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올 마스터 #79
"집 안이 완전 돼지 우리군.”
“집 안에 들인 것만 해도 감사하게 여겨라. 다른 이들은 들어오지도 못했으니까.”
바닥에 널부러진 술병들을 바라보며 핀잔을 던지는 강혁의 모습에 알케미는 퉁명스레 대꾸했다.
그의 집에 들어오게 해준 것만으로도 그는 자신의 본분을 다했다고 생각 중이었기에 퉁명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앉아라.”
“차나 음료 같은 건 없나?”
“그런 건 다른 놈 집에서 찾으라고. 그래서 신의 시체를 정말 구할 수 있는 건가? 어떻게?”
자리에 엉덩이를 붙이기 무섭게 속사포처럼 질문을 토해내는 알케미의 모습에 강혁은 그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구하는 방법은 뭐 당연하잖아. 사냥이지.”
“....그게 말처럼 쉬웠으면 내가 직접 구해왔겠다. 빌어먹을 자식아.”
사냥이라는 말에 알케미는 깊은 한숨과 함께 욕을 내뱉었다.
신을 사냥한다.
말을 쉽지만 그게 말처럼 쉬웠으면 그가 직접 신의 사체를 조달해왔을 것이다.
하지만 신이 왜 신이라고 불리겠는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초월적인 능력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이들.
첫 번째로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부터 확인을 해야 했으며 그 다음은 그들을 어떻게 잡을 수 있는가? 또한 준비해야만 했다.
하나만 해도 불가능하고 평생을 걸쳐서 찾아헤메야 할 판에 신을 죽일 능력을 가진 이 또한 마땅찮았다.
“검성은 제 잘난 맛에 사는 놈이라서 만나보지 못했지만 그 아래 있는 놈들은 몇 번이고 만나 봤어. 하지만 그들은 절대로 신을 잡을 수 있는 놈들이 아니야. 너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무슨 확신으로 내게 그런 거래를 요구하는 거지?”
“지금은 그렇겠지. 하지만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건 지구에서 언젠가 그것도 근 시일 내에 신을 사냥할 수 있는 힘을 갖추게 되는 건 나 밖에 없어.”
“....오만하군.”
“오만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게 진실이고 앞으로 벌어질 현실이다.”
“하, 너 같은 말을 하는 놈은 처음이야. 그래, 좋아. 한 번 믿어나 보지.”
“계약은?”
“....성립이다.”
신을 사냥하겠다는 강혁의 오만한 모습에서 무언가를 보았는지 알케미는 욕을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그는 반쯤 현자의 돌을 만드는 걸 포기한 뒤였다.
그런데 자신만만하게 신을 사냥하겠다고 말하는 이가 나타났으니 그로서는 믿고 싶은 마음이 큰 건 어쩔 수 없었다.
“궁금한 게 있다.”
“뭐지?”
계약이 성립되고 난 뒤, 강혁은 알케미를 향해 자신의 궁금증이 무엇인지 말했다.
“왜 현자의 돌을 만드려고 하지? 남 부러울 것 없이 살 수 있으며 만인에게 부러움을 받는 위치인데 말이야.”
알케미라는 이름이 현대 사회에서 가지는 무게는 장난 아니다.
어지간한 국가보다 알케미라는 이름이 윗 선상에 놓이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현대 사회 나아가 헌터들에게 있어서 그는 신과 같았다.
던전에서 자신에게 여벌의 목숨이나 다를 바 없는 포션을 공급하는 이가 바로 알케미이기 때문이다.
가격은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헌터들 뿐만 아니라 불치병인 백혈병, 에이즈 등의 치료 또한 그의 손에 닿은 포션이면 충분해졌으니 일반인들에게도 알케미의 이름은 드높았다.
그의 이름은 드높은 만큼 그의 돈을 어마어마하게 많았고, 고작해야 일개 연금술사였던 그에게 연금술사를 의미하는 알케미라는 이름이 붙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엘릭서도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다음 단계인 현자의 돌에 목을 메는 이유가 강혁은 궁금했다.
“살리고 싶은 사람이 있다.”
“....살리고 싶은 사람?”
