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올 마스터 #90
드드드득-
역시 그냥 당해주진 않네.
블러드 골렘이 내려찍은 자리에서 느껴지는 진동이 주위로 퍼져나갔다.
당연하게도 강혁 또한 이번 일격으로 승태가 리타이어 됐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블러드 골렘이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소환수의 개념이다.
‘최강의 10인 정도 되는 존재를 소환수만으로 압살할 수는 없지. 내가 정말 신이라도 되지 않는 한.’
용혈이 신혈로 진화하지 않는 한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할 때쯤 도로 위를 짓누르던 블러드 골렘의 손이 천천히 들어올려졌다.
그리고 거기엔 고작 일격에 만신창이가 된 승태가 존재했음은 퍽 당연한 일이었다.
“이....개 자식이....!”
“왜 한 판 붙기로 했으면 그때부터 시작 아닌가? 선빵은 네가 먼저 치려고 했어. 다만 내가 빨랐을 뿐이지.”
“이잇....!”
맞는 말 일색에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하고 이만 갈아대는 승태의 모습에 강혁은 싱긋 웃으면 주먹을 말아쥐었다.
“솔직히 그걸로 안 죽기를 바랬어. 너는 꼭 내 손으로 줘패고 싶었거든 승태야.”
“이강혀어어어어억!”
“형 자 붙여야지. 어린 놈의 자식이.”
분노로 시뻘개진 얼굴로 다시금 덤벼드는 승태의 모습과 동시에 강혁은 입가에서 미소를 지으며 주먹을 내질렀다.
“폭(爆).”
그와 동시에 거대한 폭발의 승태의 앞에서 터져나갔다.
콰아아아앙!
마기와 신성력이 얽혀서 폭발하는 폭(爆)이 작렬하며 만들어낸 자욱한 안개가 일대를 가득 채웠다.
푸확-!
그것도 잠시 안개를 뚫고 꽤 멀쩡하게 모습을 드러낸 승태의 주먹이 강혁의 복부에 틀어박혔다.
빠각!
“느리네, 우리 승태.”
“....!!!”
아니, 틀어박히려고 했다.
강혁에게 막히지 않았다면 말이다.
자신을 향해 내질러는 주먹의 경로에 자신의 주먹을 찔러넣어 손목 부근을 후려친 강혁의 비웃음에 승태는 부러진 손목을 쥐고 뒤로 몸을 날렸다.
고통 하나 없는 듯한 모습에 강혁을 혀를 내둘렀다.
‘역시 최강의 10인 유일의 탱커답네.’
승태의 별명은 ‘철혈’.
그 별명대로 승태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다치더라도 빠르게 회복하는 전형적인 탱커였다.
물론 힘 또한 어지간한 S급을 가볍게 압도하긴 하지만 최강의 10인 수준으로 보면 많이 낮은 편이었다.
실제로 방금 전 공격을 허용했더라도 큰 피해는 없었을 터였다.
‘공격과 동시에 몸이 알아서 반응하니 편하네.’
주먹이 꽂히던 복부엔 어느새 드래곤 스케일 2겹, 3겹으로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즉, 주먹이 꽂히더라도 오히려 승태 쪽에 피해가 컸을 가능성이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혁은 승태에게 자신과 그의 차이가 얼마나 되는지 보여주기 위해서 직접 공격을 쳐내는 걸 택했다.
“이건....이건 말도 안 돼....벌레 따위가 어떻게....”
실제로 그걸 깨달은 승태는 이미 다 나은 손목을 붙잡고, 패닉에 빠져 있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혼란에 빠지지 않는 강철과 같은 정신력과 멘탈을 지녔던 승태이지만 지금 상황은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강혁은 여기서 끝을 낼 생각이 없었다.
“이건 10년 동안 눈칫밥을 먹은 몫.”
빡!
어느새 곁으로 다가간 강혁의 주먹이 가볍게 승태의 턱을 돌려버렸다.
짧은 단말마 같은 비명이 들려오지만 강혁은 개의치 않았다.
“살(殺)을 보내 나를 죽이려고 했던 몫.”
우득-
아래에서부터 올려지는 어퍼컷이 작렬하면 피 분수와 함께 승태의 얼굴이 하늘을 향해 치솟는다.
