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올 마스터-119화 (120/178)

나 혼자 올 마스터 #119

“젠장!”

쾅-!

값비싼 나무 원목으로 책상이 주먹질 한 번에 박살이 나서 흩어진다.

하지만 이 참상을 만든 장본인은 책상 따위에 시선 하나 주지 않으며 분노를 토해내기 바빴다.

“그놈들은 어디에 있지? 감히 신을 죽이다니! 신성모독이다!”

“현재 한국에 있는 걸로 파악 되었습니다.”

“빌어먹을 놈들 같으니. 아무리 신께서 잘못 되었다고 한들 그분들께서 하시는 일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거늘 감히 그분들의 신체에 칼을 들이 밀어? 정신이 나가도 단단히 나갔군!”

분노에 파들파들 몸마저 떨어대는 그의 모습에 추기경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말을 하고 있는 교황만큼 신실하진 않았지만 그 또한 추기경이라는 위치에 맞는 신실함을 지니고 있었다.

“템플러들을 보낼까요?”

그렇기에 그는 이 상황에 맞는 답을 내놓았다.

템플러.

이미 한 번 보낸 적 있는 교단의 음지를 담당하는 이들.

그들을 보내느냐고 묻는 추기경의 물음에 교황은 손을 내저었다.

“기다려. 아직 신들의 말이 내려오지 않았으니까.”

신들의 말.

흔히들 계시나 신탁이라고 부르는 그 말을 교황은 기다렸다.

하지만 그들의 기다림은 그리 오래 갈 수 없었다.

“교황 성하!”

“....무슨 일이지? 분명 내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방문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자신을 다급하게 부르는 성직자의 목소리에 그의 상념이 깨어지고 짜증 가득한 그의 목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웠다.

교단의 주인인 그의 짜증에 방문을 박차고 들어온 성직자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특별한 일이 생겼습니다.”

“....그래? 그럼 한 번 들어나 보지. 하지만 만약 쓰잘데기 없는 일이라면 각오하는 게 좋을 걸세.”

짜증을 넘어선 미약한 분노마저 느껴지는 교황의 목소리에 성직자는 마른 침을 한 번 삼키고는 답했다.

“올 마스터가 왔습니다.”

“....! 중요한 일은 맞군.”

올 마스터.

신을 죽인, 정확하게는 화신체를 죽인 자.

지금 교황의 분노의 원천과도 같은 존재의 이름에 교황은 분노를 간신히 억누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는?”

“교황 성하를 뵙고 싶다고 하는데....”

“들라 해라.”

“하지만!”

“그럼? 그냥 세워둔다고 녀석이 돌아갈 것 같나? 일단 들여. 놈을 죽이든 살리든 그건 이 안에서 결정한다.”

“....알겠습니다.”

강혁을 들이라는 말에 반발하던 성직자는 이내 교황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곤 방을 나섰다.

서서히 멀어져가는 성직자의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추기경이 덤덤한 얼굴로 교황을 바라보았다.

“방법은 있으십니까?”

“전면전.”

“....진심이십니까?”

이미 신을 죽인 전적이 있는 강혁과의 전면전이라는 말에 추기경은 굳은 얼굴로 교황을 바라보며 되물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바뀌지 않았다.

“그래. 물론 곧바로 싸울 건 아니야 그저....놈들이 무슨 이유로 여길 찾았는 지를 들은 뒤에 할 생각이다.”

“결국은 싸우겠다는 얘기군요. 자신 있으신 겁니까?”

“신께서 우리를 지켜보고 계시니 질 리가 없지 않나?”

“준비하겠습니다.”

신이라는 이름이 나온 이상 물러날 곳이 없음을 직감한 그는 고개를 숙이곤 자리를 벗어났다.

이제 찾아온 불청객들을 응대하고, 전면전을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추기경이 떠나고 조용해진 자리를 바라보던 교황은 이내 자리에서 일어섰다.

“원치 않은 손님이지만 맞이할 준비는 해야겠지.”

자신의 힘을 바라지 않은 손님에게 내보이기 위해서 말이다.

*“여길 손님으로서 방문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교단의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하는 내부를 둘러보며 뱉은 루카스 폴른의 말에 모두가 공감했다.

