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올 마스터 #105
-방심하지도 말고 저 자를 놓칠 생각도 마라.
‘알아, 검성은 절대로 빠뜨릴 수 없는 인재. 당연히 놓칠 수는 없지.’
자신보다 강한 존재는 자신의 친구나 동료들 중에 없다는 사실을 강혁은 잘 알고 있었다.
애초에 자신을 제외한 이들 중에서 가장 강한 니아 아리엘과 루카스 폴른이 당했다는 것만으로도 그가 전력을 다해야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
하지만 강혁은 곧바로 전력을 드러낼 생각은 없었다.
-반신이니 네 능력을 증폭시키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군.
‘내 생각이랑 똑같네. 나도 마침 그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
재능.
강혁의 강함의 원천이나 다를 바가 없는 그 힘을 제대로 성장시키기에 검성 장 진만큼 좋은 상대가 없었기 때문이다.
‘인드라 때와는 달라. 그 녀석은 전력을 다해서 쓰러뜨려야 하는 존재. 내 일신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녀석이 아니었어.’
주신급의 인드라는 재능을 성장시키고 말 것도 없이 자신의 모든 걸 토해내서라도 전투를 이어나가지 않았으면 강혁이 당해도 이상할 게 없는.
아니, 확실한 전투였다.
그렇기에 강자와 전투를 할 때, 더욱 크게 성장하는 강혁의 능력에도 불구하고 강혁은 재능의 성장을 도모할 수 없었다.
하지만.
‘검성은 다르지.’
니아 아리엘과 루카스 폴른과의 전투로 강혁은 어느 정도 확신했다.
그가 자신들을 죽이려는 생각은 없음을 말이다.
그건 강혁 본인도 마찬가지였기에 딱히 걱정할만한 일은 아니었고, 중요한 일은 단 하나.
‘내 무술 재능이 검성에게 닿을 수 있느냐인데....’
현재 강혁의 무술 재능의 레벨은 상급 4레벨.
높은 건 맞고, 어지간한 헌터 정도는 평범한 인간의 몸으로도 찜쪄 먹을 수 있는 수준이긴 하나 상대가 상대였다.
‘수준 차이는 확실해 보이는데.’
강혁이 니아 아리엘을 상대로 승리를 거둘 수 있는 이유는 하나.
오로지 인간 자체의 강함으로 찍어눌렀을 뿐이다.
만약 강혁이 오로지 무(武)에만 중점을 둔 채로 전투에 임했다면 패배하는 쪽은 니아 아리엘이 아닌 강혁이었을 터였다.
물론 강혁에게도 생각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몸으로 버틴다.’
검성과 비교했을 때, 압도적이라고 봐도 무방한 자신의 신체.
그걸 믿고 그와 손속을 교환하는 것이었다.
언뜻보면 무모해 보이기까지 했지만 강혁은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강해지기 위해서는 목숨을 거는 일은 수차례 있어야 하고, 오히려 지금처럼 목숨에 관계 되지 않고 내 자신을 가다듬는 일은 필수적이야.’
장 진과의 결투가 목숨을 걸지 않는 선에서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될 거라는 걸 파악한 강혁의 결단은 빨랐고, 그 손속은 더욱 빨랐다.
“한 수 배우는 마음으로 시작하도록 하죠.”
탓-
토류의 파도로 인해 질척질척해진 땅을 밟고 허공으로 날아오른 강혁의 주먹이 장 진을 향해 내리꽂힌다.
쾅!
고작해야 주먹과 검이 맞부딪쳤다고는 믿기지 않는 폭음이 주위를 가득 채우고, 주위가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거세게 흔들린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장 진은 멀쩡했으며 자세 또한 여유로웠다.
더군다나 그의 발밑은 크레이터를 맞은 것처럼 실금이 가 있었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그에게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다는 말이기도 했다.
“확실히 자네는 다른 친구들과는 좀 다르군.”
“다르기만 하겠습니까? 방심하시면 큰 코 다치실 겁니다.”
“늙은이에게도 가차없군.”
“평범한 어르신이었다면 배려를 해드렸을 텐데 아쉽군요.”
파바바밧-
말을 하는 와중에도 계속해도 틈 사이로 권격을 찔러 넣던 강혁은 자신의 눈에 보이는 틈 사이로 회심의 일격을 꽂아 넣었다.
“하지만 말이야....”
오싹-
그리고 주먹을 뻗는 사이 입가에서 흘러나오는 장 진의 목소리에 강혁은 전신의 털이 곤두서는 기분을 받았다.
