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올 마스터#149
파가각-
달려들던 사도들이 강혁의 일수에 수수단처럼 넘어갔다.
순식간에 신체 여기저기가 박살이 나는 사도들의 모습을 눈에 담으며 강혁이 자리를 박찼다.
우득-
가까이에 있던 사도 중 하나의 발목을 부숴버린 그는 고통에 신음하는 사도를 발로 걷어찼다.
퍽!
“....끄아아악!”
“....악독한 놈. 어찌 같은 사람을 저리!”
“악독은 무슨. 너희들이 하고 있는 짓이 더 악독하다 이것들아.”
박살이 난 다리와 턱 등을 붙잡고 바닥을 구르는 사도들을 바라보며 강혁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의 기준에선 사도들이 하고 있는 짓들이 더욱 악독해 보였기 때문이다.
아니, 실제로도 그들이 하는 짓은 악독하기 그지 없었다.
‘신과 악마가 뭔 짓을 하는 놈들인지 뻔히 알게 된 마당에도 사도 노릇을 그만두기는커녕 더 활개를 친단 말이지. 그때 조져 놨어야 하는 건데.’
처음 그리스에 방문했던 시절.
그때도 그리 먼 과거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때 당시에 이들을 짓밟지 못한 것을 후회하면서 강혁은 이를 갈았다.
하지만 그런 이갈이도 잠시.
강혁은 산뜻한 미소를 머금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겠지. 쓰레기들을 정리하는 데에는 말이야.”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쓰레기들.
정확하게는 사도라고 불리는 것들을 지금 정리하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강혁의 산뜻한 미소의 의미를 눈치챈 사도들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갔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그럼 청소를 시작해볼까.”
“....으아악!”
“도....도망쳐! 도망쳐서 신께 구원을....!”
청소가 시작된 순간.
이 자리에 모인 모두가, 정확하게는 강혁을 제외한 모두가 꽁무니가 빠져라 도망을 가가 시작했다.
강혁이라는 이름의 절대적인 존재를 막아설 수 없음을 깨달았기에.
또한 그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다름 아니라 자신들의 청소임을 여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우리가 전부 죽을 때까지 그는 멈추지 않을 게 분명해.’
‘....이런 빌어먹을! 대체 왜 우리에게 이런 시련을!’
물론 그들이 반성을 하는 건 아니었다.
그저 강혁의 멈추지 않는 청소가 멈추기를, 나아가 신들이 지금 자신들에게 드리워진 시련을 지워주기를 바랄 뿐.
당연한 말이지만.
빠직!
“....크으아아악!”
“제발....제발 자비를!”
“자비? 그런 건 늬들이 믿는 신한테나 찾으라고!”
강혁은 자신이 내린 결정을 번복할 생각이 없었고, 그건 곧 사도들의 비참한 최후를 의미했다.
*
콰직-
“후우, 끝인가.”
-분풀이는 끝났나 보군.
마지막 남은 사도의 머리통을 발로 짓밟는 순간 분노의 목소리가 강혁의 머리를 울렸다.
툴툴대는 분노의 목소리에 강혁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분풀이. 그리고 끝난 것도 맞고. 그럼 이제 슬슬 가볼까?”
부정하지 않았다.
사도.
그들에게서 신의 모습을 보고 그들에 대한 반감을 표출한 것은 부정할 이유 없는 사실이었으니까.
그리고 청소가 끝난 지금.
강혁의 분풀이 또한 끝이 났다.
-명계라....위험하긴 하겠지만 그래도 이제는 걱정이 되진 않는구나.
“나도 그래. 하데스. 그때는 꽁지 빠지게 도망갔지만 이번에는 다르겠지.”
-장담한다, 위험은 있을지언정 너는 분명 그와 대적할 수는 있는 존재임은 틀림 없어. 그가 아니라 그 어떤 신일지라도 말이야.
“확실히 그건 그렇네. 뭐, 여럿을 상대하는 건 아직 무리지만.”
-언젠간 가능해질 일에 불과하다.”
“그것도 맞는 말이지.”
하데스.
다른 이들에게는 두려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그이지만 지금의 강혁에게 있어선 꽤 강한 상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짧막하게 대화를 마친 둘은 이윽고 명계의 입구를 향해 내달렸다.
“이번엔 방해꾼이 없어서 좋네.”