교단.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은 완전히 적으로 돌아선 곳에서 손님으로 방문할 줄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으리라.

하지만 그들은 방문했고, 교황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

그 상황에 그저 놀랄 따름이었다.

“야, 긴장 풀지 말고 자리 지켜.”

“....쯧, 알았다.”

하지만 이어진 강혁의 핀잔에 루카스 폴른은 혀를 차며 고개를 끄덕였다.

적진 한복판에서 적진 구경이나 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란 생각이 그도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나 둘 놓아 둔 긴장끈을 꽉 부여 잡는 순간.

“처음 뵙겠습니다. 추기경 알버트라고 합니다.”

순백의 법복을 차려 입은 추기경 알버트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막대한 신성력.

루터 할론을 연상케하는 막대한 신성력을 가진 이가 교황도 아닌 추기경이라는 사실에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은 한껏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물론.

“반갑습니다, 올 마스터 이강혁이라고 합니다.”

강혁은 그에 개의치 않고 손을 내밀었다.

그런 강혁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알버트는 이내 강혁의 손을 붙잡았고.

꽈아아악-

“흐억....!”“그리고 제 앞에서 담담한 척하지 마십쇼. 죽이고 싶은 마음 다 압니다. 그러니 서로 탁 터놓고 얘기하게 교황 성하나 불러주시는 게 어떻습니까?”

힘 한 톨 숨기지 않은 채로, 마치 빨래 짜듯이 알버트의 손을 짜버리며 강혁이 말했다.

입가에 걸린 미소와는 상반되는 모습에 알버트 추기경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안내....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동료들이 있을 곳은 따로 마련해주시고 저만 가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시뻘개진 얼굴로 고개만 붕붕 흔드는 알버트의 모습에 강혁의 동료들은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쯧, 이제는 저런 존재조차 몇 수는 아래라는 거지?”

“얼마나 많은 차이가 벌어진 건지 가늠조차 되지 않아요.”

“더 노력해야겠군.”

저마다 각자의 의견을 내뱉으며 도란도란 수다를 나누던 그들은 이내 다른 성직자에 의해서 손님방으로 향했고.

혼자 남은 강혁은 싱긋 웃으며 알바터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가시죠.”

*쿵-

“어서오게. 내가 교황 호론일세.”

알버트의 안내를 받아 안내된 지극히 화려한 방안.

그곳에서 강혁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교황 호론을 볼 수 있었다.

뚱뚱해 보이기도, 통통해 보이기도 하는 그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강혁은 손을 내밀었다.

“올 마스터, 이강혁입니다.”

방금 전, 알버트에게 했던 것과 똑같은 행동이었고 곧 이어질 행동 또한 그와 똑같았지만 강혁은 개의치 않았다.

꽈악-

“손 힘이 좋군.”

눈앞의 존재가 고작해야 그런 장난질에 걸려들만한 이가 아니라는 걸 잘 알았기 때문이다.

‘역시 교황은 교황인가.’

고작해야 손의 악력만으로 그를 골리는 건 불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하며 강혁은 손을 놓고 자리에 앉았다.

“차라도 들면서 얘기하지.”

후룩-

말을 하며 제 앞에 놓인 찻잔을 들곤 차를 한 모금 마시는 호론의 모습에 강혁도 고개를 끄덕이며 찻잔을 들었다.

“독이 들었을 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마셔도 되나?”

슬며시 미소를 머금으며 농담 같지 않은 농담을 던지는 그의 모습에 강혁은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단숨에 찻잔을 비웠다.

“날 독으로 죽이려면 최소한 신을 죽일 수 있는 수준의 독 정도는 들고와야 할 텐데 교황께는 그런 독이 없어 보입니다만.”

“....”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강혁의 발언과 더불어 신을 모욕하는 듯한 말에도 불구하고 호론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반박할 말이 없군.’

그는 분명 신살을 행한 존재.

무엇보다 그가 독에 대한 강력한 내성을 지니고 있다는 정보 쯤은 진즉에 들어서 알고 있는 정보였다.

‘허세일 수도 있지만 진짜일 수도 있다. 이 정도는 나중에 요긴하게 써먹을 수도 있겠어.’

