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올 마스터-136화 (137/178)

나 혼자 올 마스터#135

파앙-

공기막이 터져나감과 동시에 강혁이 몸이 조금 더 앞으로 나선다.

그리고 그것이 여러 번 겹치면서 강혁의 몸은 마치 쏜살처럼 앞으로 날아갔다.

빛살과도 같은 어마어마한 속도에 몸을 맡긴 채로 명계를 벗어난 강혁은 뒤를 돌아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공격은 없는 것 같네요.”

“....그런데 방금 우릴 도와준 사람은 누구죠?”

하데스의 공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

그것은 다름 아니라 검은 인영의 도움이 있었다는 걸 모르지 않는 세나였다.

하지만 강혁은 그들의 희생에 얽힌 이유를 얼핏 알 것만 같았다.

“페르세포네....아마 그녀 때문인 것 같습니다.”

“강혁 씨랑 대화를 나누었던 그....?”

“예, 맞습니다. 페르세포네에게도 나름의 세력이 있고, 그 세력이 방금 희생한 이들이 속한 세력이라면....말이 되죠.”

목숨을 던지고, 명계의 주인의 선택을 막아서는 모습.

그건 페르세포네가 다진 세력의 기반도 만만치 않음을 의미했다.

더불어 하데스가 직접 펼친 그물 속에 자리 잡을 정도라면 그 능력과 실력은 말할 것도 없을 터.

‘무서운 여자야. 하데스의 세력 안에 자신의 세력을 아주 깊숙하게 꽂아넣다니. 아니, 어쩌면 하데스도 알면서 그녀에게 져주기 위해서 그런 건가?’

둘 다 보통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그때.

저 멀리 보이는 자신이 지나친 거대한 철문이 눈에 들어오는 것을 확인한 강혁은 서서히 지상으로 내려섰다.

“여긴?”

“제가 지나쳐 온 문입니다. 이 문 너머에서 있을 문지기를 박살내고 그 다음에 배를 타고 나가면....그땐 지구일 겁니다.”

“가슴이 두근거리네요. 아, 심장이 없어서 못 느끼나?”

우스갯소리를 건네는 세나의 농담에 강혁 또한 은은한 미소를 머금곤 자리를 박찼다.

쾅-!

자리를 박참과 동시에 거대한 철문을 자유로운 발로 걷어찬 순간 묵직한 철문이 저절로 열렸다.

움푹 패인 문을 보니 복구하는 데에 오래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을 머금으며 강혁은 열린 틈 사이로 몸을 쏙- 밀어넣었다.

‘여기도 안녕이군. 페르세포네와의 약속을 위해서 다시 한번 와야하긴 하겠지만....그래도 끝은 끝이야.’

다시 명계를 방문할 때.

그때가 빨리 오기를 바라면서 강혁의 신형이 완전히 문밖으로 사라졌다.

*“....정말 성공할 줄이야.”

“뭐, 내가 실패할 거라고 생각했나 보지?”

“....솔직히 말하면 그래. 그럴 줄 알았다. 성공하길 바랬지만 성공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지.”

문을 나서서 스틱스 강에 도착한 강혁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카론을 볼 수 있었다.

그는 강혁이 성공적으로 일을 마치고 세나를 데리고 나온 모습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그 정도로 강혁이 하려고 했던 일은 말도 안 되는 일.

‘여태껏 그 어떤 영웅들도 정면돌파로 명계를 깨부수며 영혼을 데리고 나온 적은 없건만 대체 저 자는....’

죽은 자의 영혼을 데리고 가기 위해서 명계를 방문한 이들 중에서 대부분은 유화적인 방법으로 명계를 방문했다.

최대한 하데스에게 거스르지 않는 방향으로 방문 후, 그의 호감을 사서 영혼을 데려간 게 대부분.

그런데 강혁은 정반대였다.

‘모든 걸 깨부쉈지. 하데스의 마음에도 100% 들지 않았을 거고. 오히려 죽이려고 했을 수도 있겠어.’

그의 생각은 옳았다.

하데스는 자신의 세상에 들어온 강혁을 순순히 놓아줄 생각이 없었고, 공격을 감행하여 그를 제 발 아래에 두려고 했으니까.

하지만 강혁은 그에 당하지 않았고, 결국 하데스의 손에서 벗어나 카론의 앞에 서 있었다.

