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올 마스터-148화 (149/178)

나 혼자 올 마스터#148

기자회견이 열렸다.

온 세상이 기삿감이 곳에서 기자회견이라는 게 웃기긴 했으나 기자회견을 연 존재가 특별하기에 지구 곳곳에 퍼져 있던 기자란 기자들은 모조리 한국으로 몰려들었다.

갑작스레 방문하는 기자들 때문에 한국 정부가 고초를 겪었지만 애당초 사회 기반이 반쯤 붕괴 되어가는 세상에서 나라라는 이름의 장벽은 크게 두텁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기자회견을 연 상대가 상대인 만큼 한국 정부도 그들을 이해했기에 입국 절차는 빠르게 이루어졌다.

그렇게 모여든 수백 명이 넘는 기자들 앞에서 강혁이 모습을 드러냈다.

“반갑습니다, 올 마스터 이강혁입니다. 다들 오랜만이네요. 익숙한 얼굴도 몇 명 있는 것 같고.”

익숙한 얼굴, 익숙한 목소리.

강혁의 등장에 기자들의 얼굴에 환희가 떠올랐다.

-지구의 구원자!

-올 마스터!

현재 지구에서 가장 영향력 있으며 그와 함께 가장 강력한 헌터.

이강혁을 모르는 이들은 없었으니까.

기레기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강혁에 대한 한 줄기 나쁜 기사는 나간 적이 없을 정도로 최근 강혁의 기세는 대단했다.

그런 그들의 환호를 받으며 강혁은 미소를 머금었다.

“예전엔 이런 환호는 받을 줄도 몰랐는데 격세지감이라는 게 이런 건가 싶네요.”

몇 년 되지도 않은 과거.

자신이 아직 비헌터였을 때를 떠올리며 중얼거리는 강혁의 말에 사람들은 헛기침을 내뱉었다.

지금의 이강혁만큼이나 그때의 이강혁 또한 전 세계적으로 유명했었으니 당연한 일.

무능력자, 가장 오래 헌터 일을 했지만 그에 못 미치는 능력을 지닌 헌터 등.

강혁을 수식하는 다양한 말들이 가득했기에 기자들이 헛기침을 하며 강혁의 시선을 피할 때.

강혁이 드디어 기자들을 불러모은 진짜 이유를 내뱉었다.

“지구를 놀이판으로 쓴 신과 악마. 그들을 벌할 생각입니다.”

“....!!!”

“....미친.”

방금 전까지 헛웃음, 헛기침을 터뜨리던 기자들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드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순식간에 카메라 플래쉬를 터뜨리며 질문 세례를 퍼붓는 그들을 바라보며 강혁은 부드럽게 고개를 내저으며 답했다.

“말만 안 했다 뿐. 저는 이미 신과 악마들을 여러 차례 살해한 적이 있습니다.”

“....무슨 말인지 설명해주실 수 있습니까?”

몇 번 보아 얼굴이 익숙한 기자의 질문이었다.

그의 질문에 강혁은 당연하다는 듯이 설명을 이어나갔다.

“부산에서 나타났던 이는 화신이었고, 얼마 전 태양이 사라지고 어둠이 찾아왔을 때에는 태양의 신을 죽였으며, 또 얼마 전에는 저를 찾아온 두 대악마를 참살했습니다.”

“....말도 안 돼. 그게 가능하다고?”

“역시 올 마스터라고 해야 하는 건가 아니면 미친 짓이라고 해야 하는 걸까....”

강혁의 폭탄 발언에 사람들은 하나둘 각자의 생각을 내뱉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가 한 말이 정말 진실인지도 중요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미친 짓이 결국 성공하느냐, 그리고 그 미친 짓이 지구에 큰 파장을 끼치지 않느냐였으니까.

하지만 그들의 생각할 시간 따위는 그리 오래 주어지지 않았다.

“이제 저는 큰 목표를 세우고, 그걸 이루려고 합니다. 이번 기자회견은 그에 대한 기자회견입니다.”

“큰 목표?”

“신과 대악마들을 죽인 것보다 더 큰 목표가 있을 수 있다고?”

신과 악마.

그들 중에서도 꽤 메이저한 신과 대악마를 잡은 강혁이 더 큰 목표를 노리고 있다는 말에 모두가 놀람을 금치 못했다.

