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올 마스터 #86
[중국의 최고 암살 단체 살(殺). 갑작스런 한국 이동.]
[대한민국 정부, 최고위 경계 상황 발령.]
살(殺)의 갑작스런 본진 이동은 많은 이들에게 혼란을 주기엔 충분했다.
아무리 발터 밀란에게 밀려 2위의 자리에 머물고 있다지만 업계 2위란 자리는 그리 녹록치 않았다.
1위를 향해 달리면서 3, 4위의 치열한 경쟁마저 뿌리쳐야 하는 가장 위험한 자리.
당연히 그들의 전력은 S급 헌터 정도는 따위로 취급할 수 있으며 마음만 먹는다면 각국의 정상들의 목숨마저도 위험하다.
그렇기에 대한민국 정부로서는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중국에서 평생을 보내온 살(殺)이 갑작스레 한국으로 온다고 하니 그로서는 간담이 서늘했기 때문이다.
‘곧 있으면 임기도 끝나는데 왜 나한테 그래!’
안 그래도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국가 권력의 최정점으로서의 위치도 많이 하락한 상황.
막말로 임기가 끝나가는 시점을 노리고 자신의 정치 정적이 자신을 노리는 걸수도 있기에 그가 벌벌 떨 때.
다시 한번 속보가 들려왔다.
[한국으로 들어온 살(殺). 그 목적지는 다름 아니라 길드 ‘올 마스터’? 올 마스터의 길드장 여제 한수연 씨가 살(殺)의 수장인 장소화와 함께 만나는 모습이 포착되어 화제가....]
“....어?”
그리고 그 속보를 듣는 순간 가슴에 얹혀졌던 무거운 돌이 쑤욱하고 내려가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대통령은 곧바로 겉옷을 챙겨들고 청와대를 나섰다.
“대....대통령님 지금 어디 가시는 겁니까? 지금 한국에 비상이 걸린 마당에 국가 수장께서....”
“살주를 만나러 가네.”
“....예?”
호랑이굴로 직접 걸어가겠다는 대통령의 말에 그의 비서실장이 당황을 금치 못했지만 그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철혈의 전 기둥이자 최강의 10인 중 한 명인 한수연이 운영하는 길드 ‘올 마스터’.
그곳을 향해 각 나라의 내로라하는 이들이 향하기 시작했다.
세상이 바뀌기 시작하는 걸 예감이라도 하듯이.
*“후아, 한국도 진짜 오랜만인 것 같네.”
“오랜만이지. 미국으로 떠난 이후에 처음 오는 거니까.”
“여기가 아빠 나라야?”
“고향이긴 하지.”
품에 안겨 있던 용용이를 내려주며 강혁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바로 그때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툭-
“....오빠?”
“오, 수연아. 네가 한국에서 길드를 만들고 자리를 잡아준 덕분에 살(殺) 녀석들이 지낼 장소를 구할 수 있었네. 다 네 덕분이야.”
“....그 아이는 누구야?”
“....어?”
들고 있던 꽃이 떨어진 곳에는 언제나와 같은 모습을 자랑하는 수연이 얼떨떨한 표정을 지은 채로 서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순간 강혁은 자신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생각에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라고 생각하며 마른 침을 삼켰다.
“수연아, 그게 아니라....”
하지만 강혁이 제대로 된 설명을 하기도 전에 용용이의 입이 열렸고.
“아빠, 저 아줌마는 누구야?”
“....아. 용용아, 저 사람은 아줌마가 아니라 아빠 아는 동새....컥!”
“대체 어디서 저런 딸을 데리고 온 거야!”
빠각!
강혁은 자신의 턱에 내리 꽂히는 주먹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직격 당하고 말았다.
삐그덕-
그와 함께 세상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강혁은 이제는 전매특허나 마찬가지가 된 기절을 하며 눈을 감았다.
*“....으, 턱이야.”
“....오빠, 미안해요. 제가 그....너무 경황이 없어서 그만.”
기절에서 깨어난 강혁이 살짝 부은 턱을 만지작거리면서 일어나자 곁에 있던 수연이 우물쭈물대며 사과를 건네왔다.
“괜찮아, 뭐....내가 오해 살만한 짓을 하긴 했지.”
