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올 마스터-113화 (114/178)

나 혼자 올 마스터#113

영국.

그것도 한적한 시골 마을에 세상에서 가장 유명하고 강력한 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가 루터 그 친구가 있는 곳인가?”

“아저씨랑 본 적이 있습니까?”

“뭐, 나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현역으로 뛰었으니까.”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을 늘어놓는 장 진의 모습에 강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마따나 현역 시절이라면 한창 루터 할론도 활동을 하던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두 사람에게 접점이 있다고 한들 이상한 건 없다는 얘기.

“그럼 들어가시죠.”

한적한 시골 마을에 놓인 평범한 건물 안으로 터벅터벅 걸어들아가는 순간 화려한 내부의 모습이 강혁의 눈에 들어왔다.

고도로 펼쳐진 환각 계열의 마법이었지만 강혁을 비롯한 모두 그 사실에 놀라지 않았다.

“역시 그 양반이 평범한 곳에서 요양할 거라고 생각도 안 했는데 역시나로군.”

“이 정도면 평범한 편이지 뭐.”

그들 하나하나가 정점에 이른 존재들.

안과 밖의 미묘한 차이를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어리숙한 이들이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안과 밖의 차이를 미리 예견하고 있던 그들은 그저 흥미로운 시선으로 건물 안을 관찰하기 바빴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까?

루터 할론을 보기 위해 방문한 이들의 흥미가 떨어져 갈 때쯤 위층에서 쿵쿵대는 소리와 함께 엘리자베스 할론이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 와주셔서 감사해요. 아버지는 지금 막 깨어나셨으니까 조금 조용히 올라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덤덤한 얼굴로 말을 늘어 놓는 엘리자베스 할론의 말에 모두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그녀의 뒤를 따라 방을 올라갔다.

그리고 그녀의 뒤를 따라 도착한 방에는 건장했던 모습은 찾아볼 수조차 없는 루터 할론이 침대에 누워 있었다.

세계 최강자 중 한 명이던 루터 할론의 끔찍한 모습에 그를 찾아온 모두가 놀람을 금치 못했다.

그나마 신의 영혼이 얼마나 강력한 지를 잘 알고 있는 강혁만이 덤덤한 얼굴로 그의 앞에 앉아 그의 상태를 물었다.

“괜찮은 겁니까, 루터 아재.”

“....강혁이군. 별 면목이 없는데 이렇게 찾아오면 너무 부끄럽잖나.”

“쓰잘데기 없는 소리는 마시고 상태나 말씀하십쇼.”

툴툴대면서도 말에 담긴 걱정 어린 물음에 루터 할론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

“몸 안에 있는 신성력이 빠르게 망가진 곳들을 채워나가고 있지만 신의 파편이 헤집고 간 탓인지 내 영혼 자체가 망가진 것 같네. 아무래도 그걸 고치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아.”

“....쯧.”

혀를 찰 수밖에 없는 암울한 상황.

하지만 그 누구도 루터 할론을 탓할 수 없었다.

신의 영혼이 깃들게 되면 그 몸의 주인에 몸에 얼마나 큰 과부화가 걸리는지 모르는 이는 없었기 때문이다.

인드라가 강신한 라울 슈바함이 그러했고, 화신체로 쓰인 김승태가 그러했으니까.

표본은 많았기에 대부분 루터 할론이 다시금 재기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 갑론을박을 벌였다.

“푹 쉬게 둡시다. 전력으로 생각하지 않는 편이 정신 건강에 이로울 테니까.”

“그래, 루터 할론도 오랫동안 싸워왔으니 쉬어도 그 누구 하나 뭐라 할 사람 없을 테니 상관은 없겠지.”

루카스 폴른과 발터 밀란은 대놓고 루터 할론이 쉬기를 바랬다.

물론 그를 무시하거나 하는 이유는 아니었다.

그저 쇠약해진 그의 모습을 보는 것과 쇠약해진 그가 과연 신과 악마와의 전쟁에서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였기 때문이다.

즉, 괜히 루터 할론이라는 걸출한 전력을 허무하게 잃기 싫다는 의미도 담겨 있는 셈.