대체 어떤 목표이길래 ‘큰’이라는 말까지 붙여가면서 기자회견을 연단 말인가?

자신에게로 집중되는 이목을 느끼며 강혁이 슬쩍 웃으며 말했다.

“얼마 전에 내 친구 알케미를 돕기 위해서 ‘명계’에 다녀왔던 일이 있었습니다. 다들 아시죠?”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그때 당시에 그리스 쪽 사도들이 어마어마하게 날뛰었으니까요. 아마 지금도 올 마스터를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을 텐데....그건 갑자기 왜?”

소식에 능해 보이는 기자 한 명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명계와 그리스.

그때 당시의 일은 워낙 파장이 크기도 했고,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탓에 모두가 잘 아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근데 갑자기 신과 악마, 큰 목표라는 말을 하는 도중에 갑자기 그 얘기를 꺼내니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릴 때쯤.

강혁이 본론을 빼들었다.

“그때 저는 하데스를 만났습니다. 아주 죽이려고 작정을 한 건지 거의 끝까지 쫓아오더군요. 그에게 쫓기면서 저는 죽음의 두려움을 맛 보았고, 이 기억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설마?”

눈치 빠른 기자 하나가 강혁의 생각을 눈치채곤 놀람을 금치 못할 때.

강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예, 이번 제 목표는 하데스입니다.”

“그건 너무 위험합니다!”

“맞습니다, 아무리 올 마스터라고는 하나 그는 한 세계를 다스리는 주신급의 존재. 신살을 해낼 수 있는 힘을 지닌 건 알겠지만 그건 너무 무모한 것 같습니다.”

당연하게도 기자들은 곧바로 고개를 내저으며 우려를 표했다.

주신.

그 단어가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적어도 한 세계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존재.

그런 존재는 신 중에서도 많지 않았다.

지금 강혁이 입에 담은 하데스 또한 마찬가지였다.

‘죽은 자들의 세상을 발 아래에 둔 가장 유명한 주신.’

‘그를 일개 개인이 상대할 수 있나? 정말로 그게 가능한 일인가?’

주신이라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 섞인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리고 생각을 마친 기자들이 하나둘 제 생각을 내뱉었다.

“그런데 지금 올 마스터께서 하신 말들이 신과 악마들의 성질을 긁을 염려가 있을 텐데요.”

“맞습니다. 그들은 저를 찬양하는 이들은 아끼고, 저에게 험한 말을 하는 이들을 벌하는 존재들입니다. 혹여 그들의 분노가 지구에 향하진 않을까 걱정이 되군요.”

하나 같이 지구를 걱정하는 그들의 목소리에 강혁은 이미 예상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그건 다 생각한 바가 있습니다. 그들은 절대로 지구에 관심을 보이지 못할 겁니다.”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이제부터 그들은 고작해야 하나의 차원인 지구에 신경쓸 여력조차 없을 테니까요.”

싱긋 웃으며 답하는 강혁의 말을 순간 이해하지 못한 다른 이들의 얼굴이 의아해질 때.

서서히 사람들은 강혁의 말을 이해하곤 감탄을 터뜨렸다.

“설마 발등에 불이 떨어지게....?”

“정답입니다. 그들은 제 발 위에 떨어진 불을 제거하기 위해서 정신 없이 움직여야 할 텐데 당연히 지구, 그것도 일개 시민들에게 시간을 할애할 여유는 없겠죠. 그게 여러분들이 안심하셔도 되는 이유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밝은 강혁의 미소와 함께 기자들은 멍한 얼굴로 그런 강혁을 바라보며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댈 따름이었다.

“그리고 전 이제 그리스로 떠나, 명계로 향해 하데스의 면상을 쳐부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예? 갑자기 그게 무슨....!”

“오....올 마스터님?”

“어디로 간 거야!”

마지막 말을 내뱉곤 홀연히 모습을 감춘 강혁을 찾느라 바쁜 기자들의 목소리만이 공허하게 기자회견장에 울려퍼질 따름이었다.

*

-야!!! 네가 불러달라고 해서 다 불러놨는데 그렇게 튀면 또 내가 뒷정리 해야 하잖아!!!

“그러라고 너 불러논 건데 당연히 도망가야지. 그럼 뒷정리 부탁해.”

-이강혁, 이 개새....!!!

