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올 마스터 #94
꽈드드득-
전신의 근육들이 비명을 지르고, 혈관은 과도하게 공급되는 혈류에 터질 것처럼 팽창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은 용의 질긴 혈관으로 간신히 버티며 드래곤 스케일로 피부 위를 덮어 이상 현상을 가려준다.
즉, 지금의 강혁의 안 좋은 모습은 모조리 가리면서 좋은 모습은 적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셈.
‘....좋긴 한데 역시 빡세네.’
[신체 : 용체(龍體)가 초월하여 신체 : 신룡체(神龍體)로 변화하였습니다.]
[주의! 반신의 격으로 신의 육체를 오래 유지할 경우 신체가 붕괴할 수 있습니다.]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창의 말마따나 현재 강혁의 신체는 붕괴 직전의 상황에 몰려 있었다.
이유는 예전 강혁이 반신의 격에 오르기도 전에 반신의 신체를 사용했을 때와 비슷했다.
‘이거 진짜 오랜만에 느끼는 감각인데....옛 생각나고 좋다고 해야 하나?’
옛날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신체가 박살이 나는 짜릿한 고통.
그러한 고통 속에서 강혁은 속으로는 박박 이를 갈면서도 겉으로는 그런 모습을 단 하나도 표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떻게....어떻게....!!!”
“네가 좋아하는 신. 이제 나도 네가 좋아하는 신과 같은 존재다. 그럼 나를 경외하는 것 아닌가? 대가리 박아.”
쾅-!
벌벌 떨며 지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템플러 단장을 향해 용언을 사용하여 머리를 아스팔트 도로 위에 박게 만들었다.
그걸로도 모자라 다른 템플러들마저 차례대로 머리를 바닥에 처박게 만든 강혁은 그제야 만족스러운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후우, 별 것도 아닌 것들이.”
그런 말을 내뱉는 강혁의 얼굴에는 비오는 날과 같은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템플러들이나 템플러 단장에게는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말도 안 되는 모습을 보여준 강혁의 신위에 다른 최강의 10인들마저 입을 쩍 벌린 채로 그 모습을 바라보다 떠듬떠듬 입을 열었다.
“대체 어떻게 한 거야?”
그들조차 방금 일어난 일에 대한 매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그들도 비슷한 일은 할 수 있다.
강력한 힘으로 말 자체에 힘을 담아 상대방을 짓누르는 것.
하지만 그건 상대방과 자신 사이에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을 때나 가능한 일.
방금 전의 템플러들은 분명 최강의 10인들을 위협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내비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강혁의 한 마디에 모조리 무릎을 꿇는 것도 모자라서 이내 머리를 처박으며 피를 철철 흘려댔다.
‘대체 어떻게 한 거지?’
‘우리와 비슷한 급의 존재들을 상대로 말 한 마디만으로 제압을 해?’
‘강혁 대체 너는 어디까지 넘어가는 거냐.’
당연히 그 모습을 본 그들의 반응은 놀람 일색이었다.
물론 그들의 생각대로 강혁이 뛰어난 것도 있었지만 중요한 건 템플러들의 강함이 인위적으로 끌어올려진 강함이라는 점에 있었다.
강함.
중요하긴 하다.
‘치고 박고 싸우는 데에는 강함보다 중요한 건 없지.’
말 그대로 신과도 겨룰 수 있는 강함을 가진 이가 있다고 볼 때, 그는 신을 상대로 이길 수 있을까? 라는 명제를 던지면 대부분의 이들은 고개를 끄덕일 거다.
신을 만나본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미약하게나마 그들을 만나본 강혁은 힘보다도 더 중요한 걸 깨달았다.
‘격. 격이 가장 중요해.’
격.
누군가의 존재에 등급을 메기는 것과 같은 격이 갖춰지지 않았다면 신을 죽일 수있는 힘을 지니고도 신을 죽이기는커녕 지금처럼 말 한마디에 대가리를 박는 상황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저놈들이 강하긴 하지만 제대로 된 격이 갖춰지지 않은 떨거지에 불과하지. 그래서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건데....뭐, 굳이 설명하기도 어렵고 다른 친구들에게 가능한 일은 아니니까.’
최강의 10인 중에서도 반신의 격에 거의 도달한 이들은 많았지만 정말 도달한 건 니아 아리엘 한 사람 뿐.
