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올 마스터#114
막강한 신성력.
전성기의 루터 할론보다도 강력한 신성력의 파동에 방안에 모인 이들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게 루터 할론이라고?’
‘방금까지 골골대던 양반이 저렇게 변하다니 강혁 너는 대체....’
루터 할론.
그가 얼마나 쇠약해져 있었는지 이 자리에 모인 이들 모두가 잘 알고 있었다.
그랬던 그가 한 순간에 환골탈태라도 한 듯 건장한 근육질의 몸으로 되돌아왔다는 사실이 그들을 놀라게 했다.
그뿐만 아니라 루터 할론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어마어마한 신성력은 병상에 눕기 전 그의 신성력보다 많았기에 놀람은 더욱 컸다.
“신격은 누군가가 믿을 때 더 강해지지. 무엇보다 루터 아재는 본래부터 신을 믿던 성기사였기 때문에 더 쉬웠어.”
놀람을 해소해주기라도 하듯 이어지는 강혁의 설명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하긴 누구나 강혁을 믿는 것만으로도 저 정도의 신성력을 얻는다면 말도 안 되지.’
‘그래도 아쉽군, 저 정도의 신성력을 얻을 수 있다면 나도 이강혁 교를 세워서라도 믿어볼 텐데.’
안심과 부러움.
두 개의 감정이 공존하는 것을 느끼며 방안에 모인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고 있을 때.
강혁은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루터 할론을 일으켜 세웠다.
“일단 일어나세요. 어차피 신으로 모시라곤 했지만 다르게 대할 생각은 없으니까 편하게 대하시고요.”
“....그래도 될까? 아니, 이건 신성 모독인 게 아닌가?”
“신이 괜찮다는데 당연히 신성 모독이 아니죠. 안 그래요?”
“....그것도 그렇군.”
신이 직접 반말하라고 하는데 반말하지 않는 것 오히려 신성 모독이라고 생각하며 루터 할론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리고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방안을 가득 채우는 묵직함을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느낄 수 있었다.
‘최강의 방패를 얻었군, 강혁.’
‘세계 최고의 성기사를 자신의 휘하에 두다니 부러울 정도야.’
강혁의 힘을 빌어서 탄생한 최강의 성기사.
그가 강혁의 곁에서 얼마나 활약을 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그들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띠리리리-
동시다발적으로 울려퍼지는 전화 벨소리에 방안에 모인 이들은 얼굴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하나만 해도 이상한 일이건만 방안에 모인 이들 전부의 전화기가 울린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기 때문이다.
“여보세요?”
대표로 니아 아리엘이 전화를 받는 순간 다급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나 헌터 협회장일세. 니아 아리엘 양, 지금 당장 미국으로 와줘야겠네.
“....자세한 상황부터 말하고 불러야 하는 거 아닌가?”
-....지금 그럴 시간이 없단 말일세!
“애초에 여기에 다른 최강의 10인들도 다 있으니 말해 봐. 만약 타당한 이유라면 다 같이 갈 수도 있으니까.”
-....하아,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한 시가 급한 상황인 듯 애가 탄 헌터 협회장은 다른 이들도 있다는 말에 주판을 튕겨보곤 이내 설명을 시작했다.
-어마어마하게 큰 게이트가 나타났네.
“....? 그런 거는 헌터들에게 맡기면 되잖아. 어차피 그러라고 있는 애들인데.”
-그런 종류가 아니니 내가 이러는 거 아니겠나!
“뭐? 그럼 대체 뭔데?”
게이트가 나타나면 헌터들이 들어가 클리어 한다.
그것이 아니라며 열변을 토하는 헌터 협회장의 다급한 목소리에 니아 아리엘이 되묻자 헌터 협회장은 한숨과 함께 자신이 본 것을 그녀에게 말해주었다.
-그곳에서 다른 종족들이 나타나 우리와 대화를 요구하고 있어. 그것도 미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고 있단 말일세!
“....!!!”
그의 다급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를 듣는 순간 방안에 모인 이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다른 종족들.
이제 그들도 알고 있다.
