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올 마스터-146화 (147/178)

나 혼자 올 마스터#146

[근면]

근면성실한 당신!

당신의 노력은 언제나 배가 되어 돌아올 것입니다.

모든 재능의 성장치 증가.

[겸손]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입니다.

당신의 강함은 그 누구도 알아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숙임은 강하기에 숙여진 것일 뿐, 고개를 들었을 때 당신의 강함은 누구에게도 비견될 수 없습니다.

하이드(Hide) 상태 상시 발현.

전투 시, 하이드 상태 자동 해제.

하이드 상태 해제 시, 신체 능력 강화.

“나쁘지 않네.”

마지막 칠선 두 개.

근면과 겸손.

그것의 상태창을 바라보며 강혁은 만족스러움을 표출했다.

-좋냐? 목숨을 걸어서 성과를 얻으니 좋냐고!!!

“....귀청 떨어지겠네. 조용히 좀 해라. 골 울리니까. 그리고 결과는 좋았으니 괜찮잖아?”

물론 분노는 그와 같은 마음이 아니었다.

짜증 어린 목소리가 강혁의 골을 울렸다.

귓가에 들리는 목소리가 아니기에 귀를 막는다고 해서 사라지는 목소리도 아닌 만큼 고통은 더욱 컸다.

그래도 강혁의 말에 분노가 툴툴 거리면서 버럭 소리 지르는 것을 멈췄다는 게 강혁에게는 다행인 일이었다.

-돌아가나?

“가야지. 지금 뱃속에 있는 놈들을 소화되게 둘 수는 없으니까.”

서서히 녹아내리는 두 대악마의 시체.

그것이 완전히 녹기 전에 꺼내야만 했다.

그대로 소화해도 충분히 도움이 되겠지만 강혁이 바라는 건 ‘충분히’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완벽하게’ 도움이 되는 것이었다.

‘내가 이대로 놈들을 삼키면 대악마 한 명 분의 힘 정도를 얻겠지. 그것도 기운만 그렇지 정말 대악마 한 명 급의 실력이 내 안에 추가 되는 게 아니다. 그럴 거면 기운이라도 제대로 얻어야지.’

한 존재에 대한 가치를 기운 만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당연하지만 ‘NO’라는 답변이 돌아오리라.

평범한 사람만 하더라도 그 사람이 지닌 뼈, 살, 뇌, 근육 등을 제하고도 돈, 권력, 힘 등이 남는다.

하물며 초월적인 존재들을 건드리는 데에 있어서 그들의 기운만이 척도가 되진 않는다.

대악마 한 명 분의 기운을 흡수한다고 한들 대악마 한 명 만큼의 능력이 강혁에게 더해지지 않는 것처럼.

그렇기에 강혁은 누군가를 평가하는 데에 있어서 모든 것은 아니나 크게 도움이 될 기운이라도 제대로 흡수하길 원했다.

‘어쩌면 두 명 분 이상의 기운과 무언가를 얻게 될 지도 모르지.’

약.

산삼과 같은 것을 날로 먹어도 도움이 되지만 공정을 거치고, 각종 처리를 더한다면 더욱 뛰어나면서도 안전하게 기운을 흡수할 수 있다.

그걸 강혁이 하려는 것이다.

당연히 그걸 해줄 사람도 강혁의 곁에 있었기에 망설임이란 없었다.

-또 알케미냐? 지겹지도 않아?

“그럼? 그 말고도 지구에 뛰어난 연금술사가 더 있다면 행선지를 고려해보지. 특히 신과 악마와 척을 질 각오마저 된 연금술사라는 전제하에 말이야.”

-....그냥 가라. 가. 빨리 가! 어차피 갈 거잖아!

“그래, 어차피 허락할 거면서 퉁명스럽기는.”

이제는 익숙해져버린 알케미의 집.

그곳이 바로 전투를 마친 강혁이 갈 목적지였다.

*

“....요즘 들어서 너무 잦은 거 아니야?”

“즐거운 시간이라도 보내고 있었나?”

슬쩍 눈웃음을 흘리며 강혁이 묻자 알케미가 헛기침을 하며 문을 열어주었다.

끼익-

반쯤 열려 있던 문이 완전히 열리고 이제는 익숙해진 내부의 전경이 눈에 담길 때쯤.

또 한 명의 익숙한 이가 다가왔다.

“은인께서 또 오셨네요. 들어오시죠. 마침 알케미와 티타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계속 방해만 하는 군요. 그래도 중요한 일이니 실례하겠습니다.”

