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올 마스터#112
“네가 내 상대가 될 것 같으냐! 아카식 레코드와 알 수 없는 힘이 있다고 한들 일개 필멸자 주제에!!!”
분노에 가득찬 아레스의 목소리가 강혁의 귓가를 때린다.
처음의 멀쩡한 모습과는 달리 전신 이곳 저곳에 상처가 가득한 모습은 그가 상처 입은 맹수처럼 보이게 했다.
실제로 그는 상처 입은 맹수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존재였다.
‘확실히 나는 네 상대가 될 수는 없겠지.’
이강혁이라는 존재의 강함은 딱 반신과 신의 중간 쯤이다.
물론 신에게 좀 더 가까운 상태라지만 진짜 신, 그것도 전투 계열의 신과 대적하기에는 모자람이 있을 터.
이번 전투에서 승리하고 그의 육신에 깃든 신격을 빨아들이면 조금 나아지겠지만 그래도 지금은 모자랐다.
하지만.
‘내가 가진 모든 것들. 그 중에서는 너를 죽이기에 아주 안성맞춤인 게 있다 이 말이야.’
신살(神殺).
그 광오한 이름을 입가에 담게 해주는 힘.
그것이 강혁에게는 있었다.
그걸 위해서 강혁은 버텼고, 모든 준비는 끝났다.
퉤-
피가 섞인 붉은 침을 망가진 백사장에 내뱉은 강혁이 건들거리는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며 나지막히 말했다.
“이미 끝났어, 넌.”
“....뭐?”
현재 상황은 아레스 쪽이 유리했다.
상처는 많지만 강혁의 아키식 레코드 접속과 전투 예지로 인한 뇌의 과부화가 패착의 원인이었다.
즉, 이대로 숨만 쉬어도 아레스의 승리는 확정이라는 얘기.
그렇기에 강혁의 말을 허세라고 판단한 아레스가 웃음을 터뜨렸다.
“흐하하핫! 필멸자가 웃기는 재주 하나는 있구나. 네놈이 나를 이기는 건 있을 수 없는....”
“그건 이제 지켜봐야 알겠지.”
딱-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혁은 자신이 여태까지 쌓아온 트리거를 발동시키는 손가락 튕기기를 사용했다.
그저 평범한 손가락 튕기기였고, 딱- 하고 울려퍼진 소리는 금방 그 자취를 감추었지만 그것이 불러온 결과는 평범하지 않았다.
울컥-
“....우웨에에엑-”
아레스의 단단하게 닫혀 있던 입이 벌어지며 그 안에서 검붉은 피가 쏟아져 나온다.
마치 폭포수와 같은 토혈에 그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자신의 피가 가득 묻은 손을 내려다 보았다.
“....이게 무슨?”
그는 전투의 신이자 전쟁의 신.
당연히 자신의 현재 상태 정도는 가볍게 확인할 수 있는 존재였다.
그리고 이번 전투의 피해는 이미 그의 계산 안에 들어 있었다.
‘....이 정도의 내상은 내가 본 것 중에 없었는데?’
신체를 관조하고 나아가 다친 부위나 장기를 확인하는 그의 눈에 다친 부분은 없었다.
즉, 자신의 토혈은 방금 강혁이 튕긴 손가락에 있다는 걸 깨달은 그가 줄줄 피를 흘리며 입을 열었다.
“너....대체 뭘 한 거냐.”
덜덜 떨리는 손과 다리.
나아가 전신의 구멍이란 구멍에서 피를 줄줄 흘리는 그의 모습은 역병 환자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고통이 장난 아닐 것이 분명함에도 자신의 궁금증부터 풀려하는 그의 모습에 강혁은 혀를 내두르며 설명해주었다.
트리거가 발동한 이상 그는 살아갈 수 없음을 알고 있기에.
“독이다.”
“....하, 신에게 독이라. 개소리하지 마라. 난 모든 독에 면역이란 말이다!”
영혼은 참 많은 것에 관계가 있다.
일반인의 몸에 신의 영혼이 깃든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일반인의 몸은 부숴지겠지만 그 잠시 동안 만큼은 신의 위엄을 똑똑히 보여줄 수 있으니까.
그것과 비슷했다.
그리고 전투 계열의 신답게 여러 독에도 면역을 지닌 아레스에게 독사(毒死)란 있을 수 없었다.
하지만.
“네 몸에 생긴 상처들. 그 상처로 내 피를 흘려 넣었다.”
“피라고? 지금 내 몸상태를 이따위로 만든 독이 네 피란 말이냐? 있을 수 없다!”