자신의 본래 목적은 달성한 채로 말이다.

“이제 와서 배를 안 태워준다거나 하진 않겠지?”

서늘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강혁의 두 눈에서 느껴지는 살기에 카론은 마른 침을 삼키며 쓴웃음을 머금었다.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런 대접을 받은 적이 없었건만 참....’

스틱스 강이라는 이름의 명계로 향하는 강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나룻배의 주인으로서 카론은 충분히 존경받아왔다.

설령 그것이 신이라고 할 지라도 그랬고, 하데스 또한 그러했다.

카론의 존재가 없다면 명계라는 존재 자체의 존립 유무가 희미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눈앞의 청년이 자신을 향해 거침없이 살기를 드러내고 있었으니 그로서는 썩 신기한 경험일 터.

“난 저기에서 낑낑대는 강아지 꼴이 되고 싶진 않군. 저건 너무 추하지 않나?”

“알면 됐고. 그럼 바로 노나 저어주지 그래? 당장이라도 저 문을 쳐부수고 하데스가 나올 것 같아서 무섭거든.”

“....무섭다는 말과 표정이 매치가 안 되긴 하지만....뭐, 그러지.”

쏴아- 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어깨를 으쓱거린 카론은 노를 젓기 시작했다.

스틱스 강의 물결을 가르고 서서히 배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느끼며 카론은 고개를 내저었다.

‘하데스가 명계를 나올 리가 없거늘 아직 어리긴 어리군.’

명계라는 자신의 홈 그라운드.

그곳은 그에게 있어서 본래 힘의 120%를 낼 수 있게 해주는 곳 이상의 세상이었다.

그런 만큼 하데스는 명계에서는 결코 나서지 않았다.

그런 그가 명계에서 벗어나 강혁을 노린다?

‘말도 안 되지. 천지가 개벽할 일....이었을 텐데.’

쩍-

말도 안 되는 일.

그것을 떠올리며 고개를 주억거리려 할 때.

천지개벽.

그것이 일어났다.

단단한 철문.

그것이 종잇장처럼 찢겨져 나감과 동시에 거대한 팔 하나가 문을 젖히고 모습을 드러냈다.

“....더 빨리!”

“이런 미친!”

평소 인자하고 침착한 카론마저 욕설을 입에 담을 정도로 손의 속도를 빨랐다.

그리고 무척이나 컸다.

....펑-!

시간차를 두고 떨어진 손이 스틱스 강을 내리쳤다.

-끼아아악!

마치 계곡에 배터리를 던진 것처럼 스틱스 강 위로 충격파에 기절한 망령들이 둥둥 떠오르기 시작했다.

귀곡성은 덤이었다.

하지만 하데스는 손은 멈추지 않았다.

퍼퍼퍼펑-!

거대한 물기둥 수십 개가 하데스의 손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터져나온 스틱스 강의 차가운 물줄기가 자신을 때리는 것을 느끼며 강혁은 이를 갈았다.

‘젠장, 설마설마 했더니 이젠 여기까지 쫓아오나?’

처음 자신을 공격했을 때까지만 해도 설마했다.

하지만 바로 이 순간 강혁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저놈은 기를 쓰고 나를 잡으려고 한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니, 이미 이유는 알고 있나?’

하데스는 본신을 드러내진 않았으나 자신을 무조건 잡으려고 한다는 것을.

물론 강혁은 자신이 신과 악마에게 도전장을 던져서라고 알고 있었지만 정답은 아니었다.

페르세포네와의 약속.

그것을 알아내기 위한 남편의, 아니 납치범의 처절한 노력이었다.

자신이 알지 못한 페르세포네의 정보가 있어선 안 된다는 지독한 소유욕이기도 했다.

퍼퍼펑-

그런 혼란 속에서도 물기둥을 계속해서 치솟았다.

눈을 때리는 물기둥 속에서 카론은 미친 듯이 노를 저었과, 강혁은 최대한 하데스의 공격에서 세나를 보호했다.

“내 평생 한 노질보다 더 힘든 것 같네만!”

“더 빨리! 더 빨리! 죽고 싶지 않으면 더 빨리!!!”

그렇게 두 사람은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음에도 마음이 하나로 합쳐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스틱스 강이 뒤흔들리는 것을 느끼며 두 사람을, 정확하게는 두 사람과 하나의 영혼을 태운 나룻배는 명계의 입구를 향해서 나아갔다.

