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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올 마스터-153화 (154/178)

나 혼자 올 마스터#153

콰과과광!

폭음과 함께 집무실의 천장이 터져나갔다.

“....2페이즈 시작부터 환영이 거세네.”

-....조심해라. 사방에서 하데스의 기척이 느껴진다.

“나도 알아. 뭐, 안다고 바뀌는 건 없겠지만.”

집무실을 터뜨린 게 누구인지 말하지 않아도 잘 알 수 있었기에 강혁은 까득 이를 악물었다.

하데스.

신체가 흩어져 명계에 동화된 그 존재가 지금 자신을 위협하고 있음을 깨달은 것.

이윽고 생각을 마친 강혁이 자세를 잡는 순간.

콰드드득-

허공에서부터 쏟아진 무형의 기운들이 강혁을 공격했다.

짓눌러 부숴버리겠다는 감정이 느껴지는 듯한 기운들의 기세에 강혁은 천천히 그것들을 하나하나 깨부숴나갔다.

하나, 둘, 넷, 여덟.

달려드는 기운의 응집체들을 깨부수면서 강혁은 허공을 바라보았다.

뻥 뚫린 천장 너머로 보이는 명계의 하늘.

그곳에서 느껴지는 하데스의 기운들.

하지만 공격은 할 수 없었다.

‘제대로 보이질 않네. 명계 그 자체라는 점 때문인가.’

명계와 하나가 된 하데스는 건물이기도, 하늘이기도, 땅이기도 했으니까.

어딜 공격하든 하데스에게 유의미한 피해를 줄 수는 없었다.

‘공격한 곳을 무로 돌리고, 다른 곳으로 옮겨가면 그만이니까. 핵을 찾아야 한다.’

명계의 핵.

그곳이 바로 하데스의 약점이자 그를 상대로 승리를 거머쥘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물론 지구보다 훨씬 큰 명계를 샅샅이 뒤져도 찾기 힘든 명계의 핵을 찾아내기란 거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강혁은 포기하지 않았다.

팡! 파앙! 팡!

터져나가는 기운들을 쳐내고 흘려대며 틈을 노렸다.

꼭 핵을 공격하지 않더라도 하데스가 몸을 옮기기 전에 공격한다면 그래도 유의미한 피해는 줄 수 있었으니.

“....빈틈.”

콰아아앙!

실제로 하데스는 명계와 동화된 이후 실재할 때와는 달리 여러 번 틈을 드러냈다.

이유는 간단했다.

‘교만인가. 역시 바뀌지 않는 군. 자신이 우위에 서 있다고 생각하기 무섭게 교만에 빠지다니. 오랜 시간을 살아온 게 여기서 독이 된 셈인가.’

또 다시 시작된 교만과 오만.

그것은 하데스에게서 방심이란 이름의 틈을 가져다 주었고, 강혁은 그런 틈을 노리는 데에 일가견이 있었다.

약자로 오랜 시간을 살아온 만큼 실낱 같은 틈을 놓치지 않아야만 살아남고 승리할 수 있었기에.

강혁은 자신의 특기를 잘 살릴 줄 알았다.

그렇게 모든 기운을 피하고, 그대로 반격하고를 반복하길 수 시간.

“....이야, 이거 답 없네.”

강혁은 처음으로 막막함을 느꼈다.

-쓸데없는 짓을 하는 구나. 언젠가 너는 지치고, 기운이 떨어지겠지. 세상은 언제나 무한하게 존재하며 너를 짓누를 것이다.

하데스의 비꼬는 듯한 말이 짜증나긴 했으나 그게 사실임을 강혁은 모르지 않았다.

‘이대로 가면 말라 죽는다. 무언가, 무언가 방도가 필요해.’

머리가 팽팽 돌아가기 시작했다.

머리를 쓰는 일은 강혁의 일이 아니었다.

언제나 루카스 폴른과 같은 뛰어난 인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엔 루카스 폴른은 없었다.

계획을 짜는 것도 실행하는 것도 모두 강혁의 몫인 셈.

‘머리 아프네.’

말 그대로 골이 아픈 상황을 직면하게 된 강혁은 인상을 찌푸렸다.

분명 무언가를 하긴 해야 하나 무얼 해야 할 지를 감을 잡을 수 없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강혁은 손과 발을 부지런히 놀렸다.

생각은 하되 몸은 멈춰선 안 되었으니까.

그렇게 강혁은 무아의 상태 속으로 빠져들었다.

*

-....짜증나는군.

