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올 마스터#152

“날파리 같은 놈. 저번에는 놓쳤지만 이번에는 다를 거다.”

달려드는 하데스의 살기가 번들거리는 말에 강혁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나도 이번에는 다를 거야. 이번엔 제대로 준비를 마치고 온 거거든.”

말을 하면서도 즐거움을 감추지 못한 강혁이 싱글벙글 웃으며 손을 휘저었다.

푸화아악-

손길을 따라 뿜어져 나온 마기와 신성력들이 어우러지며 폭발을 일으켰다.

쾅! 콰앙! 콰과광!

연쇄적인 폭발.

마기와 신성력이 어우러지면서 만들어진 폭발력은 하데스의 집무실이자 궁전을 흔들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후두둑- 쿵!

무너지는 궁전과 함께 떨어지는 파편들이 하데스와 강혁에게로 쇄도했지만 둘은 파편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고작 이 정도로 폭발로 날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마라, 날파리!!”

“그런 생각 따위 한 적도 없어. 겁 먹었나? 짖어대는 게 마치 겁 먹은 개와 같구나, 하데스!”

“....이노오옴!”

강혁의 격장지계에 넘어간 하데스의 분노가 포효로 변해 강혁을 후려쳤다.

쩌어엉!

공기막을 부수며 날아드는 무형의 기운에 강혁의 전신이 부르르 떨렸다.

하데스를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하긴 했으나 실제로 그를 무시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는 강혁이다.

애초에 주신급 존재.

심지어는 그가 다스리는 세계에서 전투를 하는 와중에 그를 무시할 정도로 강혁은 멍청하지 않았다.

무시는 곧 방심으로 이어지고, 방심은 곧 빈틈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무형의 충격파에 떨리는 몸을 진정시킴과 동시에 검을 빼들었다.

스릉-

강혁의 팔을 토대로 만든 신검이 검광을 빛내며 뽑혔다.

그리고 이내 검이 휘둘러졌다.

스걱-

주변을 베는 걸 넘어서 하데스와 강혁 사이의 공간을 베는 어마어마한 기예를 선보임과 동시에 강혁은 자리를 박찼다.

‘공간을 가르는 검격이라고 해봐야 신. 그것도 주신인 하데스에게 제대로 된 피해를 줄 수는 없다. 그저 불의의 일격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니까. 남은 건 그 불의의 일격을 이용한 찰나의 틈을 파고드는 것 뿐.’

자신이 내지른 검격은 분명 위력적임을 잘 알았다.

그럼에도 하데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주기엔 무리라는 것도 잘 알았다.

그렇기에 강혁은 방심하고 손을 놓기보다는 찰나의 틈을 노리는 걸 택했다.

자리를 박차고, 공간을 뛰어넘은 검격이 하데스에게 닿기 전 그의 앞에 도달한 강혁의 주먹이 뻗어졌다.

파앙!

고작해야 주먹을 내지르는 간결한 동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강혁의 주먹은 소닉붐을 터뜨리며 나아갔다.

순간적으로 음속을 돌파한 강혁의 주먹이 하데스의 신체 이곳저곳을 마구잡이로 두들겼다.

퍼버버벅!

주먹이 닿은 부분마다 움푹움푹 파이는 하데스의 신체.

하지만 직접적인 충격은 없는 듯 하데스가 자신의 손을 펼쳤다.

푸화아악-

벌린 손 사이로 흘러나온 죽음의 기운.

그것은 강혁이 지닌 사기보다도 한 단계 위의 기운이었다.

“죽어라.”

강혁의 주먹에 공격 당하는 와중에도 틈을 놓치지 않고 죽음의 기운을 흩뿌리는 하데스.

치이익-

그의 손에 뿜어져 나온 죽음의 기운이 집무실 곳곳을 녹여대며 강혁을 향해 다가왔다.

근접한 공격에서 주먹을 뿌려대던 강혁인 만큼 죽음의 기운에 가장 가까이서 마주하게 되었다.

치이익-

“....안 좋은데.”

빠르게 다가온 기운을 피해내지 못한 강혁은 자신의 팔에 닿은 죽음의 기운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죽음의 기운이 게걸스레 자신의 팔을 갉아먹는 모습이 썩 보기 좋진 않았기 떄문이다.

더불어 흉포함이 사그라들 기미조차 없었으니 더더욱 그러하리라.