지구와 비슷한 차원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과 그들 대부분이 신과 악마들의 놀음에 의해서 망가졌다는 사실을.
즉, 지금 게이트에서 나오고 있다는 종족들은 분명 다른 차원의 생존자들일 터.
하지만 그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신과 악마에게 적대감을 가지고 있을 그들을 왜 지구로 보낸 거지? 이해할 수가 없는데.’
자신들의 세상을 멸망시킨 신과 악마에게 분노와 복수심을 불태우고 있을 다른 차원의 종족들.
그들을 지금 상황의 지구로 보낸다면 그들은 자신들과 힘을 합쳐 그들과 대적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갑자기, 그것도 아레스가 패배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이러한 수를 두니 그들로서는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의아함은 의아함이고 분명 문제는 문제였기에 그들의 목적지는 미국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나 마무리하니 또 하나가 떠오르고 참 세상 살 맛 나네.”
제우스 – 인드라 – 아레스에 잇는 다른 차원의 종족들과의 만남에 강혁이 실소와 함께 내뱉은 말은 방안에 모인 사람들의 입가에 웃음을 짓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택시, 미국이요.”
“....빌어먹을, 세상에서 나를 개인 택시 취급하는 사람은 너 밖에 없을 거다.”
미국.
영국과는 꽤 거리가 있는 그곳으로 단번에 가기엔 루카스 폴른 개인 택시만한 것이 없기에 강혁은 곧바로 루카스 폴른을 불렀다.
그리고 자신의 신세의 처량함을 토로하면서 루카스 폴른은 이제는 능수능란해진 장거리 이동 마법진을 그렸다.
“다 됐다.”
“역시 하면 할수록 빨라지네. 재능이 좋긴 좋아?”
“....닥치고 올라오기나 해라.”
강혁에 의해서 전투 마법보다 보조 마법을 사용할 일이 더 많아진 루카스 폴른은 이를 악물면서 마법진을 가동했다.
우우웅-
환한 빛무리가 마법진에서 터져 나오며 방안을 가득 메우는 모습과 동시에 하나둘 마법진위로 발을 올렸다.
이윽고 방안의 모든 이들의 신형이 마법진 위를 가득 채우는 순간.
파아아앗!
안 그래도 밝던 빛무리가 더욱 환하게 빛이 남과 동시에 마법진 위에 올라가 있던 사람들은 남김없이 집어삼켰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빛무리가 사그라든 자리에는 그 누구도 서 있지 않았다.
루카스 폴른 개인 택시의 위대함이었다.
*“수고많으셨습니다, 기사님.”
“제발 쪽팔리게 하지 말고 저리 가라.”
이제는 익숙해져버린 자신이 미운지 손사래를 치며 마른 세수를 하는 루카스 폴른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머금은 강혁은 다음 장소로 향했다.
뚜벅뚜벅-
잘 정돈된 대리석 타일 위를 걸으며 헌터 협회 안으로 들어선 강혁의 눈에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니라 진땀을 뻘뻘 흘리며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는 헌터 협회장이었다.
세상에서 권력이 강한 이를 꼽는다면 언제나 수위에 들 인물이 저렇듯 안절부절해하는 모습이 썩 색달랐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지금 상황이 얼마나 위급한지를 알려주는 모습이기에 강혁은 얼굴을 굳히며 그에게로 다가갔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강혁입니다.”
“아! 미스터 강!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 이 상황이 너무나도 급박한 지라 여러분들의 도움이 꼭 필요했습니다.”
“....저희가요? 설마 지금 무력이 사용되고 있습니까?”
다른 차원에서 온 종족들이라지만 그들도 어찌 보면 피해자이자 앞으로 함께 움직일 동료나 다를 바 없는 이들.
당연히 그들과 척을 지는 건 제 살을 갈라 먹는 격이다.
‘만약 신과 악마들이 그걸 노리는 거라면 그건 최악의 수다.’
신과 악마들의 놀음판이 된 세상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평범할 리가 없고, 그들이 보여주는 신위는 분명 대단할 터.
그들과 대적하는 건 아무리 최강의 10인이라고 한들 만만하게 볼 수 없을 게 뻔했다.