그리고 반신의 격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저 신격을 얻기 위한 지나가는 단계일 뿐.
물론 그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힘의 증폭을 얻게 되겠지만 그건 그저 격이 상승함에 따라 얻는 부수적인 일인 뿐이었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아.”
“....하긴 그건 그렇군.”
“빨리 생포해. 녀석들이 저항하지 못하게.”
강혁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수긍한 최강의 10인들은 빠르게 제압 당한 템플러들을 생포하기 시작했다.
니아 아리엘이 뒷목을 누르면 발터 밀란이 제압용으로 만든 강력한 독을 주입하는 방식.
거기에 루카스 폴른의 제압 마법까지 걸리면 생포는 끝이었다.
완벽하게 걸린 제압들에 템플러들은 강혁의 신언(神言)의 효력이 다하더라도 움직이기는커녕 혓바닥 하나 낼름거릴 수 없을 터였다.
결국 수십 명에 달하는 템플러들이 제압을 당하고 그제야 한숨을 돌릴 때.
그런 그들에게 강혁의 서늘한 목소리가 닿았다.
“아직 안 끝났어.”
“뭐? 저 녀석들은 다 생포했.....”
“이런 빌어먹을.”
발터 밀란의 당혹스런 목소리가 울려퍼짐과 동시에 이어진 루카스 폴른의 짜증 어린 목소리가 닿는 순간.
템플러들은 제압하곤 저마다의 휴식을 가지던 최강의 10인들은 템플러들이 나타난 곳과 반대된 곳에서 모습을 드러낸 수십 명의 이들을 바라보며 욕설을 내뱉었다.
“이번엔 악마숭배자들이야?”
“하아, 아주 제대로 달려드는구나. 지치지도 않나?”
“다른 놈들이니 지칠 리가 없지.”
“재밌겠네. 이번에야 말로 내 손으로 직접 짓밟아주겠어!”
각자 다양한 반응을 보이는 최강의 10인들을 향해 저마다 마기를 뿜어내는 악마 숭배자들이 부딪치는 순간.
-꿇어라.
쿵-
아까와 똑같은 일이 다시 한번 재생되고 있었다.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친구들의 모습에 강혁이 별 것 아니라느니 말했다.
“말했잖아. 준비하라고.”
“....그래서 준비했는데?”
발터 밀란의 허탈함 가득한 목소리에 강혁은 무슨 소리냐는 듯이 대꾸했다.
“뭔 소리야? 제압할 준비하라고 한 건데?”
“....너 잘 났다.”
“알아, 나도. 청출어람. 알지?”
“....젠장.”
이제는 자신이 닿을 수 없는 높은 자리까지 올라가게 된 강혁의 모습에 몇 개월 전 그의 앞에서 거들먹거렸던 자신의 모습을 상기한 발터 밀란이 얼굴을 붉히며 품에서 독병을 꺼내들었다.
‘젠장, 그때 독 하나 넘었다고 우쭐하지 말라고 조언하는 게 아니었는데!’
고작 몇 개월만에 독 뿐만 아니라 모든 걸 제칠 줄은 상상도 못했던 발터 밀란은 과거의 자신에게 욕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런다고 바뀌는 건 없었고, 그가 할 수 있는 건 템플러들과 옷만 다를 뿐인 악마숭배자들의 뒷목에 제압용 독약을 주입하는 것 뿐이었다.
그렇게 제압 당한 백여 명의 템플러들과 악마숭배자들을 바라보며 강혁이 입을 열었다.
“자, 그러면 내일 기자회견에서 증언을 해줄 이들을 구해야겠네.”
우드드득-
신룡체를 해제하고 본래의 몸상태로 돌아온 강혁이 뻐근한 몸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풀어댔다.
그러다 증언이라는 말에 다른 이들의 시선이 한 데 모이는 순간.
강혁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이 방면의 전문가를 알거든.”
“하지만 저들은 교단과 악마전에서 보낸 놈들이야. 어떤 고문을 하더라도 입을 열진 않을 것 같은데.”
걱정스런 기색에 루카스 폴른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강혁은 그를 안심시켰다.
“괜찮아, 내가 데리고 올 전문가는 그런 것 따위로 어찌할 수 없거든.”