“고작해야 필멸자 따위가 버텨낼 기운이 아니다. 곧 너의 전신을 갉아먹고 곧 너는 망자로 다시 태어나리라!”

하데스의 포효.

즐거움이 깃든 그의 목소리의 말마따나 강혁의 몸을 타고 오르는 죽음의 기운의 속도는 무척이나 빨랐다.

아차하는 사이에 벌써 팔 전체의 3분의 2 가량을 먹어치웠으니까.

그가 당당하게 소리치는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만약 이대로 죽음의 기운을 방치한 채로 싸운다면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전신이 죽음의 기운에 잠식될 테니까.

하지만 이어진 강혁의 모습을 본 하데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스걱-

“....미친 놈. 망설임도 없이 자기 팔을 잘라?”

죽음의 기운이 달라 붙어 있는 자신의 팔을 단칼에 잘라버린 강혁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하데스 본인도 놀람을 금치 못할 정도였으니 오죽했겠는가?

물론 정작 팔을 자른 장본인인 강혁은 담담했다.

“팔 자르는 사람 처음 보는 것도 아니고 왜 그래? 아마추어처럼?”

“....미친놈이구나. 필멸자 주제에 주신에게 덤빌 때부터 알아봤거늘. 오히려 잘 되었구나. 잘근잘근 짓밟아서 죽여주마.”

덤덤하게 말을 하는 강혁을 어처구니 없다는 얼굴로 바라보던 하데스가 자세를 잡았다.

한 쪽 팔이라는 건 꽤 중요하다.

무게 중심 같은 건 물론이고 공격할 수단 하나가 사라진다는 걸 의미한다.

검 또한 양손으로 잡는 편이 더욱 강한 힘을 낼 수 있었고, 팔 하나가 없음으로서 전투에서 손해를 보는 건 너무나도 많았다.

그걸 잘 아는 하데스이기에 오히려 지금 상황에 만족했다.

‘죽음에 사로 잡혀 죽어가는 걸로는 모자라다. 더 고통스럽게 해주마. 감히 페르세포네를 내게서 뺏어가려고 해?’

죽음의 기운에 사로 잡혀 천천히 죽어가는 건 결코 하데스가 바라던 것이 아니었기에.

그는 강혁을 처절하게 짓밟길 바랬다.

자신의 한 줄기 빛과 다를 바 없는 자신의 아내 페르세포네를 건드린 것이 그를 자극한 것.

하데스에게 있어서 페르세포네는 용의 역린과도 같았다.

그런 페르세포네를 건드리고도 무사했던 강혁이 이상한 일.

실제로 하데스는 강혁을 놓치고 분을 이기지 못하고 명계를 반쯤 박살낼 뻔하기도 했었다.

당연히 강혁에 대한 분노는 극에 달했었고, 강혁이 팔을 한 쪽을 잃는 순간 하데스는 극심한 행복을 느꼈다.

그리고 그것이 하데스의 판단력을 흐트려뜨렸다.

콰가가각-

집무실의 바닥을 갈아버리며 돌진하는 하데스.

그의 속도는 순속보다도 빨랐고, 소리보다도 빨랐다.

순식간에 강혁의 앞에 도달한 그가 거대한 주먹을 휘두르는 순간.

“등신.”

푸화아악-

자신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주제에 자신의 앞까지 쳐들어온 하데스를 향해 엿을 날려주듯이 강혁은 잘린 팔을 재생시켰다.

순식간에 재생된 팔이 검을 붙들고, 양손에 쥐여진 검에서 최고의 힘이 뿜어져 나왔다.

“....이런.”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하데스가 얕게 신음을 내뱉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늦었어.”

싱긋 웃음을 머금은 강혁이 자신의 손에 들린 검을 강하게 휘둘렀다.

그리고 완벽한 타이밍에 휘둘러진 완벽한 검과 완벽한 힘이 가져온 결과는 퍽 당연한 결과였다.

스걱-

무언가가 베이는 소리와 함께 하데스의 가슴팍이 길게 베여졌다.

뿐만 아니라 가슴팍과 함께 사선으로 베어지며 하데스의 팔이 잘려나갔다.

순식간에 한 쪽 팔을 잃고, 가슴팍에 기다란 검흔마저 입게 된 하데스의 분노가 폭증했다.

“감히 필멸자 따위가!!!”

쿠아아아-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진동하는 집무실.

