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올 마스터#120
“흐하하핫! 신께서 나를 보우하시는구나!”
“....쯧, 이건 예상 밖인데.”
교황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막대한 양의 신성력을 느끼며 진혁은 이를 갈았다.
저 힘은 분명 신이 개입하지 않는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이적이었으니까.
즉.
‘진짜 신이 놈을 돕고 있다.’
아레스 사건을 계기로 신들이 진혁을 향해 두려움을 느끼고 그를 제지하기 위해서 교황에게 힘을 빌려준 것.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바깥에 있을 다른 이들 또한 무사하지 않을 것을 알기에 강혁은 이를 갈았다.
빠득-
갈려나갈 이의 파편이 입 안에서 이리저리 움직였지만 그건 강혁을 막을 수 없었다.
“널 단숨에 처 죽이고 다른 이들을 도우러 가겠다.”
“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해보시지!”
자신감 넘치는 그의 모습에 다시 한번 이를 간 강혁의 신형이 주욱 늘어남과 동시에 순식간에 교황의 앞에 도달했다.
“후읍!”
숨을 한 호흡 들이마신 뒤, 내질러지는 강혁의 주먹이 교황을 후려쳤다.
“....흐하핫! 신께선 네놈 따위에게 지지 말라고 하셨다!”
“역시 일반적인 힘으론 안 되나.”
그의 전신의 뒤덮은 보호막만 없었더라면 그의 주먹은 교황의 얼굴을 후려치기에 충분했지만 아쉽게도 그 보호막 때문에 불발되고 말았다.
결국 강혁은 평범하기만 공격들로는 그를 저지할 수 없음을 깨달았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겼다.
“한계 초월.”
“....이놈!”
한계 초월.
이제는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강혁의 최종 병기의 등장에 교황은 이를 갈며 손을 뻗었다.
파아아앗-
밝은 광채가 터져나오며 강혁의 두 눈이 멀게 만들었지만 그걸로 강혁을 막을 수는 없었다.
“후우....빨리 끝내자. 어차피 네놈 따위는 이제 날 막을 수 없어.”
촤르르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혁의 전신을 뒤덮는 강철의 비늘들의 모습에 교황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창백하다고 볼 수도 있을 정도로 딱딱한 얼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혁은 발걸음을 내딛었다.
쿵-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바닥이 울림과 동시에 강혁의 몸이 가볍게 날아오름과 동시에 주먹을 내질렀다.
쩌엉-
똑같은 자세로 내질러진 주먹이었지만 그 결과는 방금과 달랐다.
보호막 위를 가격한 강혁의 주먹에서 뻗어나간 파괴력은 보호막을 징처럼 울리게 만들었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내 주먹은 한 발이 아니야.”
“....!”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재차 내질러는 연격에 보호막 안에서 미소 짓던 교황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저건 더 맞으면 보호막이 박살난다.’
뻔히 보이는 미래를 보고도 대비하지 않는 건 바보나 하는 일.
“신이시여!”
교황은 곧바로 자신이 부르는 신의 이름을 울부짖었다.
그와 동시에 교황의 불리함을 느낀 신들이 곧바로 대응에 나섰다.
콰과과과-
머리 위에서 떨어져내리는 빛기둥이 정확하게 강혁을 강타했다.
강혁의 입장에선 마른 하늘의 날벼락과도 같은 느낌이지만 덕분에 교황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허억....헉-”
갑작스레 떨어져 내린 날벼락(?)에 대비하지 못한 강혁은 그대로 교황을 놓아버렸고, 준비 중이던 연격 또한 이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빛기둥 세례에도 강혁은 멀쩡했다.
“....고작 이걸로 나를 막으려고 한 건 아니지?”
이를 벅벅 갈면서 내뱉는 강혁의 목소리에 교황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분명 진혁의 겉모습은 평범한 인간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거대한 힘은 결코 평범한 인간으로는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들 그냥 물러설 교황이 아니었다.
“네놈의 시체를 신들에게 바쳐 노여움을 풀겠다!”
“할 수 있으면 해봐. 나도 널 죽여버릴 테니까.”
서로 한 마디씩 교환한 뒤,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몸을 날렸다.
쾅쾅쾅-!
빛보다 빠르게 내질러지는 주먹들이 서로의 몸 이곳저곳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그리고 내질러진 주먹들이 부딪치고 서로를 공격하며 내뱉는 거친 폭음 소리가 주위를 가득 채웠다.
물론 그와 달리 강혁은 침착한 얼굴로 주먹을 내지르고 수거하기를 반복하며 교황의 몸을 둘러싼 보호막을 부수었다.