“평화로운 시대가 아니니 혼란스러울 수밖에요. 이해합니다.”

방긋 웃으며 다가온 익숙한 이는 다름 아니라 세나였다.

그녀의 말에 강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거실로 들어섰고, 문을 닫고 복귀한 알케미가 투덜거렸다.

“세나가 요리는 못 해도 차는 잘 끓이는데 그건 또 어떻게 알고.”

자신의 말이 불러올 후폭풍도 눈치채지 못한 알케미는 섣부르게 말을 내뱉고 말았다.

“....알케미이?”

“....강혁, 오늘은 자고 가라. 아무래도 오늘은 네 도움이 절실히 필요....흐어억! 세나! 당신의 요리는 정말 최고라고! 오늘도 꼭 먹고 싶어!”

“그럴 줄 알았어요.”

다가온 후폭풍에 휩쓸린 그는 해서는 안 되는 선택을 하고 말았고, 세나는 흐뭇하게 웃으며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슬슬 이 가정의 실세를 파악한 강혁이 헛웃음을 터뜨리며 알케미는 구석으로 데려갔다.

“알케미, 부부 싸움은 나중에 하고 일단 현자의 돌부터.”

“....또? 가져간 지 얼마나 됐다고?”

“슬슬 본격적인 전쟁 준비를 해야 하니까 그런 거 아니야. 부탁할 게.”

“....자고 가는 거지?”

“....그렇게 세나가 무섭나? 알았으니까 좀!”

“그래, 기다려라. 어쩌면 연구실에 있는 게 집에 있는 것보다 안전할 수도....”

의문 모를 말을 중얼거리며 지하실로 향하는 알케미.

그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강혁이 세나를 향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알케미가 꼭 세나 씨가 한 밥을 먹고 싶다고 하더군요.”

“은인도 함께 드신다면 참 좋을 텐데....”

“아쉽게도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어쩔 수 없군요. 모든 일이 끝나고 세상이 안정화 된다면 그때. 그때 같이 한 끼 하는 걸로 하죠.”

부드럽게 알케미를 홀로 지옥으로 보내버린 강혁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알케미가 사라진 지하실로 내려갔다.

“그럼 우리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들이나 미리 해둘까~”

지하실에 위치한 알케미의 연구실에서 연금술이 시작되기도 전에 그의 집 부엌에서 연금술이 시작되고 있었다.

물론 알케미 본인은 꿈에도 모르는 사실이었다.

‘미안하지만 알케미, 죽는 건 혼자면 충분하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강혁은 몸소 보여주었다.

*

어두컴컴한 지하실.

그곳에 마련된 알케미의 연구실에 불이 들어왔다.

“꺼내봐. 이번엔 어떤 놈인지 좀 보게.”

“여기 있다.”

궤에엑-

무언가를 게워내는 듯한 기괴한 소리와 함께 강혁의 손에 달린 입이 쩍 벌어지며 그 안에서 시체 두 구를 뱉어냈다.

“뿔? 악마인가?”

“대악마라던데. 아스타로트와 아스모데우스다.”

“....허, 참 나도 들어본 적 있을 정도로 유명한 놈들인데....그 놈들을 잡았다?”

“아폴론도 잡았는데 둘이라고 다를 게 있나?”

“하긴 그건 그렇네.”

잘 알려지지 않은 잡신이 아닌 잘 알려진 신인 아폴론마저 잡아서 현자의 돌로 만든 상황.

아스타로트와 아스모데우스라는 잘 알려진 대악마라고 한들 다를 건 없었다.

그걸 알았기에 빠르게 수긍한 알케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바로 만들면 되나?”

“그래, 그거면 돼.”

“다음은 또 어떤 신이나 악마를 데려올 지도 이제는 궁금할 지경이야.”

대악마들의 시체를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리는 알케미의 중얼거림에 강혁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말해줄까?”

“....뭐? 벌써 정해둔 거냐? 아직 현자의 돌을 만들기도 전이거늘....너도 참 난 놈은 난 놈이구나.”

대악마 둘을 잡아놓고, 현자의 돌이 만들어지기 전임에도 벌써 다음 상대를 기다리고 있다는 그의 말에 알케미가 어처구니 없어 했지만 강혁은 개의치 않았다.

“미래를 설계하는 건 아주 중요한 일이지. 안 그래?”

“그래, 너 잘 났다. 아주 잘 났어. 좋겠다 그래.”