그 안에서 강혁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자세를 잡았다.

“이제부터가 진짠가.”

방심과 오만을 버린 하데스.

지금부터가 가장 위험한 부분이자 본격적인 싸움의 시작임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런 강혁에 분노가 조언을 건넸다.

-그래, 방심하지마라. 신에게 있어서 육신이란 껍데기에 불과하지. 특히나 하데스 정도 되는 이에게는 더더욱 그럴 거다. 물론 너처럼 괴랄한 회복력을 보여주진 못할 테지만 방심하진 마.

신에게 육신이란 신격을 담는 껍데기이자 그릇에 불과하다는 걸 알리며 분노는 강혁을 걱정했다.

나아가 방심하지 말라며 그가 오만에 빠지지 않도록 염려까지 했다.

“알았으니까 지켜보기나 해. 내가 어떻게 놈을 요리하는지 말이야.”

과보호에 가까운 분노의 말에 강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자신감 만큼은 감추지 못했다.

‘방금 부딪친 걸로 알았어. 난 놈을 이길 수 있다.’

칠죄와 칠선을 딱히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놈을 완벽하게 짓눌렀다는 사실에 강혁은 고무된 상태였다.

물론 하데스 또한 온전한 상태가 아닌 건 맞았다.

그는 오만에 빠져 있었고, 그 대가로 그는 가슴팍에 큰 검흔을 입고, 팔이 잘리는 수모를 겪었으니까.

물론 그 대가로 하데스는 오만을 버렸고, 제대로 된 전력을 낼 준비를 했지만 그가 입은 피해를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교환인 셈.

교환을 마치고, 셈을 마친 강혁은 더 이상 지체할 필요 따윈 없다는 듯이 자리를 박찼다.

‘상처 입은 맹수를 사냥할 시간인가.’

가슴팍에 생긴 상처에서 울컥울컥 피가 솟아오르고 있는 하데스를 향해서 말이다.

*

쾅쾅쾅!

아름답고 고풍스러웠던 집무실의 모습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파괴되고 박살난 무언가만이 자리 잡고 있을 뿐.

파괴의 현장 속에서 범인 두 사람은 치열하게 공방을 나누고 있었다.

카각- 칵!

검과 주먹 등이 맞부딪치며 불똥을 틔어올리고, 시끄러운 소리를 만들어낸다.

한 번 공방을 주고 받을 때마다 주위가 박살이 나며 엉망이 되었지만 두 사람은 어찌 되든 상관 따윈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우위를 점하는 건 아무래도 강혁이었다.

“식욕.”

콰직-

“나태.”

추욱-

“탐욕.”

으적!

여러가지 칠죄들을 사용하며 공격적으로 압박함과 동시에.

“근면.”

꽈드드득-

칠선을 통해 신체를 강화하고.

“겸손.”

우드드득-

칠선을 통해 하데스를 봉쇄한다.

그 과정을 여러 번 거치다 보니 강혁 또한 가진 바 기운을 바닥까지 끌어내었지만 하데스는 더욱 큰 피해를 입었다.

전신이 넝마가 된 하데스를 바라보며 강혁이 이죽거렸다.

“슬슬 끝이 보이는 것 같은데 착각인가?”

“....그럴리가. 지금부터 진짜다!”

하지만 명계라는 한 세상의 주인이 고작 그 정도로 패배를 시인하진 않을 터.

실제로 하데스는 당당했다.

자신이 한 말대로 지금부터 정말 제대로 된 승부라는 듯이 말하는 하데스를 향해 강혁이 코웃음쳤다.

“걸레짝이 된 몸으로 뭘 할 수 있다는 거지? 듣기만 해도 웃긴데?”

“....넌 지금부터 왜 주신이, 세상을 다스리는 주신이 위험한 지를 톡톡히 느끼게 될 거다.”

강혁의 코웃음에 하데스는 덤덤히 말을 마쳤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변화가 시작되었다.

츠츠츠츠-

서서히 흩어지는 하데스의 신체.

다만 그것이 죽음을 의미하진 않았다.

-나를, 명계를 감당해봐라. 필멸자여.

명계.

죽은 자들의 세상에 녹아드는 과정의 일부였다.

완전히 녹아든 하데스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순간.

“....크헉!”

강혁은 세상이 자신을 짓누르는 듯한 느낌을 받아야만 했다.

“....2페이즈 시작인가.”

2페이즈.

그것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