“신은 내 기도를 들어주지 않았고, 악마는 내 소원을 들어주지 못했다. 그럼 방법은 하나 뿐이지. 내가 직접 내 소원을 이뤄내면 된다는 생각이었지. 그런데 그 재료가 신 혹은 악마의 신체였을 줄이야. 참 멍청했던 거지.”
자조 어린 미소를 머금은 채로 낄낄대던 알케미가 테이블 위에 놓인 액자 하나를 조심스레 쓰다듬으며 말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의 이름은 애나. 내 모든 것을 바칠 정도로 사랑했던 그녀는 몬스터들의 손에 의해서 죽었다. 하지만 현자의 돌만 있으면 나는 다시 그녀를 살릴 수 있어!”
핏발이 선 눈으로 액자를 바라보며 부들부들 몸을 떨어대는 알케미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강혁은 그의 어깨를 두들겨주었다.
“그 소원 내가 이뤄주마. 대신 현자의 돌은 내가 먼저 쓰도록 하지.”
“....? 왜지? 너도 나와 같은 이유인가? 누군가를 살리고 싶어서?”
궁금증이 가득 어린 얼굴로 바라보는 알케미를 바라보며 고개를 가로저은 강혁은 자신에게 현자의 돌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더 많은 신들을 죽이기 위해서.”“....!!!”
“신들을 확실하게, 그리고 많이 죽이기 위해서는 일단 내가 그들과 동급 혹은 그보다 더 강해져서 그들을 개미처럼 짓눌러 죽일 수 있을 때까지 강해지기 위해선 내게도 현자의 돌이 필요해. 어때? 내가 먼저 현자의 돌을 사용할 기회를 주겠어?”
“웃기는 녀석이군. 일단 신 한 명부터 죽이고 나서 얘기하도록 해.”
“물론이지. 조금만 기다리라고 네가 원하는대로 현자의 돌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게 해줄 테니까.”
그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똑같은 목적, 현자의 돌을 향해 달려가는 두 사람은 다시 없을 비즈니스 파트너였다.
*“연금술은 기초적인 약초 배합 및 몬스터들의 피를 이용한 방법들로 기본적인 포션을 만든다.”
“재료는 어디서 구하지?”
“지금 너를 가르치는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냐.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연금술 재료는 내게 있다고 생각해도 된다.”
“현자의 돌 재료는 없잖아.”“....너 나가.”
“장난이야, 장난.”
짓궂은 장난에 입술을 삐죽 내밀며 불만을 드러내는 알케미의 모습에 강혁은 피식 미소를 지으며 손사래를 쳤다.
다행히도 금세 화를 푼 알케미는 곧바로 강혁에게 연금술에 대한 것들을 하나하나 가르쳐주었다.
무슨 약을 만들 때에는 어떤 약초를 어떤 배합시을 통해 어느 정도의 세기로 저어야 하는지 등.
연금술의 기초부터 시작해서 심화 과정까지 강혁은 막힘없이 배워나갔다.
그런 강혁의 모습에 알케미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넌 정말 괴물이군. 대체 어떻게 그런 속도가 가능한 거지? 넌 연금술에 대한 재능도 없지 않나?”
“미안하지만 방금 생겼어. 지금은 중급 2레벨이고. 역시 스승이 뛰어나니 배우는 게 빠르네.”
“....하아? 생겨? 재능이? 정말 내가 집안에 박혀 있던 사이에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모르겠군.”
“이제 좀 감이 잡혀? 내가 네게 필요한 재료를 구해다 줄 거라는 게?”
“....솔직히 아직까지는 긴가민가 하지만 도박수를 던져볼만한 패라는 건 확실한 것 같군. 그런데 연금술은 왜 배우는 거지? 네게 필요한 포션들은 내가 모두 지원해줄 수 있다만.”
알케미의 말대로 알케미는 강혁을 전폭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각종 포션은 물론이고,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알케미 회사의 건물들에 대한 사용 허가 등.
다양한 방법으로 편의 및 실력을 상승시키기 위해서 많은 지원을 해주었다.
그중에는 다량의 엘릭서마저 있었으니 강혁으로서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세계 최고의 연금술사가 직접 포션을 만들어서 지원을 해준다고 했음에도 강혁이 직접 연금술을 배우는 이유는 단 하나.
