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올 마스터-142화 (143/178)

나 혼자 올 마스터#142

툭-

“어딜 간다 하더니 사람 목이나 따고 온 거냐?”

“사람 목 아닌데.”

올 마스터 길드 본부.

그곳으로 돌아와 아폴론의 머리를 책상 위에 던져 놓는 강혁에게 루카스 폴른이 핀잔을 던졌다.

물론 그의 핀잔도 그리 오래 가진 못했다.

“야, 야야! 루카스! 와, 진짜 너도 그걸 봤어야 했는데.”

“뭘? 사람 목 따는 거?”

“아니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저거 신이라고! 신!”

“....!!! 무슨 신 머리통을 아침 산택 갔다 오듯이 가져오는 놈이 어딨어!”

직접 강혁과 아폴론의 전투를 보았던 니아 아리엘이 말을 꺼냈기 때문이다.

지금 책상 위에 올라가 있는 머리통은 그냥 머리통이 아니라 신의 머리통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진실을 알게 된 루카스 폴른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놀람을 금치 못했다.

아침 산보를 다녀오듯이 신의 머리를 수확해 온 진혁에 대한 놀람과 정말 신이 죽었다는 사실에서 오는 놀람이었다.

“부산 때처럼 화신체는 아니겠지?”

“그럴리가. 그럴 매개도 없었다. 놈은 분명 죽었어.”

부산에서는 신이 강림할 신체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도 없었다.

나아가 화신체 따위로는 지금의 강혁을 상대로 유의미한 전투조차 할 수가 없었으니 눈앞의 아폴론의 머리는 진짜 신의 것이었다.

“허....설마 진짜 신을 잡을 줄은 몰랐는데....”

“나도 몰랐어. 해보니까 되더라고.”

“....세상에서 한 번 해보자는 식으로 신을 잡으려고 한 사람은 너밖에 없을 거다. 강혁.”

“나도 알아.”

당연하다는 듯이 씩 웃으며 대꾸하는 강혁을 향해 루카스 폴른이 혀를 찼다.

“넌 참 한결 같아.”

“싸가지 없다는 거지.”

“정답이다.”

“그것도 알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그 대신에 능력이 있잖아?”

“....부정할 수 없는 말을 던지는군.”

“확실히 무기가 좋으니까 싸우는 게 편하더라.”

무기.

자신이 직접 팔까지 잘라가며 재료 공급을 한 끝에 만들어낸 자신의 무기.

그것을 선보이며 보기 좋게 신을 참살한 강혁의 입가엔 짙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시범격이었는데 보기 좋게 신을 베어버릴 줄이야. 역시 템빨이 최고야.’

주먹으로 싸우다가 좋은 보검을 들고 싸우니 싸움의 난이도가 확 낮춰진 기분에 강혁은 만족했다.

실제로 무기 없이 맨주먹으로 싸웠다면 강혁은 꽤 고되게 전투를 이어나갔을 게 뻔했다.

하지만 신검이라고 불리기에 모자람이 없는 검이 강혁에겐 있었고, 그 결과가 바로 이것이었다.

“....그래서 시체는 어떻게 할 생각이지?”

“쓸 데가 있어.”

“쓸 데? 신의 시체는 그 자체로도 큰 가치를 지니고 다른 신이나 악마를 상대하는 데에 큰 도움을....”

“알케미한테 주기로 했거든. 그러니까 토 달지 마.”

“....쯧. 제멋대로군.”

혀를 차면서도 반박을 하진 않는 루카스 폴른을 뒤로한 채, 책상 위에 던져둔 아폴론의 머리를 수습한 강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온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가려고?”

“응, 알케미가 좋아할 게 뻔히 보이는데 늦게 갈 수는 없지.”

“....그래, 나중엔 꼭 나랑 대련하자. 다른 곳에서도.”

“....생각은 해볼게.”

“....???”

여태까지와 다른 강혁의 반응.

그것에 니아 아리엘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자신이 들은 것이 사실임을 자각하지 못할 때.

강혁은 그 길로 올 마스터의 길드 본부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순식간에 사라진 강혁을 찾아다니던 니아 아리엘은 얼마 안 가 픽- 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진짜 한결 같네. 사람 마음 흔들어 놓고 떠나는 것도 그렇고.”