그녀가 자신에게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등은 이미 잘 알고 있는 강혁이기에 그녀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도 잘 알 수 있었다.
좋아하는 남성에게 초등학생 정도 되는 딸이 있다? 그것도 자신이 십여 년 동안 몰랐던?
충격이 장난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하며 오히려 강혁은 그녀의 어깨를 두들겨 주었다.
“대충 들었지?”
“네, 저 애가 진짜 자식이 아니라 드래곤이라면서요? 그것도 미국에 갔을 때 얻었던 알에서 깨어난.”
“맞아, 그러니까 너는 걱정할 필요 없어. 전문가에게 공인 받은 처녀....큼, 됐다 굳이 여기까지 얘기할 필요는 없겠지.”
중국에서 순결에게 처녀라고 공인받은 이른바 공인인증서를 지닌 강혁이 말을 하려다 헛기침을 하며 말을 무마했다.
그래도 대충 알아든 수연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고, 두 사람은 꽤 환기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말했던 일은 잘 됐어?”
“네, 이제 철혈의 힘은 거의 다 뺏어 왔어요. 물론 거기 있던 사람들을 스카웃한 건 아니에요. 거기 사람들이 오빠한테 어떤 짓을 했는지는 모두가 아니까요. 저도 그들을 스카웃할 생각은 없었고요.”
“굳이 그러진 않아도 되는데.”
철혈의 헌터들의 실력은 강혁 본인이 가장 잘 안다.
그들의 옆에서 그들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으니까.
자신 때문에 수연이 더 힘든 길을 걸어야 했다는 사실에 강혁이 씁쓸한 얼굴로 수연을 바라보자 오히려 수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난 진짜 괜찮아요. 어차피 거기 인간들은 속 빈 강정이기도 하고, 오히려 스파이 문제일 수도 있고....”
“알았어, 알았어. 변명을 안 해도 돼. 너라면 다른 곳에서 충분히 인재들을 끌어왔을 테니까.”
“....헤, 그렇게 말해주니 기분이 좋긴 하네요.”
칭찬 일색인 강혁의 말에 히죽 미소를 짓는 수연의 모습에 옆에서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던 용용이가 꺄르륵 웃으며 손가락질 했다.
“아줌마 웃겨!”
“....아줌마가 아니라 누나라고 불러야지.”
“아줌마 아니야?”
“누나.”
“....누나?”
드래곤이 무성이라는 사실을 전해들은 건지 누나라고 말하라며 으름장을 놓는 두 사람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강혁은 본론으로 넘어갔다.
“살(殺)은?”
“저희 쪽으로 흡수 했어요.”
“그래? 반발은?”
“없던데요? 누가 잘 포장해서 내용물만 쏙! 보내줬나봐요.”
“....아.”
살(殺)은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는 단체이며 이해 관계가 얽힌 집단이다.
당연히 다른 곳의 밑으로 들어가는 것에 반발하는 이들도 있을 터.
그런데도 불구하고 잡음 하나 없이 올 마스터의 아래로 들어갔다?
‘장소화, 무섭네.’
분명 반대하는 이들을 어떤 방식으로든 처리했을 것이 분명했다.
방출을 하든 아니면 죽여서 조용하게 만들든.
그건 그들의 처리 방법이니 왈가왈부할 건 아니었지만 두려운 건 사실이었다.
반대하는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조용하게 만든다는 거니까.
아무튼 중요한 건 이걸로 끝.
“길드 운영은 잘 되지?”
“네, 뭐. 이름 값 때문에 찾아오는 이들도 많고, 창수 아저씨도 들어오셔서 대장장이들도 많이 오는 추세에요.”
“진짜? 창수 아재도 들어왔다고? 고집이 장난 아닐 텐데?”
“그래요? 전 들어와달라고 하니까 들어와주시던데.”
“....이 양반이 진짜.”
과거에 자신이 길드를 세운다면 들어올 거냐고 물었을 때, 단칼에 거절했던 창수의 모습이 떠오른 강혁이 이를 갈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이진 수연의 말에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장난이었대요. 오빠가 길드장 자리에 있었어도 들어왔을 거라고, 얼굴 좀 비추라고 전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 찾아뵈야지. 어찌 됐던 내 스승님이니까.”
