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올 마스터-156화 (157/178)

나 혼자 올 마스터#156

“....진짜 하데스를 되살린 거야?”

주신.

하데스를 되살린 강혁을 향해 페르세포네의 물음.

그에 강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궁금하면 직접 보고 대화도 나눠도 되는데.”

“....진짜로?”

물론 그걸 곧바로 믿지는 못한 페르세포네였다.

사실 그게 당연한 일이긴 했다.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정말 할 수 있을 리가 없을 정도의 일이니까. 무엇보다....그가 다시 살아나는 게 마음에 들진 않기도 하고.’

죽은 신을 언데드로 되살려내 부린다.

그게 말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하데스가 평생토록 죽기를 바랬던 만큼 페르세포네는 하데스가 언데드로나마 살아났다는 게 마음에 안 들긴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잠시 대화 좀 해도 될까?”

“얼마든지. 이제는 내가 부리는 언데드 1호니까 해코지 걱정은 안 해도 될 거야.”

“....해코지 따위를 할 사람이었으면 진즉에 했겠지. 괜찮아.”

페르세포네는 언데드로 다시 태어난 하데스와 대화를 나누는 걸 택했다.

혹시 모를 위험에 대한 방비 또한 철저함을 알린 강혁이 자리를 벗어나고, 페르세포네가 굳건하게 자리에 선 채로 새롭게 태어난 명계를 둘러보는 하데스에게로 다가갔다.

“....하데스.”

“....페르세포네인가. 이렇게 마주 보는 건 정말 오랜만인 것 같군.”

새롭게 태어난 명계를 둘러보는 것에 푹 빠져 있던 그가 처음으로 다른 이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평생을 바쳐 사랑했지만 정작 그녀의 마음은 얻지 못한 하데스였기에 어쩌면 퍽 당연한 일이었으리라.

참으로 오랜만에 두 사람이 시선이 서로에게로 향할 때.

페르세포네가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을 바라보면 지상이 떠올랐으니까.”

“....할 말이 없군.”

페르세포네가 본래 살던 세상은 지상이다.

지하에 처박힌 명계가 아니라.

그럼에도 그녀가 명계에 머물게 된 이유는 하나.

“당신이 날 납치한 뒤로 단 한 번도 행복한 적이 없었어.”

하데스가 지상에 위치한 신계에서 거주하던 그녀를 납치했기 떄문이다.

모든 일의 시작이자 페르세포네가 불행에 빠진 계기이며 그녀가 하데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던 이유이기도 했다.

차디찬 어투로 자신을 쏘아 붙이는 페르세포네의 말에 할 말을 잃은 하데스가 씁쓸한 얼굴로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미안하군. 내 오만과 독선에 희생된 당신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어.”

진심 어린 사과.

하데스답지 않은 모습이라고 할 수 있었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받을 생각 없다는 거 알고 있죠?”

“....그래, 그저 나를 위한 사과인 것 또한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하는 사과가 진심이라는 것만은 알아줬으면 좋겠군.”

거부.

애써 건넨 사과가 무위로 돌아갔지만 하데스는 아쉬워하지 않았다.

자신이 그녀에게 한 짓들이 얼마나 괴로움을 주었는 지를 알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녀에게 사과를 강요하기 보다는 그저 자신의 진심만을 전한 하데스가 발걸음을 옮겼다.

“난 이제 날 죽인 저 녀석을 따라 지상으로 올라갈 거고, 내 형제들을 죽이러 가겠지.”

“....막을 생각 없어요.”

퉁명스레 대꾸하는 페르세포네를 힐끔거리며 하데스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내가 죽든 말든 어차피 당신에게는 중요한 일은 아니지. 듣자하니 새로운 명계를 당신이 통치하게 되었다는데....정말인가?”

“네, 맞아요. 그래서 뭐, 마음에 안 들기라도 해요? 평생을 통치해 온 그곳을 꽃병 속의 꽃과 같던 내가 통치한다는 게?”

마지막에 이르러선 살짝 신경질적으로 대답한 페르세포네를 향해 하데스는 살짝 고개를 내저으며 답했다.

“당신은 그 어느 때보다 찬란한 명계의 주인이 될 거라고 퇴물이 된 전 명계의 주인이 장담하지. 당신은....명계를 더 잘 돌볼 수 있을 거야.”

