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올 마스터#103
지끈-
‘....역시 이건 좀 버겁긴 하네.’
예전 전투 예지 때와 비슷하지만 그 차이는 컸다.
전투 예지는 머리가 불타오르는 것 같다면 아카식 레코드의 경우에는 뇌가 타오르는 느낌이랄까.
그런 생각을 하며 강혁은 이를 악물었다.
‘그래도 이걸로 격차는 줄일 수 있다.’
신룡체는 예전 인간 시절에 반신의 신체를 썼을 때와 같이 오랫동안 유지할 수도 없을뿐더러 위력 또한 진짜 신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그렇기에 자신의 번개를 완전히 녹여낸 인드라와의 전투에서 강혁이 말 그대로 쪽도 쓰지 못한 것.
하지만 아카식 레코드로 보이는 ‘모든 정보’는 강혁에게 승산을 불어 넣어주었다.
‘과거와 현재 나아가 미래의 정보들이 모여 있는 정보의 보고. 신조차도 함부로 열람할 수 없는 곳답게 패널티가 어마어마하긴 하네.’
인드라가 날린 창의 궤적마저도 아카식 레코드에 담겨져 있었기에 강혁은 고개를 한 번 까닥이는 것으로 그걸 피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조차 제대로 열람할 수 없는 아카식 레코드를 열람하는 강혁의 모습에 인드라가 분노했다.
“그건 고작 필멸자 따위가 열람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알 바 아니야. 난 내가 쓸 수 있는 모든 걸 사용한다.”
“괘씸한!”
콰릉-!
하늘 위에서부터 떨어져내린 벼락이 인드라의 머리 위로 떨어져내린다.
갑작스런 자살 행동에 강혁이 고개를 갸웃거릴 때, 벼락이 떨어진 자리에서 인드라가 걸어 나왔다.
파직거리는 번개를 전신에 두른 그의 모습은 마치 뇌신(雷神)의 그것과도 같았다.
-....지금부터 신에게 도전한 멍청한 이에 대한 판결을 내리겠다. 나, 인드라의 이름을 걸고 네놈을 죽이겠다.
“할 수 있으면 해보라지.”
꿀꺽-
아카식 레코드를 사용한 대가로 내부부터 죽어가는 강혁은 간신히 죽은 피를 목 너머로 넘기고는 자세를 잡았다.
몸은 만신창이에 뇌는 타들어가고, 내부마저 말썽인 와중에도 강혁의 정신만큼은 또렷했다.
‘아카식 레코드 때문에 전신이 망가졌는데 오히려 정신은 또렷해지다니 참 아이러니하네.’
이유는 간단했다.
아카식 레코드.
전 우주, 아니 전 차원에 대한 정보가 들어 있는 아카식 레코드와 접속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아카식 레코드에 접속한 대가로 전신이 망가진 강혁의 두 눈에는 인드라의 공격 경로가 보이는 중이었다.
지잉-
마치 홀로그램으로 이루어진 듯한 인드라의 공격 경로대로 몸을 움직이며 주먹을 찔러넣고 발을 내지른다.
그것이 강혁이 하고 있는 모든 일이었다.
하지만 그 짧막한 일이 인드라에게는 무척이나 커다랗게만 느껴졌다.
빡- 빠악- 빠각!
-....이런 말도 안 되는! 아무리 아카식 레코드에 접속 했다지만 신인 나의 공격을!
“느려서 다 보이네. 더 빠르게는 안 되는 거야? 그래 놓고 나를 죽일 수는 있겠어?”
-이....이 불경한 자가 감히!
콰르르릉-
자신을 도발하는 강혁의 모습에 인드라는 전신에 휘감긴 번개를 흔들거리며 이를 갈았다.
번개를 관장하는 신 중 하나인 만큼 인드라에게 있어서 ‘속도’란 자존심과도 같았다.
누군가가 자신에게 ‘느리다’라고 말하는 걸 가장 싫어하는 이가 바로 인드라인 셈.
물론 다른 번개를 다루는 신 또한 비슷하지만 특히 인드라는 그 정도가 심했다.
콰릉-
그의 몸에서 흘러나온 번개 다발이 주위를 초토화 시키고 분노를 머금은 그의 번개가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걸 바라보며 강혁은 미소지었다.
‘일단 흐트러놓는 건 성공했고, 이제 어떻게 족칠 지를 생각해야 되는데....저걸 어떻게 죽이지?’