그와 동시에.
장 진의 숨겨져 있던 날카로운 어금니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자네의 힘과 다르게 기술 자체의 강함은 느껴지지 않는군.”
스걱-
휘둘러진 어금니가 날카롭게 빛을 내뿜어내며 강혁의 앞섬을 갈랐다.
피가 뿜어져 나오거나 하지는 않았다.
강혁의 초인적인 반사신경과 식욕으로 만들어낸 탈 인간적인 신체의 단단함 때문이었다.
물론 거기에 더해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는 용체나 사령 강체 등의 도움도 컸음은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여태까지 다져온 기반 덕분에 별다른 피해 없이 공격을 흘려낸 강혁이지만 등 뒤로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가릴 수는 없었다.
‘....뭐지? 방금 그 공격은 대체?’
눈앞이 캄캄해지는 기분.
분명 눈앞의 검성은 평범한 인간의 몸이었다.
신체? 반신의 신체는커녕 니아 아리엘의 몸보다도 좋지 않았다.
물론 일반적인 사람들과 비교를 한다면 말할 것도 없이 장 진의 탄탄한 신체가 더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강혁과 비교하자면 어린아이와 성인의 차이와도 같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자신이 반응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강혁은 당혹을 금치 못했다.
‘....뭘까.’
-뭐긴 뭐야 기술의 차이지. 멍청한 놈아. 힘에만 쏟으니 그렇게 되는 거 아니야. 예전엔 안 그랬는데 기반 좀 다져지니 그 꼴이 나는군.
‘....쯧, 나라고 그걸 모를까. 하지만 검성처럼 기술의 극의에 오르는 건 내게 어울리지 않아.’
그런 재능은 내게 없으니까.
언뜻 들으면 자조 어린 자기 비하와도 같은 말이었지만 실상은 살짝 달랐다.
강혁의 자신의 재능을 한 가지에 극의에 달하는 재능이 아닌 여러 가지의 재능을.
말 그대로 모든 재능을 다룰 수 있는 재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노는 그런 강혁의 생각에 쐐기를 박아 깨부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
-네 재능은 모든 재능을 극의를 깨달을 수 있는 재능이다. 고작해야 모든 재능을 익힐 수 있는 것에 만족해서야 지금 수준에 밖에 머무르지 못할 거다.
‘....!!!’
모든 재능을 익히는 것에서 멈추는 것이 아닌 모든 재능을 완벽하게, 나아가 그 재능의 극의를 보는 것.
그것이 바로 강혁이 가진 ‘진짜’ 재능이었다.
그리고 그걸 전해 들은 강혁은 무언가 자신을 가로 막은 벽 하나가 허물어지는 듯한 기분을 받았고.
[상태이상 : 무아지경에 빠집니다.]
[상태이상에 빠진 동안 모든 재능의 성장 속도가 급속도로 증가합니다.]
난생 처음 메시지창이 눈앞을 가리고 눈앞이 깜깜해지는 순간.
강혁의 입가에는 자신조차 왜 지었는지 모를 희미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이거면 된 거겠지?’
-눈 뜨고 난 다음부터는 잘 해라.
분노의 핀잔 어린 목소리를 끝으로 강혁의 눈앞이 암전 되었다.
*“....웃어?”
장 진은 자신의 회심의 일격을 보고 놀라하다 이내는 희미하게 웃음을 짓는 강혁의 모습에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 그저 이해가 안 가는 것이기도 했다.
그 누구도 그의 앞에서 검격을 맞고도 웃음을 유지할 수는 없었으니까.
눈앞의 강혁조차 단단한 몸이 아니었다면 방금 일격의 꽤 큰 상처를 가지게 되었을 터.
그렇기에 장 진의 마음은 평온했다.
‘현 시대의 최강자라고 불리는 이도 아직은 아해로군. 그래도 싹수는 있으니 조금만 더 갈고 닦으면 괜찮은 보석이 되겠어.’
어마어마한 크기의 고급 보석의 원석.
그게 장 진이 보는 강혁의 모습이었다.
정작 강혁 본인은 그런 장 진의 생각 따윈 알지 못한 채로 무아지경에 빠져 있었지만 말이다.
콰득-
굳게 말아쥔 강혁의 주먹에서 들려오는 날카로운 소리에 장 진의 눈꼬리가 올라갔다.
무언가 이상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저 몸만 튼튼한 이에 불과했다면 지금은 거기에 더해서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더해진 듯한 느낌.