언제나처럼 벽을 칠 줄 알았던 그가 살짝 문을 열고는 쌩하니 도망가버렸다는 사실에 헛웃음이 절로 나왔지만 그래도 한 발자국 가까워졌다는 사실에 웃음 또한 나오는 니아 아리엘이었다.

*

“알케미!”

미국의 외곽 구역.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그곳에 지어진 알케미의 저택에 강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과 미국간의 거리를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신위를 획득하고 어지간한 신과 비등하거나 강한 힘을 지닌 강혁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뭐야, 벌써 온 거냐?”

“세나는?”

“안에 있다. 아무래도 영혼 상태이다 보니 불안정한 까닭에 직접 포션을 제조해서 영체를 유지 중이지. 집 밖으로 나가며 그게 더 심해져서 집에서만 보내고 있지.”

“그래? 그럼 일단 들어가자고. 선물을 들고 왔으니.”

싱글벙글 웃음을 짓는 강혁의 모습에 알케미는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말을 잇진 않았다.

강혁이 선물이라고 했으니 분명 좋은 물건, 특히 세나에게 있어서 중요한 물건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들어와라.”

이제는 제 집처럼 익숙해진 알케미의 집 현관을 넘으며 강혁은 거실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세나를 볼 수 있었다.

“세나! 오랜만입니다.”

“오랜만이라기엔 고작 하루이틀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나요?”

“그래도 오랜만이라고 해두죠.”

싱긋 웃으며 대꾸하는 강혁을 향해 세나가 환하게 웃음을 머금었다.

그녀에게 있어서 강혁은 은인과도 같다.

알케미를 구해주고, 자신을 명계에서 데려온 은인 말이다.

그렇기에 강혁의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지경인 그녀에게 이 정도는 가볍게 인정할 수 있는 일이었다.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세나를 바라보던 강혁은 품에서 선물을 꺼냈다.

툭- 데구르르-

“....꺄아악!”

“세나? 강혁, 뭘하는....흐어억!”

갑작스레 울려퍼진 세나의 비명 소리에 깜짝 놀란 알케미가 허겁지겁 거실로 들어서더니 마주 놀랬다.

두 사람의 참으로 똑같은 모습에 강혁은 쿡쿡 웃으며 알케미에게 자신의 선물을 건넸다.

“어때? 내 선물?”

“끔찍하군.”

자신의 품에 들린 피가 뚝뚝 흐르는 머리통.

당연한 말이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알케미에게도 끔찍하기 그지 없는 시체였다.

하지만 이어진 강혁의 말에 알케미는 자신의 손에 들린 끔찍하기 그지 없는 시체에 뽀뽀라도 해주고 싶어졌다.

“그거 신의 시체다.”

“....뭐?”

“그것도 방금 잡은 놈이지. 아마 태양의 신이었나 그럴 거다.”

“....이런 깜찍한 놈 같으니! 이런 선물을 들고 오다니! 최고의 집들이 선물이구나!”

“집들이? 집을 이사했나?”

“아니, 안을 싹다 갈아 엎었으니 새로 이사 온 거나 다를 바 없지.”

“....”

그게 뭔 개논리냐고 쏘아붙이려던 강혁은 자신을 바라보는 세나를 깨닫곤 싱긋 웃음을 머금으며 속마음을 짓눌렀다.

간신히 마음을 진정시킨 강혁이 나머지 시체도 알케미에게 건넸다.

“현자의 돌. 완성할 수 있지?”

“....나만 믿어라. 무조건 완성시킨다. 세나를 위해서, 너를 위해서.”

“그래, 그거면 된 거야. 가. 가서 만들고 나서 올라와라.”

“만들기 전까진 지하실에서 올라오지 않으마.”

“좋은 마음 가짐이야.”

따봉을 날려주는 강혁과 그의 따봉을 받으며 아폴론의 시체와 머리를 들고 후다닥 지하실로 달려가는 알케미.

한 편의 콩트와 같은 두 사람의 모습에 놀랐던 것도 잠시 이제는 얼떨떨해진 세나가 물었다.

“지금 저게 신의 시체라는 건가요? 제가 있던 명계의 하데스 같은?”

“비슷하긴 한데 격의 차이란 게 좀 있죠.”

세나가 앉아 있던 쇼파 위에 엉덩이를 붙이며 자신이 잡은 아폴론과 하데스의 차이점을 설명해주기 시작한 강혁이었다.