독이 퍼졌다는 걸 안 순간부터 아레스는 자신의 죽음을 예견했다.
순식간에 몸 이곳저곳으로 퍼젼 나간 독은 그의 몸을 완전히 잠식하고 있었으니까.
그는 얼마 가지 않아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곤 자신이 할 수 있는 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즐길 만큼 다 즐겼고, 이 몸의 원주인과의 약속 따윈 그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았으니.
‘우리들에게 위험할 수 있는 놈이다. 무슨 이유인지 알아야만 해. 무슨 독이냐.’
자신을 중독시킨 독에 대해서 최대한 알기 위해서 머리를 굴리는 그를 바라보던 강혁은 순순히 말해주었다.
“요르문간드.”
“....!!!”
악마 중 하나이자 신의 자식인 존재.
그리고 신을 죽일 수 있을 정도의 극독을 지닌 악마이기도 한 그의 이름을 담는 순간 아레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제야 자신이 중독된 이유를 알 수 있게 된 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 그 놈....그 놈이라면 어쩔 수 없지. 그런데 넌 왜 멀쩡한 거지?”
신마저 죽이는 극독을 지닌 요르문간드의 독.
그건 피한다고 해서 피해지는 게 아니다.
그렇기에 아레스의 의문은 타당했고.
“내가 너보다 잘났으니까.”
그는 이어진 강혁의 비웃음을 감내해야만 했다.
자신을 내려다보는 듯한 강혁의 비웃음에 피를 토하며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에 만날 때에는 독에 대한 대비는 끝나 있을 거다.”
“걱정하지 마. 더 강한 독으로 죽여줄 테니까. 아니면 다른 무기로 죽여주던가.”
“기대하지.”
마지막으로 씨익 미소를 짓는 아레스의 모습을 끝으로 전신에서 흘러내온 피로 온몸이 뒤덮인 아레스의 몸이 무너져 내렸다.
쿵-
묵직함이 가득 담긴 소리와 함께 아레스의 몸에서 생기가 빠져나갔다.
죽음.
영원한 안식이 그를 덮친 것이다.
물론 본체는 신계에 있을 그는 아무런 문제도 없겠지만 신의 영혼이 직접 담겨 있던 화신체에는 그의 신격이 가득 담겨 있었다.
강혁에게는 아주 탐스러울 정도의 신격이 말이다.
꿀꺽-
그런 신격을 바라보며 군침을 삼킨 강혁이 손을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식욕.”
-그럼 잘먹겠습니다.
웃음기가 가득 담긴 식욕의 목소리가 강혁의 머릿속에 울려퍼지기 무섭게 손에 달린 입이 아레스의 시체를 빨아 들였다.
으적으적-
섬뜩함 가득한 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강혁은 개의치 않았다.
그저 무뚝뚝한 얼굴로 식욕의 식사가 끝나기를 기다렸을 뿐.
얼마 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끝났군.”
으적거리던 소리가 멈추고, 손에서 느껴지는 진동이 사라짐을 느낀 순간.
강혁은 전신의 맥이 탁- 하고 풀리는 걸 느꼈다.
무너져내리는 정신을 붙잡는 것도 한계에 달했음을 직감한 강혁은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창과 저 멀리서 달려오는 자신의 친구, 동료들을 바라보며 눈을 감았다.
잠시, 아주 잠시 동안의 휴식을 위해서 말이다.
[신격을 획득했습니다.]
[특성 : 불안전한 만독불침이 신체 : 만독불침으로 성장하였습니다.]
[용혈 [LV.8]이 용혈 [LV.MAX]로 성장하였습니다.]
[상급 무술 [LV.2]....]
[상급 몬스터 지식 [LV.2]....]
눈앞을 가득 메울 정도로 많은 메시지 창을 뒤로한 채, 강혁은 어둠 속으로 몸을 던졌다.
*“흐억!”
아레스와의 전투를 마치고 강혁이 다시금 눈을 떴을 때에는 이미 밤이 어두워진지 오래였다.
1인실.
그것도 수십 평은 족히 되어 보이는 대저택의 거실 같은 1인실의 풍경을 바라보던 강혁은 두 손을 쥐락펴락하며 자신의 상태를 점검했다.
“오히려 멀쩡하네.”
아레스와의 전투가 거짓이었다는 듯이 아주 튼튼한 자신의 신체에 강혁은 살짝 놀랐다.