“흐, 나중에 파티라도 하죠. 제가 직접 주최할게요!”
“그래그래, 꼭 그러자. 모든 일이 마무리 되면. 오케이?”
“오케이.”
고개를 끄덕이며 환하게 미소 짓는 수연을 마주 바라보며 빙그레 웃어준 강혁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벌써 가시게요?”
“응, 할 일이 좀 생각나서.”
“할 일? 바쁘기도 하셔라. 대체 무슨 할 일 때문에 그리 급하게 움직여요?”
“더 강해져야 하니까.”
“....하, 진짜 지금도 괴물인데 대체 어디까지 강해지시려고요?”
“글세....신들을 때려 눕히고 악마들의 모가지를 땅바닥에 떨굴 때까지?”
“....대충 듣긴 했지만 그거 진심이에요?”
이미 루카스 폴른에게 들은 것인지 당황하지 않고 한숨을 내뱉는 수연의 모습에 강혁은 숨길 것 없다는 듯이 당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의 모습에 수연은 응원한다는 듯이 주먹을 쥐어보이며 말했다.
“전 언제나 오빠 편이에요.”
“그래서 언제나 난 네게 고마워하고 있어.”
“....알면 됐어요.”
입을 삐죽 내밀면서 대꾸하는 수연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면서 문이 있는 곳을 향해 강혁이 걸어가고, 그런 강혁을 수연이 배웅할 때.
먼저 문이 열리고, 누군가의 손을 잡고 용용이가 방안으로 들어왔다.
“아빠! 다른 아줌마 왔어!”
“....강혁아, 이게 무슨 상황인지 잘 설명해야 할 거야.”
“....니아, 진정하고 일단 내 이야기를 먼저 듣고....!”
“닥쳐어어어어어!”
“젠장, 설명하라더니 설명할 틈도 안 주면 어쩌자는 거야!”
설명하라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달려드는 니아 아리엘의 모습에 왠지 모를 데자뷰를 느끼며 강혁이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수연은 머쓱한 듯이 볼을 긁적거렸다.
“....나도 저랬었나? 좀 쪽팔리네.”
불과 몇 시간 전까지 자신이 저런 모습으로 강혁에게 덤벼 들었었다는 사실에 그녀는 부끄러워하며 잠시 눈을 감았다.
*“....아이고, 삭신이야.”
니아 아리엘과 한 판(?) 하고 난 뒤, 뻐근해진 몸을 이끌고 강혁이 도착한 곳은 서울에 마련된 자신의 안가였다.
정확하게는 수연이 준비해준 안가였고, 그곳에는....
“오셨습니까? 주인님.”
“그래, 무사해 보이니 다행이네.”
“덕분입니다.”
“알마드는?”
“안에서 쉬고 있습니다. 저를 만나러 오신 것 아닙니까?”
“맞아, 안으로 들어가지.”“예.”
정중하고도 우아한 자세로 강혁을 맞이하는 블라드가 있었다.
그는 특유의 우아한 몸짓으로 강혁을 맞이했고, 그의 안내에 따라 안가 내부로 들어간 강혁은 블라드와 단둘이 방안에 들어섰다.
“자, 제게 필요하신 것이 무엇이죠? 전 이미 준비 됐습니다.”
두 팔을 활짝 벌리며 강혁이 자신에게 할 말을 두근대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블라드를 바라보며 강혁은 다시 한번 자신이 한 단계 더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을 그에게 물었다.
“혈 마법. 뱀파이어들의 주특기인 혈마법을 배우고 싶은데. 되겠나?”
혈 마법.
블라드와 상대할 당시에 혈 마법에 크게 데였던 전적이 있는 강혁은 자신의 또 다른 강함으로 혈 마법을 택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강혁의 피는 그 어떤 독보다도 독했으니 그걸 다룰수만 있다면 무척이나 효율적이며 파괴적인 공격 방법이 될 것이라고 강혁은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강혁의 말에 블라드는 잠시간 고민에 빠지더니 이내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의 재주가 주군께 도움이 된다면 그 무엇이든 드리겠나이다.”
당연하게도 그의 대답은 YES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