함께 떨어지는 승태의 강냉이는 덤.
그 뒤로 강혁은 승태에게 당했던 사실들과 진실을 섞어가며 주먹을 날렸다.
가볍게 뻗은 주먹들이지만 이미 전 스탯 평균 500을 넘어선 강혁의 주먹은 잽 하나하나가 스트레이트를 넘어서는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순식간에 수십 대를 얻어 맞은 승태의 얼굴은 찐빵처럼 퉁퉁 부어 있었고, 그 모습은 그가 불렀던 방송국 카메라에 고스란히 잡혔다.
“이거 하나도 놓치지 말고 찍어요. 빌런과 헌터들 사이에서 고통 받는 시민들로 특종 잡으려고 했던 거 덮으려면 이거라도 잘 찍는 게 좋을 테니까.”
끄덕끄덕-
자신을 부른 승태가 만신창이가 되어 널부러지는 모습은 평범한 일반인인 그들이 거절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놀란 것은 그 누구도 아닌 이 자리에 있는 대장급 빌런이었다.
‘....말도 안 돼. 고작해야 1년 남짓한 시간 밖에 안 지난 초짜가 최강의 10인을 두들겨 팬다고? 그럴수가!’
그가 믿고 있던 구세주, 메시아와 같은 존재가 고작 주먹 몇 방에 떡실신 해버린 상황.
튼튼한 몸뚱아리 덕분에 살아는 있지만 만약 자신이 맞았다면 곤죽 수준이 아니라 다진 고기가 되었을 거라는 걸 그는 모르지 않았다.
그 정도의 안목 정도는 있었으니까.
하지만 놀람도 잠시 그는 도망치려고 했지만 도망칠 수 없었다.
“일어나라.”
드드드득-
도시 이곳 저곳에 널부러진 시체들.
그것들이 강혁의 부름을 받고 서서히 몸을 일으키며 그를 둥그렇게 에워싸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단 그만 그런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빌런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그런 그들의 앞에 강혁이 모습을 드러내며 입을 열었다.
“이번 일에 대한 전모를 알고 있다. 하는 녀석은 입을 열어라.”
“....!!!”
도시 전체에 울려퍼지는 듯한 목소리.
아주 조곤조곤한 목소리였음에도 불구하고 대장 빌런에게는 천둥번개처럼 커다란 목소리에 주위의 빌런들은 고개글 갸웃거렸다.
이번 일의 전모랄 게 그들에게는 알려진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전모? 그게 뭔?”
“우린 그저 대장의 말에 따라 일반인 사살을 위해서....!”
‘이런 미친 새끼들이!’
자신에 대해서 모조리 털어놓는 부하들의 모습에 그가 속으로 이를 갈 때.
강혁이 그 말에 관심을 보였다.
“대장? 대장이 누구지?”
관심을 끄는 질문을 얻어냈다고 생각한 빌런들은 일제히 대장 빌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의리 따윈 없는 모습이었지만 원래 빌런이란 그런 존재였다.
애시당초 대장 빌런조차 자신의 이익을 위해 지금 이 자리에 모인 놈들을 모조리 죽이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아....안 돼. 이....이건 죽는다. 100프로 죽어!’
방금 전, 승태에게 한 것에 10분의 1만 하더라도 다시는 제대로 걸어다닐 수도 없을 것이며 조금만 더 나아가도 염라대왕과 면담 시간을 가지게 될 터.
이제 막 날아오르려고 준비 중이던 판국에 재가 뿌려진 것이지만 그는 더 이상 생각을 이어갈 수 없었다.
타다다닥-
순식간에 몸을 뒤로 날린 그가 허공으로 도약했다.
어마어마한 점프력과 함께 하늘 너머로 사라지려는 그의 모습에 그를 고발한 빌런들마저 치를 떨었다.
자신들을 버리는 대장의 모습에 치가 떨린 것이었다.
물론 자신들이 그를 밀고했던 건 이미 기억 속에서 지어진 상황.
“저....저희 저 사람과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저희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러니 살려주십쇼!”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대장 빌런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서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비는 건 뿐이었다.
애원하는 그들의 모습에 강혁은 한 차례 씨익 웃어 보이며 빌런 한 명의 머리통을 붙잡았다.
꽈득-
“끄으아아아악!”
