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올 마스터 #106
“....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까?
무아지경의 상태가 깨어지고 정신이 든 강혁은 엉망이 된 주위의 모습을 바라보며 정신을 차렸다.
“아주 제대로 박살을 내놨네.”
엉망진창이 된 주위.
사람은커녕 동식물마저 제대로 살 수 없을 것처럼 난장판이 된 주위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미안함마저 머리를 치켜들 정도였다.
“....으, 머리야.”
전투 중에 있던 모든 움직임들이 정신을 차린 강혁의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이면서 그 두통에 강혁은 머리를 감싸쥐었다.
그만큼 강혁이 이번 전투에서 얻은 정보와 기억들이 너무나도 많았음을 증명하는 증거였다.
“....대체 자네는 뭔가. 분명 자네의 기술의 완성도는 그 정도가 아니었는데....싸우는 도중에 성장하는 걸로도 모자라 마치....마치, 초월이라도 하는 것 같지 않은가.”
두통에 고통스러워하고 있을 때, 들려온 장 진의 목소리에 강혁의 고개가 그 쪽으로 홱하고 돌아갔다.
“무사하셨군요.”
“아무리 자네가 강해졌다고는 하나 자네 손에 죽을 정도로 약하게 살아오진 않았네. 말해줄 수 있겠나?”
“....뭐, 저도 이번 일이 놀랍기 그지 없어서요.”
강혁은 거짓을 말하지 않았다.
이번 무아지경의 일은 강혁으로서도 처음 겪어보는 일이었다.
그리고 무아지경이 끝난 지금 강혁의 상태창은 대격변을 맞이해 있었다.
[이강혁]
재능 : [올 마스터]
신체 : [반성반마(半聖半魔)] [사령강체(死靈强體)] [용체(龍體)]
특성 : [한계 초월] [성자] [칠죄] [칠선] [청출어람] [불완전한 만독불침] [불굴] [용언]
세부 재능 : 전투 예지[LV.MAX] 용혈[LV.8] 상급 무술[LV.4] 상급 몬스터 지식[LV.2] 상급 연금술[LV.1] 상급 대장일[LV.1] 상급 무두질[LV.1] 상급 그림자술[LV.3] 상급 마법[LV.5] 상급 음양도[LV.2]....
[근력] : 642 [체력] : 638 [민첩] : 640 [지력] : 607 [마나] : ∞ [신성력] : 730 [마기] : 730 [사기] : 632
강혁이 가지고 있던 모든 재능들.
그것들이 전부 상급에 다다라 있었던 것이다.
대여섯개 정도 되는 재능 모두가 상급에 다다랐으니 그 대가로 얻은 스탯들만 100이 넘는 어마어마한 상황.
갑작스레 선물이라도 받은 아이처럼 강혁은 희희낙락해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자신의 스탯만 놓고 보더라도 어지간한 헌터는 딱밤 한 대로 기절시킬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대체 기억을 잃은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모르겠네.’
머릿속에 켜켜이 쌓이는 기억의 파편들은 모두 전투에서의 기억들 뿐.
당연히 모든 기억들을 완벽하게 기억하진 못했다.
몸에 익은 기억과 머릿속에 쌓여가는 파편들로 유추해볼 따름이었다.
하지만 강혁 본인이 얻은 것이 많다는 것 정도는 이미 기정사실.
“이제 저희와 함께 하실 생각은 드셨습니까? 만약 함께 하신다면 제가 알고 있는 것들을 모두 알려드리도록 하죠.”
“....좋네, 함께 하도록 하지. 하지만 자네가 알고 있는 모든 걸 내게 말해주어야 할 게야.”
“물론이죠.”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의 의미를 보이는 장 진의 모습에 강혁은 씨익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검성이라는 완벽에 가까운 동료가 함께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어떻게 된 거야?”
장 진을 동료로 영입한 후, 강혁은 자신을 바라보고 상황을 묻는 니아 아리엘과 루카스 폴른에게 자신이 겪은 것을 설명해주었다.
“무아지경에 빠졌어. 음, 내 재능에 대해서 내가 뭔가 잘 못 알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든 순간 눈앞이 암전 되고 깨보니까 이런 상황이더라고.”
