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올 마스터-102화 (103/178)

나 혼자 올 마스터 #102

우득- 우드득-

목을 꺾고 팔다리를 풀어주며 라울 슈바함을 향해 서서히 다가가며 강혁은 주변을 살폈다.

‘죽은 사람은 없군. 그나마 다행인가.’

주변의 도로가 반파 되고 그 위에 널부러진 사람들이 많이 보였지만 그들 중에서 죽을 정도의 부상인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나아가 자신의 친구 혹은 동료 그것도 아니라면 동생인 발터 밀린과 미즈키 페이 그리고 한수연 모두 무사한 모습을 보며 강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런 강혁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라울 슈바함이 아니었다.

“너에 대한 얘기는 많이 들었다. 신에게 대항하는 멍청한 벌레. 그게 네 이름이지 않은가.”

“그거 잘못 들었네. 내 이름은 신살자거든.”

“....오만하구나, 오만해. 필멸자의 육을 뒤집어 쓴 주제에 입 하나는 신에 달했구나.”

“역시 라울 슈바함은 아니군.”

“그 아이는 내 안에서 살아 숨 쉬고 있으니 네가 걱정할 바는 아니다.”

“그래, 너랑 나랑 할 얘기가 뭐가 있겠어. 그냥 치고 박고 싸우기만 하면 되는데 말이야. 바쁘니까 빠르게 넘어가자고.”

스트레칭을 마치고 고무줄마냥 쭉쭉 늘어나는 팔목과 다리를 붕붕 휘두르며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는 순간.

콰릉-

강혁의 머리 위로 시퍼런 번개 다발이 떨어졌다.

가히 순속에 가까운 보통의 번개보다도 빠르고 강력한 번개 다발에 강혁은 피하지 못한 채로 속수무책으로 번개 다발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속수무책으로 맞은 게 아니라 정확하게는....

“이것밖에 안 돼?”

“....!!! 네놈....어떻게?”

“역시 너흰 본체가 아니면 별 거 아니야.”

피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하는 편이 옳으리라.

신성력으로 이루어진 막을 머리 위에 띄워 번개 다발을 모조리 막아낸 강혁은 서서히 사라지는 번개 다발을 주먹으로 후려쳐 마무리하고는 라울 슈바함.

아니, 이제는 인드라에게 몸을 뺏긴 이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뚜벅뚜벅-

부숴진 도로 위에 강혁의 발걸음 소리만이 고요하게 울려퍼질 때.

퍼뜩 정신을 차린 인드라가 두 눈을 푸르게 빛내며 두 손을 치켜들었다.

“고작해야 한 번이다. 운은 지속되지 않는 법이지.”

“운인지 아닌지 꼭 봐야 알아? 이미 제우스도 한 번 짓밟았는데 너라고 어려울까.”

“....그와 나는 다르다. 설령 그가 주신이고, 나와 비슷한 능력을 다룬다고 하지만 그에게 밀린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으니 넌 오늘 여기서 죽게될 것이다. 오만하여 신에게 도전장을 내민 필멸자여.”

인드라의 두 주먹에 맺히는 찬란한 푸른 번개.

이윽고 건틀렛과 같은 모양으로 변함과 동시에 푸른 번개의 일렁임을 늘어뜨리며 인드라가 강혁을 향해 쇄도했다.

수연이나 발터 밀란 혹은 미즈키 페이 같은 이들에겐 이미 시선을 거둔 모습.

하지만 그건 강혁도 마찬가지였다.

‘방심은 없다. 내가 꺼낼 수 있는 최대의 수를 꺼낸다.’

인드라를 도발한 건 그저 그를 화나게 만들어 조금의 틈이라도 더 드러내게 만들기 위함일 뿐.

진정으로 그를 무시하는 건 아니었다.

‘제우스를 이긴 건 어디까지나 운에 가까웠어. 지금은 엘리자베스도 없으니 나 혼자서 해내야만 한다.’

특성 : 메시아.

그 힘을 빌어 제우스가 깃든 루터 할론을 무찌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엘리자베스의 힘.

강혁 본연의 힘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지금 인드라와의 대치는 강혁에겐 무척이나 큰 장애물과 대치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실제로도 그렇게 느끼고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혁은 물러서기는커녕 전의를 불태웠다.

‘저번엔 엘리자베스에게 뺏겼지만 이번에는 내 손으로 직접 처단하겠다.’

고작해야 힘이 잠깐 깃든 파편에 불과한 힘이라지만 그래도 직접 신을 죽인다는 사실에 강혁은 짙은 고양감을 느끼며 미소를 지었다.

“신룡화.”

현재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수단인 신룡화를 곧바로 사용한 강혁은 그 상태 그대로 주먹을 내질렀다.

촤르르륵-

강혁이 뻗은 주먹이 인드라의 번개 건틀렛과 부딪치기 전, 단단한 드래곤 스케일을 수십 배 압축시킨 듯한 강도의 비늘로 뒤 덮히고 두 사람의 주먹이 허공에서 맞부딪쳤다.