당연한 말이지만 저번 명계의 방문과는 달리 방해할 이들이 없던 까닭에 조용하게 움직일 수 있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그렇게 두 사람은 단숨에 거리를 질주함과 동시에 명계의 입구에 다다랐다.
“고작 두 번째에 이런 말을 하는 건 싫지만 역시 이곳은 께름칙하네.”
-칙칙하고, 어둡고, 스산하지. 하지만 그렇기에 하데스와 같고, 명계라고 할 수 있겠지.
“뭐, 그건 그래.”
어둡고, 스산하고, 칙칙하고.
이 모든 것들이 하데스를 의미하며 나아가 명계를 의미한다.
그렇기에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분노의 말에 동의를 표한 강혁이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럼 가볼까. 하데스 때려 잡으러.”
-나쁘지 않군.
타다닥-
마지막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은 어두컴컴한 명계의 입구 안으로 사라졌다.
저번과 달리 그 누구도 두 사람의 뒤를 쫓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쫓을 사람이 없는 거겠지만 말이다.
*
타다다닥-
어두컴컴한 통로를 내달리면서 강혁은 왠지 모를 시선을 느꼈다.
“하데스인가.”
-확실히 기감도 발달 되었군. 놈이 맞는 것 같다.
“마음 같아선 바로 싸워보고 싶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지. 본체와 마주하기 전까지는 참는 게 맞겠어.”
-그래, 괜히 실체도 없는 눈 따위에 심력을 소모하는 건 멍청한 짓이니까.
명계의 입구도 명계는 명계.
당연히 명계의 주인인 하데스의 눈 안에 들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당연하게도 느껴지는 하데스의 시선에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강혁은 기운을 낭비하지 않았다.
‘털 끝 만큼의 작은 기분이 내게 어떤 도움이 될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
하데스와의 전투가 고작 털 끝 만한 기운으로 이기고, 지고가 결정되진 않겠지만 혹시 모를 일이다.
무엇보다 고작해야 눈이라고는 하나 명계의 신이자 주신급의 존재인 하데스의 눈.
당연히 그걸 부수는 데에도 꽤 큰 힘과 심력을 소모해야만 했다.
‘그럴 바에야 그냥 무시하는 게 상책이지.’
애시당초 명계에 들어올 때까지 하데스가 자신을 눈치채고 있으리라는 것쯤은 진즉에 예견했던 강혁이기에 그는 눈에 대한 심력 소모를 줄이고는 자리를 박찼다.
타다다닥-
-그워어어...
“저놈들도 오랜만이네.”
-처리할 건가?
그리고 자리를 박찬 강혁이 몸이 죽죽 늘어나는 와중 저 멀리서 오랜만에 보는 망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만에 보는 그들의 모습에 반색하던 강혁은 그대로 마기와 신성력을 토해냈다.
콰아아아-
“여기도 청소할 게 있으니 심심하진 않겠어. 그치?”
-....망자들을 청소할 거리 취급하는 놈은 너 밖에 없을 거다.
“뭐, 어때. 하데스 놈에게 짜증난 거라도 저놈들한테 풀어야겠어. 그래야 분이 조금이라도 풀리겠지.”
-마음대로 해라. 어차피 저 정도라면 가볍게 손을 휘젓는 걸로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을 테니까.
툴툴대면서도 강혁을 말리지 않는 분노 덕분일까.
강혁은 이내 뿜어낸 마기와 신성력을 전신에 휘감고는 자리를 박찼다.
파앙!
마기와 신성력이 명계의 서늘함을 밀어내고 망자들을 덮쳤다.
“오랜만이다, 이 자식들아!”
하데스의 시선에 느낀 더러운 기분을 털어내기 위한 강혁의 분풀이이기도 했다.
그렇게 강혁은 오랜만에 명계에 제 모습을 드러냈다.
아주 화끈하게 말이다.
*
콰과광!
저 멀리서 들려오는 폭음에 나룻터에 배를 세워둔 카론이 인상을 찌푸렸다.
“난폭한 손님이 돌아오셨군.”
반쯤 신격을 획득한 것과 다를 바 없는 카론이기에 지금 이 폭음을 만든 이가 누구인지를 곧바로 깨달았다.
하지만 그의 신격은 명계에서나 제대로 유지되는 것에 불과하다.
특히 전투적이지 않은 성격과 더불어 그는 육체를 쓰는 것에 대해선 부족함이 많았다.