그런 느낌은 언제나 장 진을 위험에서 구해주었고, 지금의 자리까지 올려주었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잘 활용하는 장 진이었기에 너저분하게 널려 있는 빈틈의 틈바구니 속에서 장 진은 달려들기보다 한 발자국 물러서는 걸 택했다.
타닥-
가벼운 보법을 밟으며 뒤로 물러서며 강혁의 위치를 놓치지 않으려고 두 눈을 부릅뜨고 있던 장 진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없어? 큭!”
쾅!
방금 전까지 강혁이 있던 자리에서 강혁의 모습이 사라지고, 자신의 등 뒤에서 기척인 느껴졌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서 뒤를 점하자마자 날린 강혁의 주먹질은 장 진을 당혹감을 더욱 늘려주었다.
‘....미세하지만 분명히 성장했다.’
성장.
모든 이들은 성장을 하고 어느 순간부터 그 성장이 멈추는 법이다.
장 진 또한 성장을 하고 있었지만 성장이 멈추진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는 강혁의 모습은 그로서도 감히 무어라 추측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군. 아무리 위기 속에서 재능이 빠르게 개화한다고는 하지만....놀랍군, 놀라워.’
알고 싶다.
저렇게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에 대해서 알고 싶다는 마음이 장 진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피어오르고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장 진의 움직임이 매끄럽게 이어졌다.
스거거걱-
허공을 가르고 거기에 있던 공기와 강혁의 잔상을 베어낸다.
당연하게도 강혁은 이미 그 자리에 존재하지 않았고, 장 진의 검은 허무하게 허공만을 가를 뿐이었다.
자신의 공격이 무위로 돌아가는 신기한 상황을 눈앞에서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장 진은 침착했다.
‘무언가 변화가 생겼다. 일단 그것부터 파악해야 해.’
변화.
강혁에게 생긴 변화를 파악하고, 파악한 변화를 바탕으로 검로를 수정해야 한다는 생각.
그 생각이 그의 머리를 차갑게 만들어주고, 그는 가벼운 심호흡과 함께 강혁의 움직임을 쫓기 시작했다.
‘움직임은 크게 다를 건 없군. 신체의 힘을 이용해서 움직이는, 투박하지만 가장 위력적인 움직임이야.’
평범한 이라면 그저 평범할 뿐인 보법이지만 인간을 초월한 신체를 지닌 이가 펼치니 저것 또한 초월적인 보법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평범한 보법의 한계는 어디에나 있고, 장 진은 그 한계를 잘 아는 이 중에 한 명이었다.
“저기로군.”
다음 강혁이 내디딜 공간을 미리 예측하고 그곳을 향해 예측한 공격을, 그것도 아주 날카로운 공격을 찔러 넣는다.
‘전투에서 성장하고, 나를 놀래킬 정도의 잠재력마저 있으니 가르치는 건 어렵지 않겠군. 좋아, 아주 좋아. 이 친구라면 분명히 그들을 상대로 큰 힘이 되어줄 게 분명해.’
자신의 이 공격으로 강혁을 무너뜨리고 그를 어떻게 가르칠 지에 대해서 장 진이 생각에 빠질 때.
이어진 상황은 장 진의 예상을 아득히 벗어나는 상황이었다.
“....없어?”
분명 자신이 예상했던 자리로 정확하게 검을 내질렀건만 그 자리에 강혁은 없었다.
그저 아무것도 없는 텅텅 빈 토류만이 가득할 뿐.
그 사실에 장 진이 급히 주위를 둘러보며 강혁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서 난리를 쳤지만 이윽고 강혁의 위치를 파악한 그는 허탈하다는 듯이 한숨을 토해냈다.
“....내 검 위에서 내려오게.”
자신의 검 위에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강혁의 모습을 본 순간 자신이 헛된 짓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농락 당했다는 색다른 기분에 그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자세를 잡았다.
쿠구구구-
자세를 잡는 순간 여태까지 허허롭던 그의 주변 기운이 급변하며 날카로운 칼날처럼 변모했고, 이내 그 기운들이 강혁을 향해 쇄도했다.
그러한 칼날 기운 속에서 강혁은 성장하고 있었다.
[상급 무술[LV.4]의 숙련도가 상승....]
[중급 그림자술[LV.5]의 숙련도가 상승....]
[상급 마법[LV.1]의 숙련도가 상승....]
칼날 기운 속에서 강혁은 자신이 가진 모든 재능을 녹여내며 응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자신이 강혁의 농축된 경험치 바가 되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로 장 진은 자신의 모든 것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강혁으로서는 그저 기꺼울 따름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