신을 죽일 정도의 독이 아니면 자신을 독살할 수 없다.

그 말이 사실일 경우 자신들이 강혁을 잡는 데에 준비할 것들의 범위가 좁혀진다.

그걸 머릿속에 잘 새겨 넣은 호론은 자신의 차를 전부 들이키곤 강혁을 바라보았다.

“교단과 척을 진 우리의 올 마스터께서 교단을 방문하신 목적부터 들어봐도 될까 싶은데.”

“못 말해줄 것도 없지.”

“그래? 그럼 말해보게나.”

강혁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간단하게 던진 질문.

그리고 그 질문의 답은 결코 간단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는....

“교단을 쳐부수려고 왔는데.”

“....이런 미친!”

덜커덩-

그 대답은 간단했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결코 간단하지도, 가볍지도 않았을 뿐이다.

느닷없이 교단 쳐부수기라는 말에 놀란 호론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의자가 바닥을 나뒹굴었지만 강혁은 개의치 않았다.

“왜 놀라지? 당신 입으로 말하지 않았나? 우리는 이미 척을 진 상태라고. 이런 대답은 당연한 얘기일 텐데.”

“네놈, 감히 신께서 지켜보시는 이곳에서 감히 그런 말을 내뱉다니!”

“뭐, 어때. 어차피 내가 다 쳐죽일 놈들인데.”

말을 하며 씨익 미소를 머금는 강혁의 모습에 호론은 결국 분노를 참지 못했다.

“죽여버리겠다!”

파아아앗!

알버트를 훨씬 상회하는 막대한 신성력이 호론의 몸에서 터져나왔다.

마치 작은 태양을 연상시키는 어마어마한 양의 신성력은 강혁의 몸을 녹여버릴 듯이 환하게 타올랐다.

낼름거리는 신성력의 불길을 바라보던 강혁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웃어?”

“너, 이걸로 나를 죽이려고 한 거면 진짜 큰 오산인데....”

쿵-! 푸화아아악!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발을 구르자 강혁의 몸에서 막대한 양의 마기가 뿜어져 나왔다.

호론이 뿜어낸 신성력을 막아내는 걸로도 모자라 자신의 영역을 넘힐 정도로 막대한 마기가 말이다.

“....네놈은 진정 악마란 말인가?”

“뭐, 악마이기도 하고 신이기도 하지.”

현재 강혁이 지니고 있는 마기와 신성력을 생각하면 악마나 신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실제로 강혁 본인은 신격을 얻었으니 신과 악마라고 부르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그걸 잘 알고 있는 강혁이지만 딱히 그걸 말해줄 생각도 없었기에 그저 손가락을 퉁길 따름이었다.

“폭(爆).”

오랜만에 사용하는 그의 기술 ‘폭(爆)’이 사용 되고, 호른을 덮친 마기들이 터져나갔다.

막대한 양만큼이나 거대한 파괴력을 지닌 폭(爆) 앞에서 호른은 비명을 내지르며 자신이 가진 신성력을 모조리 끌어다 써 그걸 막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감히 신께서 지켜보시는 곳에서 마기를....!”

그의 분노 포인트가 약간 이상하긴 했지만 강혁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마기를 끌어냈다.

“폭(爆), 폭(爆), 폭(爆).”

연속해서 쏘아지는 폭(爆)의 세례에 호른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이건 말도 안 돼. 고작해야 인간의 몸에 저런 막대한 마기가 존재할 수가 있을 리 없다.’

강혁의 막대한 마기를 눈앞에 두고 터져나가는 그것들을 바라보는 호른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단어만이 가득했다.

‘....신?’

신.

전지전능함을 상징하는 그 이름을 떠올린 순간 호른은 거세게 고개를 내저으며 손을 뻗었다.

‘신은 오로지 내가 믿는 그분들만이 진정한 신이시다. 저놈 따위는 결코 신이 아니야!’

부정에 이은 자기 위안을 마친 그가 손을 내미는 순간.

파아아앗!

여태까지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신성력이 뿜어져 나가며 주위를 정화했다.

그리고 그걸 바라보는 두 사람의 희비가 엇갈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