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올 마스터 #101
콰릉-
머리 위로 떨어지는 천둥벼락에 담긴 거력을 느낀 세 사람은 기겁하며 몸을 날렸다.
후두둑-
그리고 천둥벼락이 부순 길거리의 돌파편들이 머리를 때리는 걸 느끼며 세 사람은 머리를 맞대고 고민에 빠졌다.
아니, 정확하게는 몸은 열심히 날려대고 대신 말만 했을 뿐이었지만 그게 그거였다.
“저거 어쩔 거지?”
“몰라, 하지만 적이라는 건 확실하네.”
“강혁 오빠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요?”
“....젠장, 언제부터 우리가 강혁이 뒤꽁무니만 쫓고 다녔어? 우리가 할 일은 우리가 하자고.”
“하지만 지금 저 상태는 분명....”
발터 밀란의 짜증 가득한 목소리에 수연은 눈을 힐끔거리며 라울 슈바함을 바라보았다.
강력한 번개를 다룸과 동시에 같은 인간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기운.
그건 이미 한 번 본 적이 있는 기운이었다.
‘....그때의 오빠랑 비슷해.’
신룡체 상태로 템플러들과 악마숭배자들을 말 한 마디로 무릎을 굽히게 만들었던 바로 그 상태.
그 상태, 그 기운이 라울 슈바함에게서 느껴지고 있었다.
물론.
‘오빠보다는 약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만약 미약한 신격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강혁보단 약한 건 당연했다.
강혁의 신룡체는 온전한 신격.
하지만 라울 슈바함이라는 존재가 지닐 수 있는 신격은 그 급수가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까.
그렇다고 할 지라도 위험하다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일반적인 존재가 신을 죽일 수는 없는 법.
최소한 반신의 격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신이 강림한 화신체를 처리할 수 있기에 그들은 이를 악물 수밖에 없었다.
‘우리 중에 반신의 격을 지닌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게 아쉽군.’
‘....내가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달랐을까?’
‘....오빠는 저런 괴물과도 싸울 정도로 강해졌다는 거지....부끄럽네.’
자신들의 나약함.
몇 년 동안 느껴본 적 없는 최강의 자리가 사실은 그저 허울 뿐인 자리라는 걸 알았을 때의 자괴감 등.
다양한 감정이 그들을 휩쓸고 지나갔고, 그 결과는 그들의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강혁이가 언제 올 지는 모르지만.”
“그때까지 버티는 게 우리가 할 일이겠지.”
“여태까지 여기서 안주한 우리 잘못이지 누굴 탓하겠어요. 지금은 그저 그 대가를 치루는 데에 만족합시다.”
세 사람은 자신들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라울 슈바함을 틀어 막는 데에 전력을 다하기로 했다.
정점에 이른 세 사람의 합공 선언에 주위의 사람들은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그 최강의 10인들이 합공을 한다고?”
“그것도 자신보다 아래에 있던 이를 잡기 위해서?”
“대체 뭐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거야?”
미즈키 페이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발터 밀란과 한수연은 라울 슈바함보다 강자였다.
지금은 신의 힘을 받아 들이고 압도적인 차이를 보이게 되었지만 그렇다 해서 있던 기억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결국 그들은 자존심을 굽히고 최선의 선택을 택한 것이라는 얘기.
결과적으로 그들의 선택은 옳았다.
“벌레들이 뭉친다고 달라질 것 같으냐.”
콰릉-
라울 슈바함의 무표정한 얼굴로 내뱉어지는 비수 같은 말.
그것과 함께 내리 꽂히는 번개 다발 속에서 한수연이 몸을 던졌다.
콰가가각-
한수연은 자신의 몸을 던져 번개 다발을 막아내기 시작했다.
기사, 성직자, 도적의 클래스를 합한 그녀의 힘이 뭉친 덕분이었다.
기사의 단단함이 번개를 막아내고, 성직자의 신성력이 상처를 치유하며 도적의 회피력이 번개 다발을 흘려낸다.
세 가지의 힘이 한데 모여 라울 슈바함의 공격을 흘려낸 순간 반격이 시작되었다.
“애들아, 나의 적의 목을 가져오렴.”
-크허허헝!
-크롸라라라!
커다란 백호와 한 마리의 청용.
두 마리의 식신들이 라울 슈바함을 향해 쇄도했다.
막강한 힘을 지닌 두 마리의 식신이 지닌 순간적인 파괴력만큼은 결코 최강의 10인과도 밀리지 않을 거라고 자신할 때.
콰릉-
“말하지 않았느냐, 벌레들이 모여 봤자 벌레라고.”
