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올 마스터-107화 (108/178)

나 혼자 올 마스터 #107

철퍽-

부산, 해운대.

언제나 인파가 끊이질 않는 그곳에서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물에 퉁퉁 불어있지만 사람의 모양새를 하고 있는 그의 모습에 사람들은 관심을 보였다.

-너무 오래 물에 있었나 봐.

-찐빵 같아.

-큭큭, 가서 쿡- 하고 찔러보지 그래? 펑- 하고 터지는 거 아니야?

해운대는 그 이름 값이라도 하듯 많은 인파가 모여 있었고, 당연하게도 연인 혹은 친구들과 온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은 젊었고, 그렇기에 치기 어린 행동들을 하기 시작했다.

툭툭-

바닥에 떨어진 모래를 소량 던져보거나 가까이 가서 그를 건드려보는 등.

다양한 행동을 하다 이내 그를 향해 쓰레기까지 던지는 이들마저 나타났다.

바로 그때 그의 곁을 지나가며 장난을 치던 한 남성은 그의 얼굴을 보고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김승태 헌터?”

“뭐? 누구?”

“김승태 몰라? 김승태? 그 지금은 없어진 철혈의....”

“아! 근데 그 양반 수배 중이지 않나?”“맞아, 그런데....그 사람이 여기에 있다고?”

오싹-

거기까지 말하고 나니 그들은 오한이 끼치는 걸 느꼈다.

최강의 10인.

거의 말석에 자리 잡았다곤 하지만 그가 지닌 강함은 일개 인간 따위는 가볍게 쳐죽여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

더군다나 사람들을 죽여대는 빌런과 결탁하여 학살을 자행했다는 사실 또한 알려진 상황.

그렇기에 승태의 주위로 몰려 있던 사람들이 주춤주춤 물러서는 순간.

펑-!

승태에게 장난을 치던 이들의 머리통이 폭죽처럼 터져나갔다.

피와 뇌수가 사방팔방으로 흩어지고, 그의 동료 혹은 연인, 친구들은 기겁을 하며 피와 뇌수를 피하기 바쁘다.

그런 상황 속에서 승태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재밌네.”

신의 힘으로 복원된 자신의 사지에서부터 느껴지는 강렬한 힘.

손가락 하나 까딱하는 것으로 수많은 이들을 죽일 수 있는 힘의 파동을 느끼며 그는 전율했다.

이 힘이라면 자신이 가지고 있던 본래의 힘보다도 더 크고 강하다는 걸 보능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대가 없는 힘은 없듯이 이 힘 또한 마찬가지였다.

‘난 이제 무얼 해야 하지?’

-네 마음대로. 지금은 너를 막을 생각 따윈 없다. 정해진 순간이 오기까지 네 마음대로 해도 된다.

‘좋군.’

-다만 내가 필요한 순간 너의 몸은 나의 것이 된다.

‘마음대로 해.’

물론 힘을 준 장본인은 곧바로 그 대가를 회수할 생각 따윈 없어 보였다.

그저 승태가 힘에 취해서 날뛰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듯이 가만히 관망하기만 할뿐.

꺄아아아악!

해운대 전역에서 울려퍼지는 찢어지는 듯한 비명 소리를 들으며 승태는 미소 지었다.

“내가 돌아왔다.”

자신을 잊고 자신을 버린 이들에 대한 피의 복수를 시작하기 위해 승태는 천천히 내륙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었다.

*“루카스, 준비는?”

“끝났어, 다 같이 움직일 수 있도록 텔레포트 마법진을 그리느라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이 정도면 충분해.”

“좋아, 그럼 곧바로 이동하자. 지금쯤이면 부산 쪽에서도 방비를 시작했겠지만 늦을 순 없지.”

“근데 부산에는 어떤 몬스터가 나타났길래 그러는 거야?”

궁금증 가득한 목소리로 묻는 수연의 물음에 강혁도 고개를 내저었다.

“인간형 몬스터라고 하는데 자세한 건 가봐야 알겠지. 하지만 우리까지 부르는 걸 보면 최소한 평범한 몬스터는 아니야. 드래곤급이라고 보는 게 좋겠지.”

“....드래곤이라.”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에 빠진 수연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그녀를 위로했다.

