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올 마스터 #82
“아주 제대로 사고를 치고 다니는구나.”
“뭐, 어때 결과적으로 나라는 게 알려지고 세상이 난리가 났는데.”
“그런데 정말 드래곤 하트를 가지고 올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너도 성공 못했었다며?”
“....그것까지 들었나?”
드래곤 택시 사건 이후, 미국으로 되돌아온 강혁은 루카스 폴른과 알케미를 양옆에 둔 채 대화를 나누었다.
안내원에게 들은 말을 내뱉는 강혁의 모습에 루카스 폴른이 드물게도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강혁은 그저 낄낄대며 그 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아무래도 자신이 뛰어나거나 해서가 아니라 그저 반룡체를 지니고 있었고, 드래곤의 새끼를 자신이 데리고 있었기에 가능했기에 딱히 그를 놀릴 건덕지가 없었을 뿐이었다.
“그럼 이제 어느 정도 강해진 거지?”
“용체를 얻게 되면서 드래곤 스케일이 더 단단해졌고, 용혈 또한 더욱 짙어졌어. 아마 루카스 녀석도 내게는 안 될 걸?”
“....젠장, 벌써 따라잡히다니.”
“이미 예상은 하고 있었잖아?”
“하아, 예상은 했지. 그게 벌써 올 줄은 몰랐다는 게 문제지만.”
머리가 아픈지 이마에 손을 얹고 한숨을 토해내는 루카스 폴른의 모습에 강혁은 실실 웃음을 지었다.
용체.
단 하나의 신체를 얻었을 뿐이지만 그 어떤 재능을 얻었을 때보다 성장폭의 차이가 달랐다.
솔직한 말로 어마어마하다. 라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일단 얻은 것부터 털어놓지 그래? 꼬마.”“배불뚝이는 조용히 해.”
한 달간의 시간 동안 강혁을 꼬마라고 부르던 알케미는 이어진 배불뚝이라는 말에 입을 다물었다.
오랜 시간 술독에 빠져 산 알케미의 배는 삐죽 튀어나와 튜브와 같았기 때문에 무어라 반박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혁과의 만남 이후, 다이어트 포션과 운동을 곁들이며 살을 빼나가는 중이기에 얼마 가지 않아 그의 배에 자리 잡은 튜브는 방을 빼게 될 터였다.
“좋아, 그럼 내가 얻은 것들을 모조리 말해주지. 듣고 턱이 빠져도 난 책임 안 진다?”
“준비 됐으니까 들어오기나 해, 빌어먹을.”
짜증 가득한 루카스 폴른의 대답에 강혁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주저리주저리 자신이 얻은 것들을 토해냈다.
그리고 강혁의 장담대로 두 사람은 턱이 빠질 듯이 입을 쩍 벌렸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강혁은 의기양양한 얼굴로 대꾸했다.
“이런, 치유사나 성직자라도 불러와야 하는 것 아닌가?”
“....장난 아니군. 저 정도면 정말 자만해도 될 정도야.”
“허, 살다살다 저런 괴물 놈은 처음 보는 군. 장 진도 저 정도는 아닐 텐데.”
손을 이용해 벌어진 턱을 닫으며 중얼거리는 두 사람의 모습에 강혁의 마음은 들뜨기 시작했다.
압도적인 마법, 물리 저항력.
무한한 마나와 마법을 시동어만 가지고 사용할 수 있는 용언.
거기에 더욱 짙어져 이제는 20번 독에도 도전해볼 수 있을 정도로 진해진 용혈까지.
고작해야 드래곤 하트 하나를 얻었을 뿐인데 이 정도로 강해졌으니 강혁조차 자신의 강함이 가늠이 제대로 되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래도 진짜 드래곤보다 약한 것 같은데.”
“....그건 그것대로 놀랍네.”
이어진 루카스 폴른의 증언에 강혁 또한 혀를 내둘러야만 했다.
자신이 흡수했던 드래곤을 상대해본 전적이 있는 루카스 폴른의 말에 의하면 현재 강혁 본인이 말한 것보다 드래곤은 더욱 강했다고 증언하는 그의 모습에 한껏 올랐던 흥이 가라앉은 것도 어쩌면 당연했다.
“그때의 우리는 지금보다 약했지만 크게 차이는 없었을 거다. 검성이라면 모르지만 그때 대부분의 최강의 10인이 참전한 토벌전에서 사상자는 없었지만 부상자는 대부분이었을 정도이니 말 다했지.”