하지만 그와 반대의 생각을 가진 이들도 많았다.

“아니요, 아저씨는 분명 자리를 털고 일어나실 수 있으실 겁니다.”

“맞아, 루터 아재라면 분명 가능할 거라고 괜히 이상한 소리하지 말고 기다리기나 해!”

대표적으로 수연과 니아 아리엘이 그러했다.

두 사람은 루터 할론이 본래의 몸 상태를 되찾는 걸로도 모자라 자신들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고 확신할 정도였다.

결국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뉜 방안은 시끌시끌해지기 시작했고, 그 소란이 정점에 달할 때쯤.

짝-

강혁이 박수 소리와 함께 방안의 사람들의 시선을 한 곳으로 모았다.

“뭘 떠드는 거야? 당연히 루터 아재는 우리와 함께 간다. 세계 최고의 성기사를 버릴 생각인 거야 다들?”

“....하지만!”

루카스 폴른의 걱정 어린 목소리에 강혁은 그 마음을 잘 안다며 손사래를 쳤다.

“알아, 너희들이 뭘 걱정하는 지. 지금의 루터 아재는 분명 짐만 될 뿐 그 어떤 도움도 되지 않겠지.”

“맞아, 우리가 앞으로 싸워야 할 존재는 신과 악마 이전에 그들을 숭배하는 교단과 악마교다. 그들을 상대로 쇠약해진 루터 할론으로는 위험만 늘어날 터. 생각을 다시 하는 게 좋을 거다 이강혁.”

똑똑한 머리를 굴려가며 자신의 생각을 토해내는 루카스 폴른의 말에 강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루카스 폴른의 말 중에서 틀린 건 없었다.

실제로 루터 할론이 지금 이 상태로라면 도움은커녕 짐만 될 게 분명할 터.

하지만.

“그건 루터 아재가 멀쩡하지 않을 때의 일이잖아.”

“....뭐?”

“내가 고칠 게. 루터 아재는 다시금 본래의 모습을 되찾게 될 거야.”

태연하지만 당당함이 서려 있는 강혁의 대답에 모든 이들이 그런 강혁을 멍하니 바라볼 때.

강혁은 씨익 웃으며 물었다.

“왜? 못할 것 같아?”

“....강혁아, 네 마음은 알겠지만 내 몸 상태는 내가 더 잘 안다. 지금 이 상태는 아무리 너라도 고칠 수 없어.”

“맞아요, 저도 메시아의 힘을 써봤지만 그걸로도 역부족이었어요. 그러니 당분간은 지금처럼 요양을 하는 게 아버지에게는 더 도움이 될 게 분명해요.”

루터 할론 본인의 말에 이은 엘리자베스 할론의 추가 조언에 좌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생각하기에도 저 말이 옳았기 때문이다.

비쩍 마른 루터 할론과 치료하는 데에 모조리 사용되는 탓에 미약해진 신성력까지.

지금의 루터 할론은 S급은커녕 A급도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혁은 생각을 굽히기는커녕 더욱 자신의 생각을 관철하기 위해 노력했다.

“성기사의 강함의 원천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

뜬금없이 뱉어지는 질문에 좌중의 고개가 갸웃거릴 때.

엘리자베스 할론이 뜬금없는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신성력이죠.”

“정답이야. 비단 성기사만이 아니라 성직자들에게도 해당 되는 얘긴데....그럼 여기서 문제. 신성력은 어디서 오는 걸까.”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퀴즈쇼에 방안의 이들의 시선이 모두 강혁에게 집중 되었고.

“답은 간단하잖아? 신이지. 그리고 그 신실함이 강하면 강할수록 신성력도 증폭 되는 거고. 지금 루터 아재가 약해진 것도 신이 들어갔다가 나와서 영혼이 반파된 것도 있지만 가장 큰 건 신성력의 주 공급원들이 돌아섰기 때문이야.”

“확실히....그것도 맞는 말인 것 같군.”

턱을 쓰다듬으며 강혁의 말이 옳다고 대답하는 장 진의 모습에 다른 이들도 하나둘 고개를 끄덕였다.

성기사와 성직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신성력.

그리고 그 신성력의 원천은 신들.

