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올 마스터-115화 (116/178)

나 혼자 올 마스터#115

‘....하아, 이를 어떻게 해야 하나.’

엘프 엘리네는 한숨을 푹 내쉬며 지금 상황을 해결할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바뀌는 건 없었다.

‘신과 악마. 그들이 그냥 우리를 보내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설마 소통하는 것 자체를 막았을 줄이야.’

대화.

그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대화가 없이는 그 어떤 것도 이루어질 수 없으니까.

모든 중요한 자리에서 각국의 정상들이 만날 때에는 언제나 통역사를 데리고 다니는 것이 바로 그런 이유에서 이루어진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면 인사조차 나누지 못하니까.

그런데 인사조차 나누지 못하는 마당에 등 뒤를 맡기고 전투를 벌인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 하아,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우리가 저들의 언어를 배워야 하나? 아니, 반대로 우리가 가르친다면....머리가 아프군.’

일족을 대표하는 그녀로서는 택할 수 없는 방법이었다.

신과 악마라는 공통된 적이 있긴 하지만 멸망한 세상에서 자신의 종족만을 보고 살아온 그녀에게 종족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는 일을 할 리가 없잖은가.

실제로 그녀는 자신들을 이곳에 가둬둔 이들을 믿지 못했다.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눌 수 없는 까닭에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는 지도 제대로 알 수 없어 벌어진 일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덜컹-

‘누구지? 새로운 인물들인 것 같은데? 척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이들이로군. 혹시 모르니 준비를 해둬야겠어.’

문이 열리고 새롭게 나타난 사람들의 모습에 엘리네는 손짓으로 다른 엘프들에게 전투를 준비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설마 그럴리는 없겠지만 그녀는 언제나 이러한 상황 속에서 살아왔다.

심지어는 세상이 망하기 전에도 인간들에게 아름다운 외모로 인해 많은 핍박들을 받아온 그들이기에 이런 방비는 당연했다.

하지만 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놀람을 금치 못했다.

“반갑습니다. 이제부터는 저와 대화하시죠.”

“....우리....종족의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있다니. 당신은 누굽니까?”

유창하게 자신의 종족어를 내뱉는 사내의 모습.

그 모습은 그녀가 놀람을 금치 못하기엔 충분했다.

분명 지구의 사람으로 보이는 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멀쩡하게 자신들의 언어를 사용하는 그 모습은 퍽 놀라운 일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물음에 강혁은 씨익 웃으며 자신의 정체를 말해주었다.

“올 마스터입니다.”

*강혁이 엘프들과 대화가 통하는 순간부터 일 처리는 빠르게 흘러갔다.

“역시 이곳도 이미 신과 악마들에게....”

“하지만 이미 그들의 간악한 계략을 모두 알게 된 저희들은 그들과 전쟁을 벌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화신체도 한 명 죽였고요.”

“허, 과연 올 마스터시군요. 아직 그들의 침략이 몇 년 되지도 않은 세상에서 화신체를 죽일 정도의 존재가 나오다니....대단하십니다.”

화신체를 죽였다는 얘기가 나왔을 때에는 엘리네가 진심으로 놀란 얼굴로 강혁을 바라보며 극찬했다.

그런 그녀의 칭찬에 강혁은 머쓱하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거리다 이내 본론으로 넘어갔다.

“그럼 엘프들은 저희와 함께 신과 악마에게 대적하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저희들을 비롯한 다른 종족들간의 대화를 단절시켜 혼란을 야기하려던 속셈 같은데 거기에 당해줄 수는 없죠. 저희 엘프는 지구인들과 연합을 맺을 겁니다. 물론 거기에 올 마스터께서 도움을 조금 주셔야겠지만요.”

“그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죠. 저만 믿으십쇼.”

현재 지구에서 엘프와 말이 통하는 존재는 강혁 뿐.

모든 작전 및 소통은 강혁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강혁은 그녀의 부탁에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강혁은 이 일을 누군가에게 맡길 생각은 없었다.

설령 누군가 강혁 본인과 같이 언어학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한들 이 일의 중요성을 아는 강혁은 그걸 넘길 이유가 없었다.