식신들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린 번개가 작렬한 순간 식신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재가 되어 사라졌다.
“뭐, 어때. 시선 하나는 잘 끌어온 것 같으니 상관 없지.”
“....뭐?”
하지만 미즈키 페이는 그 사실을 아쉬워하지 않았다.
자신의 목표는 딱 라울 슈바함의 주위를 끌어오는 것.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목표는 제대로 성공하였고, 그 결과는 간단했다.
푹-
“특제 독이다. 빌어먹을 놈아.”
“....컥!”
라울 슈바함의 등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발터 밀란의 찌르기.
그것이 라울 슈바함의 살갗을 뚫고 몸 안에 틀어박혔다.
당연하게도 그 끝에는 극독이 발라져 있었고, 라울 슈바함의 몸으로 파고든 단검을 통해 그 독이 몸 전체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각혈을 하며 검은 피를 토해내는 라울 슈바함의 모습을 보면 발터 밀란은 본래 자신의 자리로 되돌아왔다.
“후, 저걸로 죽기를 바라는 건 무리겠지?”
“물론, 고작 독으로 죽이기엔 신이라는 이름 값이 너무 크잖아?”
“하아....하아....앞으로 몇 번 정도는 더 막을 수 있지만 기대는 하지 마요. 저 번개....장난 아니니까.”
살갗이 타들어가는 매캐한 냄새에 인상을 찌푸리며 수연은 자신의 팔을 치유하기 시작했다.
강력한 번개를 막아내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몸에 부담을 주는 일이었고, 결국 그녀의 몸에 다량의 피해가 누적되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녀에겐 동료들이 있다는 점이었다.
“....제가 탱킹을 미즈키 페이 씨가 어그로를 발터 밀란 씨가 직접적인 공격을 맡으면 되겠군요.”
“나쁘진 않은데 버틸 순 있겠나? 정 힘들면 말하라고. 우리도 부족하다 뿐이지 못하는 게 아니니까.”
“맞아, 만약 네가 그대로 무너져 버리면 그게 더 힘든 일이니까.”
“....그러면 정 힘들 때 부탁하도록 할게요. 지금은....지금은 제가 맡겠습니다.”
이를 악 물면서 수연은 두 사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곤 재차 떨어져내리는 번개 다발을 바라보며 두 손을 교차하며 방어 자세를 취했다.
콰르르릉-
수십 개의 번개 다발이 머리 위로 떨어지고, 신성력의 막이 번개들을 힘겹게 막아낼 때쯤.
발터 밀란과 미즈키 페이가 행동을 개시 했다.
타다다닥-
번개 다발로 망가진 도로 위를 내달리며 두 사람은 수연이 만들어 준 틈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안간힘을 다했다.
“라울, 너를 잘 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신에게 꼭두각시로 살 바에야 죽는 게 더 낫겠지.”
암살자답게 가장 빠른 속도로 라울 슈바함의 곁으로 다가온 발터 밀란의 단검이 그의 옆구리를 노리고.
“애들아, 부탁할게.”
미즈키 페이의 손을 빌어 다시금 태어나게 된 식신들이 이빨을 번뜩이며 미즈키 페이의 손을 떠나 라울 슈바함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이어진 결과는 좀 전과는 많이 달랐다.
콰득-
“컥....!”
“....꺅!”
발터 밀란의 굵은 목을 한 손에 쥐고 다른 손으로 미즈키 페이의 목을 쥔 라울 슈바함의 모습은 더 이상 인간처럼 보이지 않았다.
한 순간에 두 사람이 붙잡혔다는 사실에 아직까지도 떨어져내리는 번개를 막아내느라 바쁜 수연이 소리쳤다.
“빨리 피해요! 뭐하는 거에요!”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두 사람이 붙잡혔다는 사실에 수연이 발악하듯 외치는 소리에도 불구하고 둘은 라울 슈바함의 손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무슨 힘이!’
‘말도 안 돼. 아무리 내가 식신 상태라고는 하지만 꼼짝도 못한다고? 이게 말이 돼?’
말도 안 되는 일.
하지만 그것이 현실로 벌어지는 상황 속에서 발터 밀란과 미즈키 페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당황스럽겠지.”
그리고 그런 그들에게 라울 슈바함의 몸을 빌린 무언가가 말을 걸어왔다.
지금 상황이 그에겐 그리 특별하지 않은지 높낮이 없이 건조한 목소리로.
