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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올 마스터-128화 (129/178)

나 혼자 올 마스터#128

얼마 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이 정도면 준비 끝인 것 같지?”

-그래, 출발해도 될 것 같군.

분노의 정보 주입이 끝나고 강혁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정보 주입은 끝났고, 이제 남은 건 움직이는 것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알케미를 만나러 가야겠어. 준비는 시켜놔야지.”

-쯧, 그놈 때문에 움직이는 것 자체는 마음에 들진 않지만 하데스 녀석과의 일기토이니 그건 참는다.

“덕분에 구실도 생기고 힘도 강해지는데 뭐 어때?”

알케미의 성금과 후원이 이어질수록 강혁의 힘은 강성해졌다.

모든 후원과 성금이 강혁의 이름으로 이뤄진 까닭이 가장 컸고, 신과 악마의 질서가 흐트러지는 시기여서 더더욱 그러했다.

즉, 신과 악마에게로 향할 신앙이 일개 인간에 불과한 강혁에게로 향하고 있다는 얘기.

덕분에 어마어마한 양의 신앙을 받고 진정한 신으로 거듭나고 있는 강혁의 힘은 나날이 강력해지는 중이었다.

거의 실시간으로 강력해지는 힘의 근원에 있는 알케미를 위해서라도 강혁은 명계로 떠나야만 했다.

그리고 그런 그를 위해서 떠나는 명계행을 떠나기 전.

그와 만남을 가지는 건 어쩌면 필수 아닌 필수였다.

“그럼 가볼까.”

-짜증나지만 어쩔 수 없지. 그놈도 오랫동안 준비한 것 같았으니 도움이 되긴 하겠지.

결국 분노마저도 고개를 끄덕거리게 만든 강혁은 곧바로 미국에 있는 알케미의 집으로 향했다.

*“오, 나의 영원한 친구 강혁!”

“....얘는 왜 이래?”

“자네의 말대로 자네가 간 뒤부터 내 모든 자산들을 천천히 기부하는 데에 사용하고 있네.”

“....그건 좋네.”

“그래서 자네가 나와 한 약속은 언제 실행할 생각이지?”

여태까지 본 적 없는 다정한 모습으로 강혁을 응대하면서도 자신의 아내를 구하러 명계로 언제 떠날지를 재차 묻는 그의 모습은 어느 정도 광기에 몰려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길고 긴 노력의 끝이 다가와서 저리된 것임을 익히 잘 아는 강혁이기에 그를 타박하기보단 그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오늘 간다.”

“....! 정말이냐?”

“그래, 내가 네게 거짓을 말할 이유도 없지. 안 그래?”

“그래....정말 그렇군. 그럼 네게 꼭 필요한 것들을 알려주마. 내가 오랫동안 명계를 살피면서 얻게 된 정보들이지. 분명 네게 도움이 될 거다.”

“음, 나도 나름대로 정보를 수집하고 온 건데....”

“괜찮아. 설령 겹치는 게 있다고 한들 조금은 다를 터. 교차 검증을 위해서라도 나쁘지 않을 거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당연하게도 자신의 아내를 구하러 가는 강혁을 알케미는 무척이나 좋아했고, 자신이 모아 온 모든 지식들을 털어놓았다.

물론 분노에게 그가 아는 모든 정보들을 듣긴 했지만 알케미의 말도 무조건 틀린 것은 아니었기에 그로선 딱히 나쁠 것도 없었다.

어차피 명계에서 얼마나 오랜 시간을 보낼지도 모르는 판국에 그로선 조금이라도 오래 지상에 있고 싶었으니까.

‘빌어먹을 명계, 빌어먹을 하데스.’

무엇보다 주신급 존재가 기거하는 세상으로 간다는 것 자체가 그에게는 너무나도 스트레스였다.

누구보다 자신의 현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강혁이기에 온전한 주신과의 전투에서 승리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그의 정신은 이미 명계로 향해 있었다.

‘내가 그를 상대로 지금은 패배하더라도 미래엔 다르리.’

길고 짧음은 대봐야 아는 것이고, 지금은 아무리 막강한 적일지라도 훗날 그가 다시금 자신의 발 아래에 있을 거라며 그는 자기 위로를 했다.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정신을 차린 강혁은 두 눈을 부릅뜨고 지루한 공부를 시작했다.

