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올 마스터-124화 (125/178)

나 혼자 올 마스터#124

대한민국 소속의 헌터부 대장의 동의를 얻은 강혁이 한 일은 간단했다.

“전부 뒤로 빠지십시오. 지금부터는 최강의 10인들이 도시를 지킬 겁니다.”

“....전투 후퇴!”

다른 헌터들의 후퇴.

그것을 들은 대장과 그의 부하들은 일사분란하게 다른 이들을 데리고 물러서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쭉쭉 빠져나가는 헌터들과 시민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혀를 내두른 강혁은 곧바로 주먹을 말아쥐었다.

‘방금 한 마리 잡긴 했지만 그걸론 모자라다.’

현재 도시 곳곳에 나타난 괴생명체의 수는 못해도 수십이다.

무엇보다 놈들은 급소가 제대로 어딘지 알 수가 없기에 방금처럼 거의 상체 전부를 날려버려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

결국 하나를 잡는 데에 필요 이상의 힘을 써야 한다는 얘기.

‘다른 애들도 결국에는 알게 될 일이지만....역시 빡세긴 하네.’

최강의 10인이라고 불리는 만큼 저들을 처리하는 데에 큰 문제는 없을 테지만 곤욕을 치루는 건 예정되어 있었다.

그들을 향해 안타까움을 끝으로 강혁은 자리를 박찼다.

“일단 저놈들부터 치우고 생각하자.”

-크아아악!

그리고 그런 강혁이 향하는 곳에는 입을 쩍 벌린 채로 포효를 내지르는 괴생명체가 있었다.

*-크아아악!

강혁이 다른 괴생명체와 전투를 벌이는 동안 다른 이들 또한 하나둘 괴생명체와 조우하고 그들과 전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엄청나게 질기네.”

공격해도 공격해도 죽을 기미조차 없는 괴생명체의 질김에 발터 밀란이 이를 갈자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곡소리가 울려퍼졌다.

“저들은 저희가 잡기에는 살짝 무리가 있네요.”

“젠장, 쪽팔리게 이게 뭐야?”

미즈키 페이가 그 곡소리의 주인공이었다.

음양술을 다루는 미즈키 페이와 독을 다루는 발터 밀란의 공격은 괴생명체에게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

거의 천적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차이.

결국 두 사람은 서로가 힘을 합쳐서 괴생명체를 제거해나갔다.

“자존심이 깎여나가지만....”

“어쩔 수 없죠. 지금은 자존심이 중요할 때가 아니니까요.”

서로의 자존심이 무더기로 썰려 나가는 느낌이었음에도 두 사람은 연합을 풀지 않았다.

‘이게 신적인 존재가 보낸 군대라는 거지....’

‘괴물 같은 모습에 걸맞는 괴물 같은 힘이네요.’

신이 보낸 군대.

그 외형 자체는 꿈에 나올까 두려운 모습이었지만 그들이 지닌 무력 또한 꿈에 나올까 두려웠다.

세계 최강의 10인.

그중에서도 말석에 자리 잡은 두 사람으로선 힘을 합치지 않는다면 무난하게 잡을 수 없을 정도의 강적.

‘이 정도라면 저번에 만났던 템플러들보다도 위.’

‘확실히 위험하긴 해. 이런 놈들이니 신과 악마들이 서로 연합을 맺은 건가.’

두 사람은 서서히 신과 악마들의 마음을 이해했다.

그들이 자신들을 가지고 논 것과는 별개로 그들이 대항하고 있는 적이 얼마나 강력하고 끔찍한 지에 대해서 간접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그러니까 더더욱 우리가 힘을 합쳐야겠지. 약자는 원래 무리를 짓는 법 아니겠어?”

“....부끄럽지만 부정할 수는 없네요.”

강혁과 장 진 그리고 니아 아리엘 등.

자신보다 위에서 노는 이들의 강함을 옆에서 견식한 두 사람에게 있어서 연합은 더 이상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서로의 힘을 합하여 괴생명체들을 처리해나가는 두 사람의 입가에는 점점 미소가 걸렸다.

“힘이 부족하면!”

“합치면 되죠!”

콰아아앙!

그와 동시에 도시 이곳저곳에서 폭음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어찌 보면 인류의 반격이라고도 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퍼석-!

“으, 더러워 죽겠네.”