어느 순간부터 말조차 하지 않은 채로 자신의 공격을 흘리고 쳐내는 강혁을 보며 하데스는 짜증을 느꼈다.

분명 하나하나가 영웅이라고 불리우는 이들을 격살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힘들이었다.

아니, 애초에 하데스 본인 또한 명계가 하나가 된 적은 영웅 따위가 아니라 신과 악마들과의 싸움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그런데 왜 저 녀석은 쓰러지질 않는 거지. 분명 신과 악마들조차 겁을 집어 먹고 도망쳤어야 할 수준의 공격을 흩뿌렸건만 어째서!

그런데도 강혁은 멀쩡하게 그런 자신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다는 게 하데스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그것도 조금이 아닌 잔뜩.

콰가가가각-

온 명계의 힘이 하데스에게로 모인다.

세상을 박살내버린 압도적인 힘.

그게 오로지 한 사람 만을 위해서 준비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강혁의 수준을 능히 짐작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스걱-

영혼이 사라진 듯한 텅 빈 두 눈을 한 강혁은 그대로 그것을 갈라버렸다.

신검.

나아가 신검을 다루기에 충분한 압도적인 재능이 그것을 가능케 했다.

-성장....했다....? 말도 안 되는 목숨이 오가는 생사의 기로 속에서 무한한 성장을 한다는 게 정녕 말이나 된단 말인가!

생사의 기로에 선 존재가 급격한 성장을 이룬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종종 나오는 장면.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 그런 경우는 존재하지 않았다.

생사의 기로란 말은 곧 자신이 상대보다 약하거나 무언가 부족하거나 방심을 했기에 오는 것.

당연히 거기까지 같으면 그냥 죽는 게 맞다.

지금의 강혁처럼 절벽 위에서 줄을 타는 것처럼 한 끗 차이로 공격들을 흘려내고 부수는 것이 아니라.

-더 힘을 몰아붙인다고 한들 바뀌는 건 없겠지.

더 큰 힘은 곧 더 큰 성장으로 이어질 게 분명했기에 하데스는 파상공세를 멈추지 않으며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해야 강혁을 멈출 수 있을 지, 폭주기관차처럼 성장을 멈추지 않는 강혁을 멈출 방법을 고민할 때.

이변이 일어났다.

카가가강!

날카로운 쇳소리가 동시에 울려퍼졌다.

물론 여태까지 강혁이 하데스의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내고 쳐냈기에 이상한 소리는 아니었다.

다만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동시에 쳐냈다고? 서로 다른 타이밍과 힘이 다른 공격을 동시에?

‘동시에’.

쳐낸 공격의 소리가 동시에 들렸다는 점.

그것이 중요한 점이었다.

공격이라고 해서 다 같은 공격이 아니다.

허초가 있고, 본초가 있는 법.

힘의 크기가 다르고, 날아드는 타이밍이 다르다.

그런데 그런 공격들을 동시에 쳐낸다?

-....또 성장했단 말인가. 내가, 이 하데스가 한낱 필멸자의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되다니!

본래의 강혁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저 날아오는 공격을 쳐내고 부수기 바빴던 그가 한 번에 여러 개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리가 없었으니까.

즉, 강혁은 또 다시 성장했다는 말이었다.

힘겹게 공격을 막아내던 이가 힘겹게 공격을 쳐내기 시작한다.

힘겹게 공격을 쳐내던 이가 여유롭게 공격을 쳐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제는 여러 개의 공격을 여유롭게 쳐내고 박살내는 강혁의 모습을 눈에 담으며 하데스는 극도의 분노를 느꼈다.

-박살내주마.

분노에 몸을 맡긴 하데스는 이윽고 자신이 가용할 수 있는 최대의 힘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그래서일까?

하데스는 자신을 바라보는 강혁의 시선을 보지 못했다.

영혼이 빠져나간 듯 공허하던 두 눈에 가득찬 총기 또한 마찬가지.

그렇게 또 다른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 하데스는 하염없이 기운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

‘또 성장했나.’

신체는 평소와 다를 바가 없지만 자신이 분명 변했음을 강혁은 직감했다.

감각, 근육의 움직임, 기운 등.

티가 나진 않았지만 무언가가 확실히 변했다.

무아에 빠져 모든 것을 관조할 수는 없었던 강혁이기에 곧바로 바뀐 점을 알아낼 수는 없었지만 그의 특성이자 재능인 ‘올 마스터’는 곧 그에게 안정을 가져다 줄 터였다.