최강의 10인의 대부분.
저기서 대부분이란 과반수가 넘는 이들이 참전했다는 의미였고, 실제로 인도의 라움 슈바함을 제외한 9명이 참전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어마어마한 피해를 낳은 드래곤과의 토벌은 강혁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게 하기엔 충분했다.
더불어 저기 멀리서 고롱대는 소리와 함께 꿈나라로 가 있는 새끼 드래곤의 미래가 그런 괴물 같다는 사실에 기쁜 것도 있었다.
‘그런 괴물이 나중에는 내 편에 서서 싸운다는 얘기지? 장난 아닌데?’
알마드와 블라드의 증언대로라면 전성기 시절 그들이라도 둘이 힘을 합쳐야 겨우 성체 드래곤과 비견될 정도라고 했으니 드래곤의 강함은 알만하다.
그런 드래곤이 자신의 편이 되었으니 강혁으로선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차피 강혁의 힘은 용체 하나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닌 여러 재능과 특성 그리고 신체들이 합쳐져서 시너지를 내는 데에서 나온다.
즉, 용체 하나로만 따지면 드래곤에게 밀릴 지라도 모든 힘을 합친다면 드래곤 정도는 처리해봄직 할 터였다.
“그건 인정할 수밖에 없군.”
강혁의 용체가 진짜 드래곤보다는 낮다는 걸 말한 장본인인 루카스 폴른마저 고개를 끄덕이며 강혁의 강함에 대해서 인정했을 정도이니 말 다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뭐지?”
그것도 잠시.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입을 여는 루카스 폴른의 말에 강혁은 긴장했다.
언제나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는 그가 아무런 문제도 없이 저런 말을 하진 않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실제로 그런 강혁의 생각은 옳았다.
“드래곤에 대해서 많은 조사를 했었지. 혹시나 다른 드래곤이 나타나면 그에 대한 확실한 대비 이후에 처리하기 위해서. 그리고 몇 가지 알아낸 사실 중에서 대표적인 건 드래곤의 강함은 배움이 아니라 시간에서 나온다는 거다.”
“....그 말은?”
“배워서 강해지는 게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알아서 강해진다는 얘기지. 그리고 우리가 잡았던 녀석은 최소 수백 년, 많으면 수천 년은 살아온 괴물이었다는 것도 알아냈다. 다시 말해서....”
“저 녀석이 제대로 된 전력이 되려면 최소한 수백 년은 기다려야 한다는 거네?”
“정답이다.”
“에라이.”
기분 좋았던 게 한 번에 날아가는 걸 느끼며 강혁은 벌러덩 소파에 드러누웠다.
최소 수백 년.
다 크기도 전에 자신이 늙어 죽을 판이었으니 그가 이러는 것도 그리 이상하지만은 않았다.
‘하아, 꿀 좀 빨아보나 했더니.’
-그 도마뱀은 네게 저 꼬마 도마뱀을 지켜달라고 했지 공격수로 쓰라고 하진 않았다만.
‘잘 지키고, 잘 키우면서 공격수로도 쓰면 좋은 거지. 일거양득. 몰라?’
-....말을 말자.
말을 꺼낸 분노가 쭈그러지는 걸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강혁이 곤히 잠든 새끼 드래곤의 볼을 쿡쿡 찌르며 입을 열었다.
“그럼 어떻게 하지? 그냥 집에 두고 애완동물처럼 길러야 하나?”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닐 것 같은데. 본래 새끼는 옆에 부모가 없으면 난리를 부리기 마련이지. 집 주변이 불바다가 되고 싶으면 그러던가.”
“....그렇게 말하니까 섬뜩한데.”
아무리 새끼라도 드래곤은 드래곤.
혼자 놔뒀다가 정말 삐져서 집에 불지르면 답도 없다.
당장에 협회에서 소환되더라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
결국 강혁이 머리를 싸매고 고민에 빠질 때.
문득 강혁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완벽한 생각에 미소가 떠올랐다.
“루카스. 분명 저번에 내게 마법을 알려준다고 했었지.”
“그랬었지. 뭐, 마나지체도 가져가느니 했지만 결국 내것보다 더 좋은 걸 얻어버렸으니 쓸모가 없겠어.”
“맞아, 용체 하나만으로도 마나는 부족함이 없거든. 굳이 네 신체를 카피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어졌지. 그런데 말이야....”
“....왜 말 끝을 흐리는 거지?”
