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올 마스터#121
탐욕.
강혁이 새롭게 얻은 칠죄임과 동시에 무언가를 억압하고 구속하는 데에 특출남을 보이는 힘.
그 힘이 신의 힘으로 강화된 신의 병사들을 덮쳤다.
“....컥!”
“....모....몸이 말을 안 들어.”
신의 힘으로 강화된 자신의 신체에 취한 이들이 탐욕의 마기에 억압 당해서 몸을 가누지 못하는 모습이 주위에서 관찰 되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교황은 멀쩡한 모습으로 강혁을 바라보았다.
부릅뜬 두 눈으로 말이다.
“네놈 대체 어떻게....? 신의 힘으로 강화된 병력이기에 신의 격으로 찍어누르는 것도 안 될 텐데?”
“왜긴 왜야? 신의 격으로 찍어누르는 게 아니니까 그렇지.”
일전에 강혁이 템플러들과 악마 숭배자들을 상대할 때에 한 번 신의 격을 통해서 찍어누른 적이 있었다.
그걸 기억하는 교황의 모습은 꽤 놀라웠지만 그게 끝이었다.
‘탐욕의 힘은 신의 격과는 반대 되는 힘이지.’
칠죄 중 하나인 탐욕.
그것이 지닌 힘은 신의 격과는 완전히 다른 힘이었다.
격만으로 찍어누르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서 나아간 신적인 힘이라고 보는 편이 옳았다.
당연히 그냥 은연 중에 풍기는 힘을 강화하는 것과 본격적으로 다루는 힘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에러였다.
“자, 네 입으로 그랬지? 신의 힘을 받아들인 병사들을 어찌할 수 있겠느냐고 말이야.”
“으....으아아악!”
자신이 자랑하던 신의 병사들이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린 것을 본 교황을 벌벌 떨리는 얼굴로 강혁을 괴물처럼 바라보았다.
자신을 괴물처럼 바라보는 교황의 시선을 느끼며 강혁은 그를 향해 천천히 발걸음 내딛었다.
“끝내자.”
쿵-
가볍게 밟은 진각이 대신전 전체를 뒤덮으며, 그 안에 가득한 템플러들과 성직자들을 공격했다.
“아....안 돼!”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무형의 기파를 느낀 교황이 손을 허우적거리며 그것을 막기 위해서 몸부림을 쳤지만 헛된 몸부림에 불과했다.
“이제 교단이라는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거다.”
서늘한 강혁의 목소리가 그의 귓가를 후려치는 순간 무형의 기파가 탐욕의 마기에 묶여 오도가도 못하는 이들을 휩쓸었다.
*쿠궁- 쿵-
“빠져나가자.”
“다 죽은 건가?”
“죽었을 걸. 거기서 살아나오면 놈들은 신이지 고작해야 성직자 따위가 아닐 걸.”
강혁이 흩뿌린 기파에 담긴 힘은 신격도 쟁취하지 못한 이들이 막아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어떤 힘이라도 방어를 한 것과 정타로 맞는 것은 다르다.
강혁과 그들 사이에는 크나큰 차이가 있다.
‘그런 차이가 있음에도 제대로 된 방어조차 하지 못한 상태로 공격들을 맞았으니 살았을 리가 없지.’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현재 신전 안에서 느껴지는 살아 있는 자의 기척은 강혁과 그의 동료들을 제외하면 아무도 없었다.
모두 죽었음을 알리는 가장 결정적인 증거인 셈.
“건물이 완전히 무너지기 전에 나가자. 괜히 여기 안에서 잔해들 밑에 깔릴 필요는 없잖아.”
“....그건 그렇지. 나가자.”
니아 아리엘의 끄덕임에 강혁은 다른 이들을 솔선수범하며 무너지는 교단에서 몸을 빼내었다.
쿠구구궁-
강혁과 그의 일행들이 교단에서 몸을 빼내기 무섭게 교단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고, 원래의 모습 따위는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먼지구름만이 자욱해진 상황을 바라보며 강혁은 루카스 폴른을 불렀다.
“돌아가자, 이곳에 더 이상 볼 일은 없을 것 같으니까.”
“그래, 금방 텔레포트 마법진을 그리지.”
이제는 익숙해진 텔레포트 마법진을 그리러 떠나는 루카스 폴른의 뒷모습을 강혁이 바라보고 있을 때.
