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올 마스터 #83
없네.
용용이 혹은 용순이가 될 뻔 했던 새끼 드래곤의 이름은 결국 용용이로 굳어졌다.
이유는 간단했다.
마법 강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용용이에게 입혀졌던 거적떼기 같던 옷을 갈아입히는 과정에서 아무것도 없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다.
“저걸 전문 용어로 뭐라고 하더라?”
“무성(無性).”
“그럼 용용이로 가자.”
“....마음대로 해라. 네 새끼지 내 새끼는 아니니. 나중에 진짜 네가 아이를 낳는다면 부인과 잘 상의하도록.”
“그 정도라고?”
괜찮은 것 같은데.
내심 용용이라는 이름에 애착을 가지던 강혁으로서는 살짝 충격을 받았을 정도의 폭언(?)이 이어졌다.
물론 그런 폭언도 잠시.
방방 뛰며 빨리 수업을 듣고 싶다며 졸라대는 용용이의 모습에 두 사람은 입을 다물었다.
“이거 나는 빠져줘야 하는 건가? 내 집인데?”
“며칠 신세지지.”
“....며칠일 것 같지가 않아서 하는 말인데. 하아, 어쩔 수 없지. 나는 지하에서 연금술 좀 건드려 볼 테니까 어지럽히지 말고 사용해.”
“땡큐.”
머리를 벅벅 긁으며 한숨을 토해내던 알케미가 휘적휘적 지하실로 내려가는 모습을 끝으로 강혁과 루카스 폴른을 서로를 마주 바라보았다.
“늦으면 버릴 거다. 새끼보다 못한 아비가 되지 말도록.”
“미안하지만 내 사전에 포기와 불가능이란 단어가 없어서 그럴 일은 없을 거야.”
“기대해보지.”
“나도 안 질 거야!”
“....큽.”
“....크흠.”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든 조그마한 용용이의 자신감 어린 발언에 두 사람은 할 말을 잃고 말았지만 그래도 마법 수업은 무난하게 시작되었다.
*“....천재군.”
“....역시 내 새끼.”
“혹시 양심을 오다가 잃어버린 건가? 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아이의 재능에 숟가락을 얹으려고 하지 마라.”
마법 강의가 시작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용용이의 천재성에 대해서 말이다.
물론 이미 정해진 결과이긴 했다.
모든 마법의 종주라고도 불리며 마법과 관련된 생물체 중에서 정점에 이른 존재.
그것이 바로 드래곤이었고, 용용이는 그런 드래곤의 새끼였으니까.
하지만 이어진 결과물들은 천하의 루카스 폴른마저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분명 용용이가 뛰어날 것이라고 예측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꺄하핫, 아빠! 이것 좀 봐! 나 날고 있어!”
“....어, 음. 우리 딸, 아니 우리 아들....아니 내 새끼 잘한다!”
마법사들 중에서도 고난도 마법으로 손꼽히는 플라이 마법.
가볍게 몸만 띄우는 레비테이션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플라이 마법을 마법이라는 학문에 대해서 배운지 몇 분 되지도 않아 기초 설명만 듣고 해낸 말도 안 되는 상황.
결국 버벅대며 아들과 딸을 오가다 결국에는 내 새끼로 태세변환을 하며 하늘을 둥둥 떠다는 용용이를 얼싸 끌어안고, 열심히 춤을 춰댔다.
그런 강혁의 모습에 루카스 폴른은 고개를 내저으면서도 그의 마음을 이해했다.
‘나 같아도 내 자식이 저렇게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면 놀래고, 기뻤을 것 같군. 근데 분명 드래곤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진다고 알았는데 배움에도 저렇게 뛰어난 재능이 있을 줄이야. 몰랐던 정보로군.’
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루카스 폴른이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그가 조사한 결과에서 드래곤이 그저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지던 이유는 분명 드래곤은 나이가 먹으며 더 강해지는 것도 이유였지만 그들에게 내재된 ‘귀찮음’이라는 감정이 너무나도 컸기 때문이다.
괜히 ‘진짜’ 강자들은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우스갯소리로 돌아다니는 게 아니다.
날 때부터 강자인 이들은 노력하지 않아도, 숨만 쉬어도 강자가 되고 그런 이들에게 노력 더해지는 순간.
그 포텐셜은 정점을 찍는다.