루터 할론 때와는 다르게 생포가 아닌 사살을 목적으로 할 생각이기에 저번보다는 더 쉬울 거라고 생각하며 강혁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그런 강혁의 행동에 현재 강혁과 연결 되어 있는 아카식 레코드는 강혁에게 방법을 알려주었다.
[.....]
“....그거 괜찮겠는데?”
아카식 레코드가 전해주는 인드라의 사냥 방법을 들으며 미소를 머금은 강혁은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쾅쾅쾅쾅!
하늘에서부터 내려꽂힌 거대한 철 기둥들이 거리 곳곳에 박히고 그 높고 커다란 크기를 자랑할 때.
그걸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며 당황하는 인드라를 향해 강혁이 쇄도했다.
“자, 2페이즈 시작해보자고.”
웅웅웅웅-
그와 동시에 주위에 박힌 철 기둥들이 웅웅웅하는 소리와 함께 가동하기 시작했다.
*‘저건 뭐지?’
거리 곳곳에 박힌 채로 웅웅대는 철기둥들.
처음 보는 색다른 것들에 인드라는 호기심과 궁금증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이어진 강혁의 공세에 인드라의 호기심과 궁금증은 억눌러진 채로 전투에 임해야만 했다.
콰과과광!
쏜살같이 달려든 강혁의 연쇄 공격.
주먹 하나하나에 담긴 산을 쪼개고 바다를 가르는 위력에도 불구하고 인드라는 철저하게 그것들을 막아냈다.
공격에 담긴 위력을 번개로 흘리고, 이어진 번개로 다시금 공격을 먹인다.
그렇게 공격과 방어를 하기를 수십여 합.
그때쯤 돼서야 인드라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곤 표정을 굳혔다.
-....번개가?
“이제 조금 감이 오시나 보네.”
거듭된 전투의 여파로 옷이 찢어지고 얼굴은 상처 투성이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강혁은 웃고 있었다.
그런 강혁의 웃음에 인드라는 자신이 느낀 것이 틀린 게 아니었음을 확인하고 강혁에게 일갈했다.
-대체 뭘 한 거냐!
“뭘하긴 그저 네가 쏘아낸 공격들이 저기 있는 피뢰침에 흡수된 거지. 물론 네 몸에 깃든 번개도 함께.”
-....신의 힘이 깃든 번개를 고작해야 철 덩어리 따위가 흡수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맞아, 일반적인 철이라면 불가능하겠지. 하지만 저건 일반적인 철이 아니거든.”
고작해야 철로 신의 힘이 담긴 번개를, 그것도 어마어마한 양의 번개를 담아낼 수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강혁 또한 그걸 모를 리가 없었고, 강혁에게 방법을 제시한 아카식 레코드 또한 그걸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즉.
“아무런 대책도 없이 저걸 만들었을 것 같아? 저건 내 드래곤 스케일을 뜯어다 만든 거다.”
-....드래곤이 아니기에 할 수 있는 무지막지한 방법이로군.
평범한 드래곤은 자신의 몸을 끔찍하게 여긴다.
그것이 비늘이든 피든 뼈든 간에 말이다.
그런 드래곤이 자신의 비늘을 모조리 긁어다가 저런 크기의 기둥들을 만든다?
‘....말이 안 되는 일이지만 눈앞의 녀석이라면 가능한 일이고, 만약 정말 드래곤 스케일로 만든 번개라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이거 큰일이군.’
인드라조차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은 좋지 못했다.
열 개 가까이 되는 어마어마한 양의 기둥들.
그것들이 모두 자신의 번개를 빨아간다고 생각하면 그 양은 결코 적지 않았고, 안 그래도 몸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 위력과 양을 줄인 번개를 빼앗긴다면....
‘....번개를 더 끌어와야 한다. 지금은 몸의 붕괴 따위를 생각할 때가 아니야.’
번개 없는 맨몸으로 강혁을 상대해야 할 수도 있으며 그건 곧 인드라의 패배를 의미했다.
아니, 거의 확실했다.
아무리 강혁의 몸 상태가 별로라고 한들 그의 강함은 건재했고, 번개 없는 인드라는 평범한 인간 수준에 불과하다.
물론 그것만 하더라도 S급 헌터는 가볍게 찜쪄 먹는 라울 슈바함의 신체가 남았지만....
‘그걸로는 저 녀석보다 약하다.’
강혁의 신체는 이미 탈인간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겉은 인간 그대로이지만 내부가 완전히 뒤바뀌어 있다는 걸 인드라는 모르지 않았다.
