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올 마스터-99화 (100/178)

나 혼자 올 마스터 #99

타다다닥-

식욕의 내면에 만들어진 섬, 아니 정확하게는 던전 위를 달리면서 강혁은 눈앞에 떠오르는 식욕에 대한 정보를 읽어내려갔다.

[식욕]

식욕의 마기를 이용하여 신체 능력을 상승시킵니다.

그 대가로 어마어마한 칼로리를 소모하며 능력 사용 이후 극심한 배고픔에 시달리게 됩니다.

‘몬스터나 다른 이의 시체에서 능력을 얻어 신체를 변화시키는 것 말고도 다른 능력들도 있었나? 그것만 해도 나쁘지 않았는데 왠지 깜짝 선물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인걸.’

꾸드득-

지금만 하더라도 며칠 간 먹어치운 몬스터들의 정보가 몸 안에서 살아 숨 쉬며 강혁을 인간을 넘어선 존재로 만들어주고 있었다.

마나, 마기, 신성력.

그 어떤 자원도 사용하지 않고 순전히 육체의 힘으로만 사용해도 어마어마한 힘을 보일 수 있었다.

10m에 가까운 거리를 단번에 점프할 수도 있고, 집채만한 바위를 들어올려 멀리 던질 수도 있었다.

평범한 인간이라고는 볼 수 없는 어마어마한 힘.

만약 여기에 500이 넘는 강혁의 근력 무한한 마나, 나아가 신성력과 마기까지 더해진다면 과연 어느 정도의 수준을 보여줄 지가 강혁은 기대가 되었다.

‘정말 신조차 때려잡을 수 있을 지도.’

신살(神殺).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업적을 자신이 이룰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근대는 심장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을 때.

갑작스레 들려온 분노와 식욕의 목소리가 달아오르던 머리가 차갑게 식는 걸 느꼈다.

-지금으로서도 신은 죽일 수 있겠지.

-그래, 신이라도 다 강력하고 전지전능한 건 아니야.

-맞다, 아레스 정도 되는 녀석이라면 신격을 제하고도 무지막지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

-하지만 완전한 신을 죽이기 위해선 너도 완전한 신격을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들을 죽일 힘을 가지고도 너는 신을 죽이지 못할 테니 그 전까지는 신과 싸울 생각조차 말아라.

-화신체라면 모를까.

쌍으로 티키타카를 하며 강혁의 생각에 찬물을 뿌리는 두 명의 존재의 모습에 강혁은 이를 갈면서 정글 속으로 몸을 던졌다.

“그래서 칠죄와 칠선을 얼마나 모아야 신에게 대항할 수 있는 건데?”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소한의 조건.

그것이 궁금했던 강혁의 말에 식욕과 분노는 똑같은 대답을 던졌다.

-최소 7개.

-7개다.

“....7개라.”

7개.

현재 식욕, 분노, 색욕, 인내, 순결.

총 5개의 칠죄와 칠선을 모은 상황.

앞으로 2개나 더 모아야 신살의 기초를 다질 수 있다는 말에 강혁은 이를 악물면서 정글 속에서 자신에게 덤벼드는 몬스터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다.’

2개나라고 할 수도 있지만 2개 밖에라고 생각해도 이상하지는 않다.

그렇기에 강혁은 이를 악물며 현재의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기 위해서 몸을 날렸다.

-캬아아악!

자신의 몸을 뜯어 먹기 위해 괴성을 내지르며 달려드는 몬스터들의 파도 속으로.

*

일주일.

강혁이 식욕의 던전에서 식욕의 시련을 치루는 동안 뿔뿔이 흩어져 자신들에게 주어진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서 중국으로 떠난 루카스 폴른과 니아 아리엘은 일주일 만에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했다.

아니, 정확하게는....

“오랜만이네 검성.”

“무신인가....참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데 몇 년 만이지?”

“몰라 기억도 안 나. 수련하겠다고 산골에 처박혀서 지낸지가 얼만데 그걸 기억해?”

“....그것도 그렇군.”

숲속에 마련된 오두막 속에서 남루한 차림의 사내.

검성 장 진의 말에 니아 아리엘은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장 진을 보는 것이 정말로 오랜만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루카스 폴른이 니아 아리엘의 앞으로 나오며 입을 열었다.

“할 말이 있다, 장 진.”