달려드는 괴생명체의 면상에 주먹을 꽂으며 니아 아리엘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괴랄한 생김새답게 그들의 살점 또한 푸욱푸욱 빠지는 것이 영 좋은 촉감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마나를 손에 둘러서 촉감을 최소화했기에 망정이었지 그게 아니었다면 그녀는 벌써 넌더리를 쳤을 게 뻔했다.

“대화는 그만하고 녀석들에게 집중하죠.”

스걱-

소름이 끼친다는 듯이 주먹을 터는 니아 아리엘의 모습에 옆에서 검을 휘두르던 한수연이 그녀에게 핀잔을 주었다.

그녀의 핀잔에 니아 아리엘은 어처구니 없다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한소리했다.

“넌 검이고 난 주먹이잖아!”

“진즉에 검을 쥐셨어야죠. 그리고 검을 못 쓰시는 것도 아니잖아요?”

“....쯧, 주먹보다 검이 좋은 걸 어떻게 해!”

“그러면 불평하지 말고 빨리 싸우기나 해요. 지금 몰려드는 놈들 안 보여요?”

“쳇, 강혁이 얼굴 봐서 참는다.”

“....누구 맘대로 오빠 얼굴 보고 참아요? 그건 제가 할 말이거든요?”

퍼엉-! 스거걱-

서로를 향해 날선 대화를 이어나가는 중에도 두 사람은 저들 본인의 몫을 충실히 해냈다.

달려드는 괴생명체 따위로는 결코 뚫어낼 수 없는 천혜의 요새처럼 몰려드는 괴생명체를 모조리 박살내고 토막낸 것이다.

두 사람이 떠드는 모습을 노리고 덤벼든 괴생명체들의 생각에 정확하게 반하는 셈.

-크으으....

-크우어어!

자신들이 농락 당하고 있음을 깨달은 괴생명체들의 반응은 둘로 갈렸다.

경계를 하거나 화를 내거나.

그리고 경계를 하는 이들과는 반대로 화를 내는 이들은 곧바로 거체를 움직이며 쿵쿵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을 향해 달려들었다.

“내가 왼쪽.”

“그럼 제가 오른쪽을 맞죠.”

지축을 울리는 소리에 맞춰 두 사람은 시선을 교환한 뒤, 자신들을 향해 달려드는 두 마리의 괴물을 나눠 맡으며 기합을 내질렀다.

*“저들은 정말 신적인 존재들이 보낸 군세가 맞을까요?”

“나야 모르지. 그저 내가 믿는 신이 그렇다고 하니 따를 뿐이란다.”

“....끔찍한 모습이지만 저들도 다른 곳에선 평범한 이들일까요?”

도시를 어지럽히는 괴물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할론 부녀는 대화를 나누었다.

괴생명체들은 사실 평범한 인간과 비슷한 이들이 아닐까?

그들도 처음에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었을까? 하는 것이 주된 대화였다.

하지만 그 대화의 끝은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

-크우어어!

“저들이 과거에 어떠했든 미래에 어찌 변하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변하지 않는단다.”

“....저희가 처단해야 하는 적일 뿐이라는 거죠?”

“그렇지. 저들은 지구인들을 죽이러 온 몬스터에 불과해. 우린 몬스터를 사냥하는 헌터다. 자, 그럼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지?”

“저들을 사냥하는 것. 알겠어요. 푸념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아비란 언제나 딸의 고민을 들어주고 이해해줘야 하는 법 아니겠느냐?”

푸근하게 웃음을 지으며 두 부녀는 각자의 준비를 마쳤다.

파아아앗!

환한 신성력이 두 사람에게서 터져나오며 도시 환한 빛으로 물들였다.

괴생명체들에게는 멸망의 빛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빛이었다.

*“완전 대낮 같군.”

도시에서 조금 떨어진 구역에서 홀로 선 장 진의 목소리가 공허하게 주위에 울려퍼졌다.

-크륵?

-크워억?

그리고 그런 장 진의 중얼거림에 반응한 것은 사람이 아닌 괴생명체들이었다.

어느새 자신들의 한가운데 서서 중얼거리는 장 진의 모습에 그들은 발광했다.

-크워어어!

-크아아악!

자신의 먹이가 제 발로 걸어 들어왔다는 사실에 기쁨 반.