다만 여태까지 노력하거나 배우려는 드래곤이 없었고, 루카스 폴른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전 차원 최초로 배우는 드래곤을 보게 된 셈이었다.
물론.
“잡담은 거기까지 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그걸 모르는 루카스 폴른은 다음 집도를 향해 나가기 바빴지만.
*마법이라는 학문은 고차원적이기 그지없다.
수많은 천재들이 머리를 맞대고 오랫동안 고민을 해도 대성을 하기란 불가능한 학문이 바로 마법이기 때문이다.
본래 다른 차원에서라면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오던 마법서들을 통해서 수련을 하며 경지를 올리겠지만 지구에선 그런 게 없었다.
그렇기에 루카스 폴른은 모든 걸 독자적인 만들어내었고, 그걸로 전 세계 마법사들의 정상 자리에 올랐다.
그런 루카스 폴른의 지식의 정수를 강혁과 용용이는 하나도 남김 없이 흡수해대고 있으니 둘의 성장이 얼마나 빠른지는 가르치는 루카스 폴른 본인조차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
파앙! 팡! 파앙!
알케미의 집앞에 마련된 너른 대련장.
그곳에서 한 명의 드래곤과 한 명의 용인(龍人)이 뒤섞여서 서로의 마법 실력을 뽐내고 있었다.
수십 개의 마법들이 견제로 쓰여지고, 수십 개의 디스펠이 그런 마법들을 해제하며 서로를 공략해댄다.
“블링크.”
파밧-
그러던 와중 빈틈을 잡은 용용이 쪽에서 블링크를 통해 무작위 순간이동을 감행했다.
아직 어린 드래곤 하트는 압도적인 마나량을 자랑하는 성룡의 드래곤 하트를 지닌 강혁과의 물량전에서 밀리기 때문에 정면 대결로 강혁을 이길 수 없을 느꼈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모습을 감춘 용용이의 모습에 강혁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주변으로 마나를 흩뿌렸다.
오로지 마법으로만 상대하기로 했기에 자신의 기감을 차단하고, 그걸 대신하는 마나를 주변에 흩뿌림으로서 기감을 대체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마나를 이용한 탐지에 무언가가 걸린 순간 강혁의 몸이 그곳을 향해 득달같이 달려갔다.
팟-
“....어.”
“용용아, 블링크는 너무 위치 파악하기가 쉬우니까 급할 때 아니면 사용하지 말라고 했었지?”
“아빠, 한 번만 봐주면 안 되겠지?”
살짝 슬픈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용용이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은 강혁의 딱밤이 용용이의 이마에 작렬했다.
딱!
손가락과 이마가 닿으며 나는 경쾌한 소리가 대련장에 울려퍼지고, 용의 힘이 담긴 딱밤 탓에 이마가 살짝 부어오른 용용이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부어오른 이마를 쓰다듬으며 용용이가 부루퉁한 얼굴로 강혁을 째려봤다.
“너무해.”
“이걸로 38전 38승 0패네.”
“나중에 내가 이길 거야.”
2주가 넘는 시간 동안 마법 강의 이후에 펼쳐진 대련들.
챔피언은 아직까지 바뀌지 않았다.
무려 38번의 패배를 겪는 동안에도 용용이는 포기하지 않고, 강혁에게 도전했고 그건 강혁에겐 놀라웠다.
아직 어린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녀석이 보이는 승부욕이 장난 아니었기 때문이다.
분명 분할 텐데도, 아직은 상대가 안 되는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포기하지 않는 용용이의 모습은 강혁에게도 꽤 도움이 되었다.
‘저 녀석도 포기하지 않는다. 나도 포기하면 안 되지. 그리고 오늘은 좀 위험하기도 했고.’
거의 3주가 다 되어가는 시저믜 용용이는 분명 강력하기 그지 없었다.
다양한 마법들을 사용하는 용용이의 강함은 독보적이었으며 캐스팅도 없이 쏟아지는 마법 다발은 무지막지했으니까.
아직 여물지 않은 드래곤 하트에서 뿜어지는 수십 개의 마법들은 유기적인 움직임을 갖추고 강혁을 노리고 들어왔다.
결국 빈틈을 찾아낸 용용이가 무리를 해서 블링크를 써서 빈틈을 만들지 않았다면 결코 승리하지 못했을 터였다.