“흐음, 그래 일단 들어나 보지. 여기까지 온 손님들을 곧바로 쳐내는 건 도리가 아니니까.”

턱을 쓰다듬으며 까슬까슬한 수염을 쓰다듬는 장 진의 모습에 루카스 폴른은 강혁에게 들었던 모든 사실들을 털어 놓았다.

모든 이야기는 털어놓는 데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 시간 동안 장 진은 그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루카스 폴른의 말을 경청했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가 끝났을 때, 장 진의 입이 열렸다.

“그러니 자네의 말은 내 힘이 필요하다는 거군. 신과 악마들을 죽이기 위해서 말이야.”

“그렇다고 볼 수 있지. 현재 검성 당신을 제외하곤 거의 모든 최강의 10인이 모였으니 당신과 라울 슈바함만 참가하면 어느 정도 구색은 갖출 수 있을 터.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

최강의 10인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한 루카스 폴른의 부탁에 장 진은 처음으로 ‘놀람’이라는 감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자리를 털고 일어난 장 진은 두 사람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신과 악마라....그들에 대한 생각은 언젠가부터 고민을 하게 되더군. 그들의 저의 때문은 아니었지. 그저 그들은 얼마나 강할까? 나의 검은 그들에게 닿을 수 있을까? 하는 그런 생각 말이야. 그리고 내 결론은 하나였네.”

“....?”

의미 모를 말을 중얼거리는 장 진의 모습에 니아 아리엘과 루카스 폴른의 고개가 동시에 갸웃거려질 때.

장 진은 자신의 애검을 빼들었다.

스릉-

검집에서 빠져나오는 청아한 검명이 오두막 안에 울려퍼지고 무언가 이상함을 눈치챈 니아 아리엘과 루카스 폴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는 순간.

스걱-

무언가 베이는 소리와 함께 검에 반사 되어 눈부신 빛이 두 사람의 눈을 멀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미 대비를 하고 있던 두 사람은 완벽하게 공격을 막아내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오두막에 전달되었을 뿐이었다.

쿠르르-

다만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고작해야 단 한 번의 검격.

그것이 불러온 파장은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숲이 베이고, 검격에 담긴 막강한 힘이 대지를 뒤흔들어 불러온 커다란 지진이 두 사람을 덮쳤기에 그 모습을 바라보며 니아 아리엘이 욕을 내뱉었다.

“이 미친 영감탱이가!”

그리고 그런 외침이 공허하게 지진이 가져온 토류의 파도 속에 파묻혔다.

탁-

토류의 파도 위에 고고히 선 장 진은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자신이 하지 않았던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그대들의 가치는 그대들이 직접 보여줘야 내가 그대들과 함께 할 수 있을지 알 수 있지 않겠는가? 나는 언제나 이곳에 있을 테니 그대들은 언제든 내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보게. 증명이 성공적이라면 나는 그대들을 따를 테니까.”

공허하게 울려퍼지는 그의 말과 동시에 토류의 파도를 뚫고 니아 아리엘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영감탱이, 그 말 그대로 지켜.”

“얼마든지. 늙은이는 본래 한 번 내뱉은 말은 지키는 법이라네.”

신선처럼 허허로이 웃음을 머금는 장 진을 향해 니아 아리엘은 씨익 웃어보이더니 곧바로 자신의 전력을 토해냈다.

루터 할론의 몸에 깃들었던 제우스를 상대할 당시에 얻었던 반신의 격.

그것이 니아 아리엘의 몸이라는 그릇을 키우고 그 그릇에 담긴 물이 넘칠 때쯤.

니아 아리엘의 주먹이 내뻗어졌다.

콰과과과-

고작해야 주먹이라곤 믿을 수 없는 막강한 파괴력.

그것이 토류의 파도를 깨부수며 장 진을 향해 쇄도했다.

하지만 그런 니아 아리엘의 일권(一拳)을 장 진을 그저 가볍게 검을 휘두른 것으로 베어냈다.

쩡-!

권영(拳影)이 반으로 갈라지며 그 안에 담긴 힘이 주위로 터져나가며 주위를 휩쓸었다.

절벽이 무너지고 땅이 뒤집히는 막강한 충격 속에서 장 진이 입고 있는 도포 자락이 거세게 흔들렸다.

그리고 그것 뿐이었다.

