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올 마스터-85화 (86/178)

나 혼자 올 마스터#85

처녀.

흔히들 여성에게 많이들 붙는 말이지만 다른 의미로 남자들에게도 사용되기도 하는 말.

물론 남자에게는 처녀보다는 동정이냐고 많이들 묻지만 의미는 크게 다르지 않다.

‘....근데 그게 지금 나올 말인가?’

다만 처녀나 동정이냐는 사실이 지금 시험을 앞둔 자리에서 중요하느냐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녀석이 이름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봐라.

‘....순결. 그래. 이름값 한 번 제대로 하네.’

하지만 이어진 분노의 말에 살의 주인이자 칠선 중 한 명인 순결의 이름을 떠올린 강혁은 한숨과 함께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입을 열었다.

“....처녀다.”

“어머, 장난으로 해본 말인데 근데 진짜 처녀에요? 와, 30살인데 처녀라....확실히 귀한 손님이긴 하네요.”

“....!!!”

-낄낄낄, 멍청한 녀석.

‘....이 개자식이?’

순결과 분노의 목소리가 돌림 노래처럼 들려오는 상황 속에서 강혁이 이를 갈자 장소화는 살풋 웃으면 손사래를 쳤다.

“그래도 처녀라면 더 편하겠네요. 제가 제시하는 시험은 바로 인내와 비슷하니까요.”

“....인내와 비슷하다고? 뭐, 두들겨 맞는 건가?”

인내의 탑에서 겪었던 시련을 기억하는 강혁은 한 차례 몸을 떨었다.

대부분의 힘이 봉인되고 오로지 재능만으로 돌파해야만 했던 그 시련을 말이다.

물론 다시 도전한다면 그때와는 다르게 훨씬 수월하게 탑의 정상에 도달하겠지만 트라우마가 괜히 트라우마라고 불리는 게 아니다.

일찍이 겪은 고통스러웠던 순간들은 강혁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어진 장소화의 말에 강혁은 고개를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고통스러운 건 아닐 거에요. 오히려 행복한 일일 수도 있죠.”

“그러니까 왠지 더 불안한데?”

“제 이름은 순결. 악마 아스모데우스에게서 떨어져 나와 완연한 존재로 거듭난 존재. 당신에게 순결의 시험을 내리겠습니다.”

엄숙함마저 느껴지는 그녀의 목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움과 동시에 강혁의 눈앞이 안개가 낀 것처럼 흐릿해졌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뜬 강혁의 앞에는.

“오빠~ 나랑 놀자~”

“강혁아~ 내 품에 와서 안겨.”

“....이게 대체 무슨.”

그가 살아오면서 보았던 모든 아름다운 여성들이 헐벗은 상태로 강혁의 눈앞에 놓여져 있었다.

믿을 수 없는 사실에 강혁이 당황하는 순간 그의 귓가에 장소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원래 본체가 색욕의 화신이어서 그런지 저도 이런 종류의 시험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당신은 꼭 이 시험을 통과하시길 바랍니다. 아, 통과하는 방법은 간단해요. 지금부터 24시간 동안 눈앞의 여성들의 유혹을 이겨내어 당신의 순결을 지키면 되거든요.

“....이런 미친.”

자신이 보아온 모든 미녀들이 눈앞에, 그것도 헐벗은 상태로 있다.

개중에는 수연이나 니아 아리엘, 미즈키 페이 같은 이들마저 있어 정신을 혼란하게 만들었지만 더욱 그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건 다름 아니라....

스윽-

“....헉.”

-아, 참고로 몸의 감도도 꽤 올려놨으니까 본 게임으로 넘어가지 않더라도 꽤 즐기실 수 있으실지도....?

자신의 옆구리를 살짝 스치고 지나가는 여성의 손길에 전신이 부르르 떨리는 느낌을 받은 강혁의 귓가에 웃음기가 맺힌 장소화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이내 강혁은 혼미한 쾌락의 파도 속에 빠져들었다.

*“잘 되려나 모르겠네.”

두 눈을 감은 채로 몸만 가끔씩 부르르 떠는 강혁의 모습을 턱을 괸 채로 바라보며 장소화가 중얼거렸다.

그것도 잠시 강혁의 몸에서 검은 무언가가 빠져나오며 형체를 이루었다.

“악취미로군.”

“오랜만이야, 분노.”