“너희도 애원해도 안 살려줬잖아. 난 왜 살려줘야 되는데?”
으적-!
고통스런 비명을 내지르는 빌런의 머리통을 악력으로 으깨버리곤 저 멀리 사라져가는 대장 빌런을 향해 묵직한 목소리로 명령했다.
-돌아와라.
용언.
지고의 존재, 드래곤의 말 그 자체에는 항거할 수 없는 거력이 담겨 있다.
그런 거력을 고작해야 S급의 불과한 빌런 따위가 대항할 수 있을 리가 있나.
“으....으아아악!”
쿵!
저 높은 하늘 위에서부터 허둥대며 떨어지던 녀석은 그대로 아스팔트 바닥에 처박혀 끙끙댔다.
S급 헌터답게 살아는 있었지만 몸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끙끙대는 대장 빌런을 향해 걸어가며 강혁은 빌런들의 머리통을 모조리 터뜨렸다.
피로 이루어진 비가 내리고 피안개가 퍼져나갔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고통스런 와중에도 자신을 바라보며 두려움 가득한 시선을 내비치는 대장 빌런을 바라볼 뿐.
“너는 알 거라고 믿어도 되겠지?”
“압니다! 알고 말고요!”
자신의 앞에 쭈그려 앉은 강혁의 서늘한 목소리에 그는 고개를 붕붕 끄덕였다.
더 이상 승태는 그에게 두려움도 존경의 대상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승태에 대한 정보를 토해내려는 그의 모습에는 한 치의 주저함도 없었다.
“아....안 돼....”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승태의 처량한 목소리가 주위에 울려퍼졌지만 그 누구 하나 그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오로지 대장 빌런과 강혁에게만 시선이 집중된 상황 속에서 대장 빌런은 용케 무사한 자신의 핸드폰을 강혁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 안에! 이 안에 철혈의 길드장과 나눈 모든 대화록이 있습니다. 그걸 보시면 저놈이 얼마나 나쁜 놈인지 모두가 아실 겁니다!”
마치 충성스런 개처럼, 꼬리가 있었다면 꼬리까지 붕붕 흔들어댔을 그의 모습에 강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휴대폰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휴대폰의 패턴을 풀고 그 안에 있는 녹취록 등을 하나하나 확인한 뒤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사실이군.”
이 안에 든 것이 풀리면 승태는 끝이었다.
빌런을 이용한 정황 증거들이 모조리 이 안에 있었고, 오늘 강남 사건도 승태와 관련이 있음이 담겨져 있었으니까.
그 사실에 대장 빌런이 반색하며 끙끙대며 자리에서 일어나 강혁에게 감사를 전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착하게 살겠습니다!”
전신의 뼈가 박살이 난 상황에도 자신에게 감사를 전하는 그의 모습에 강혁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난 살려줄 거야. 그런데 저 사람들도 그럴지는 모르겠네.”
“....예? 어....어어어어! 으아아아악!”
두두두두두-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생전의 기억을 가지고 있던 강혁의 그림자 병사들.
그들이 상처 투성이인 대장 빌런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마치 수십 년은 굶주린 아귀처럼 그에게 달려들어 그의 몸 이곳저곳을 뜯어먹는 그들의 모습을 뒤로한 채, 강혁은 자신을 바라보는 카메라를 향해 싱긋 웃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이제 최강의 10인에 자리가 하나 날 것 같은데....그 자리에 제가 들어가도 문제는 없겠습니까?”
카메라 너머 시청자들에게 하는 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카메라맨들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빌런들은 물론이고 최강의 10인인 승태마저 만신창이로 만든 그가 새로운 최강의 10인이 아니라면 누가 최강의 10인이 될 수 있겠는가?
바로 그때.
“....어!”
카메라맨의 당황스런 목소리에 강혁의 고개가 돌아갔고, 그 자리에는....
“이강혁! 언젠가! 꼭 너를 내 손으로 직접 찢어죽일 것이다!”
텔레포트 스크롤로 보이는 무언가를 찢으며 발악하는 승태의 모습이 있었다.
환한 빛무리에 감싸 사라지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강혁은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비틀려라.
그 말을 끝으로 빛무리와 함께 승태는 모습을 감추었고, 그 자리에는 승태의 것으로 보이는 팔다리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