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올 마스터-91화 (92/178)

나 혼자 올 마스터 #91

화아아악-

태평양 어딘가에 존재하는 이름 모를 섬.

그곳에 위치한 한 작은 동굴에서 환한 빛무리가 터져 나왔다.

“끄으아아악! 끄아아아악!”

그리고 빛무리가 사라진 자리에는 팔다리가 없는 사내가 피분수를 흩뿌리며 악귀처럼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비명을 질러댔다.

고통.

사지가 잘린 데에서 오는 고통과 더불어 자신과 벌레처럼 취급하던 이에게 치욕적으로 패배했다는 사실에서 오는 고통이 중첩적으로 그의 심장에 비수처럼 꽂혔다.

사지가 잘린 것이 아니라 전신이 갈가리 찢겨져 나가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사지가 없는 사내.

승태는 이를 갈며 강혁의 이름을 불렀다.

“이강혀어어어억!”

팔다리가 잘린 고통보다 강혁에게 패배했다는 사실 자체가 더 고통스러운 듯 이를 빠득빠득 갈아대는 승태의 모습은 처절하기까지 했다.

입에서는 피가 섞인 게거품이 솟아오르고 두 눈엔 시뻘건 혈관마저 붉어진 상황.

하지만 그의 단단한 신체는 팔다리가 잘리고, 얼굴이 엉망이 되었더라도 그를 죽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츠츠츠-

트롤을 능가하는 그의 회복 속도는 빠르게 상처들을 아물게 만들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상처들이 모조리 아물고 팔다리가 없다는 것만 제외하면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돌아온 승태는 이를 갈았다.

“복수....복수할 거다. 어떻게든, 내 모든 걸 걸어서라도 네 녀석에게 복수하고 말 거란 말이다.”

으득-

기껏 회복한 이빨이 바득바득 갈리는 소리만이 동굴 안에 메아리칠 때.

돌연 승태는 고개를 푹 숙였다.

‘....하지만 어떻게 복수를 해야하지? 내게 남은 건 몸뚱아리도 한 줌 남은 권력마저도 이제는 없는데?’

팔다리가 멀쩡할 때에도 강혁을 상대로 승리하는 건 고사하고 털 끝 하나 제대로 건드리지 못했다.

아무리 탱커라고 하더라도 강혁과 승태 사이의 격차는 어마어마하다는 걸 증명하는 셈.

더군다나 그가 이번 강남 사건을 통해 지켜내는 걸 넘어 본래의 위상을 찾아오려고 했던 사건이 그의 목을 죄였다.

‘내가 빌런들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언론에 흘러 들어갈 거고 난 끝이다.’

전 세계가 최강의 10인에게 대우를 하는 이유는 그들이 아무렇게나 깽판을 치더라도 자신들의 울타리 안에서 깽판을 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이 자신의 울타리를 부수려는 이들과 결탁하려고 했다는 건 곧 그들에 대한 반역인 셈.

전 세계를 발 아래에 둘 수 있다면 모를까 그건 검성 장 진마저도 불가능한 일.

당연히 승태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애초에 승태에게 그런 힘이 있었다면 강혁에게 지지도 않았을 거고, 빌런들과 손을 잡지도 않았을 테니 부질 없는 생각인 셈.

복수가 삶의 목적이 되었음에도 복수는커녕 제 살 길마저 걱정해야 하는 순간이 닥쳐오자 승태는 오싹함을 느꼈다.

“....이대로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서 풀이나 파 먹고 목숨이나 연명해야 한다고? 벌레처럼 바닥을 기어다니며?”

아무리 억센 풀이나 동식물이 있다고 한들 S급 헌터를 넘어서는 힘을 지닌 승태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다.

설령 팔다리가 없더라도 살아남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는 얘기.

하지만 그건 곧 살아남는 걸 제외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얘기이기도 했다.

쿵-! 쿵-! 쿵-!

“젠장젠장젠장젠장!!!!”

그나마 멀쩡한 머리를 동굴의 벽에 쾅쾅 부딪쳐대며 자신의 무력함에 승태가 이를 갈고 있을 때.

-복수를 하고 싶은가?

“....뭐야? 어디서 들리는,....?”

갑작스레 들려오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승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가 있는 곳은 아무도 없는 무인도.