검은 무언가는 다름 아니라 칠죄 중 한 명인 분노였다.

두 사람은 서로 구면인 듯 대충 인사를 나누었고, 분노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장난이 심해. 그러다가 녀석이 정말 시험에 통과하지 못하면 어쩔 거지? 인간 몸에 빌붙어서 평생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아?”

“헤에, 빌붙어서 사는 건 여기나 저기나 마찬가지 아니야? 그리고 엄연히 나는 공생하는 중이라고.”

“빌어먹을, 우리도 마찬가지다. 우리라고 좋아서 저 녀석의 몸에서 공생하는 줄 알아?”

짜증이 가득 담긴 분노다운 목소리에 장소화는 피식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최근 이야기는 들었어. 드디어 신들이랑 한 판 했다며?”

“한 판 했지. 제대로 녀석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고. 이젠 정말 모 아니면 도 밖에 없다.”

“언제나 그래왔잖아?”

“이번에 달라. 저 녀석이라면....정말 그놈들을 쳐죽일 수 있을지도 몰라.”

눈을 감고 몸이나 부르르 떨어대는 강혁을 바라보며 의외로 칭찬을 아끼지 않는 분노의 모습에 장소화가 살짝 놀란 눈치로 그를 바라보았다.

“의외네.”

“....뭐?”

“네가 누군가를 그 정도까지 칭찬하는 건 처음 보거든. 넌 네가 제일 잘났다고 생각하잖아, 분노.”

“....젠장, 아무튼 녀석은 우리를 이 빌어먹을 족쇄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 있는 녀석이다. 그러니 튕기는 건 용납못한다, 순결.”

마치 사나운 진돗개마냥 으르렁대는 분노의 모습에 장소화는 알겠다며 옅은 미소가 맺힌 얼굴로 손을 까닥거렸다.

“그래도 지켜볼 거야. 우리들의 시험은 그 무엇보다 우선시 되어야 하니까. 가산점은 있어도 낙하산은 없어. 알지?”

“....그래, 그건 알고 있다. 하지만 너 말고도 아직 얻어야 녀석들이 많아. 그러니 협조 부탁한다.”

“그거야 요즘 한창 난리인 올 마스터님께서 잘하시면 그만이지. 30년 동안 참아왔으면 하루 정도야 쉽게 참겠지.”

“후우, 그래야지.”

푸쉭-

웃음기가 맺힌 장소화와 대비되는 분노의 푸념이 방안을 가득 채울 때.

강혁의 몸에서 두 번째 무언가가 빠져나왔다.

“순결! 오랜만!”

“오, 색욕이네요. 저도 오랜만이에요.”

짙은 화장기의 얼굴을 한 색욕이 바로 두 번째 무언가였다.

순결과 대비 되지만 서로의 대척점에 있기에 더 가까운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환하게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들어댔다.

물론 그 둘의 모습을 바라보는 분노의 심기는 그리 좋지 않았지만 말이다.

“조용히 해. 거슬리니까.”

“어머, 자꾸 그러면 지금 덮쳐버린다. 우리 주인님?”

“....넌 제발 꺼져라, 색욕.”

입술을 핥으며 강혁을 향해 손짓하는 색욕의 얼굴을 짓누르며 분노의 붉은 두 눈이 눈을 감은 강혁에게로 향했다.

‘고작해야 그까짓 저열한 수작에 넘어가지 마라. 강혁.’

어느샌가 자신도 강혁이라는 사내에게 두터운 믿음을 보내는 사이가 되었음을 그는 알지 못한 채.

그의 몸이라는 집으로 다시금 돌아왔다.

“너도 따라와.”

“아, 안 돼! 눈 감은 주인님의 모습은 놓칠 수 없으어어어!”

주책을 부리는 색욕의 목덜미를 붙잡은 채로 함께.

*다음 날 아침.

잠도 자지 않고 강혁의 시험을 지켜보던 장소화의 눈이 살짝 떨렸다.

“....어머, 이건 상상도 못했는데.”

아직 24시간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지만 강혁은 힘겹게 두 눈을 뜨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험은 절대적.

당연히 시험 시간이 끝나기 전까진 강혁은 결코 눈을 뜰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강혁의 눈이 떠졌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 뿐이었다.

‘제한 시간이 되기도 전에 자신의 힘으로 시험을 끝냈다? 어떻게?’