“알면 됐다. 그래서 말해줄까 말까? 그것부터 얘기하지 그래?”

“....궁금하니까 말해줘.”

결국 돌고 돌아 대답을 듣는 것으로 판가름 나자 강혁이 씨익 웃으며 손가락으로 아래를 가리켰다.

“아래?”

아무런 말도 없이 아래만 가리키니 그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강혁은 아무런 말 없이 계속해서 아래를 가리켰고, 그제야 알케미는 무언가를 깨달았다.

아래.

지하실보다 더 아래는 정해져 있었다.

“....명계? 설마 하데스를 노리는 건가?”

명계.

죽은 자들이 가는 곳.

죽은 자들이 기거하는 세상.

그리고 그곳을 지배하는 지배자이자 주신급의 존재인 하데스.

그가 바로 강혁이 다음으로 노리는 이였다.

본래라면 조금 더 시간 흐른 후에 노렸어야 할 그이지만 강혁은 개의치 않았다.

“두 대악마가 나타난 게 오히려 좋게 작용했다. 놈들을 갈아서 현자의 돌로 만든다면 충분히 하데스를 노려봄직 하다는 게 내 생각이야. 넌 어떻지?”

“으음, 현재 내 수준이 대악마 둘을 상대하고도 멀쩡하다는 거지?”

“아마도.”

“그렇다면 충분할 것 같기도 한데....두 대악마가 살아생전 바라던 일을 죽어서 너 덕분에 이루게 되는 셈이군.”

“놈들도 좋아할 거다. 지옥이든 어디든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있다면.”

“....과연 그러려나.”

강혁의 승률을 점쳐보던 알케미는 이윽고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승산이 대충 나왔으니 지체할 틈 따위는 없겠군. 바로 현자의 돌 작업에 착수하겠다.”

“그래, 그거지. 이것만 완성 되면 하데스를 죽이러 가는 거다. 네 손에 하데스의 명줄이 달린 거라고!”

흥분.

주신급 존재와의 전투에서 오는 흥분을 벌써부터 느끼며 짜릿해하는 강혁의 모습에 알케미는 혀를 내둘렀다.

“목숨을 줄 위에 두고 벌이는 전투에 열광하다니....역시 난 너를 이해할 수 없어.”

태생이 연금술사인 알케미에게 헌터로서 정점에 오르고, 나아가 신위까지 얻은 강혁은 이해가 불가능한 존재에 가까웠다.

물론 그건 강혁도 알케미를 바라보면서 느낀 마음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내가 할 소리다. 너도 만만치 않아.”

“내가 뭘! 난 적어도 주신이랑 싸우는 것에 흥분을 느끼진 않는다고!”

“그래, 그건 없겠지. 하지만 기약 없이 죽은 아내를 살리기 위해서 절치부심 연금술을 갈고 닦아서 정말로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낸 거. 그게 정말 정상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 너나 나나 똑같다고.”

“....그렇지 않아, 그렇지 않다고!”

“변명해도 소용 없다, 알케미. 그러니 순순히 인정하고 현자의 돌이나 만들라고.”

“....제기랄.”

결국 굴복하고 만 알케미가 거칠게 테이블을 두들기지만 그런다고 해서 바뀌는 건 없었다.

그 또한 한 분야에 미쳐 있는 존재였으니까.

“현자의 돌의 완성은 어느 정도나 예상하지?”

“둘이니까 적어도 며칠은 잡아야지. 그래야 완벽한 놈을 만들 수 있다.”

“그럼 기다리지 뭐. 천천히 쉬면서 해라. 몸 상하지 않도록. 다음에는 주신의 시체를 가지고 현자의 돌을 만들어야 할 테니까.”

무조건 하데스를 이기겠다는 마음을 보이는 강혁을 향해 혀를 찬 알케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말 나온 김에 조금 쉬었다가 해야겠군. 먼저 올라가지. 아, 그리고 자고 가겠다는 말 번복할 생각하지 마라.”

째릿- 하는 시선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알케미를 향해 당연하다는 듯이 강혁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의 대답을 들은 뒤에야 알케미는 지하실을 나섰다.

하지만 그가 나가자마자 강혁은 그에게 들리지 않게 작게 속삭이며 텔레포트 마법진을 그렸다.

“미안하다, 알케미. 세나의 연금술은 다음에 맛 보도록 하지.”

그가 극찬(?)했던 세나의 연금술, 아니 요리를 맛 볼 기회를 다음을 미룬 채로 강혁의 모습이 지하실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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