에 있다면 응당 자신이 힘 겨루기에서 이기는 게 정상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어진 오만의 말에 강혁은 이해할 수 있었다.
“오만의 힘은 모든 것의 위에 서는 힘. 네 기운이 아무리 강하다고 하나 내 기운을 넘어설 순 없다.”
오만.
그 이름의 걸맞는 능력을 지닌 기운 앞에선 질도, 양도 모두가 오만의 아래였으니까.
결국 강혁은 방향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츠츠츠츠....
공간을 점유하려던 것을 멈추고 서서히 기운을 물리기 시작한 것.
그리고 모든 기운을 완전히 흡수한 강혁이 오만을 바라보며 물었다.
“모든 기운의 위에 선다고 하더니 왜 신과 악마들과 싸우려는 날 막으려는 거지? 너도 결국엔 다른 이들처럼 그들을 발 아래에 꿇리고 싶지 않나?”
칠죄와 칠선.
신과 악마에게서 떨어져나간 그들은 본능적으로 그들에 대한 적개심과 분노를 가지고 있다.
당연히 오만 또한 그와 다르지 않을 터.
‘그런데 대체 왜 내 앞을 가로막냐는 말이지.’
분명 그랬어야 할 오만이 자신을 돕기는커녕 오히려 잡아 먹으려고 드는 이 상황이 강혁은 의아했다.
예전처럼 강혁이 자격이 없어서 노리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넌 그래선 안 된다는 듯이 달려드는 오만의 태도에 강혁은 짙은 혼란에 빠져버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오만의 입을 통해서 강혁은 그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너로는 불가능하니까.”
“....뭐?”
불가능.
신과 악마와의 전투에서 자신이 이길 수 없을 거라고 확신하는 듯한 오만의 말에 강혁은 당황을 금치 못했다.
‘내가 진다고? 그들과의 전투에서? 대체 왜?’
현재 강혁은 자신의 상태를 잘 알고 있었다.
신과 악마들을 상대로 꿀리기는커녕 오히려 그들을 압도할 수 있는 조건들을 다 갖춘 상황.
당연히 그들에게 패배한다는 오만의 말에 동의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만은 자신의 말을 번복하지 않았다.
“넌 그들의 진짜 힘을 모른다. 그들은 하나일 때보다 여럿일 때 강하지. 누구나 그렇지만 그들은 특히 더 그렇다. 너의 강함은 인정하지만 지금 독불장군처럼 나아갔다간 그들을 잡을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지겠지.”
“....그러니까 넌 나를 잡아다가 내 힘을 빨아 먹고 시간을 들여 완벽한 상태를 만들겠다는 거구나?”
“그래, 네놈처럼 불가능한 일에 모든 걸 토해내는 멍청한 짓 따윈 상황을 바꿀 수 없으니까.”
담담하게 패배를 논하며 미래를 보겠다는 오만의 말에 강혁은 실소를 흘렸다.
“왜 웃지?”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오만이 인상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아니, 그냥 웃겨서.”
“....뭐가 말이냐.”
“너 자체가 말이야. 오만 그 자체라는 놈이 신과 악마에게 쫄아서 미래니 뭐니 하는 빛 좋은 말로 자신의 두려움을 포장하고 있는 게 모순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이죽거리며 말하는 강혁을 향해 오만이 분노를 토해냈다.
“너 따위 필멸자가 뭘 안다고 지껄이느냐! 기껏해야 수십 년 밖에 살지 못한 필멸자 주제에 누굴 가르치려고 들어!”
분노로 파들파들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바락바락 악을 쓰는 오만.
그런 그를 안타깝다는 듯이 바라보며 강혁이 자세를 잡았다.
“한 가지는 확실해졌다. 넌 결코 날 이길 수 없어. 가능성을 무시하고, 두려움에 몸을 맡긴 놈 따위에게 내가 질 리가 없지.”
오만이 자신을 택하지 않는 데에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씻은 듯이 사라지고, 강혁은 심호흡과 함께 자리를 박찼다.
“넌 내 거다. 오만.”
마지막 칠죄 오만을 향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