“....!!!”

처음으로 그가 보이는 따스함과 진심에 페르세포네가 살짝 놀란 얼굴로 하데스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하데스는 천천히 발걸음을 돌려 강혁에게로 향했다.

점점 멀어져 가는 하데스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페르세포네가 그를 향해 중얼거렸다.

“....모든 일이 끝나고도 살아 있다면 저 녀석이랑 같이 와. 미운 정이라도 있으니 차라도 한 잔 내어줄 테니까.”

티타임을 원하는 그녀의 말에 하데스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로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양하진 않지. 당신의 차는 같은 무게의 금보다도 소중하니까.”

대답을 마친 하데스는 이윽고 강혁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너무 늦었어.”

죽고 나서야 자신을 제대로 대하기 시작하는 하데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페르세포네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

“왔네. 대화는 잘한 건가?”

“그래, 덕분에 처음으로 그녀와 진솔하게 대화를 나눈 것 같군.”

“그렇다면 다행이고. 뭐, 죽인 입장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

페르세포네와의 대화를 마치고 돌아온 하데스를 향해 강혁이 말했다.

대화는 잘 나누었냐는 말.

그에 하데스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마무리는 지었다. 모든 일이 끝나면 차라도 한 잔 대접해주겠다고 했으니 살아 있던 순간보다 죽어 있는 순간이 더 보람찬 셈이지.”

“....차 한 잔으로 그 정도라니 너도 참 너다.”

페르세포네가 분명 아름다운 건 사실이나 죽고 나서도 그녀를 사랑하는 하데스의 모습은 퍽 신기한 일이었다.

그의 죽음에 페르세포네의 지분이 꽤 컸음에도 그는 단 한 번도 그녀를 원망하지 않았다는 점 또한 강혁을 놀래키는 데에 충분한 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하데스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나의 잘못으로 인한 일이니 그녀를 탓할 일도 아니지. 그럼 바로 돌아갈 거냐?”

“그래야지. 너도 잡았고, 언데드로 성공적으로 만들었으니 마지막 남은 칠죄만 흡수한 다음에 바로 신과 악마들을 친다.”

“....행동력 하나는 장난 아니군. 원래 필멸자들은 다 저런 건가.”

하데스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로 빠른 행동력.

물론 강혁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어차피 놈들을 죽이기로 한 이상 일은 빨리 끝내면 끝낼수록 좋은 거지. 신과 악마들을 한 곳에 모아서 한 번에 끝낸다.”

“그래, 어차피 난 너에게 묶인 몸. 네가 알아서 해라. 난 그에 따르면 그만이니까.”

언데드는 주인에게 굴복한다.

주인이 모자라다면 모를까 완벽한 상하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강혁에게 있어서 반역 따윈 있을 수 없었다.

애초에 반역을 당할 정도였다면 강혁은 하데스를 되살릴 생각도 안 했을 것이고, 나아가 그를 이기지도 못 했을 터였다.

결과적으로 강혁은 하데스보다 강했기에 하데스는 그의 말에 토를 달기 보다는 그를 인정하고 그의 뜻대로 따르는 걸 택했다.

“그럼 돌아갈까.”

자신을 인정하는 하데스를 뒤로한 채로 강혁은 천천히 지구로 되돌아가기 위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지.”

그런 강혁의 뒤를 따라 하데스 또한 발걸음을 옮겼다.

명계에서의 일들이 모조리 마무리를 짓는 순간이었다.

*

“이강혁 이 자식은 대체 어디서 뭘하는 건지....”

콰르르릉!

루카스 폴른의 짜증이 담긴 목소리와 함께 떨어진 벼락이 서울에 나타난 괴생명체의 머리통을 꿰뚫었다.

-크워어어!

어지간한 S급 몬스터도 박살낼 파괴력을 지닌 벼락을 정통으로 맞았음에도 괴생명체는 살아 있었다.

“....끈질기긴.”

콰릉! 콰릉! 콰르르릉!

결국 짜증이 담긴 목소리로 벼락을 몇 번 더 떨어뜨리고 나서야 박살이 나 재가 된 괴생명체를 바라보며 루카스 폴른이 질린 얼굴을 지었다.