“끊는다~”

후우웅-

바람이 얼굴을 때리는 고공에서 전화를 마친 강혁이 품 속에 전화기를 집어넣곤 허공을 박찼다.

팡-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발로 때려 위치를 유지시킨 강혁이 슬쩍 웃으며 지상을 내려다보았다.

“그리스, 오랜만이네.”

-조용히 들어갈 생각이냐?”

그리스.

하늘 위에서 그리스를 내려다보며 그리 중얼거린 강혁에게 분노가 되물었다.

조용히 들어갈 것이냐.

그에 대한 답은 간단했다.

“그럴리가 있나. 저번에는 시간이 없어서 그냥 도망치듯이 명계로 향했지만 지금은 그럴 이유도 없잖아?”

-확실히....어차피 하데스는 네가 오는 걸 알고 있을 테니 굳이 숨기려고 할 필요는 없겠지.

“그럼 가볼까.”

우득-

허공에서 몸을 풀던 강혁은 대화를 마치고 이내 지상을 향해 유성처럼 떨어져 내렸다.

쿠구구궁-

그리스.

명계의 입구가 위치한 그곳에 재앙이 강림하는 순간이었다.

물론 정확하게 그리스라는 나라에서도 사도들의 집결지로 유명한 곳을 타격했음은 당연한 일이었으리라.

*

쿠구구구-

“....무슨 일이야!”

하늘 위에서부터 느껴지는 거대한 힘에 그리스에 위치한 죽음의 사도들의 본부가 발칵 뒤집혔다.

하데스의 힘을 빌어 사도로서 군림하는 이들.

그들은 언제나 명계의 입구를 관리하는 파수꾼이자 경비원 역할을 자처해 왔다.

여태껏 하데스가 허락한 이만을 안에 들였던 그들은 단 한 번의 실패를 겪었다.

이강혁.

올 마스터로 유명한 그의 침입만큼은 그들도 막아내지 못한 것이다.

그로 인해서 하데스에게 상당 부분 힘을 빼앗긴 그들은 쇠약해졌다.

다만 그럼에도 본연의 임무를 잊지는 않았고, 애초에 그들의 홈 그라운드인 그리스에서 그들을 무시할 수 있는 이들은 없었다.

언제나처럼 유유자적하면서도 남들을 짓밟는 삶을 영위하던 그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무언가 온다!”

“대비해라!”

그나마 조금 급이 높은 죽음의 사도들이 앞다투어 다른 사도들을 진정시켰기에 그나마 혼란은 잦아들었지만 그들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는 막강한 기운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내 막강한 기운은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콰드드득-

“오랜만이다, 잡졸들.”

“올....마스터....”

사도들의 본거지 지붕을 개박살내며 모습을 드러낸 이는 당연하게도 강혁이었다.

얼마 전 추적까지 했던 이인만큼 사도들 또한 강혁을 알아보았다.

강혁 때문에 가진 힘마저 줄어들었으니 당연한 일.

자신을 바라보며 이를 아득바득 가는 사도들을 바라보며 강혁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나한테 화가 많아 보이네.”

“닥쳐라! 네놈이 명계로 가지만 않았더라면....그곳에서 그분의 심기를 더럽히지만 않았더라면 우리는 아직도 세를 자랑하고 있었을 텐데!”

분노가 가득한 한 명의 사도의 말에 강혁은 입가에서 미소를 지웠다.

“어쩌라고. 너희들 세가 줄어든 게 내 잘못이야? 신과 악마들이 세상을 어찌 생각하는지 알고도 그들의 밑에서 다른 이들의 고혈을 빨아먹던 놈들 오늘 싸그리 처리해주마.”

“....아무리 네가 강하다고 해도 우리 전원을 어찌할 순 없을 것이다, 올 마스터! 잘 됐다. 네놈을 하데스께 제물로 바쳐 우리의 힘을 더욱 증폭시키리라!”

꿈도 크군.

자신을 잡는다는 것만으로도 참 어처구니가 없었건만 사뭇 당당하기까지 하니 강혁은 그저 웃길 따름이었다.

하지만 웃긴 것과는 별개로 그들을 쓸어버리겠다는 건 진심이었다.

“자아, 쓰레기 청소할 시간이다.”

명계로 떠나기 전.

지구에 남아 있는 얼마 없는 쓰레기들을 청소하기 시작한 강혁은 이윽고 섬전처럼 사도들을 향해 쇄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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