유사시에 도망가기 위해서 찾기도 어려운 곳으로 텔레포트 스크롤을 준비한 승태였다.

즉, 누군가 이곳에 있을리는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목소리가 들려오니 그가 경계를 하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목소리의 주인은 그런 승태를 바라보며 미소를 터뜨렸다.

-크흐흐, 겁쟁이 같군.

“....닥쳐라.”

겁을 잔뜩 먹은 채로 고개를 홱홱 돌려대는 승태의 모습은 절대자의 그것과는 정반대 같은 모습이었기에 그가 웃어대는 것도 당연했다.

그 모습에 승태는 이를 갈았지만 한참 동안 들려오던 웃음 소리가 우뚝 그치며 다시 한번 똑같은 투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한번 묻지. 복수를 하고 싶지 않나?

“....당연히 하고 싶지. 하지만 네가 뭐라고 내 복수를 도울 수 있겠어.”

-후....네 생각이 그렇다면 난 가도록 하지.

“....잠깐, 자세한 얘기 한 번쯤은 괜찮지 않나?”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처럼 구는 목소리에 승태는 그를 붙잡았다.

복수.

자신의 일생일대의 목표가 되어버린 그걸 이룰 수만 있다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그리고 그런 승태의 모습에 목소리는 웃음기가 가득 맺힌 채로 다시금 말을 건네왔다.

-악마는 아니야. 하지만 네 복수를 이뤄줄 힘 정도는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대가로 나는 네 몸을 가진다.

“....내 몸이라....정말 복수만 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주겠어.”

-좋다, 그럼 계약은 성립이군. 나는 이제부터 네게 무한한 힘과 신성력을 주겠다. 그걸 갈고 닦아 이강혁을 죽여라.

우득- 우드드득-

“크으....크으아아악!”

전신의 뼈가 다시 맞춰주는 고통.

잘린 팔다리가 아문 상처를 찢고 다시 자라나는 고통.

끔찍하디 끔찍한 고통 속에서 승태의 비명 소리가 동굴 안을 가득 채울 때.

초인적인 인내력으로 승태는 고통 속에서 목소리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악마가....아니라면....넌 대체 누구지....?”

헐떡임이 공존하는 그의 질문에 목소리는 씨익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아레스, 전투의 신 아레스다.

그리고 그 웃음 섞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승태의 비명 소리에 웃음 소리가 섞이기 시작했다.

‘이강혁, 기다려라. 이 끔찍한 고통을 몇 배로, 아니 수십 배로 돌려줄 테니까!’

자신에게 신이 함께 한다는 사실은 그의 가슴 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강혁에 대한 공포를 지워내기엔 충분했다.

*“이강혁 씨! 강남에 나타났던 빌런들을 모조리 죽이신 것에 대한 심경은 어떠십니까?”

“빌런들에게 얻어낸 녹취록이 세상에 공개 되며 전 길드인 철혈이 산산조각났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라진 김승태 전 철혈 길드장의 행방에 대해서 아십니까!!!”

승태가 사라진 이후.

강혁은 하루하루 바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우선.

[길드 : 올 마스터. 길드장 교체.]

[여제 한수연 길드장 자리에서 내려와 부길드장 자리에 안착. 빈 길드장 자리에는 올 마스터 이강혁이 앉다!]

첫 번째로 그가 한 건 자신의 재능을 딴 길드인 ‘올 마스터’의 길드장 자리에 오르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수연과 강혁 사이의 대립 등을 이유로 내걸었지만 그저 예견된 일이었고, 수연은 애초에 오랫동안 길드장 자리에 앉을 생각이 없었다.

“수고 많았어요.”

“나보단 네가 더 많았지.”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요.”

“나야말로.”

두 사람은 서로 악수 한 번을 나누고 깔끔하게 포옹까지 한 뒤, 각자의 자리로 향했다.

두 번째는 철혈이 공중분해 되면서 만들어진 공백을 채우는 것이었다.

[한국의 대통령 직접 올 마스터의 길드 하우스 방문!]

한국은 원래 철혈 1인 독재 체재나 다를 바 없었다.

나머지 길드는 모두 철혈에게서 하청이나 받는 하청 업체 수준이었으니까.

철혈이 건재할 때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지만 철혈이 휘청일 때부터 슬슬 문제가 나오더니 아예 공중분해가 되어버린 지금은 끝이 났다.