‘모든 종족들은 나를 통해 연결 되고 그러는 만큼 내 입지와 발언권은 더 강해진다.’

신과 악마라는 공통된 적이 있는 상황에서 힘이 분산되면 괜히 분란만 생긴다는 걸 강혁은 모르지 않았다.

그런 상황 속에서 강혁은 자신이 지닌 ‘언어학’이라는 힘을 놓아주고 싶지 않았다.

‘모든 권한을 내게 집중시킨다. 그리고 그걸 온전히 신과 악마들에게로 향하게 한다.’

강혁은 확신했다.

신과 악마와 대적하는 단체를 만들게 된다면 분명 문제가 생길 거라고.

그도 그럴 것이 지구의 사람들은 단체를 만들면 거기에 자신의 사람을 꽂아 넣거나 권력의 도구로 사용하려 해왔다.

이미 멸망을 겪고 남은 거라곤 신과 악마에 대한 복수심밖에 없는 다른 차원의 사람들이야 그럴 일이 없다지만 다른 이들은 아니다.

‘괜히 다른 말이 나오게 할 순 없지. 앞으로 만들 단체는 오로지 신과 악마를 없애버리는 데에 중점을 둬야만 한다.’

아직 제대로 멸망을 겪어보지 못한 이들은 신과 악마의 멸살보다는 자신의 권력과 돈에 집중할 터.

물론 강혁 본인은 물론이고 그의 친구들은 그렇지 않겠지만 세상 사람 모두가 그러진 않을 터였다.

무엇보다 앞으로 만들어질 단체에는 검증되고 강한 이들만 넣을 생각이었다.

즉, 다른 차원에서 온 다른 종족이든 지구인이든 검증되고 강하기만 한다면 단체에 넣는다는 얘기.

‘분명 말이 나오겠지. 안 나올 수가 없어.’

질투.

그 감정을 강혁은 아주 잘 알고 있다.

인간이라면 없을 수가 없는 그 감정은 지구인들을 우대해도 모자란 마당에 왜 다른 차원에서 온 지구인도 아닌 종족들을 편애하냐며 강혁을 몰아세울 터였다.

하지만.

‘알 바 아니지.’

그들의 비난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의 비난보다 신과 악마의 주먹이 더 강력하고 무서웠다.

오히려 그들 때문에 신과 악마를 처단하는 데에 브레이크가 걸린다면 강혁은 과감하게 그들을 쳐낼 생각이었다.

강혁에게 있어서 지구란 그저 자신이 나고 자란 행성 1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신격을 갖춘 지금에 이르러선 그 마음이 더욱 강해졌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차원을 지구와 같은 꼴로 만들지 모르는 그들을 처단하는 게 같잖은 지구인 편애보다 중요하지.’

속으로 생각을 정리한 강혁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에게로 돌아갔다.

“어떻게 됐어? 뭐래? 말은 통하는 거 맞지?”

복귀한 강혁을 보자마자 말을 건네는 건 역시나 니아 아리엘이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질문을 하는 니아 아리엘의 모습에 강혁은 당연한 걸 뭘 묻냐는 듯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자신들을 엘프라고 하더라고.”

“엘프? 그 소설에 나오는 엘프? 확실히 이쁘긴 하더라....”

게슴츠레 이쁘다는 말을 흐리며 대꾸하는 니아 아리엘의 말에 강혁도 대충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녀의 말마따나 엘프들은 분명 아름답게 생겼으니까.

하지만 고개를 끄덕이기 무섭게 주위에서 쏟아지는 날카로운 시선들에 강혁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뭐야?’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아마 자신이 이곳에서 뼈를 묻었을 거라는 착각이 들 정도.

그래도 강혁은 신격을 이룬 존재라는 걸 증명하기라도 하듯이 그들의 시선에서 간신히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럼 문제는 해결 된 겁니까?”

니아 아리엘을 비롯한 여성진들의 시선에서 벗어난 강혁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협회장을 상대해야만 했다.

걱정 어린 시선으로 자신과 엘프들을 번갈아 바라보는 그의 모습에 강혁은 고개를 내저었다.