“하데스가 태양이라면 아폴론은 반딧불 정도? 뭐, 말이 그렇다는 거지 엄청 큰 차이는 아니에요. 아마 지금의 제가 목숨을 걸면 충분히 잡을 수 있는 정도??”

“....위험하다는 거네요.”

“그래서 저도 지금 싸울 생각은 없어요. 약속은 지켜야겠지만 그게 지금 당장일 필요는 없으니까요.”

“약속? 아, 페르세포네 여왕과 했던 약속....”

명계에서의 일을 떠올리며 고개를 주억거리는 세나.

그녀를 바라보며 강혁도 마주 고개를 끄덕였다.

페르세포네.

자신이 명계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를 꼽으라면 당연 1순위에 놓일 정도로 페르세포네의 덕을 많이 본 강혁이었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성에서 한 번, 바깥에서 하데스에게 한 번. 두 번의 위기를 맞을 뻔 했지. 약속은 지켜야만 해.’

도움을 받고 그걸 외면하는 건 강혁의 성격에 맞지 않았다.

거기다가 약속까지 했다면 더더욱 그럴 수밖에.

하지만 아직은 아니었다.

‘페르세포네도 지금 당장 구해달라고 하진 않았지. 완벽하게 모든 준비를 갖춘 뒤에야 다시 명계로 간다. 그리고 하데스를 잡고 그의 힘을 흡수한다.’

명계.

그곳엔 위험이 곳곳에 산재해 있었다.

똥개도 지네 집 앞마당에서는 반을 먹고 시작하는 마당에 하데스라면 말할 것도 없으리라.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가도 모자랄 판에 부족한 상태로 갈 수는 없었다.

‘부족한 칠죄와 칠선을 조금 더 모으고 난 뒤. 그때가 명계로 갈 순간이다.’

살짝 떨리는 마음을 진정하며 명계로 다시갈 순간만을 기다리며 강혁은 세나와의 대화를 즐겼다.

지난 며칠 동안 주구장창 돌아다니고, 전투만 하던 나날에서 대화를 나누며 차를 즐기는 순간은 강혁에게 둘도 없는 보약과도 같았으니.

특히 알케미 덕분에 물리력을 지니게 된 세나가 타준 차의 맛이 정말 끝내주었기에 그 즐거움은 배가 되었다.

“차 맛이 좋네요.”

“후후후, 얼마든지 드셔도 돼요. 은인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 차야 얼마든지 대접할 수 있으니까요.”

“그럼 실례를 무릎쓰고 부탁드리겠습니다. 한 잔만 더 주시죠.”

싱긋 웃으며 빈 찻잔을 건네는 강혁과 그런 찻잔을 받아들곤 마주 웃어보이는 세나.

그렇게 두 사람은 티타임을 즐기며 즐거운 대화 시간을 가졌다.

*

며칠의 시간이 흘렀다.

태양의 신이라고 불리는 아폴론이 죽고난 뒤, 전 세계가 며칠 동안 태양이 제대로 뜨지 않는 홍역을 치뤘지만 며칠이 지난 지금은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워낙에 많은 신이 존재하고, 그 중에서 태양의 신이 더 있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 까닭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강혁은 알케미의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드디어 완성이다!”

지하실을 박차고 나온 알케미가 현자의 돌을 완성할 때까지 기다리기 위함이었다.

지하실을 박차고 나온 알케미의 손에 들린 현자의 돌의 영롱함을 바라보며 강혁은 마른 침을 삼켰다.

“당장이라도 먹고 싶지만....”

“지금은 양보해 줘. 이건 세나를 위한 거니까.”

“알아. 그럼 지하실로 가지.”

“세나! 사랑하는 내 사랑! 지하실로 갑시다!”

들뜬 마음을 표현하듯 며칠 간 못한 애정 표현을 남김없이 늘어놓는 알케미의 뒤를 따라 세나와 강혁은 종종 걸음으로 지하실로 향했다.

며칠만에 들어선 지하실은 난장판과 같았다.

물론 세나의 시체가 누워 있는 곳만큼은 청결하기 그지 없었지만.

아무튼 세 사람이 지하실에 모인 이유는 단 하나.

“그럼 시작한다.”

“그래, 기다리다가 못 빠지겠다.”

세나의 부활이었다.

그리고 그 초석이 될 현자의 돌까지 준비되었으니 더 기다릴 것은 없었고, 이내 세나의 시체 위에 현자의 돌을 올려놓는 순간 밝은 광채가 지하실을 뒤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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