“....뭐?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있을 수가 있어?”
“진짜인 걸 어떻게 해.”
억울하다는 듯이 표정마저 찡그려가며 말하는 강혁의 말에 니아 아리엘과 루카스 폴른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강혁이 걸어온 길 자체가 그들은 이해할 수 없는 길이었기도 했고, 강혁이 굳이 자신들에게 거짓을 말할 이유도,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이제 검성도 얻었으니 돌아가는 건가?”
“그래야지, 서울로 돌아가서 자세한 얘기를 해보자고.”
“다른 이들은?”
“위험했어, 신이 직접 나섰거든. 이것도 가서 얘기해줄게.”
“....우리만 고생한 줄 알았는데 다른 애들도 비슷하구나.”
인도에서 있었던 일을 대충 말해주자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며 고개를 끄덕이는 니아 아리엘의 모습을 뒤로한 채.
강혁은 다시금 장 잔에게로 향했다.
“저희는 이제 서울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같이 가시죠.”
“그러지. 패자는 말이 없는 법이니까.”
“....전 기억도 없지만요.”
“진 건 진 거 아니겠나? 빠리 가도록 하지.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야.”
“루카스! 서울로 이동시켜줘!”
자신을 부르는 강혁의 외침을 듣자마자 장 진의 앞이라 욕도 못하고 투덜대기만 하는 루카스 폴른은 이내 다른 이들의 손을 붙잡으라고 말했다.
하나둘 자신의 옆에 있는 이들의 손을 붙잡는 순간.
환한 빛무리가 그들을 감싸고 이내 무너진 산과 토사로 가득한 곳에서 더 이상 그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대한민국 서울.
그곳에서도 이제는 서울의 중심이자 안전의 중심이라고 불리는 길드 ‘올 마스터’의 건물 안에 많은 이들이 모여들었다.
“와, 저게 다 누구야....”
“평생 가도 한 명이나 볼 법한 사람들을 저렇게 무더기로 보게 되네.”
“나 여기 길드 들어오길 잘한 것 같아.”
“저기 밖에 기자들은 여기 건물 한 발자국도 못 들여 놓는데 우리는 완전 정반대네.”
건물 밖.
현재 올 마스터의 길드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을 보기 위해 몰려든 수많은 인파 및 기자들과는 달리 올 마스터의 길드원들은 꽤 자유롭게 회의실 내의 인물들을 볼 수 있었다.
물론 그건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만 보고 각자 할 일이나 하러 가지 그래?”
회의실에서 얼굴만 삐죽 내민 강혁의 목소리가 그들을 순식간에 흩어버렸기 때문이다.
길드원으로서 길드장의 명령을 거역하는 건 있을 수 없었다.
순식간에 흩어지는 헌터들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강혁은 이내 회의실의 문을 닫고 주위에 강력한 차음막을 쳤다.
지금부터 말할 내용은 결코 다른 이들이 들어서는 안 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완벽하게 주위와 회의실을 차단한 강혁은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
“곧바로 보고부터 하겠습니다.”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시작을 알린 강혁은 곧바로 인도와 중국에서 있었던 일들을 차근차근하게 설명했다.
이 자리에 모인 이들 중에서 두 곳 모두를 방문한 이는 강혁 밖에 없었기에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일단 첫 번째로 인도에서는 인드라라고 불리는 신이 라울 슈바함의 몸을 빌려 강림했습니다. 그 강함은 일전에 상대했던 제우스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허, 벌써 두 번이나 그들을 만났다고? 나조차도 아직은 그들의 존재만을 유추하고 있을 뿐인데....놀랍군.”
아직까지 신들을 만나본 적 없는 장 진만이 놀란 얼굴로 강혁과 인도행에 동참했던 이들을 바라보았다.
살아 있는 전설.
최강의 10인 중에서 가장 강한 이의 시선에 인도행에 동참했던 이들은 멋쩍은 얼굴로 손사래를 쳤다.
“우린 제대로 한 것도 없습니다, 어르신.”
“맞아요, 다 강혁 오빠가 했죠.”
“....나는 목숨도 구원 받았는데 그런 찬사를 받을 이유도 뭣도 없지.”
발터 밀란, 한수연, 미즈키 페이.