콰릉-

마치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가 길거리를 가득 메우고, 고작 소리만으로 주변이 풍비박산나기 시작했다.

우드드득- 쿠웅-!

나무가 뽑히고, 건물이 박살이 나며 그 잔해가 휘날린다.

매캐한 먼지 구름이 주위를 가득 채우고, 콜록대는 사람들의 기침 소리가 들려올 때쯤 먼지 구름 안에서는 혈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쾅쾅쾅!

눈으로 쫓기도 힘든 속도로 이뤄지는 공방.

카드드득-

단단한 드래곤 스케일이 신의 번개로 만들어진 건틀렛과 부딪치며 갈려나간다.

물론 그 반대로 인드라 또한 피해가 없는 건 아니었다.

부딪치고 부딪칠 때마다 번개 건틀렛은 서서히 깎여나가고, 맨살이 드러날 때쯤엔 더 이상 그는 드래곤 스케일을 부수지 못했다.

오히려 주먹을 부딪칠 때마다 살갗이 뜯겨져 나가고, 뼈가 으스러질 뿐이었다.

타다닥-

자신의 상황이 좋지 못함을 파악한 인드라가 뒤로 몸을 날리며 피가 뚝뚝 흘러내리는 주먹을 쥐락펴락하며 치유를 시작했다.

‘이대로면 힘들겠군. 역시 인간의 몸이란....’

자신의 번개조차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과부하 반응을 보이는 몸으로 신격을 이루어낸 용의 신체와 맞부딪쳤으니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인드라는 자신의 몸에 깃든 번개를 조율했다.

연약한 인간의 몸이 적응할 수 있도록 말이다.

파직- 파지지직-

그런 그의 노력이 먹힌 것인지 연약한 라울 슈바함의 몸이 신격이 담긴 번개를 서서히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건 곧 강혁에게는 안 좋은 소식이기도 했다.

“....빌어먹을.”

안 그래도 강력하던 이가 위력은 조금 낮추는 대신 완벽한 동기화를 보이는 건 더더욱 위험해진다는 말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들 피해! 방해다!”

미안한 말을 어쩔 수 없이 내뱉으며 강혁은 곧바로 인드라에게로 쇄도했다.

어차피 기다려줘봤자 인드라가 더 지금의 몸에 적응하는 것 밖에 되지 않을 터.

실제로 인드라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번개를 라울 슈바함의 몸에 맞춰서 개조하는 중이었고, 이대로만 간다면 강혁을 짓누를 수 있는 번개를 능수능란하게 사용할 수 있을 터였다.

‘좋군, 한 방에 태워죽이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무릇 신벌이란 단번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는 인드라에게 지금 같은 상황은 무척이나 아쉬운 일이었지만 어쩔 수는 없었다.

그저 강혁을 죽이는 데에 이의를 둘 뿐.

콰르르릉-

아까보다 강력함은 많이 사라졌지만 반대로 리바운드도 사라져 마구잡이로 번개를 난사하는 인드라의 모습에 강혁은 이를 악물고 두 손을 교차하여 전방을 막았다.

콰가가각-

직선으로 쏘아진 번개가 강혁의 두 팔에 작렬하고, 도로의 블록을 깨부수며 뒤로 밀려나며 충격을 흘려낸 강혁의 앞에 인드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죽어라, 필멸자.”

“....이런 젠장.”

쾅!

마치 망치로 두들겨 맞은 듯한 거센 충격과 함께 강혁의 몸이 거세게 흔들리고, 그 틈을 노리고 인드라가 재차 공격을 날려왔다.

빡- 빠각- 빡!

하나하나가 묵직한 공성추와 같은 묵직함을 자랑하는 주먹이 연신 강혁의 전신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이건 라울의 공격인데. 녀석의 기술까지도 쓰는 건가.’

라울 슈바함은 전형적인 무투파 헌터.

니아 아리엘과 비교하면 한 없이 초라해지는 그이지만 그에겐 니아 아리엘에겐 없는 것이 있었다.

그건 바로 신성력.

어쩌면 그는 성직자에게서 갈라져 나온 한 분파인 뭉크와 같다고 볼 수 있었다.

사도로서 신의 힘을 이어 받아 무투를 펼치는 헌터.

그게 바로 라울 슈바함이었다.

당연하게도 그의 무투는 니아 아리엘을 제외한다면 그 누구도 견줄 수 없는 막강함을 지니고 있었고, 그런 무투가 인드라의 손에서 펼쳐지자 그건 강혁으로서도 얕볼 수 없는 무투가 되어 있었다.

물론.

탁- 타닥- 타다다닥-

가볍게 툭.

다시 한 번 투두둑-

또 한 번 날아오는 주먹을 툭툭- 털어내는 듯이 흘려내던 강혁은 인드라를 바라보며 씨익 웃어보였다.