“드래곤은 분명 강하지만 잡지 못할 존재는 아니야. 몇 년 전 그때와는 달리 지금은 나도 있잖아?”

“하긴 오빠가 있으니....”

“알마드와 블라드도 이번 토벌엔 함께 할 거니까 걱정 덜어도 돼.”

드래곤보다는 급수가 떨어지지만 같은 EX급 몬스터였던 알마드와 블라드의 참전.

이 정도면 정말 드래곤이 다시 나타나더라도 문제는 없었다.

‘애초에 나 혼자서도 드래곤 사냥은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말이지.’

성룡급 정도라면 크게 문제 없이 혼자서도 사냥이 가능할 거라고 확신마저 드는 상황.

이제 남은 건 하나 뿐이었다.

“그럼 이제 가서 어떤 놈인지 얼굴이나 한 번 보자고.”

파아아앗-

이윽고 회의실에 밝은 빛무리가 몰아치고, 회의실에는 벽면으로 밀어진 의자와 책상만이 덩그러니 남아 회의실의 한 켠을 채웠다.

*부산.

그중에서도 헌터 협회 부산 지부 앞에서 모습을 드러낸 강혁 일당은 곧바로 자신들을 맞이하는 이를 만날 수 있었다.

“저....정말 전부....”

“중요한 것부터 빠르게.”

“....부산 해운대에서 목표물은 벗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최대한 사람들을 피한다고는 했지만 그래도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놀이라도 하는 것 같다는 게 저희 쪽 의견입니다.”

“놀이라....재밌나 보네.”

“....예?”

“아냐, 계속 해.”

사람들을 상대로 살인 게임을 하고 있는 인간형 몬스터의 횡포에 강혁은 서늘하게 미소를 머금었다.

그를 어떻게 요리할 지에 대해서도 함께.

그리고 그러는 사이에도 부산 지부에서 나온 이의 설명은 계속 되었다.

“현재 파악된 정보는 손가락을 튕기는 것으로 사람들을 죽인다는 것 뿐입니다. ”

“고작 그걸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그건 꽤 쉬운 일이다.

그저 검을 휘두르고 주먹을 내지르면 되는 일이니까.

하지만 반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로 영향력만 행사하라고 한다면 할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그것도 손가락을 튕기는 것만으로 영향력을 행사하여 사람의 머리를 터뜨린다.

‘....차라리 손가락을 튕기는 걸 트리거로 삼는 마법으로 사람들의 머리를 터뜨리는 거라고 생각하면 편하겠지만....’

아쉽게도 강혁의 바램과는 반대로 이어진 말은 그의 생각을 전면 부정하는 말이었다.

“....실은 부산을 대표하는 S급 헌터께서도 직접 나서셨다가 손가락 튕기기 한 방에....”

“그 정도면 마법은 아닌 것 같은데.”

루카스 폴른의 말에 주위에 모인 이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마법 따위로 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적어도 루카스 폴른보다 마법을 잘 아는 존재는 이 자리에 없었으니까.

-아빠?

“용용이 넌 가만히 있어.”

성인이 된 용용이라면 모를까.

그렇게 마법의 전문가의 말에 모두가 공감할 때 해운대 쪽에서 폭음이 들려왔다.

쾅-

무언가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치솟는 물기둥.

그와 동시에 부산 전체에 울려퍼지는 괴물의 비명 소리에 자리에 모인 이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비명 소리와 함께 어마어마한 양의 움직임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건 단 하나였다.

“....몬스터 웨이브.”

“일단 저것들부터 막고 시작하지. 강혁, 너는 일단 해운대로 가서 녀석이 누군지 살펴보고 와.”

“그러지, 다들 무사하라고.”

가장 위험한 곳으로 추정되는 곳으로 가보라는 말이 떨어졌지만 강혁은 개의치 않았다.

그가 그리 말하지 않았더라도 강혁은 해운대로 갈 생각이었다.

해운대 쪽에서 느껴지는 기파가 마치 자신을 부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어르신, 다른 애들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어련히들 잘 하겠지. 그래도 조금 돕도록 하지.”

신선과 같은 풍채를 자랑하는 장 진의 허허로운 목소리를 끝으로 신성력과 마기의 날개를 펼친 강혁이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어깨엔 용용이를 매단 채로 말이다.

‘대체 누구길래 나를 부르는 거지?’