먹이 주제에 건방진 태도를 보인다는 것에 분노 반.

그렇게 기쁨과 분노가 반반씩 섞인 채로 달려드는 괴생명체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장 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검을 빼들었다.

스거거걱-

그리고 검을 빼들기 무섭게 날아간 참격이 그들의 몸을 토막냈다.

피가 낭자하고 알 수 없는 크기의 살점 등이 난무하는 세상 속에서 오로지 장 진의 몸만이 깨끗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후두둑-

찰나의 시간이 지나고 피와 살점이 아스팔트 도로를 흥건하게 적실 때.

장 진의 모습은 더 이상 그곳에 없었다.

“답지 않게 청소부 노릇을 하게 되었군.”

이미 자신의 본분에 따라 청소를 하러 다른 구역으로 떠났기 때문이다.

*쿵-

“....드디어 끝인가.”

주위에 낭자한 피와 시체들.

다행이라고 하기엔 뭐하지만 인간의 시체는 그리 많지 않았다.

미쳐 피하지 못했거나 도착하기 전부터 죽어 있던 시체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강혁은 착잡함을 감추지 못했다.

“조금만 더 빨리 왔다면 저들을 살릴 수 있었을까?”

자신의 느림으로 인한, 신과 악마와의 대면 때문에 늦어 저들이 죽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지난 일은 지난 일. 많은 것에 얽매이진 말자.”

모든 사람을 구할 수 없음을 이미 자신 또한 알고 있었고, 괴생명체들은 강혁과 그의 동료들로서도 처리하기 힘든 존재들이었다.

미리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일어났을 피해였기에 애써 마음을 지어낸 강혁은 자리에 주저앉았다.

‘부족하다, 부족해. 힘이 더 필요해.’

이번 전투로 강혁은 또 다시 힘의 절실함을 깨달았다.

물론 괴생명체들을 잡는 데에는 지금의 힘으로도 충분했지만 그건 앞으로 상대해야 할 이들의 졸병에 불과했다는 걸 알기 때문에 느끼는 감정이었다.

결국 결심한 강혁은 피 묻은 옷을 털어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더 강해져야겠어.”

다행히도 강혁에게는 아직도 더 강해질 방법이 남아 있었고, 그 방법은 이미 가까이에 있었다.

-또 다른 칠죄와 칠선을 원하는 구나.

“그래, 난 더 많은 힘이 필요해.”

-최종적으로 신과 악마들이 힘을 합쳐야 할 정도의 적을 신과 악마 없이 상대해야 할 테니 그렇겠지.

“....맞아.”

비단 괴생명체들의 주인에 대한 걱정만이 아니라 신과 악마에 대한 처리 문제.

그리고 신과 악마가 사라진 세상에서 쳐들어올 괴생명체들의 주인과의 전쟁.

그것이 강혁이 힘을 갈구하게 만들었다.

-네가 원한다면 모든 걸 포기하고 신과 악마와 손을 잡아도 좋다. 우리의 복수야 부차적인 문제. 네가 생존하는 걸 바라고 있다. 그러니 그들과 연합을 하든 손을 잡든 상관하지 않겠....

분노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강혁은 그의 말을 중간에 잘라 먹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네가 생각하는 일 따윈 일어나지 않아. 그들은 이미 나와 세상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고, 그건 이미 일어난 일이지. 난 그들을 용서할 생각이 전혀 없어. 그건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한결 같군.

“지금 필요한 건 그들과의 협상이 아니라 그들도 쳐부수고 나아가 괴생명체의 주인들까지 쳐죽일 힘이다. 안 그래?”

-....정답이다!

대답을 듣기 무섭게 묵직하던 목소리를 지워내고 밝고 경쾌한 목소리로 입을 여는 분노의 목소리에 강혁은 만족했다.

협상? 연합?

‘그런 것 있을 수 없지. 내가 죽던지 놈들이 죽던지 둘 중 하나 말고는 우리에게 선택지란 없다. 어디 한 번 끝까지 가보자고.’

신과 악마들이 들었다면 기겁을 했을 생각을 하며 다짐을 하는 강혁의 귓가에 분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날아라. 새로운 놈들을 찾으러 갈 시간이다.

“나쁘지 않지.”

조용해진 도시 속에서 울려퍼지는 분노의 목소리에 강혁은 미소를 지으며 하늘 위로 날라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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