“하지만 이게 당연한 일이고, 너희들이 내 손을 벗어나는 것이 내 기준에선 불가능한 일이다. 고작해야 신에게 대적할 수 없는 벌레가 신에게 대적한다는 게 오류이지 않나?”
절로 이가 갈리는 말이지 않을 수 없었다.
최강의 10인이라고 불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10명으로 불리며 지낼 때에 느꼈던 건조한 감정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분노가 치솟는 걸 느끼며 발터 밀란과 미즈키 페이가 발끈하려 했다.
다만 그것조차도 기우에 그쳤다.
우득-
“끄아아악!”
“....끄윽.”
“가만히 있어라, 지금 너희들의 처우를 결정 중이니까.”
발버둥치려는 그들의 팔 혹은 다리 뼈를 무신경하게 꺾어버리며 라울 슈바함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물론 그냥 하늘을 보기 위해서 고개를 든 건 아니었다.
그저 저 하늘 너머에서 대화를 나눌 자신의 동료 혹은 상관과의 대화를 위해서였을 뿐.
“....결정 되었다.”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콰릉-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벼락이 주위에 내리꽂히며 주위를 환하게 빛내는 감옥이 되었다.
번개와 벼락으로 만들어진 감옥의 안에서 라울 슈바함이 정해진 판결문을 읊는 판사처럼 입을 열었다.
“사형.”
콰드드득-
땅에 박힌 벼락과 번개가 서서히 좁혀져 오며 라울 슈바함의 손에 잡힌 발터 밀란과 미즈키 페이를 조각내려 서서히 다가왔다.
‘....나는 죽어도 괜찮지만 발터는 안 돼.’
그 모습을 보며 미즈키 페이는 결심을 내렸다.
어차피 자신은 식신의 형태로 여기에 와 있는 바.
죽어도 문제가 될 건 없을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스걱-
판단은 빨랐고, 실행도 빨랐다.
자신의 팔을 쥐고 있는 라울 슈바함에게서 빠져 나가기 위해 자신의 팔을 잘라낸 미즈키 페이는 곧바로 발터 밀란에게로 다가가 그를 번개 감옥 너머로 내던졌다.
쿠당탕-
갑작스레 내던져지며 흙먼지를 잔뜩 뒤집어쓰게 된 발터 밀란이 미즈키 페이를 바라본 순간 그런 미즈키 페이의 몸을 향해 라울 슈바함의 번개 감옥이 거의 좁혀진 순간.
번개 감옥이 줄어드는 것이 멈추고 미즈키 페이가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볼 때.
라울 슈바함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전을 때렸다.
“가짜라고 해서 고통이 없는 것도 죽지 않는 것도 아니다.”
“....!!!”
흠칫!
마치 공포 영화를 본 듯한 소름이 전신에 끼치는 걸 느끼며 미즈키 페이는 주춤했다.
자신이 식신이라는 걸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심지어는 같은 최강의 10인 중에서도 별로 없는 게 아니라 아예 없었으니 당연한 이야기.
하지만 지금 라울 슈바함의 말대로라면 그는 자신이 식신이라는 걸 알고 있는 상태라는 뜻이었고,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녀는 목숨을 장담할 수 없었다.
파지직-
“너는 직접 내 손으로 죽여주지. 내 번개는 영혼을 태운다. 육신만을 태우는 하찮은 번개와는 질적으로 다르지. 영광으로 알아라. 신의 번개에 죽는 벌레여.”
어느새 손에 쥐어진 푸른 번개가 파직- 거리며 자신감을 표출할 때, 미즈키 페이는 두 눈을 질끈 감았고.
그런 그녀를 향해 푸른 번개가 허공을 날았다.
파앙-
공기막이 터져나가는 섬뜩한 소리에 미즈키 페이는 움찔하며 곧 있을 고통에 대비하였지만 느껴지는 것은 없었고.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며 게슴츠레 눈을 뜬 그녀의 앞에는 8쌍의 날개가 눈에 들어왔다.
“친구들 괴롭히지 말고 나랑 싸우지 그래?”
8쌍의 날개를 펄럭이며 지상에 착지한 강혁이 미즈키 페이의 앞에 있었다.
그리고 그의 손에 쥐어져 있던 번개는 순식간에 으스러져 사라졌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라울 슈바함.
아니, 번개의 신 인드라의 얼굴에 힘줄이 돋아났다.
물론 그걸 보고도 강혁은 도발을 멈출 생각이 없었다.
“대가 치룰 준비는 됐겠지?”
신에게 대가를 받겠다는 오만함.
그 오만 가득한 말과 함께 강혁이 신영이 주욱 늘어나며 인드라에게로 쇄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