장 진이 그에게 말을 걸어왔다.
“방금 그 힘이 자네가 가진 칠죄라는 힘인 건가?”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저도 처음 써보는 건데 잘 돼서 다행입니다.”
겸손하게 말을 하는 강혁의 모습에 장 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처음 만났을 때에도 충분히 괴물 같은 성취라고 생각했는데 눈 한 번 깜빡인 사이에 어느새 이 만큼이나 더 벌어졌다니....자넨 정말 대단하군.”
“과찬이십니다.”
자신을 하늘 높이 띄워주는 장 진의 칭찬에 강혁은 몸 둘 바를 몰라했다.
장 진은 강혁이 각성자가 되기 전부터 이름을 알리던 진짜배기 강자.
그런 그가 자신을 높이 띄워주는 건 강혁에게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아니, 넘쳤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어느새 여기까지 도달했구나.’
1년 정도 되는 짧은 시간.
남들에게는 별 것 아닌 시간이었지만 그런 짧은 시간 사이에 자신이 도달한 경지에 강혁은 진심으로 감격했다.
‘철혈에서 쫓겨났던 게 엊그제 같고, 그 날 각성한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신격을 쟁취해냈다니....참 시간 빠르네.’
꽈아악-
옛 생각을 하며 두 주먹을 말아쥔 강혁은 다시금 다짐했다.
‘내게 주어진 힘을 사용해서 세상을 저들 장난판으로 만든 신들을 모조리 쳐죽인다.’
자신을 벼랑 끝까지 내몰았던 승태는 신들의 노리개가 되어 처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자신이 매일 같이 기도 올리던 교단의 본단을 오늘 깨부쉈다.
이제 남은 건 몇 없었다.
‘신들을 죽이고, 악마들을 처단한다.’
뚜렷한 대의가 있는 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해야 할 일.
자신이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한 복수 정도가 그 이유였다.
‘얼마 안 남았다.’
지구를 빌어먹을 세상으로 바꾸고 그로 인해 입은 피해를 되갚아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런 생각을 뒤로 한 채로 강혁이 입을 열었다.
“돌아가죠, 아직 악마놈들의 소굴이 남아 있지 않습니까?”“그래, 그래야지. 아직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많이 남았으니까.”
이윽고 두 사람은 그리 말하며 피식 웃어보이곤 루카스 폴른이 그린 텔레포트 마법진 위로 올라섰다.
파아앗-
두 사람이 올라가고, 다른 이들마저 각자의 자리에 선 순간 텔레포트 마법진은 예의 밝은 빛을 토해내더니 마법진 위의 이들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켰다.
*교단의 정리 이후, 강혁을 비롯한 이들은 곧바로 숨 쉴 틈조차 주지 않고 악마교를 습격했다.
당연하게도 교단의 상황을 꿈에도 모르고 있던 악마교는 제대로 된 공격조차 혹은 방어조차 하지 못하고 강혁을 비롯한 이들의 손에 쓸려나갔다.
-크아아악! 지옥의 악마들께서 너흴 용서치 않으시리라!
악마의 형상처럼 변한 악마교주의 목소리가 악마교 안에서 웅웅대며 울려퍼졌다.
마치 악마가 내리는 저주와도 같은 모습에 다른 이들이 마른 침을 삼킬 때.
오직 강혁 만큼은 중지를 치켜 세우며 대꾸했다.
“그 악마들도 네 곁으로 보내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미리 가 있어라. 금방 보내줄 테니까.”
스걱-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신성력이 응축된 칼날을 휘둘러 녀석의 목을 베어냈다.
투둑-
검은 피를 주르륵 흘림과 동시에 목에서 떼어진 머리가 떼구르르 바닥을 나뒹구는 모습을 바라보며 강혁은 등을 돌렸다.
“가자.”
교단과 악마교.
지구를 양분하던 거대 종교가 하루 아침에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는 순간이었다.
*[갑작스레 모습을 감춘 교단과 악마교. 그들의 행방은 어디로?]
[교단과 악마교의 본단이 있던 곳에는 무너진 잔해들만 가득.]
[최강의 10인은 이에 대한 답변을 빠르게 해야....]
띡-
“후우, 아주 난리도 아니네.”