생존자들과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싸움을 벌이고 피를 흘린다?
‘그거야 말로 신과 악마들이 바라는 것일 터. 지금이라도 막아야 한다.’
하지만 다행히도 강혁이 생각하는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았다.
“아, 아닙니다! 싸우다니요. 아무리 다른 차원에서 온 존재들이라지만 대화를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쪽도 싸울 생각이 없어 보였고요. 하지만 중요한 건 따로 있습니다.”
“따로 있다라....그게 뭡니까?”
후, 다행히 전투는 벌어지지 않았나.
생각했던 최악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한 편 다른 중요한 것이 있다는 말에 강혁은 곧바로 되물었다.
강혁의 되물음에 헌터 협회장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답했다.
“말이 안 통합니다.”
“....?”
“아, 말이 안 통한다는 의미는 여기서 진짜로 말이 안 통한다는 얘기입니다. 사용하는 언어 자체가 달라서요.”
“....아.”
그제야 상황이 속속들이 이해가 되기 시작하는 강혁은 속으로 혀를 차며 신과 악마들에게 비웃음을 던졌다.
지구는 이제 신과 악마들이 마냥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존재가 아님을 깨달았다.
그런 그들은 이제 자신들에게 맞서 싸우려고 할 것이고 바로 그때 등장한 다른 차원의 종족들은 품어야만 하는 존재들일 터.
하지만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기에 융화가 잘 될 수는 없을 것이고 융화 되지 않은 상태에서 쪼개지는 일은 아주 쉬울 것이라는 걸 강혁은 알고 있었다.
‘머리 좀 썼네.’
계륵.
먹기에도 그렇지만 안 먹기에도 그런 것.
그것이 바로 이번에 나타난 다른 차원의 종족들이었다.
그들의 쓸모와 힘이 어떻든 앞으로 자신들에게 위협이 된다면 안 먹느니만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단 가서 만나보죠. 그게 우선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들을 보기 전부터 그들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것이 얼마나 멍청한 일인지 잘 알고 있는 강혁은 곧바로 그들을 내치기보단 일단 만나보는 걸 택했다.
강혁의 말도 충분히 일리가 있었기에 헌터 협회장을 비롯한 다른 이들도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그들의 허락이 떨어지자 헌터 협회장은 이마에서 주르륵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내며 그들을 안내했다.
“저를 따라오시죠. 일단 미국에 나타난 종족들부터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다른 차원의 종족을 만난다는 생각에 걱정 반 호기심 반의 상태로 강혁을 비롯한 최강의 10인들은 헌터 협회장의 뒤를 따라 헌터 협회의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email protected]##!”
“%$#%$$!$#@”
헌터 협회장의 뒤를 따라 도착한 대강당과도 커다란 곳에서 들려오는 알 수 없는 목소리들에 강혁을 비롯한 다른 이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본래 사람이란 자신과 다른 것에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끼는 존재들.
그건 최강의 10인 또한 다르지 않았다.
눈앞의 존재들은 분명 아름다웠고, 뾰족한 귀를 가진 것만 빼면 인간과 다를 바 없는 종족이었지만 그들의 언어는 괴상했다.
마치 일부러 저리 만들었다는 듯이 강혁을 비롯한 모든 이들은 그들의 언어를 듣기는커녕 이해조차 할 수 없었다.
“....들으셨다시피 저희도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다행히 무장 해제는 바디랭귀지로 어떻게 무마를 했지만 앞으로 함께 움직이려면 소통은 필수입니다.”
다른 이들의 반응으로 자신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은 헌터 협회장이 하소연하고 다른 이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 수긍할 때.
“....이거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
“강혁, 그게 사실인가? 방금 나도 통역 마법을 써봤지만 저들의 언어는 해석할 수 없었는데.”
루카스 폴른의 놀람이 깃든 말에 강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전방을 바라보았다.
아니, 정확하게는....
[새로운 언어를 들었습니다.]
[새로운 재능이 개화합니다.]
[재능 : 중급 언어학[LV.1]을 획득하였습니다.]
“나만 믿고 따라와.”
그들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재능을 얻었을 뿐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