쩌적- 쩍-
강혁의 힘을 버티지 못하고 서서히 망가져가는 보호막을 바라보며 교황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만 갔고, 반대로 강혁의 얼굴 위로는 맑은 미소가 걸렸다.
물론 교황은 서서히 굳어져 가는 상황을 뒤바꾸기 위해서 몸을 아끼지 않았다.
“으아아아! 죽어라! 죽어어!”
이를 악문 채로 신성력이 맺힌 주먹을 붕붕 휘둘러가며 달려드는 교황의 모습에 강혁은 침착하게 대응했다.
텁-
“....어?”
날아오는 주먹을 붙잡고.
“자....잠깐!”
우득-
그대로 주먹과 함께 팔을 반대 방향으로 꺾어버린다.
“끄아아악!”
인간이라면 응당 그렇듯이 반대 방향으로 꺾인 팔에서는 극심한 고통이 치솟고, 그걸 이겨내지 못한 교황의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는 모습을 바라보며 강혁은 자리를 박찼다.
“고작 그걸로 울면 어떻게 해. 너희들 때문에 고통 받은 사람들이 느낀 고통에 반도 안 될 텐데.”
“흐억....흐으....제발....”
신의 힘을 얻고 기세등등하던 모습은 거짓이었는지 눈물콧물 질질 짜며 애원을 하는 교황의 모습에도 강혁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어차피 넌 여기서 죽을 텐데 뭘 빌고 있어. 일어나서 죽을 때까지 주먹이라도 한 번 더 내질러라.”
비꼬는 듯한 강혁의 말에 힘을 얻은 건지 분노한 건지 모를 상태로 교황은 비틀비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이내 자리를 박찬 교황은 그대로 창문을 부수고 바깥으로 도망쳤다.
“....? 미친 건가?”
싸우다 말고 등을 돌려 도망치는 그의 모습에 어이 없던 것도 잠시.
강혁 또한 곧바로 땅을 박차고 부숴진 창틀을 깨부수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펄럭-
굳고 길게 뻗어진 날개가 펄럭이며 드높은 창공을 향해 강혁을 인도했다.
“넌 뒤졌어.”
이윽고 한 마리의 매가 사냥감을 쫓듯이 강혁이 몸이 총알처럼 쏘아지며 먼저 도망친 교황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허억....허억....”
메마른 신음 소리를 내뱉으며 교황은 하늘을 날아가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도망친다는 말이 옳으리라.
하지만 그와 별개로 그는 자꾸 뒤를 돌아보며 숨을 헐떡였다.
“도망친 건가?”
자신과 싸우던 강혁이 자신을 아직도 쫓아오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내린 행동이었고, 그 행동은 그의 심신에 안정을 가져왔다.
“....히익!”
적어도 아주 잠깐이었지만 말이다.
저 멀리서 작은 점에서부터 점점 커져가는 강혁의 모습을 바라보며 푸들푸들 떨리는 살을 떨어대며 허둥지둥 신성력을 발산하는 교황의 곁엔 어느새 강혁이 모습을 드러낸 상태였다.
“왜 도망가? 네가 믿는 신이 도망치라고 하던?”
허연 이를 드러내며 씨익 미소를 짓는 그의 모습에 교황은 이를 악물었다.
“닥쳐라! 신께서는 너를 용서치 않으실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그냥 돌아간다면 그분들도 너에 대한 단죄를 고민하실 터. 생각을 잘하는 것이 좋을 거다!”
참으로 자기 중심적으로 돌아가는 그의 말에 강혁은 웃음을 감출 수 없었다.
“진짜 그럴 것 같아?”
“무....물론! 내 뜻은 모두 신의 뜻일지니 네 녀석은 그저 신의 말씀을 따르기만....컥!”
“어차피 그놈들은 날 죽이려고 혈안이 됐을 텐데 살려주긴 뭘 살려줘? 돼지 새끼야. 넌 오늘 여기서 죽는다고 말했지? 위치는 좀 바뀌었지만 죽는 주체는 바뀌지 않았으니 상관없겠네.”
입가에 걸린 미소가 짙어지고, 그에 따라 강혁의 말린 주먹에서 느껴지는 힘마저 점점 거대해질 때.
교황은 생각했다.
‘....아, X 됐다. 그냥 이놈과는 적대하지 말았어야 했다.’
올 마스터 이강혁.
자신의 힘이라면, 신께서 내려주신 이 힘이라면 가능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 오판이었다.
‘저놈은 신께서 상대하셔야 하는 놈이다. 나 같은 종의 몸으로는 놈을 이길 수 없어.’