말을 하다 말고 말끝을 흐리며 뜸을 들이는 강혁의 모습에 왠지 모를 섬뜩함을 느낀 루카스 폴른이 강혁을 바라보자 그제야 강혁은 자신의 생각을 루카스 폴른에게 털어놓았다.
“그 수업. 내 새끼랑 같이 받아도 되나?”
“....이런 미친놈이.”
사상 최초로 드래곤에게 마법을 가르치게 된 루카스 폴른은 말을 듣기 무섭게 욕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나보고 드래곤에게 마법을 가르치라니 그것만큼 웃긴 일이 어디에 있겠나. 잘 생각해봐라.”
“너만큼 뛰어난 마법 선생을 데리고 올 자신이 없거든. 그리고 나를 가르치면서 저 녀석과 함께 마법을 가르치면 되는 거야. 어때? 아주 쉽지?”
“....Fuck! 말도 안 되는 소리. 방금 말했지? 드래곤은 배움으로 강해지는 게 아니라 시간으로 강해지는 존재라고. 그런 녀석들의 DNA에 각인된 사실을 저 꼬맹이 드래곤이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아?”
“난 믿어. 내 새끼는 최고니까!”
“....Damn it. 이젠 아주 네 새끼처럼 행동하는 군. 한국에 있는 수연과 영국에 있는 니아가 이 모습을 보면 아주 좋아죽겠어. 내 장담하지.”
“....끔찍한 소리 하지 말라고 친구.”
수연과 니아 아리엘이 자신에게 자식이 생겼다는 걸 알면 어떤 대처를 할지 눈에 훤히 보이는 강혁이었기에 식은땀을 흘리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드래곤에게 마법을 가르친다는 사실에 변함은 없었다.
그가 아는 한 루카스 폴른은 최고의 마법사이자 스승이었고, 그런 그라면 드래곤이라고 할 지라도 충분히 가르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무엇보다 자신도 마법을 배워야 하는 만큼 옆에서 같이 데리고 있으면서도 마법도 배울 수 있다면 일석이조의 성과를 거둘 수 있기에 안하는 게 손해였다.
그래도 루카스 폴른은 부정적이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난 드래곤 브레스에 맞아 앞머리가 새카맣게 타고 싶지는 않다고.”
“무슨 소리야. 내 새끼는 안 물어, 루카스.”
“....젠장! 넌 절대 결혼해서 자식을 낳지 마. 강혁. 네 자식을 끼고 도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홧병 나서 죽어버릴 것 같으니까.”
짜증이 듬뿍 담긴 루카스 폴른의 대꾸에 강혁은 실실 웃으며 잠든 드래곤 새끼를 들어올리며 말했다.
“일단 이름부터 지어주자고. 이왕 이렇게 된 거 정말 내 자식처럼 키워야겠어.”“하아, 그래. 마음대로 해라. 하지만 나는 절대로 마법을 가르치지....”
“역시 드래곤의 이름하면 용용이지! 안 그래 루카스?”
“....빌어먹을 내 말은 귓등으로 안 듣는 군. 그리고 그딴 빌어먹은 작명 센스를 좋아할 존재는 세상에 아무도 없을....”
-용용이? 그거 내 이름이야? 멋있어!
“....부전자전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군.”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잠에서 깨어난 새끼 드래곤, 용용이가 피어낸 텔레파시의 파동에 루카스 폴른은 이를 갈았다.
용용이라니!
위압적인 드래곤의 모습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었기에 그가 짜증을 토해내고 있을 때, 이미 강혁은 용용이를 놀아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용용아, 인사해. 저기 있는 사람이 네 선생님이야. 선생님.”
“누가 선생님이야! 난 하겠다고 한 적도 없....”
강혁의 말에 발끈한 루카스 폴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무어라고 소리치려는 순간.
이어진 광경에 그는 입을 쩍 벌릴 수밖에 없었다.
펑-!
펑! 하는 효과음과 함께 강혁의 품에서 뛰어오른 용용이의 모습이 초등학생 정도 되는 여아의 모습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폴리모프.”
자신은 사용할 엄두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고등 마법을 갓 태어난 새끼 드래곤이 사용하는 모습에 그가 어처구니 없어할 때.
그 옆에서 강혁은 놀란 얼굴로 박수를 치고 있었다.
“우리 아들 대단해! 아니, 딸인가?”
아들 바보인지 딸 바보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둘 중 하나는 확실해보이는 강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