세 사람은 그의 놀람이 오히려 비수처럼 자신의 가슴을 파고드는 걸 느꼈다.
그만큼 인도에서의 전투는 그들에겐 충격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인도에서의 셋은 루터 할론 당시 제우스와의 대면을 해본 적이 없기에 그 충격이 더욱 컸다.
하지만 그들의 놀람과는 별개로 강혁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
“모르는 이들을 위해서 말을 해두자면 지금 공석인 루터 할론은 신이 강림했던 여파 및 전투의 충격 때문에 엘리자베스가 직접 치료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몰랐던 이들에게는 무척이나 놀랄만한 일이었지만 몰랐던 이라고는 장 진 밖에 없었기에 놀람은 그리 크지 않았다.
애초에 장 진 본인도 무언가를 보고 놀라하는 성격이 아닌 것도 한 몫했다.
아무튼 그나마 있던 자그마한 소란도 사그라 들고 조용해진 주위를 바라보던 강혁이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뭐, 보시면 알겠지만 중국에서 검성 장 진 씨를 모셔오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이미 자리에 앉아 회의에 함께하던 장 진이 자리에서 살짝 일어나 자신의 모자를 슬쩍 들었다 놓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짝짝짝-
강혁 이전의 세계 최강이라고 불리우던 이의 참전에 모두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자신을 환대해주자 장 진이 살짝 놀란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다가 이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환대가 아주 좋군.”
“최강의 전력이 함께 하게 되었으니 당연한 일이죠.”
“좋은 이들을 두었어.”
“저와 함께 하기 전부터 좋았던 이들입니다. 제가 한 건 그들을 모은 것 뿐이죠.”
너스레를 떠는 강혁의 말에 장 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그게 가장 큰 일일세. 좋은 이들을 한 군데 묶어 놓은 것. 그것만으로도 큰일이니 자신의 업적을 낮게 잡지 말게나.”
“....충고 감사합니다.”
확실히 강혁이 한 일은 심상치 않았다.
오로지 강혁이었기에 가능했던 일.
그렇기에 강혁은 장 진의 말마따나 자신이 한 일을 축소시키고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행동하는 것을 버리기로 했다.
‘좋은 일을 했으면 티를 내고, 중요한 일을 했으면 중요한 일을 했다고 말을 하면 되겠지.’
굳이 숨길 필요도, 축소할 이유도 없는 일이기에 강혁은 미소를 머금으며 자신이 알고 있던, 다른 이들은 알지만 장 진은 모르는 이야기들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신과 악마에 대한 이야기.
자신의 재능에 관한 이야기 등.
하나 같이 장 진으로서는 들으면 들을수록 놀람을 감출 수 없는 이야기의 향연에 장 진은 감탄을 남발했다.
진중하던 그의 입에서 감탄이 터져나올 때마다 사람들은 놀람을 감추지 않았지만 장 진은 감탄을 멈추지 않았다.
“자네는 정말 큰 짐을 지고 살아왔군.”
“별 거 아닙니다.”
“방금 한 말을 벌써 까먹은 겐가.”
“....”
어느새 습관이 되어버린 말투에 입가를 만지작거리던 강혁은 피식 미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겁나게 힘들었습니다. 죽고 싶을 정도로.”
“그래, 그거면 된 걸세.”
어쩌면 처음으로 자신이 걸어왔던 길에 대한 진정한 평가를 내린 걸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며 강혁이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서 논하려고 할 때였다.
쿵쿵쿵-
회의실 바깥에서 들려오는 문 두들기는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난 강혁이 직접 문을 열었다.
“무슨 일입니까. 지금 중요한 회의 중이니 나중에....”
“부산 앞바다에서 괴생명체가 발견 되었습니다. 대통령과 한국 헌터 협회장이 지금 당장 출동을 부탁했습니다.”
“....S급들로 이루어진 토벌대를 구축하세요.”
“....예!”
강혁의 토벌대 구성표가 끝이 나고, 말을 전한 헌터가 사라질 때까지만 하더라도 강혁은 예상하지 못했다.
부산 앞바다에 나타난 괴물이 어떤 괴물인지, 그리고 그 괴물이 자신들을 노리고 있음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