“문제는 지금부터라고 보시면 됩니다.”

“지금부터라뇨?”

“엘프들의 외모를 보시면 이해가 되실 텐데요. 더군다나 저를 제외한 다른 이들과는 말이 통하지 않죠.”

“....아!”

그제야 강혁이 하는 말을 이해한 협회장은 감탄을 터뜨렸다.

조각상을 연상케하는 아름다운 외모와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

거기에 강혁은 쐐기를 박았다.

“엘프들은 본래 세상에서도 다른 이들에게 노예로서 부린 적이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지구에서도 비슷한 일이 성행할 거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세상엔 돈 많고 힘 쎈 인간들이 많은 법이죠. 만약 그들이 작정을 한다면 엘프들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엘프 중에서도 강자는 많으니 그들을 납치하거나 한 이들은 전부 처벌 받겠지만....”

“....엘프들과의 관계에 금이 가겠군요.”

“정답입니다.”

그 어떤 사람도, 종족도 자신과 같은 이를 노예로 부리는 이들에 대한 호감이 생길 수가 없다.

무엇보다 몬스터들이 나타나고 세상의 법이 꽤 바뀌고 예전과 같은 비윤리적인 일들이 횡행하는 세상에서 노예란 그리 놀랍지도 않았다.

‘납치해다가 가둬 놓고 지내면 누가 어찌 알겠어.’

혹시나하는 일이 역시나가 되기 전부터 미연에 방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강혁은 협회장의 어깨를 꽉 붙잡았다.

“지금부터 준비 철저히 하세요. 엘프들이 지낼 공간을 만들어주시고, 무엇보다 독립된 공간으로 있을 수 있도록 철저하게 움직이는 걸 추천드립니다. 괜히 어설프게 했다가 해주고도 욕 먹지 마시고요.”

“예....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엘프들이 저를 찾으면 곧바로 저를 부르세요. 제가 오지 않을 경우에 해야 할 일들은 적어두겠습니다.”

“네, 그러겠습니다.”

공손한 태도로 내가 하는 말들을 하나하나 수첩에 적어 내려가는 협회장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강혁은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헌터 협회장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세요. 저들은 저희에게 큰 도움이 되어줄 이들입니다.”

“....물론입니다.”

신과 악마.

그들과의 전쟁에서 없어선 안 될 이들이 바로 엘프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강혁은 방금 전 그들을 살피면서 놀라운 점을 몇 가지 보았기 때문이다.

‘수는 적지만 분명 그 안에 최강의 10인들과 비견되는 이들이 몇 명 있었어. 특히 나와 대화를 나누었던 엘리네라는 엘프의 강함은 최소 니아와 루카스 수준이었다. 만약 다른 나라에 나타난 종족들도 그와 비슷하다면....후우, 기대 되는데?’

최강의 10인.

수십 억의 인구 중에서 정점에 선 10명이라는 의미.

그런 그들과 비슷한 존재가 엘프 중에서 몇 명 정도 존재했다.

거기다가 그들의 대장격인 엘리네는 최강의 10인 중에서도 2~3위에 속하는 니아 아리엘과 루카스 폴른과 비견될 정도.

추가로 다른 나라에 나타난 다른 종족들도 엘프들처럼 최강의 10인급에 비견되는 존재들이 있다고 가정하면 순식간에 전력이 불어나게 된다는 의미.

‘물론 그들을 융합하지 못한다면 큰 적이 되었겠지만 그건 내가 있으니 문제 없지.’

자신의 존재 하나로 시한 폭탄과도 같은 존재들이 이제는 신들을 향한 핵폭탄으로 변모하게 되었다.

그 사실이 강혁이 득의양양한 미소를 머금고 있을 때.

“....저기 연락이 와서요.”

“무슨 연락입니까?”

“음, 중국이랑 러시아 그리고 독일 등에서 나타난 이종족들에 대한 도움 요청이 왔습니다. 아, 이번엔 인도도 있군요.”

“....전부 가겠습니다.”

갑작스레 늘어나는 일거리에 강혁은 얼굴을 굳히면서도 이내 한숨과 함께 일처리를 위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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