다시 한 번 말이다.

*“이걸로 내가 알고 있는 명계에 대한 모든 정보들은 끝이다. 도움이 되었나?”

“확실히 믿을만한 정보통이 알고 있던 정보들보다도 뛰어난 정보도 몇몇 있더군. 충분히 도움이 되었다, 알케미.”

“....그렇다면 다행이군.”

자신의 정보가 강혁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에 알케미는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방방 뛰어다니며 동네방네 자랑할 정도의 수준까지 갈 정도.

물론 거기까지 도달하기 전에 강혁이 잘 막아냈지만 그래도 알케미의 기쁨은 숨겨지지 않았다.

‘세나! 곧 당신을 볼 수 있겠어!’

세나.

오매불망 그리워오던 죽은 아내가 다시금 되살아난다는 생각은 그 어떤 마약보다도 강렬하게 그에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뱃사공, 문지기, 음식. 이 세 개 정도만 조심하면 되는 건가?”

“그래, 명계에서 벌을 받는 죄인들도 있지만 그들 수준으로 너를 위협하긴 힘들 거고, 그 셋만 조심하면 어려울 건 없을 거야.”

“....하데스를 제외하고 말이지.”

“....어지간하면 피하라고. 설령 내 아내가 코앞에 있더라도 말이야.”

“후우, 그러지.”

1순위인 아내를 눈앞에 두더라도 몸을 피하라고 하는 알케미의 말에 강혁 또한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강혁이 아무리 다짐을 하더라도 주신급 존재의 홈 그라운드에서 활동하는 건 꽤 어렵고 힘든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최대한 하데스와의 마찰을 피해가며 움직이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세나는 몇 번이고 다시금 도전하면 되지만 자네는 한 사람 뿐이지. 그러니 아내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잘 도망치게.”

“....그래, 아내 바보인 네가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그 정도는 해줘야겠지.”

평소 언제나 아내의 이름을 달고 사는 그가 아내는 나중에 구해도 되니 살아만 와라. 라고 말하는 진귀한 광경까지 목도했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아내에 대한 사랑을 짓누를 정도로 현실이 묵직하다는 얘기였으니 말이다.

덕분에 정신을 차린 강혁은 한숨을 토해내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네가 해준 조언들은 모두 잊지 않으마. 내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이었다.”

“그래, 다음 번에는 내 아내와 함께 봤으면 좋겠군. 내 아내가 요리를 참 잘하거든.”

“기대하지.”

마지막까지 아내의 자랑을 늘어 놓는 알케미를 뒤로한 채로 강혁은 명계의 입구를 향해 떠났다.

*“갔나.”

조용해진 방안을 두리번거리며 강혁이 사라진 자리를 바라보던 알케미는 이윽고 사라진 강혁의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 동안 들뜨고 설레고 두려운 마음을 달래는 동안 그의 집은 어느새 반짝반짝 빛이 나는 새집처럼 변했다.

하지만 집은 깨끗해지고 더는 치울 먼지조차 없어졌건만 알케미의 마음만큼은 달래지지 않았다.

“강혁, 네가 과연 그 누구도 살아나오지 못한 그곳에서 살아나올 수 있을까?”

아내에 대한 마음에 애써 밀어둔 불안함이 스멀스멀 빠져나오며 알케미의 마음을 어지럽혔다.

누구도 살아서 나오지 못한 명계에 자신의 친구와 다를 바 없는 강혁이 제 발로 걸어들어갔으니 그로서는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아내에 대한 마음이 더욱 큰 탓에 그를 말릴 순 없었지만 그에 대한 걱정까지 안 드는 건 아니었기에 그는 심란한 마음으로 자리에 주저 앉았다.

“....살아서 보자. 술 살게.”

닿지 않는 목소리를 끝으로 알케미의 집에서 불이 꺼졌다.

짙은 어둠 속에서 알케미는 강혁이 다시금 돌아오길 바라며 후원 재단으로 전화를 걸었다.

“네, 불우 이웃을 위한 포션 기부를 좀 하고 싶어서요.”

지금의 자신이 강혁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하기 위해서 그는 멈추지 않을 생각이었다.