바로 주어진 제한 시간이 끝나기도 전에 자력으로 주어진 시련, 시험을 마무리 짓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내건 시험은 24시간 동안 여성들의 유혹에서 버티며, 자신의 순결을 지키는 것.

자력으로 끝내고 말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시험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시험을 끝낸 강혁을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볼 때.

완전히 눈을 뜬 강혁이 피식 웃으면서 대꾸했다.

“처음엔 좀 힘들었지.”

“그렇겠죠. 감도도 늘었고, 평범한 사람이라면 건드리기만 해도 참지 못했을 테니까요.”

“나도 솔직히 위기였어. 요즘 여자와 너무 담을 쌓고 살아서 그런지 면역력이 좀 떨어졌거든.”

“그래서 저도 예견하고 어느 정도 핸디캡은 줄 생각이었습니다. 대체 어떻게 제한 시간이 되기 전에 시련을 끝낸 거죠?”

궁금증 가득한 얼굴로 되묻는 장소화의 모습에 강혁은 간단하다는 듯이 대꾸했다.

“다 처치했는데?”

“....하! 그런 방법이 성공했다고요?”

자신의 순결을 노리고 덤벼드는 모든 여성들을 처리했다.

그것이 바로 강혁이 제한시간이 되기도 전에 시련을 끝낼 수 있었던 방법이었다.

말도 안 되는 방법이었지만 결국 강혁의 계획은 성공했고, 제한 시간이 끝나기도 전에 장소화가 걸었던 시련을 클리어하는 데에 성공했다.

그 사실에 장소화는 실성한 사람처럼 웃음을 터뜨렸지만 그리 길지 않았다.

본래의 옅은 미소가 걸려 있는 얼굴로 강혁을 바라보던 그녀가 싱긋 웃으며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표정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합격. 저는 당신을 인정하겠어요. 올 마스터. 그러니 분노가 얘기했던 것처럼 당신이 정말 그들을 상대할 수 있는지 당신의 안에서 지켜보겠습니다.”

인정 그리고 서서히 장소화에게서 빠져나오는 흰색의 무언가는 강혁에게로 쏘아졌고, 이내 강혁에게 흡수되었다.

“....후읍. 하아.”

심장께가 살짝 뻐근한 것만 빼면 달라진 건 없었지만, 강혁의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창은 강혁에게 변화가 있었음을 알려왔다.

[칠선 : 순결을 획득하였습니다.]

[칠선 : 순결을 획득하여 신성력 스탯이 100 상승하였습니다.]

[신체 : 반성반마(半聖半魔)의 효과로 인해 신성력, 마기 스탯이 각각 50씩 상승하였습니다.]

이제는 크게 의미는 없어졌지만 그래도 신성력과 마기가 각각 50씩 상승하였으며 가장 대미는 다름 아니라 새로운 칠선의 추가였다.

[순결]

순결은 곧 처녀성을 의미합니다.

당신의 처녀성이 유지되는 한 당신은 언제나 강함 유지할 수 있을 겁니다.

순결 조건 달성 시, 모든 스탯 증폭.

“....뭐, 이딴 효과가 다 있어? 평생 동정으로 살라는 얘기야 이건?”

처녀, 즉 동정을 유지하고 있는 강혁에게 있어선 무척이나 좋은 효과였지만 입맛이 쓴 건 어쩔 수 없었다.

저 효과를 언제나 유지하기 위해서는 동정을 유지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만족스럽긴 했던 탓에 강혁이 싱긋 미소를 머금고 있을 때.

“아....역시 당신은 그 분의 시험에서 통과하셨군요.”

“....?”

“전 살(殺)의 주인이자 살주를 맡고 있는....”

“장소화겠지.”

“....이미 들으셨군요. 아무튼 그분의 시험을 통과하신 걸 축하드립니다.”

순결이 있을 때와는 좀 많이 달라진 장소화의 어리둥절한 모습에 강혁이 고개를 갸웃거릴 때.

장소화는 그런 강혁에게 폭탄 발언과 함께 무릎을 꿇었다.

“저희 살(殺)을 거두어 주십시오. 지난 날에 대한 반성은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저희를 거두어 요긴하게 사용해주시길 바랍니다.”

자신들을 거두어 달라는 말을 내뱉는 그녀의 모습에 살짝 놀랬던 강혁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 살주.”

넝쿨 째 굴러온 호박을 발로 차낼 정도로 강혁은 멍청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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