루타 할론이 자신들에게 붙은 이상 적이 된 성기사에게 내려줄 신성력은 없을 것이다.

물론 본래부터 쌓아 올린 신성력이 아직 남아서 루터 할론 내에서 생성 되고, 엘리자베스 할론은 메시아 특성으로 만들어낸 신성력을 공급해주었기에 아직까지는 괜찮았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럼 더더욱 안정을 취해야 하는 거 아닌가? 엘리자베스가 제대로 된 메시아로서 활약하면 자연스레 해결될 문제니까.”

메시아.

신이 되기 바로 직전의 단계이자 반신이며 신이기도 한 특이한 존재.

시간이 주어진다면 언제든지 신으로 뛰어오를 수 있는 존재를 입에 담으며 반론을 펼치는 루카스 폴른의 대답에 강혁은 고개를 내저었다.

“왜?”

“....왜냐니 신성력을 줄 수 있는 건 신 뿐이고 엘리자베스를 제외하면 현재로서는 신이 될만한 사람은 전무....”

전무하다는 말을 이어나가던 루카스 폴른의 말을 잘라 먹으며 강혁이 씨익 웃어보였다.

그런 강혁의 모습에 ‘설마’하는 얼굴로 그를 바라본 순간 강혁은 그 생각이 맞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내가 신이 되어 신성력을 공급해주면 되는 문제 아니겠어?”

“....하아, 역시나.”

아레스와의 전투를 통해 신격을 획득한 강혁은 신이라고 불리기에 모자람이 없는 존재.

당연하게도 누군가에게 신성력을 내리기에도 충분한 존재라고 볼 수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루카스 폴른은 한숨을 푹- 내쉬면서도 인정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이 맞네. 그래, 너라면 가능하겠지.”

인정.

한 명의 인정이 떨어지기 무섭게 다른 이들도 하나둘 강혁의 말에 찬성표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럼 정말 아버지를 다시 원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는 건가요?”

마지막 쐐기는 여태까지 루터 할론을 보필하며 본래의 모습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했던 엘리자베스 할론의 물음이었다.

그녀의 물음에 강혁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바로 시작해도 문제 없으니까 걱정하지마.”

“....!”

왈칵 눈물이 치솟으며 입을 가리고 바닥에 주저앉는 엘리자베스 할론을 수연이 부드럽게 감싸안으며 그녀를 위로했다.

죽음을 목전에 두었던 아버지가 살아나는 걸로도 모자라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 누구라도 저럴 것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강혁이라는 한 남자를 두고 결투하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지금 이 순간만큼은 동맹과 다르지 않았다.

“바로 시작해도 될까?”

“....해도 돼요.”

눈물을 가득 머금고 있는 엘리자베스 할론의 목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움과 동시에 고개를 끄덕인 강혁이 루터 할론에게로 다가가며 물었다.

“정말 해도 되겠어요?”

“....다시 네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뭔들 못 할까. 무엇보다 나는 저 아이가 저리 슬퍼하는 모습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

눈물을 펑펑 흘리며 자신을 간호하던 엘리자베스 할론의 모습을 곱씹으며 힘 없는 미소를 머금는 루터 할론의 모습에 강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루터 할론 본인은 물론이고 그의 딸인 엘리자베스 할론의 허락마저 떨어진 상황.

더 이상 미루든 뭐든 할 것 따윈 없는 상황이 마련되자 강혁은 자신의 신격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거세게 흔들리는 방안.

아니, 정확하게 집 전체가 강혁의 신격에 반응하듯 거세게 흔들렸다.

갑작스런 지진에 놀란 이들이 두리번거릴 때, 강혁의 손이 루터 할론에게 뻗어짐과 동시에.

파아아앗-

어마어마한 양의 신성력이 빠져나오며 루터 할론의 몸에 깃들었다.

그리고.

콰득- 콰드드득-

무언가 부숴지고 재조립 되는 듯한 소리와 함께 루터 할론의 몸이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나의 신을 영접합니다.”

본래의 모습보다도 더욱 강건해진 모습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루터 할론이 강혁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새로운 신의 탄생과 함께 그를 믿는 신도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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