*“여기가 명계의 입구인가.”

그리스.

신과 악마들의 등장으로 인해서 큰 수혜를 입은 국가의 이름이었다.

신들은 어느 나라마다 아끼는 나라들이 있었고, 그리스 또한 그런 나라들 중 하나였다.

당연하지만 그리스 계열을 아끼는 신인 하데스의 명계로 가는 입구가 그리스에 있는 것은 퍽 이상한 일은 아닐 터.

무엇보다 현재의 그리스라는 나라는 이 명계의 입구를 관광지 삼고 있는 만큼 헌터들의 낙수 효과로 벌어 먹고 사는 나라가 되었다.

‘용케 일반인들이 모르는 게 신기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들 눈에는 왜 헌터들이 미쳐가지고 그리스에서 돈을 펑펑 써대는지 이유를 모를 테지만 강혁은 아니었다.

그들이라고 해서 그저 돈을 뿌리기만 하는 건 아니였으니까.

“정보를 구하거나, 정신을 놓아버리거나. 둘 중 하나지.”

명계로 들어갈 때를 대비해서 정보를 모으는 이들.

명계에 들어간다는 것에 정신을 놓아버리고 가진 재산을 탕진하는 이들.

딱 두 부류였다.

그리스에 있는 헌터들은 말이다.

그리고 강혁은 전자도 후자도 아닌 새로운 부류가 되었다.

저벅저벅-

-올 마스터다.

-올 마스터가 명계에?

-대체 왜? 죽은 사람도 없잖아?

주변에서 강혁을 알아본 이들이 곧바로 명계의 입구로 향하는 강혁을 바라보며 수근거렸지만 강혁의 발걸음을 멈추지는 못했다.

실제로 강혁 또한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는커녕 그들을 무시하고 나아가는 데에 집중했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방해물 삼아 헤쳐 나가는 강혁의 앞에 일단의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죽음의 신의 사도인가.”

검은 복장 일색의 존재들.

그들을 보자마자 강혁은 그들이 누구인지 알아냈다.

사도.

그것도 지금 강혁이 가려는 명계의 주인인 죽음의 신 하데스의 사도였다.

그리스는 아무래도 하데스를 비롯한 이들의 가호를 받는 만큼 그들과 연관된 사도들이 꽤 있었다.

교단이나 악마교와는 살짝 동 떨어진 이들.

당연하게도 그들은 평범한 일로는 잘 움직이지 않았고, 그건 곧 강혁이 명계로 향하는 것이 평범한 일은 아니라는 얘기였다.

“너희들이 나타난 걸 보니까 하데스도 내가 오는 걸 쫄렸나 보네?”

이죽거리는 강혁의 말에도 불구하고 죽음의 신의 사도는 아무 말 없이 강혁을 노려보며 명계의 입구를 단단히 틀어 막았다.

그들이 하데스에게 계시라도 받은 건지 아니면 주인의 세상에 올 마스터라는 이단을 풀어 놓기가 싫은 건지는 강혁의 알 바가 아니었다.

“안 비키면 너네 여기서 다 죽는다.”

그저 명계로 향하는 자신의 발걸음을 막아선 그들을 쳐죽일 생각 뿐.

그런 강혁의 서늘한 목소리에 그들이 취할 수 있는 건 두 개였다.

비켜주거나....그것도 아니라면.

“처리해.”

파바박-

싸우거나.

당연하게도 그들은 비키는 것보다 싸우는 걸 택했고, 그 결과 명계의 입구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바뀌었다.

사도.

그들은 평범한 헌터와 궤를 달리하는 존재들이었다.

물론 그들 하나하나가 라울 슈바함급의 사도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한들 그들을 폄하할 수 있는 존재는 없으리라.

아, 물론.

“고작 그걸로 날 막으려고 하다니 천 년은 멀었다.”

후두둑-

강혁에겐 아니었지만 말이다.

달려든 사도들을 단번에 제압하고 묵사발을 낸 강혁의 강함에 도망치던 이들은 제 발걸음을 멈추고 그 강함에 전율했다.

조용히 몸을 부르르 떠는 그들의 모습을 뒤로한 채로 강혁은 자신을 향해 어둠을 낼름거리는 명계의 안으로 몸을 내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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