의문을 가슴 속에 품은 강혁의 신형이 해운대를 향해 쏘아졌다.

*“오는가.”

자신의 등 뒤에 있는 바다에서부터 꾸역꾸역 기어나오는 대량의 몬스터들을 거들떠도 보지 않으며 승태는 저 멀리서 느껴지는 익숙한 기운에 집중했다.

아주 익숙한, 그에게는 역겹기까지 한 기운에 말이다.

“가라, 가서 다른 떨거지들의 시선을 분산시켜라.”

-크아아아악!

승태의 명령을 받은 각양각색의 몬스터들이 저마다의 포효를 내지르며 전진한다.

하나둘 도시 속으로 사라지는 몬스터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때쯤.

콰아아아앙!

해운대의 백사장에 운석이 떨어진 듯한 크레이터와 함께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넌 누구냐.”

서늘한 목소리.

하지만 승태에게는 익숙하다 못해서 듣기 싫어 귀를 뜯어 버리고 싶을 정도의 목소리에 승태는 미소를 지었다.

전율.

다시금 만나게 된 자신의 원수를 향한 전율을 느낀 그가 물미역 같은 자신의 머리를 쓸어올리며 말했다.

자신의 얼굴을 본 순간 당황을 금치 못하는 강혁을 바라보며.

“오랜만이다. 이강혁.”

“....김승태.”

강혁이 미쳐 죽이지 못했던 그의 복수 대상이자 반대로 승태가 죽이지 못했던 복수 대상인 강혁.

두 사람의 기묘한 대치가 해운대의 백사장 위에서 이루어졌다.

쏴아아- 철썩-

그런 기묘한 대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철썩이는 파도 소리가 싱그러이 두 사람의 귓가에 내려앉았다.

물론 그 뒤의 시간은 결코 싱그럽지 않았지만.

쾅-

백사장이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금가루 같이 반짝이는 모래알이 주위로 흩날림과 동시에 어느새 강혁의 몸이 승태의 앞에 도달해 있었다.

파앙-

공기막이 터지며 내질러지는 강혁의 주먹을 붙잡으며 승태가 비릿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고작 이거야?”

“그때 맞은 걸로는 부족했나 본데.”

“아쉽게도 그건 충분했고, 그거에 대한 셈을 치르러 온 거라서 말이야.”

“잘린 팔다리도 붙어 있고 출세 했나 봐? 누구 다리 붙잡고 하소연이라도 했나 본데?”

“....닥쳐라.”

당연하게도 지지부진한 말싸움의 승자는 강혁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말싸움에서 저버린 승태는 까득 이를 갈면서 거칠게 강혁의 손을 쳐냈다.

얼얼함.

오랜만에 느껴보는 그 느낌에 강혁은 살짝 놀란 얼굴로 승태를 바라보았다.

‘....저 녀석이 해운대에 나타났다던 인간형 몬스터인 건 맞는 것 같은데....힘도 더 쌔진 것 같고 잘린 팔 다리도 생긴 걸 보면 분명 신과 관련이 있다.’

의심은 확신이 되었다.

신과 승태 사이에 분명 연관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증거는 없었지만 방금 일격으로 강혁은 확신을 얻었다.

‘저 녀석은 분명 신과 거래를 했다.’

승태가 어떤 신인지는 모르겠지만 신과 거래를 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그 사실에 강혁은 마른 침을 삼켰다.

‘인드라랑 싸운지 얼마나 됐다고 또 신이랑 얽히냐.’

아직 칠죄와 칠선을 모으지 못했기에 강혁은 아쉬웠다.

하나만 더.

딱 하나만 더 모았다면 더 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이미 나타난 승태를 내버려두고 칠죄나 칠선을 찾으러 돌아다닐 수도 없는 노릇.

결국 강혁이 할 수 있는 한 가지 뿐이었다.

“이번에도 몇 대 맞고 텔레포트 스크롤 찢고 도망갈 생각하지 마라.”

“걱정 마라. 오늘 넌 여기서 죽을 테니까. 설령 내 손으로 죽이는 게 아니더라도 말이야.”

“....?”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내뱉는 승태의 말을 끝으로 강혁은 마기와 신성력을 전개했다.

그리고 환한 신성력과 어두운 마기가 부산을 뒤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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