그저 배를 젓기만 하는 사공인 그에게 전투적인 기술이나 육체는 별 연관이 없었으니까.
“오랜만이네.”
“오랜만이군.”
홀로 생각하는 것도 잠시.
어느새 자신의 앞에 도달한 난폭한 손님, 강혁이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오는 인사를 거부하는 그가 아니었기에 그는 가볍게 인사를 하고는 옆으로 비켜섰다.
“타게나. 이번에도 데려다 주지.”
자연스러운 그의 모습은 마치 강혁을 기다린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의 권유에도 강혁은 고개를 내저었다.
“이번엔 내 힘으로 가려고.”
혼자의 힘.
그 말은 곧 이 넓은 스틱스 강을 제 힘으로 넘어가겠다는 말이었다.
당연하게도 카론은 그런 강혁의 포부를 무모로 받아들였다.
“....스틱스 강은 넓지. 그리고 스틱스 강 위에서는 비행이 허용되지 않아. 괜히 헛짓하다가 강에 빠지지 말고 타게나.”
그 이유는 스틱스 강 자체에 있었다.
강에 도사리는 망자들도 위험하지만 스틱스 강은 위는 그 누구도 날아갈 수 없도록 제약이 걸려 있었다.
그런 제약이 없었다면 아무나 강을 건너갔을 테니 퍽 당연한 일이리라.
카론의 진심어린 조언에도 강혁은 그저 슬쩍 웃으며 고개를 내저을 뿐이었다.
“난 할 수 있어.”
“....빌어먹을 놈. 말 하나는 더럽게 안 듣는 군.”
고집 하나는 신계 제일이라며 툴툴대던 것도 잠시.
촤아- 촤아-
“알아서 따라오거라.”
“얼마든지.”
카론은 홀로 노를 붙잡고 나아가기 시작했다.
혹여 강혁이 떨어진다면 그를 태울 생각으로.
‘한 번 떨어지고 나면 정신을 차리겠지.’
스틱스 강은 결코 만만치 않다.
오히려 혹독하다고 할 수 있으리라.
그렇기에 강혁이 저번과 같이 강에 한 번 빠지고 나면 정신을 차릴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는 빠르게 노를 저었다.
한 번 저을 때마다 수 미터씩 나아가는 모습은 경이로울 지경이었다.
평범한 강에서도 비범한 모습이지만 지금 카론이 떠 있는 곳이 스틱스 강이라는 걸 생각하면 더더욱 놀라우리라.
“그럼 나도 출발해볼까.”
스트레칭을 하면서 몸을 풀던 강혁이 자리에서 일어난 순간.
주위의 공기가 뒤바꼈다.
츠츠츠....
차갑고 주위를 얼어 붙게 하던 공기가 강혁이라는 존재 하나로 인해서 서서히 바뀌어나갔다.
따스하고 포근하고 주위를 휘어잡는 힘으로.
그리고 모든 준비가 끝난 순간.
콰앙!
강혁이 자리를 박찼다.
그가 박찬 바닥이 운석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금이 쩍쩍갔다.
그만큼의 추진력을 얻은 강혁이 스틱스 강의 위를 날았다.
후우우웅-
날개도 뭣도 없지만 그저 자리를 박찬 힘과 마기와 신성력을 바탕으로 나는 말도 안 되는 일을 해냈지만 강혁의 얼굴은 좋지 않았다.
꽈아아악-
‘마치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잡아당기는 것 같군. 스틱스 강인가.’
무언가가 자신을 잡아당기는 듯한 기분.
그것이 자신을 옭아매고 있음을 느낀 까닭이었다.
당연하게도 그 기분의 정체는 스틱스 강이었다.
자신의 위를 날아다니는 이를 용납할 수 없다는 듯이 그는 거칠게 강혁을 잡아 당겼다.
물론.
콰지지직-
“이딴 억압으로 날 붙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스틱스 강의 억압.
신조차도 굴종하게 되는 억압조차도 강혁의 앞에선 그저 실타래와 같은 같은 억압에 불과했을 뿐이었다.
강혁은 손짓 한 번으로 자신을 짓누르는 억압을 모조리 박살내곤 훨훨 날아올랐다.
스틱스 강 위를 날아간 최초의 인간의 탄생이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신과 악마를 전부 통틀어서도 최초였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