“너만 무투할 줄 알아? 나도 할 줄 알아.”

이미 강혁은 니아 아리엘에게 무투를 사사 받은 바 있었고, 현재 강혁의 무투.

아니 거기서 한 단계 나아간 무술은 상급을 훌쩍 넘은 지 오래였다.

그런 만큼 아무리 라울 슈바함이 펼치는 무투라고 한들 강혁에게는 눈에 익을대로 익은 투로(鬪路)에 불과했다.

덕분에 손 쉽게 인드라의 공격을 쳐낸 강혁에게 기회가 왔다.

“....빈틈!”

급작스럽게 공격을 우겨 넣었고, 그것이 실패함에 따라 한 번의 턴이 강혁에 돌아온 것.

그리고 그 턴을 놓칠 정도로 강혁은 어리숙하게 살아오지 않았다.

타닥- 빡!

자신을 향해 뻗어지는 손을 가볍게 퉁- 하고 올려치며 가드를 털어내고 난 뒤, 당혹스러워하는 인드라의 안면을 향해 강한 스트레이트 펀치를 날린다.

빡! 하는 경쾌한 타격음이 울려 퍼지고 코가 뭉개지며 시뻘건 피가 바닥을 적시는 모습을 바라보며 강혁이 재차 인드라를 향해 달려들었다.

전투란 본디 기세의 싸움.

한 번 기세를 쥐었다면 그 기세를 죽을 때까지 이용해야 하는 것이 전투였기에 강혁은 자신에게 쥐어진 이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가볍게 한 방 먹였으니 이번엔 진심으로 한 방!’

단번에 코가 뭉개질 정도의 펀치를 날려 놓고도 가볍다고 생각하는 강혁의 모습에는 어폐가 있었지만 강혁의 기준에서는 정말 가볍게 날린 주먹이었다.

만약 힘을 제대로 실을 시간이 있었더라면 강혁의 주먹은 라울 슈바함의 머리통을 터뜨려버렸을 테니까.

하지만 라울 슈바함의 몸을 빌린 인드라도 평범한 이는 아니었다.

압도적인 힘을 바탕으로 적을 깨부수는 신이라지만 그의 전투 센스 또한 신 중에서 수준급이었기 때문이다.

우득-

“....크으.”

“어수룩하군.”

달려드는 강혁의 팔을 붙잡음과 동시에 반대 방향으로 꺾어버리며 나지막히 중얼거리는 인드라의 목소리에 강혁은 이를 갈며 다시금 주먹을 내질렀다.

결과는 똑같았지만 말이다.

우드드득-

반 바퀴 돌아간 걸로도 모자라 다시금 반 바퀴를 돌아 한 바퀴를 채운 강혁의 팔은 걸레라고 불러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로 너덜너덜했다.

뼈가 으스러지고, 피가 줄줄 흘러내리는 상황에서 강혁의 머리 위에 돋아난 굵고 기다란 뿔이 사라지고 신룡체가 해제 되었다.

툭-

신룡체가 해제 되고 주위를 가득 짓누르던 신격의 힘이 사라지자 인드라는 자신의 몸에 묻은 먼지 등을 툭툭 털어내며 강혁을 바라보았다.

“그게 너의 한계다. 필멸자.”

신룡체.

신에 달한 용의 신체를 빌려도 닿지 못한 신과의 격차.

그것을 말해주는 인드라의 모습에 강혁은 피식 실소를 터뜨리며 대꾸했다.

“이제부터 시작인데 뭔 소리야?”

“오만하구나. 너와 칠죄는 딱 어울리기 그지 없어. 하지만 그것도 여기까지다.”

치지지직-

말과 함께 서서히 모여드는 파란 불티를 피어올리는 푸른 번개의 창 한 자루가 인드라의 손에 쥐어진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강혁의 입이 열리고.

“한계 초월.”

“끝이다.”

한계 초월이라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푸른 번개의 창이 강혁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하지만.

“....어떻게. 어떻게 피한 거지?”

강혁은 고개를 살짝 비트는 것만으로도 공격을 피해냈다.

한 번, 두 번, 네 번....점점 세기조차 힘들 정도로 많은 공세가 이어질 때쯤 그제서야 인드라는 무언가 바뀐 것을 눈치채었고, 뭐가 바뀌었는지를 깨달았다.

“네놈! 손 대어서는 안 되는 것에 손 대었구나!”

“뭐 어때. 이기기만 하면 장땡이지. 안 그래?”

분노에 가득찬 인드라의 목소리가 울려퍼짐과 동시에 강혁은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창을 제거하며 망가진 손으로 주먹을 쥐며 말했다.

“모든 걸 아는 내 눈앞에서 뭘 할 수 있을까 너는?”

[재능 : 상급 몬스터 지식[LV.2]에 한계 초월을 사용하였습니다.]

[재능 : 상급 몬스터 지식[LV.2]가 잠시 동안 재능 : 아카식 레코드[LV.MAX]로 초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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