“....대체 누구길래?”
“너희도 잘 아는 사람이야. 아니, 사람이 아니라 ‘몬스터’인가?”
“너 설마....?”
그제야 강혁이 말한 전문가가 누군지 파악한 몇몇 이들의 얼굴 위로 기묘한 표정이 떠올랐지만 강혁은 자신이 한 말을 무를 생각이 없었다.
“알마드랑 블라드 지하로 데려와.”
그 말을 끝으로 강혁은 템플러 단장과 악마숭배자 단장을 어깨에 들쳐 메고 올 마스터 길드 본부 지하로 사라졌다.
*“고문해봤자 네가 원하는 건 아무것도 얻지 못할 거다.”
어두컴컴한 지하실 안.
그곳에서 의자에 단단히 묶여 있는 두 사람이 있었다.
그중 한 명인 템플러 단장은 지하실로 끌려오며 들었던 이야기를 생각하며 곧바로 부정을 시작했다.
사실 간단한 일이었다.
템플러란 교단에서 숨겨둔 비밀 조직과 같다.
당연히 외부로 소문이 퍼져나가면 안 되기에 고문에 대비를 철저하게 한다.
즉, 그 어떠한 고문으로도 그에게서 원하는 걸 얻어내고 원하는 바를 이루게 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얘기.
그건 악마숭배자 측의 대장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래, 네 녀석은 어차피 교단과 악마전의 고위직에 계신 다른 분들에 손에 의해서 사지가 갈가리 찢겨져 나가며 죽게 될 것이다!”
오히려 강혁을 협박까지 하는 그들의 배짱 앞에 강혁도 어깨를 으쓱거리며 그에 대꾸했다.
“고문? 그런 걸 내가 왜 해?”
“....뭐?”
이어진 강혁의 말에 그들은 악을 쓰는 것도 잊어버리곤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고문을 하지도 않을 거면서 자신들을 왜 데리고 왔는가?
그것이 그들에겐 큰 의문인 것.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지하실 문이 열리고 두 명의 인영이 등장하는 순간 두 사람의 두 눈이 거세게 흔들렸다.
“....리치? 그것도 아주 고위의 리치군.”
“....저 자는 뱀파이어. 마찬가지로 다른 잡종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진혈인가?”
그들은 신성력과 마기를 다루면서 그에 대한 정보를 빠삭하게 알고 있다.
당연히 리치나 뱀파이어 같은 종류는 보자마자 자연스레 알아챌 수 있으니 블라드와 알마드의 정체를 알아내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강혁이 자신들에게 어떤 짓을 하려는 건지 깨달았다.
“네 녀석 설마!”
“우리를!!!”
“맞아, 너희들 몸에 다른 이의 영혼을 박아 넣거나 뱀파이어로 만들어서 내 뜻대로 따르게 할 거야.”
“....이런 미친!”
한 사람의 인생 자체를 송두리 째 바꾸어 버리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은 강혁의 말에 두 사람의 얼굴에 처음으로 감정이 떠올랐다.
템플러와 악마숭배자가 되며 사라졌던 여러 감정들.
그것들이 강혁 덕분에(?) 다시금 모습을 드러낸 셈.
그렇게 되자 둘은 강혁에게 애원하기 시작했다.
“우....우리 입으로 다 말하겠다. 그러니 제발 온전한 상태로 죽게 해다오.”“그...그래! 우리가 아는 건 아주 많아! 우리의 영혼을 조종하거나 뱀파이어로 바뀐다면 소실되는 기억들이....!”
방금 전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처절함을 눈앞에서 바라보며 강혁은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렇다는데? 어때? 사실이야?”
“그건 질 낮은 리치나 그런 겁니다. 저 정도 수준이면 걱정하실 필요도 없죠.”
“저도 마찬가집니다. 태양 아래에서도 피부 하나 타지 않는 고급 뱀파이어로 만들어드릴 테니 기억의 소실 따위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리치, 뱀파이어.
각 종족의 정점에 이른 이들의 확답에 강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시술을 명령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저희는 교단과 악마전에서 비밀리에 키워지던....]
얼굴이 창백해지고 마치 혼이 빠진 듯한 얼굴의 두 사람이 기자들의 앞에 서서 교단과 악마전에 대한 비밀들을 풀어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