좋아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걱정하는 이들도 많았다.

-우리 이제 어디서 일 거리를 받아야 하지?

-철혈이 다른 나라 길드와의 싸움에서 뒷배를 봐주었는데 우린 누구에게 기대야 하는 거야?

철혈은 세계 1위의 길드다운 면모를 보이면 외국 길드의 한국 침입을 철저하게 막아주었다.

덕분에 한국의 헌터나 길드들은 철혈 덕을 꽤 보았고, 무엇보다 분쟁이 벌어질 경우 든든한 뒷배를 제공까지 했다.

그게 철혈이 업계 탑이지 대한민국을 한 손 위에 올려 놓을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했고.

그렇기에 그런 철혈의 빈 자리는 너무나도 컸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올 마스터가 그 자리를 메꿔주기를 바랬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저야 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대통령님.”

그리고 그걸 놓칠 강혁이 아니었다.

자신의 기반이 될 한국에서 패권을 쥐게 될 방법을 놓아줄 정도로 강혁은 멍청하지 않았으니까.

국가 수반에게 직접 그 권리를 알아서 갖다 바치게 만든 강혁은 그 권리를 여태까지 철혈이 한 것처럼 똑같이 적용했다.

[이강혁 曰 : 외국 헌터들은 한국에서 독자적으로 이익을 낼 수 없을 것이며 철저하게 관리할 것.]

당연하게도 그 일에는 원래부터 철혈에서 비슷한 일을 해왔던 수연이 있었기에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강혁은 승태가 벌였던 추악한 모든 짓거리를 밝히게 되었다.

[빌런들의 모체는 다름 아니라 김승태 헌터?]

[장부와 녹취록 등으로 밝혀진 추악한 뒷모습.]

[하늘을 날던 용의 추락.]

[용을 떨어뜨린 새로운 용의 등장. 그 끝은 창공을 넘어서는 어디인가? 아니면 똑같은 최후인가.]

빌런들과 손을 잡은 걸로도 모자라 그들의 탄생에 크게 일조했다는 사실에 전 세계가 경악하고 손가락질 했다.

덕분에 철혈이 빠르게 무너질 수 있었고, 철혈 소속의 헌터들은 낯뜨거워진 얼굴을 가리고 소문이 퍼지지 않은 소국으로 몸을 숨겼다.

그들이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그런 길드에 몸을 담은 것만으로도 크나큰 오욕이었으니까.

그래도 사람들은 걱정했다.

이번에 갈아치워진 김승태처럼 강혁 또한 비슷한 길을 걸을까? 하는 걱정을 말이다.

더군다나 최강의 10인이었던 승태를 가볍게 제압하고, 사지를 잘라내는 모습은 많은 헌터들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강혁은 담담하게 그에 대꾸했다.

-내가 인류를 배신하는 일은 없을 것이고, 극악 무도한 짓거리를 벌이는 이 따위를 후원할 생각은 없다.

물론 말만으론 뭐든 못하겠지만 용언으로 직접 약속까지 하는 강혁의 모습에 사람들은 그의 말을 하나둘 믿기 시작했다.

그렇게 점점 사람들이 새로운 최강의 10인에 적응하고 응원하게 될 때즘.

강혁은 폭탄 하나를 떨굴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정말 할 거냐?”

“해야지.”

“전 세계가 네게 칼날을 돌릴지도 몰라.”

“다 패버리면 돼. 그릇된 생각은 깨버려야지. 두들겨 패서라도.”

“후, 멍청한 놈. 네 선택으로 인해서 고통 받게 될 우리의 입장도 생각해봐라.”

“너희도 동의했으면서 왜 튕기는 거야?”

트집을 잡아대는 루카스 폴른의 말에 강혁은 입을 삐죽 내밀면서 투덜댔다.

그리고 그런 강혁의 모습에 루카스 폴른은 모르겠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리곤 자리를 나섰다.

방을 빠져나가는 루카스 폴른의 모습을 뒤로한 채, 강혁은 방을 나서고 단상 위로 향했다.

웅성웅성-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보기 위해서 모여든 자리,

그곳에서 강혁은.

“여러분들이 알고 있는 신과 악마에 대한 모든 이야기는 거짓입니다.”

핵폭탄을 떨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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