신격을 쟁취해낸 자와 신격에 의해서 힘을 주입 받은 자.
누가 이길지는 이미 시작부터 정해진 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렇기에 교황이 벌벌 떨리는 얼굴로 강혁을 바라볼 때.
강혁의 입이 열렸다.
“일단 한 대.”
콰아아앙-!
그와 동시에 뻗어진 강혁의 주먹이 보호막 위를 강타하고, 그것이 산산조각나며 주위의 구름들마저 흩어버리는 것으로 그 위력을 절감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두 눈을 까뒤집은 채로 기절한 교황의 모습을 바라보며 강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그를 들쳐 메었다.
“돌아가야지.”
그의 묘비가 세워질 곳은 아무것도 없는 파란 하늘이 아니었기에.
*쿵-
교황을 데리고 복귀한 강혁은 곧바로 교단을 향해 돌진했다.
콰아아앙-!
일격.
단 한 번의 주먹 지르고 벽을 완파시킨 강혁은 환하게 미소를 머금은 채로 내부를 바라보며 말했다.
“동작 그만.”
우뚝-
강혁의 말.
정확하게는 그의 어깨에 메어진 채로 기절한 교황의 모습에 템플러들을 비롯한 성직자들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결과적으로 조용해진 주위의 모습에 만족한 강혁이 교황을 바닥에 내동댕이치며 입을 열었다.
“네놈들 대장은 나한테 당해서 저런 꼴이 됐지. 신이란 작자들이 힘을 건네줘도 저 모양이다. 그런데도 더 해볼 생각이 있는 놈은 나와. 내가 직접 상대해주마.”
신격을 이룩한 이의 몸에서 자연스레 새어나오는 신격은 신격에 예민한 성직자들과 템플러들을 몸을 옭아매기엔 충분했다.
“싸워라! 움직이란 말이다!”
그들을 다스리는 추기경급 성직자들은 얼추 정신을 차리고 몸이 터져라 소리를 쳐댔지만 의미는 없었다.
물론.
“포기나 전투냐를 택하라고 했지 떠들라고 한 적은 없는데.”
“....!”
퍽-!
그걸 가만히 보고 있을 강혁이 아니었다.
그의 곁에 다가가 가볍게 내지른 주먹 한 방.
그것이 녀석의 머리통을 으깨고 단번에 터뜨려버림과 동시에 좌중을 다시금 조용하게 만들었다.
“또 떠들 놈 있나?”
시끄럽던 추기경이 조용해짐에 따라 다시금 조용해진 주위를 바라보며 묻는 강혁의 말에 간 크게도 입을 열 존재는 없었다.
바로 그때였다.
척- 처적-
“....? 용케 일어났네.”
기절했던 교황이 서서히 몸을 일으키는 모습을 바라보며 강혁이 흥미를 드러내다 이내 얼굴을 굳혔다.
“너 교황이 아니구나.”
교황이 아니다.
그 말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아이야, 너는 너무 도가 지나쳤다. 신을 따르는 이를 이토록 내동댕이치다니. 그건 곧 그가 믿는 신의 이름마저 내동댕이 치는 것과 같으니.”
“그런 거라면 수백 번이고 더 던져줄 수 있는데.”
짜증나는 신들을 엿 먹이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해줄 수 있다는 듯이 말하자 그는 살풋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너의 건방이 얼마나 이어지는지 보겠느니라.”
자애로운 목소리.
하지만 그에 담긴 살의는 결코 적지 않았고, 그가 손을 내젓는 동시에 템플러들과 성직자들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그걸 느낀 강혁이 손을 뻗으며 소리쳤다.
“뒤로 빠져!”
“늦었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성직자들과 템플러들에게서 폭발적인 신성력이 터져나오며 강혁의 동료를 덮쳤다.
그 모습에 강혁이 이를 악물자 교황은 자애로운 미소로 화답했다.
“막을 수 있겠느냐? 신의 힘으로 강화된 병력들을 막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자신만만한 그의 목소리에 강혁은 경련이 일어날 정도로 힘을 준 것을 풀어내고 가볍게 대답했다.
“안 될 건 뭐 있겠어?”
푸화아악-
그 말에 대한 대답이라도 되듯이 강혁의 몸에 뿜어져 나온 검은 마기가 성직자와 템플러들을 덮쳤다.
“탐욕, 일 한 번 하자.”
이번에 얻은 신품의 성능 확인.
그걸 위한 판이 제대로 깔려 있는 걸 확인한 강혁은 성능 확인의 시간을 뒤로 미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