*“....허억....헉....진짜 죽는 줄 알았네.”

“....덕분에 스펙타클한 노 젓기를 할 수 있었군. 정말 고맙다, 정말 고마워.”

퉁명스레 말을 하는 카론의 목소리를 들으며 강혁은 자신의 몸에 스며든 스틱스 강물을 짜냈다.

완전히 탈탈 털어낸 스틱스 강물이 스르륵 스틱스 강으로 되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진저리치던 강혁은 강끝을 바라보았다.

“여기까진 안 오는군.”

“하데스에게도 여기까지 나오기엔 도박수였나보지. 그것도 자네를 상대로 본체도 아닌 팔만이라면 무리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 같고.”

“정답이야. 여기까지 쫓아왔으면 베어버리려고 했는데.”

“....자넨 정말 참 뭐라 말하기가 무섭군.”

덤덤하게 명계의 신인 하데스를 베어버린다고 말하는 강혁의 태도에 카론은 혀를 찼다.

그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일을 입에 담는 그의 모습은 퍽 대단했으니까.

하지만 카론은 저 말이 거짓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 이상을 해낼 수 있을 것 같군.’

강혁의 등 뒤에 매달려 있는 한 명의 영혼.

그녀를 지키기 위해서 강혁이 전투를 포기했음을 그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만약 지킬 이가 없고, 1대1로 하데스와 강혁이 싸우는 상황을 상상해본 그는 전율을 느꼈다.

‘....만만찮겠어.’

하데스는 워낙에 오래 보았기에 익숙한 만큼 가늠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강혁이었다.

처음 봤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기에 강혁을 파악하기란 그에겐 너무나도 어려운 일과 같았다.

하지만 하나만큼은 확실했다.

‘저 녀석도 그냥 지진 않을 것 같군.’

강혁이 하데스를 상대로 패배할지언정 무참하게 패배할 것 같진 않다고.

어쩌면 하데스를 이길지도 모른다고.

그런 생각을 품고 있던 카론은 천천히 명계의 입구로 되돌아가는 강혁을 바라보며 인사를 건넸다.

“또 오지 마라.”

“약속한 게 있어서 그건 무리일 것 같네.”

“이런 경험을 두 번이나 하고 싶진 않군.”

“걱정마. 다음엔 하데스의 목을 따러 올 거니까.”

“....!!!”

명계의 존재가 들었다면 기겁할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강혁의 뒷모습을 카론이 멍하니 바라볼 때.

그의 시선에서 완전히 벗어난 강혁은 세나를 등에 업은 채로 명계의 입구를 나섰다.

“....으, 밝네.”

환한 빛무리가 자신을 향해 내리쬐는 것을 느끼며 강혁이 눈살을 찌푸렸다.

어두컴컴한 동굴과도 같은 곳에서 시간을 보내던 강혁에게 밝은 햇살은 치명적이었다.

하지만 마냥 눈살을 찌푸리고만 있기엔 주변에서 느껴지는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진짜 영혼을 데리고 돌아오다니.”

“쳐라! 그분께 돌려보내야 한다!”

사도들.

자신을 쫓아왔던 이들이 아직까지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에 강혁은 혀를 차며 자세를 잡았다.

“내가 그때는 시간도 없고, 경황이 없어서 놓쳤는데 이번에는 아까처럼 봐줄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쳐!”

서늘한 강혁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대장으로 보이는 이는 공격을 감행했다.

그리고.

스거거걱-

그와 동시에 마기와 신성력으로 이루어진 흑백의 칼날이 그들을 무참하게 썰어버렸다.

피와 고깃덩이로 전락해버린 그들의 사체를 뒤로한 채로 강혁은 자리를 박차고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남편을 만날 준비는 되셨습니까? 부인?”

“....이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지상에 널부러진 시체들을 한 번 바라본 뒤, 세나는 강혁을 향해 그리 답했다.

밝은 미소를 머금은 햇살과도 같은 그녀의 미소에 강혁 또한 부드럽게 미소를 머금으며 화답했다.

“꽉 잡으세요. 떨어지지 않게.”

“....꺗!”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제트기보다 더한 속도로 날아가는 강혁의 목적지는 당연하게도 미국에 있는 알케미의 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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