더군다나 아카식 레코드와 전투 예지를 동시에 사용한 대가라도 되는 듯 깨질 듯 아파오던 머리 또한 고통 없이 깨끗하기 그지 없었으니 말 다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잠에서 깨어난 강혁의 몸은 아주 멀쩡했다.
“신격 덕분인가.”
그리고 그 이유를 강혁은 대충 짐작해 보았다.
그 이유는 신격 때문이었고, 실제로 그 이유이기도 했다.
신격을 얻으며 강혁은 하급, 중급, 상급으로 신의 위계 중에서 하급에 달하는 위계를 얻었다.
덕분에 환골탈태한 신체를 얻게 되었으며 그런 신체는 강혁의 몸 상태를 본래보다 더욱 좋게 만들어주었다.
‘지금 상태라면 아카식 레코드에 다시 접속하더라도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
아카식 레코드.
신조차도 함부로 들어가거나 접속할 수 없는 정보의 보고이자 도서관.
그곳은 접속하거나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평범한 인간은 머리가 터져버려도 이상하지 않다.
강혁조차도 전투 도중 머리가 터질 것 같다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을 정도니까.
하지만 지금의 강혁은 아니었다.
꽈아아악-
굳게 말아쥔 주먹에서 느껴지는 폭발적인 힘과 팽팽 돌아가는 두뇌는 결코 아카식 레코드의 막대한 정보량에 밀릴 것 같지 않았기에.
뒤바뀐 자신의 변화를 확인하고 있을 때쯤 강혁은 머릿속에서 웅웅대는 세입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당연하게도 가장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 건....
-이 멍청한 놈! 잘했다! 신을 이기다니 역시 네 녀석답구나!
분노였다.
자신의 본체였던 아레스를 강혁이 쓰러뜨린 것이 어찌나 기쁜지 들뜬 마음이 목소리 가득 담겨 있을 정도였다.
결과적으로 칠죄나 칠선의 분노가 서서히 풀려가는 결과였으니 다른 이들도 한 마음 한 뜻으로 기뻐했다.
특히나 식욕이 그러했다.
-맛있더군. 오랜만에 느껴보는 별미였어.
“....많이는 못 구해다 줄 텐데.”
-별미는 원래 조금씩 먹는 거다. 아직 멀었군.
별미를 논하는 식욕의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면서도 강혁은 못내 즐거움을 숨기지 못했다.
‘신격. 드디어 놈들을 족칠 수 있는 첫 걸음을 뗐군.’
신을 죽이기 위한 첫 번째 계단.
신격.
그걸 드디어 자신의 손 위에 올려 놓았다는 사실이 그는 만족스러웠다.
그것이 설령 태양 앞에 반딧불 같은 크기 차이를 보인다곤 하지만 말이다.
‘크기야 내가 알아서 키우면 그만이다.’
어차피 앞으로 강혁이 모아야 할 칠죄와 칠선의 수는 10개 가까이 되는 상황.
그것들을 하나둘씩 모으다 보면 어느새 상급의 위계를 가진 주신급 존재들을 죽일 힘마저 손에 쥘 거라고 그는 확신했다.
아니, 확신을 넘어 그는 100%로 그리 될 거라고 믿고 있었다.
자신이 주신급을 짓밟는 게 이미 정해진 사실인냥.
“후우, 빨리 나머지 칠죄를 모아야겠어.”
신격을 얻고 나니 자신이 상대해야하는 적들의 크기를 더욱 직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 강혁은 이를 악물었다.
자신이 다시금 자리에서 일어나게 되는 순간 곧바로 나머지 칠죄들을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나야겠다고 다짐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바로 그때.
끼익-
“어, 일어났네?”
늦은 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태까지 자지 않고 있던 니아 아리엘이 강혁이 누워 있던 방문을 열고 나타났다.
멀쩡한 모습에 강혁이 안도의 한숨을 내쉴 때쯤 니아 아리엘은 신기하다는 듯이 강혁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신기하네.”
“뭐가?”
“루터 아재도 오늘 눈을 떴다고 그랬거든.”
“....그걸 왜 지금 말해?”
두 눈을 부릅뜨며 니아 아리엘을 노려보자 니아 아리엘은 어처구니 없다는 얼굴로 강혁에게 대꾸했다.
“네가 지금 일어났으니까.”
“....바로 가지.”
듣고 보니 옳은 말이었기에 강혁은 떨떠름하면서도 부끄러움이 가득 담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오랜만에 얼굴이나 보러 가자고.”
루터 할론.
제우스의 영혼 파편에 몸이 잠식 당한 이후 기절해 있던 그를 만나러 갈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