그만큼 용용이의 성장 속도는 무시무시했다.
‘만약 마법사가 아니라 다른 능력까지 사용해서 전투를 벌인다면 충분히 내 압승이지만 마법으로만 이길 수 있는 날은 얼마 남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네.’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릴 정도로 팽팽한 승부를 끝마친 강혁을 향해 루카스 폴른이 물병을 던졌다.
“마셔라. 곧 있으면 꼬맹이에게 지겠던데.”
“....젠장, 내 새끼가 뛰어난 걸 나보고 어쩌라고?”
“하긴 나도 가르치는 맛이 있을 정도니 말할 필요조차 없지.”
“그래도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으니 상관은 없어.”
물병의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며 강혁이 대꾸했다.
소기의 목적.
그건 다름 아니라....
[중급 마법[LV.9]가 상급 마법[LV.1]로 성장하였습니다.]
[모든 스탯들이 30씩 올랐습니다.]
[신체 : 마나지체를 획득하였습니다.]
[더 상위의 신체가 존재합니다.]
[신체 : 마나지체가 신체 : 용체에 흡수되었습니다.]
중급에 머물러 있던 마법 재능을 상급까지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거기에 딱히 얻을 생각이 없었던 마나지체까지 얻었지만 그보다 상위의 신체가 있었기에 별다른 쓸모는 없었다.
그 사실을 들은 루카스 폴른의 표정은 꽤 볼만 했기에 강혁이 한창 쿡쿡댈 때.
-칠선 중 하나를 발견했다.
‘....참 오랜만에 듣네.’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분노의 목소리에 강혁은 입맛을 다셨다.
색욕 이후로 딱히 얻은 적 없던 새로운 칠죄나 칠선이 나타남은 강혁으로서는 반길 수밖에 없었다.
칠죄나 칠선을 얻을수록 악마와 신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지만 그에 걸맞는 강함을 선물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강혁이 지체할 것도 없이 분노에게 새로운 칠선이 나타난 장소를 물었고.
이어진 그의 말에 강혁은 살짝 얼굴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중국이다.
‘또 중국이야?’
한 차례 알마드 때문에 방문한 적이 있던 중국.
그곳은 타국의 인물들에게 그리 좋지 못한 반응을 보이는 곳이기 때문에 더더욱 가기가 싫었던 강혁은 인상을 찌푸렸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위치는 어딘데?’
-기다려라, 곧 머릿속에 박아줄 테니까.
퉁명스레 들려온 분노의 말과 동시에 머릿속에 그려지는 새로운 칠선의 장소를 떠올린 순간 강혁은 강한 기시감을 느꼈다.
‘....그런데 여기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아니, 아닐 거다. 왜냐하면 여긴 네 기억에 있는 장소거든.
‘....뭐? 대체 여기가 어딘데?’
이미 자신이 한 번 본 적이 있는 장소라는 말에 분노는 당당하게 대꾸했다.
-‘살’이라는 곳의 본거지라고 하던데. 분명 네가 발터 밀란인가 하는 녀석과 대화할 때 본 적이 있는 곳이다.
‘....하아, 꼬여도 제대로 꼬이는구나.’
살(殺).
그곳은 한 때 강혁을 죽이려고 들었던 살인 청부 업체였다.
발터 밀란에게 밀려 2인자 자리를 고수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폄하할 수 있을 정도로 그들은 약한 단체가 아니었다.
‘언젠가 한 번 조질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이게 이렇게 되네.’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단체인 만큼 강혁도 언제고 한 번 정도는 손을 봐줄 생각을 하던 단체다.
그런데 다른 이유도 아니고, 칠선을 얻기 위해서 방문하게 될 줄은 강혁조차 상상하지 못했었다.
그래도 칠선이 그곳에 있는 이상 강혁이 해야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루카스, 나 잠시 다녀올 곳이 있어서 그런데 용용이 좀 맡겨줘.”
“뭐? 갑자기 어딜 간다는 거냐. 저 녀석이 네가 없으면 얼마나 땡깡을 부리는데.”
당황어린 루카스 폴른의 말에 강혁은 씨익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살(殺)을 살(殺)하러 간다.”
연금술에 마법을 익히느라 거의 2달 동안 집에 콕 박혀 있던 강혁의 다음 행선지가 정해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