니아 아리엘이 내지른 일권은 장 진의 도포 자락 하나 제대로 건들지 못했다.

그 사실에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장 진을 바라보던 니아 아리엘은 이내 얼굴을 굳히며 두 팔을 교차했다.

스걱-

그 순간 니아 아리엘의 팔에 얇은 실선 하나가 그어지더니 이내 피가 뿜어져 나왔다.

“....대체 언제?”

“자네의 권영을 베어냄과 동시에 보이지 않는 참격을 함께 날렸지. 신기하지 않은가? 고작해야 검 하나로 할 수 있는 일이 이다지도 많다는 게 말이야.”

“....진짜 검 하나는 무지막지한 영감탱이라니까.”

어처구니가 없었다. 라는 표현이 옳을 터였다.

자신이 내지른 권영을 일검에 쪼갠 것부터가 말이 안 되는데 그걸 베어내는 와중에 자신에게 검까지 내질렀다는 사실에 니아 아리엘이 허탈한 미소를 머금을 때.

마찬가지로 토류의 파도를 뚫고 나온 루카스 폴른은 니아 아리엘의 팔에 새겨진 상처에 놀라워했다.

“그 짧은 시간 사이에 당한 거야?”

“닥쳐, 너라고 다를 것 같아? 루카스? 저 괴물을 잡으려면 아쉽지만 협공을 해야할 것 같은데?”

“....네가 그렇게 말할 정도라면 그것밖에 답이 없는 거겠지. 좋아, 그럼 해보자고.”

“둘이서 함께하는 건가. 늙은이를 즐겁게 해주려고 작정을 했군 그래. 그럼 고맙게 받도록 하겠네.”

두 사람의 협공 소식을 들은 장 진의 얼굴 위로 만족스러움이 가득 담긴 미소가 번져나갈 때쯤.

니아 아리엘과 루카스 폴른의 신형이 장 진에게로 쇄도했다.

그리고 그 날 여러 개의 산이 중국의 지도 위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

“여긴가 라울 슈바함이 있는 곳이?”

“맞아, 이미 유명할 대로 유명해져서 찾기는 쉬웠네.”

“방심하진 마세요. 그는 신의 힘을 잇는 사도. 신과 연결과 클 가능성이 큽니다. 조심해야 해요.”

인도.

라울 슈바함이 몸을 담고 있는 나라임과 동시에 라울 슈바함을 비롯한 그가 믿고 따르는 신을 믿는 신실함 신도들이 넘쳐나는 곳.

당연하게도 라울 슈바함이 신의 편에 서게 된다면 나라 전체가 그들에게 적대적으로 변할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죄 없는 일반인마저 공격해야 하는 불상사가 벌어질 수도 있기에 세 사람은 침착하게 라울 슈바함의 근거지로 들어섰다.

“무슨 용건이십니까.”

라울 슈바함의 본거지.

그곳은 하나의 거대한 신전이었다.

신을 모시는 신전답게 문지기는 세 사람의 앞을 가로 막으며 용건을 물었다.

“옛 친구를 만나러 왔다고 전해주게.”

발터 밀란이 직접 나서서 싱긋 웃으며 말하자 문지기는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신전 안으로 모습을 감추는 문지기의 모습을 바라보며 발터 밀란이 두 사람을 바라보며 씨익 웃음을 머금었다.

“어때 쉽지?”

“하아, 다짜고짜 우리가 왔다는 걸 알리면 라울 쪽에서 어떤 식으로 나올 줄 알고 그렇게 대책 없이...”

“그도 정신이 제대로 박혔다면 우리 셋이 있는데 곧바로 싸움을 걸어오진 않겠지. 안 그래?”

“그건 그렇지만....”

자신감 넘치는 발터 밀란의 모습에 미즈키 페이와 수연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들 셋이면 라울 슈바함은 제대로 된 전투조차 치루지 못하고 제압 당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생각을 수정해야만 했다.

콰릉-!

신전의 정문을 부수고 날아드는 번개 다발을 보는 순간 세 사람은 몸을 날려야 했다.

그리고 부숴진 문 너머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수도승 복장의 인도인의 모습을 보는 순간 그들은 곧바로 전투 태세를 취해야만 했다.

“라울 슈바함!”

그들에게 공격을 가한 이는 그들이 섭외하려고 했던 라울 슈바함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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