“재능을 성장시키면 스탯이 오르거든. 이렇게 좋은 기회를 그냥 날릴수는 없지.”
“....나만 귀찮아졌군 그래.”
“내가 성장하는 게 네 꿈이 가까워지는 일이라는 걸 모르지 않을 텐데?”
“젠장, 알았다고. 조금이라도 늦장부리거나 늦는다면 엉덩이를 때려주마.”
“걱정하지 마. 네 수업의 진도를 못 따라가는 일은 없을 테니까.”
자신감 넘치는 강혁의 말과 함께 그의 눈앞에 이제는 익숙해진 메시지창 하나가 떠올랐다.
[특성 : 청출어람이 활성화 되었습니다.]
재능 성장에 청출어람이라는 부스터라는 단 채로 알케미 연금술 특강이 막을 올렸다.
*한 달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강혁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고, 그와 더불어 잠에서 깨어난 니아 아리엘의 방문 등을 맞이하며 바쁘게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 여러 소식들이 강혁의 귀에 들려왔지만 연금술을 배우느라 바쁜 그에게 소식들을 듣고 소식의 주인공에게 안부 전화를 걸 수는 없었다.
“....완성이다!”
“진짜 넌 괴물이군. 믿기지가 않아. 현자의 돌을 제외하면 가장 만들기 힘든 엘릭서를....”
“좋은 재료, 좋은 스승, 좋은 제자가 모였으니 당연한 일이지.”
한 달 동안 비약적인 성과를 얻게 된 강혁은 무려 엘릭서를 제조해내는 데에 성공했다.
그와 동시에 막혀 있던 상급의 벽을 깨부수고 강혁은 상급의 경지에 발을 들였다.
최근 들어서 상급에 오른 재능을 가져본 적이 극소수였던 강혁에게 상급 연금술은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중급 연금술[LV.9]가 상급 연금술[LV.1]로 성장하였습니다.]
[보상으로 모든 스탯들이 30씩 올랐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오르는 30개의 스탯들을 바라보며 강혁은 자신의 상태창을 불러왔다.
[이강혁]
재능 : [올 마스터]
신체 : [반성반마(半聖半魔)] [사령강체(死靈强體)] [반룡체(半龍體)]
특성 : [한계 초월] [성자] [칠죄] [인내] [청출어람] [불완전한 만독불침] [불굴]
세부 재능 : 전투 예지[LV.MAX] 용혈[LV.8] 상급 무술[LV.4] 상급 몬스터 지식[LV.2] 상급 연금술[LV.1] 상급 대장일[LV.1] 중급 무두질[LV.3] 중급 그림자술[LV.5] 중급 마법[LV.3] 중급 음양도[LV.1]
[근력] : 392 [체력] : 388 [민첩] : 390 [지력] : 357 [마나] : 490 [신성력] : 530 [마기] : 530 [사기] : 472
처음 각성 했을 당시의 빈약한 상태창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화려한 상태창의 면면을 바라보며 강혁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고 있을 때.
옆에서 알케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봐.”
“지금 오랜만의 스탯 성장으로 기쁨을 느끼고 있는데 이걸 방해할 생각이야?”
“그게 아니라 네 주머니가 흔들리고 있는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주머니가 흔들려? 그게 대체 무슨....”
강혁이 허리춤에 멘 주머니는 아공간 주머니.
당연하게도 갑작스레 그게 흔들릴 이유 따위는 없었기에 알케미가 농담을 던졌거니 하며 허리춤을 바라본 강혁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덜덜덜-
‘....뭐야 이거?’
정말로 아공간 주머니가 사시나무 떨리듯이 덜덜덜 떨리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 사실에 다급히 아공간 주머니를 열어본 강혁은 무엇이 아공간 주머니를 진동 모드로 바꾸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턱-
“....알?”
아공간 주머니에서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단 하나의 알.
쩌적- 쩍-
그랜드 캐니언에서 가져온 드래곤의 알이 덜덜덜 떨리더니 이내 서서히 표면에 실금이 가며 깨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완전히 깨어진 알에서 모습을 드러난 유치원생만한 도마뱀이 활짝 웃으며 강혁을 향해 텔레파시를 쏘아보냈다.
-아빠!
강혁에게 드래곤 자식이 생기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