그렇게 손쉽게 공격들을 쳐내며 강혁은 하데스를 쓰러뜨릴 방법을 찾아냈다.

위험을 무릅쓰고 무아지경에 빠진 대가였다.

그리고 그 대가는 훌륭하게 하데스의 목을 꿰뚫을 터.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강혁이 두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전투 예지.”

키이이잉-

두 눈에 힘을 주는 것보다 더한 힘이 두 눈에 모여 들었다.

두 눈을 타고 시신경을 태워버리는 듯한 고통은 덤이었다.

뿐만 아니라 눈에서 시작된 고통은 곧바로 뇌로,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그으윽....”

전보다 더욱 강해진 고통에 강혁은 게거품을 물며 이를 악물었다.

여기서 정신을 놓아버리면 말짱 꽝이었으니 당연한 일.

이를 악물고 정신을 붙잡은 순간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느리게 흘러가는 세상.

날아오는 기운들이 서서히 자신의 눈에 보이는 것을 느끼며 강혁은 미소를 머금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은 아니었다.

고작 공격들을 보고 쳐내는 건 전투 예지 이전에도 사용이 가능했었으니까.

‘지금부터가 진짜지.’

강혁이 생각한 하데스를 이길 수 있는 방법.

“특성 강화.”

키이이잉!!!

그의 말과 동시에 그의 두 눈이 더더욱 타들어가는 고통을 뿜어냈지만 강혁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전투 예지.”

다시금 전투 예지를 입에 담는 순간 강혁은 다시 한번 다른 세상을 맛보았다.

“오랜만이네. 여기도.”

거대한 도서관.

아카식 레코드.

세상 모든 지식들이 존재하는 보고에 강혁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곳에서 강혁은 단 한 가지의 정보에만 집중했다.

여러 개를 건드린다면 그에 대한 리바운드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가장 필요한 것 하나.

물론 그거 하나로도 충분했음은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명계의 핵의 위치.”

계속해서 몸을 바꾸는 하데스의 본체이자 명계를 유지하는 핵.

그곳이 있는 위치였다.

신계라고 할 수 있는 명계와 관련된 정보인 만큼 본래의 강혁이라면 얻을 수 없는 정보였으나 지금은 아니었다.

강혁 본인도 신위에 오른 강자였으며 전투 예지를 특성 강화를 통해 강화함으로서 자격 또한 충족한 마당.

당연히 명계의 핵에 대한 정보를 얻기엔 모자람이 없었다.

쿠구구구-

명계의 핵에 대한 정보를 빼냄과 동시에 도서관이 무너져 내리고, 정신을 차린 강혁은 피 눈물을 닦아내며 자리를 박찼다.

“끝내자, 하데스. 그리 긴 악연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젠 끝낼 때지.”

하데스.

그가 있는 곳을 향해서.

-건방진, 네놈 따위가 나를 어찌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거냐!

분노를 토해내는 하데스의 목소리가 명계에 울려퍼졌다.

듣기만 해도 머리가 울리는 목소리를 태연하게 들으면서 강혁은 어느 한 곳을 향해 검을 찔러갔다.

“당연한 소리를 하네.”

-....네 녀석 설마?

“늦었어, 핵은 움직이지 못하고 내 힘은 네 방어를 깰 만큼 충분하지.”

-....멈춰라!

어느 한 곳.

명계의 하늘이자 해이자 달인 그것.

그것의 중심부를 강혁의 검이 꿰뚫었다.

쿠구구구-

그와 동시에 핵을 잃은 명계가 붕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건 곧.

-....내가, 이 내가 고작 필멸자 따위에게!!!

명계 그 자체가 된 하데스의 죽음을 의미했다.

무너지는 명계 속에서 울려퍼지는 하데스의 비명 소리를 들으며 강혁은 싱긋 웃음을 머금었다.

척-

한 손을 허리 위에 올리고 다른 한 손을 쭉 뻗은 강혁이 웃는 얼굴을 유지한 채로 입을 열었다.

“먹어치워라, 식욕.”

콰득- 콰득- 콰드드득!

그와 동시에 쩍 벌어진 커다란 입이 무너져내리는 명계를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명계의 주민이자 영혼들은 제외한 채로 명계 그 자체를 먹어치우는 식욕.

자신의 몸이나 다를 바 없는 명계가 먹어치워지며 강렬한 고통을 느낀 하데스의 목소리가 명계에 메아리쳤다.

단말마.

한 세상을 다스리던 주신이 내뱉는 단말마치고는 꽤 처량하고 볼품없는 단말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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