“망할 놈. 그놈만 있었어도 이렇게 힘들진 않았을 텐데.”

서울에 위치한 올 마스터의 길드 본부를 필두로 한국 전체에 나타난 괴생명체를 처치하는 데에 온 신경을 쏟고 있는 그였다.

다른 길드원들 또한 다른 나라에 나타난 괴생명체의 처치를 위해서 자리를 비운 만큼 한국은 오로지 그가 감당해야만 했다.

당연하게도 몸이 열 개에도 부족할 지경이었고, 그렇기에 생겨난 짜증을 이 자리에 없는 강혁에게 푸는 루카스 폴른이었다.

하지만 그의 짜증을 받아줄 강혁이 없다는 점에서 그의 짜증을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놈이 놓고 간 이들이 꽤 쓸모가 있어서 망정이지. 자칫 했다간 과로로 죽을 뻔 했군. 마나지체를 가지고 마나 탈진 현상을 겪게될 줄이야. 세상 참 오래 살고 볼 일이군.”

아크 리치와 뱀파이어 로드.

강혁이 붙잡아 교육시킨 반신급 존재들.

그들의 도움과 더불어 아직 어리지만 드래곤답게 강력한 위용을 보이는 용용이까지.

그들이 서울과 다른 나라들을 넘나들며 도움을 주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힘들었을 터였다.

뿐만 아니라 루카스 폴른이 지닌 마나지체의 효능에도 불구하고 그는 마나 탈진 현상을 겪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무한에 가까운, 드래곤과 비슷한 수준의 마나를 상시 유지시켜 주는 신체의 효능을 지닌 그가 마나 탈진이라니.

지나가던 개가 웃어도 이상하지 않을 터.

하지만 그는 정말로 마나 탈진을 겪고 있었다.

“연속 텔레포트에 필살기급 마법을 난사하니 마나 탈진이 안 오는 게 더 이상한 일인가.”

마나를 극도로 소모하는 텔레포트.

거기에 더불어 하나하나가 필살기에 가까운 대마법들까지 사용하는 만큼 그의 마나 탈진은 예견된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시 쉬자 빠르게 마나 탈진을 회복하고 마나가 차오르는 걸 느끼며 루카스 폴른이 짜증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시 일이나 할까.”

강혁이 사라진 지도 며칠이 흘렀다.

그동안 지상에는 큰 변화가 찾아왔다.

시도 때도 없이 지상을 침범하는 괴생명체들.

당연한 말이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간들을 보살피던 신과 악마들의 도움 따위는 없었다.

그들의 방치와 도움의 손길이 전무해짐에 따라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졌고, 결국 올 마스터 소속 최강의 10인 전원이 나서야만 했다.

무신, 현자, 검성 등.

하나같이 이름 높은 그들이 직접 나서고 나서야 피해가 겨우 줄어들 지경이었으니 말 다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괴생명체들의 침공은 점점 더 강해지고 빨라졌다.

지이이잉-

“....이런 망할.”

바로 지금처럼.

서울 상공에 나타난 커다란 게이트.

일렁이는 게이트에서 느껴지는 극도로 혐오스러운 기운이자 익숙한 기운에 루카스 폴른이 이를 갈았다.

저 게이트가 열릴 때마다 수 많은 괴생명체들이 지상에 모습을 드러내었으니 당연한 일.

실제로 그의 생각은 현실이 되었다.

콰가가각-

게이트를 찢어발기며 모습을 드러낸 괴생명체들이 서울 곳곳으로 몸을 날리는 모습을 보며 루카스 폴른 대단위 광역 마법을 준비할 때였다.

“저것들은 또 뭐야?”

“외우주의 괴물들이다. 처리해야 하나?”

“당연히 해야지. 거들 테니까 처리해.”

“알았다.”

익숙한 목소리와 익숙치 못한 목소리가 공존하는 순간.

콰아아아앙!

서울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나타난 괴생명체들이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었다.

“여어, 루카스. 오랜만이네? 며칠만이지?”

“....이강혁 이 미친 놈 같으니.”

안 본 사이에 훨씬 더 괴물이 되어버린 강혁의 부름에 루카스 폴른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면서도 환하게 미소를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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