TV에서 흘러나오던 뉴스를 바라보던 강혁은 TV의 전원을 꺼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지구를 위해서 내린 결정이었고, 행동이었지만 두 개의 종교가 가지고 있던 신도의 수가 문제였다.
“진짜 어마어마하게 많았구나.”
거의 전체 지구인 중의 3분의 1가량이 악마교나 교단의 교리를 따르고 있었다.
10억이 넘는 어마어마한 인구가 갑자기 하루아침에 자신의 종교를 잃어버리게 되었으니 그들로서는 패닉에 빠지는 것도 당연한 일.
“어쩔 수 없지. 대의를 위해서는 이 정도는 감수해야하지 않겠어?”
웃음기마저 맺혀 있는 니아 아리엘의 말에 강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이 정도 일 줄은 몰랐어서 한 말이야.”
“뭐, 신과 악마가 직접 모습을 내비치진 않았어도 자신의 힘과 이적을 보인 게 벌써 10년 전이야. 10억 정도면 적은 거지.”
“....그래, 오래 전부터 뿌리 내린 놈들인데 이 정도면 적은 거지.”
한숨을 내뱉긴 했지만 강혁도 어느 정도 감수한 부분이었다.
10년.
강산도 바뀔 시간 정도라면 10억 정도의 사람들이 신과 악마를 믿고 그들의 교리 따르는 것쯤이야 이상하진 않았다.
“그래도 네가 교단과 악마교에 관한 진실을 알려서 파급이 적은 거야. 본래 같았으면 진짜 폭동이랑 테러랑 장난 아니었을 걸?”
“맞아, 그것도 있긴 있더라.”
진짜 신과 악마가 나타나고, 본래 있던 종교들이 힘을 잃었을 때.
그들을 믿던 광신도들이 어디로 갔겠는가?
수증기가 되어서 사라졌다?
‘말도 안 되지.’
그들은 그저 믿는 신을 갈아탔다.
신 혹은 악마로.
자신들에게 더 잘 맞는 신격의 존재에게 기도를 올리는 것으로 바꾼 것이다.
그런 그들이 이번 사태에 멀쩡하게 신과 악마를 믿고 있었다면 대규모 테러 등이 일어났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강혁이 얼마 전에 한 기자회견 덕분에 일어나지 않은 셈이 되었다.
“그때 네가 신과 악마들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교단과 악마교를 믿는 이들이 대거 이탈하지 않았다면 진짜 전 세계가 테러에 휩싸였을 걸? 교단과 악마교를 무너뜨린 이가 누구냐면서 말이야.”
“....진짜 다행이지.”
신과 악마의 진실을 알게 되고 가장 먼저 등을 돌린 이들이 바로 광신도들이다.
신실함이 깊기에 충격마저도 깊었던 것.
만약 기자회견이 아니었다면 이번 사태에 신과 악마들의 충실한 종으로서 테러를 감했을 이들이 가장 먼저 신과 악마를 배반했다.
그렇기에 지구는 조용할 수 있었다.
“슬슬 우리란 걸 밝혀야 하지 않아? 괜히 죄 없는 곳 피해보게 하지 말고.”
“그래야지. 루카스가 그래서 기자회견 열라고 갔잖아.”
“아, 그게 그거였어?”
며칠 동안 강혁은 고민을 끝에 교단과 악마교를 없앤 곳이 자신들임을 밝히기로 결정했다.
이번 사태로 인해서 괜시리 불똥이 튄 이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 이제 좀 조용해지겠네.”
“우린 바빠지겠지.”
“....그런가?”
고개를 갸웃거리던 니아 아리엘은 이내 아무렴 뭐 어때~ 라고 중얼거리며 자리를 벗어났다.
서서히 멀어져가는 니아 아리엘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강혁은 무언가를 느끼고 자리에서 퍼뜩 일어났다.
“....저건 또 뭐야?”
서울의 하늘 위에 나타난 거대한 게이트.
하지만 그 게이트는 여태까지 나타났던 게이트와는 모습 자체가 달랐다.
그리고 서서히 진동하는 게이트가 쩍 갈라지며 무언가를 토해내기 시작할 때.
강혁은 곧바로 자리에서 뛰쳐나갔다.
-키에에엑!
무언가를 뒤죽박죽 섞어 놓은 듯한 괴물들.
그것들이 서울의 하늘을 뒤덮는 모습을 보고도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이는 없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