그의 신안(神眼)은 모든 걸 꿰뚫어 볼 수 있었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한들 지금 상황을 타파할 방법까지 꿰뚫어 볼 수는 없었다.
결국 인드라의 선택은 정해져 있었다.
콰릉-
-지금부터 내 모든 걸 쓰겠다. 이 어린 양의 몸이 망가지는 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지.
다시금 떨어져 내리는 벼락.
하지만 전과 다르게 떨어져 내리는 벼락의 수는 아까보다 훨씬 많았다.
대충 세기만 해도 십여 개가 가뿐하게 넘는 벼락들.
당연하게도 저 모든 벼락들이 온전히 흡수될 경우 인드라의 강함은 화신체의 그것과 필적할 터였다.
그렇기에 인드라가 자신감을 드러낼 때.
강혁이 피식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왜 그걸 내가 가만히 두고 볼 거라고 생각하는 건데? 그리고 말이야, 내 피뢰침들은 비단 네가 가지고 있는 번개만 빨아가는 게 아니야.”
-....뭐? 아니, 잠깐!
다급함이 가득 담긴 인드라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강혁은 그저 씨익 웃으며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 따름이었다.
“X까.”
웅웅웅웅-
엿 한 사발 가득 먹여준 뒤, 다시금 작동하는 강혁의 피뢰침들은 순식간에 인드라의 번개를 빨아들였다.
파지지직-
어마어마한 양의 번개를 머금은 철기둥들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번개를 토해냈다.
철기둥의 주위를 맴도는 번개 다발들을 멍하니 바라보는 인드라를 향해 강혁이 입을 열었다.
“꺼억-”
정확하게는 트름을 말이다.
물론 진짜로 한 건 아니었다.
그저 인드라를 놀리기 위한, 그의 번개를 자신이 먹어치웠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이었고.
그건 제대로 먹혀 들어갔다.
-빌어먹을 인간 따위가!
여태까지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던 인드라의 얼굴 위로 분노라는 감정이 퍼져나가고 인드라가 강혁에게 달려드는 순간.
강혁 또한 행동을 개시했다.
“슬슬 끝내자. 지금 눈이 뻐근해 죽겠거든.”
아카식 레코드 보여주는 대량의 정보에 눈앞이 깜깜해진 강혁의 우스갯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전투가 재개 되었다.
*피시시식- 쿵-
번개가 꺼지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 둔탁한 소리가 들려온다.
“끝났나. 으, 눈 뻐근해.”
한계 초월을 종료하고 홀로그램과 정보로 가득했던 세상이 사라지자 강혁은 눈가를 짓누르며 인상을 찌푸렸다.
아카식 레코드의 후유증에 강혁이 이를 갈 때, 그의 발밑에 깔려 있던 인드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이렇게 당하지만 다른 이들은 다를 것이다.”
“어차피 전부 다 죽이러 갈 생각이었는데 뭐가 다르겠어. 너도 목 닦고 기다려. 본체도 쳐 죽여줄 테니까.”
“....오만한 녀석 같으니. 곧이다. 곧 신의 화신체가 이 땅에 강림할 지니....그때 네놈이 설 곳 따위는 없을 것이다.”
“걱정하지 말고 눈이나 감아. 내가 쳐죽여 줄 테니까.”
마지막 말을 끝으로 인드라의 파들파들 떨리던 눈꺼풀이 가라앉고, 적막함만이 주위에 감돌 때.
강혁은 자리에 주저 앉았다.
“하아, 피곤해 죽겠다. 죽겠어.”
미국에서 인도까지 날아오기 직전까지 식욕의 시련을 하던 강혁이었기에 지금 상황에 이가 절로 갈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철혈과도 같은 강혁의 신체마저 파들파들 떨리는 아찔한 상황 속에서 강혁은 자신의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창을 보는 순간 모든 피로가 사르르 녹는 것을 느꼈다.
[칠선 : 절제를 획득하였습니다.]
[절제]
모든 것을 절제할 수 있게 됩니다.
그것이 자원의 낭비든 움직임의 비효율성이든 말입니다.
당신이 행하는 모든 움직임에 필요 이상의 무언가가 추가되지 않습니다.
당신이 행하는 모든 것은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으며 완벽해집니다.
“....이게 왠 떡이야?”
갑작스레 굴러온 칠선이라는 떡 앞에 강혁은 실실 웃음을 머금다 이내 기절했다.
뒷일은 다른 애들이 알아서 해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