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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올 마스터-78화 (79/178)

나 혼자 올 마스터 #78

2페이즈라고 했지만 사실 니아 아리엘과 강혁의 승부는 강혁이 악신화라는 새로운 패를 꺼내들었을 때부터 끝이 난 것과 다르지 않았다.

만약 강혁이 신성화 혹은 드래곤으로 변했다면 모르지만 악신화라는 카드는 니아 아리엘의 정보망에 없었다.

결국 정보의 부재는 매우 크게 작용했고, 지금까지는 둘 다 패를 까고 게임을 했다면 지금은 일방적으로 니아 아리엘의 패만 까진 상태인 셈.

그 결과는 어쩌면 당연했다.

콰앙-!

하늘에서 떨어져내린 니아 아리엘이 땅바닥에 처박힘과 동시에 주변에 크레이터가 생겨나며 니아 아리엘이 방금 전의 강혁과 같이 검은 피를 토해냈다.

방금의 일격이 얼마나 큰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셈.

“....크, 강혁이 좀 센데?”

“지금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수니까.”

하늘 위에서 4개의 검은 날개와 4개의 순백의 날개를 펄럭이며 담담하게 대꾸하는 강혁의 모습에 니아 아리엘은 이를 악물었다.

아무리 강혁이 제우스와의 전투를 통해 강해졌다고 하지만 그녀는 10년의 세월 동안 최강의 자리에 서 있었다.

당연히 자신의 패배가 가깝게 느껴지지 않은 것.

물론 제우스와의 전투에서 반신의 신체를 꽤 오랫동안 사용한 과부화가 있다고 하나 그건 핑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그녀는 잘 알고 있다.

그건 강혁 또한 마찬가지였으니까.

‘....안 돼, 나는....나는 정상에 서서 그 사람을 뛰어넘어야....!’

그녀가 간절히 넘기를 바라는 그 사람.

‘....검성! 그 사람을 이기지 전까지는 절대로 지면 안 되는데....’

검성, 장 진.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자이자 니아 아리엘이 넘기를 바라는 거대한 벽.

그를 넘기 전까지는 패배하지 않겠다고 자신과의 다짐을 했던 그녀에게 코앞까지 다가온 패배는 두 눈을 질끈 감게하기에 충분했다.

10년의 세월 동안 단 한 번, 검성 장 진에게만 패배했던 그녀에게 패배라는 단어는 너무나도 어색했다.

“그럼 끝내자.”

하지만 고고하게 하늘 위에 서서 내려다보는 강혁은 서늘한 목소리로 대련의 끝을 알렸다.

그와 동시에 강혁의 날개에서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마기와 신성력이 각기 다른 창칼이 되어 니아 아리엘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흐....흐으아아아아!!!”

콰과과광!

물론 그녀도 마냥 그걸 바라만 보고 있지 않았다.

제자리에 꼿꼿하게 서서 자신을 향해 떨어져내리는 수십, 수백개의 창칼을 주먹을 쳐부숴가며 서서히 전진했다.

건틀렛에 금이 가고, 부숴지고, 완전히 박살이 나더라도 맨손으로 창칼을 깨부수며 그녀는 강혁을 향해 나아갔다.

핏- 피핏-

부서진 마기의 칼날이 그녀의 몸을 베어갔다.

박살난 신성력의 창대가 그녀의 몸을 후려쳤다.

전신의 뼈에 금이가고, 심한 곳은 부러져서 내부의 장기를 짓누르는 곳마저 존재했지만 그녀의 발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강혁을 향해 다가가는 속도를 높힌 채로 강혁의 앞에 도달했다.

타닥-

자신의 앞에 도달한 니아 아리엘의 만신창이 같은 몸을 바라보며 강혁이 입을 열었다.

“들어와.”

“....!”

명백하게 자신을 내려다보는 듯한 강혁의 목소리에 니아 아리엘의 상처 가득한 주먹이 꽈악 쥐어졌다.

그리고 이내 그녀의 마지막 힘을 담은 주먹이 강혁의 명치에 닿았다.

툭-

다가오는 데에 모든 힘이 사용하고 주먹을 툭- 하고 내뻗을 힘밖에 남지 않은 주먹이 말이다.

당연하게도 강혁에게는 아무런 피해도 없었고, 간지럽지도 않았다.

주먹을 내뻗는 것으로 모든 힘을 사용한 니아 아리엘의 몸이 무너져내렸고, 강혁은 가볍게 그녀를 받아들었다.

깃털처럼 가볍게만 느껴지는 그녀의 무게에 피식 미소를 터뜨린 강혁의 손에 신성력이 흘러나왔다.

파아아앗-!

주변을 밝게 비추는 환한 신성력이 그녀의 몸에 스며들고, 전신에 금이 간 그녀의 몸은 빠르게 회복되었다.

다만 전투의 피로가 누적이 된 탓에 니아 아리엘은 곧바로 눈을 뜨진 못했다.

결국 곤히 기절한(?) 니아 아리엘을 들쳐 업은 강혁이 루터 할론이 누워 있는 방으로 향했다.

“침대 하나 남았지?”

정확하게는 그 옆에 있는 침대가 있는 방으로 말이다.

*“아주 격렬하게 방이 덜컹거리던데 대체 뭘하고 나온 거지?”

“....아무 것도 안 했어. 이상한 상상하지 마.”

“그렇다고 해두지.”

얼마 간의 시간이 지나고 유난히 툭탁거리던 방에서 나온 강혁을 향해 루카스 폴른의 이죽거림을 애써 무시하며 강혁은 그의 앞에 걸터앉았다.

“니아는?”

“자. 아주 푹 자던데?”

“오 마이 갓. 대체 니아를 얼마나 굴려야 그 녀석을 죽은 듯이 자게 할 수 있는 거지?”

“....의미가 두 개인 것 같은데 기분 탓이지? 친구?”

“물론이지, 브로.”

평소와 다르게 흥분한 기색 어려 있는 루카스 폴른 한 차례 씨익 미소를 지으며 대꾸하자 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이 고개를 내저으며 냉수를 들이켰다.

“난 이제 미국으로 가서 알케미를 만날 거야.”

“안 말린다고 말했어. 그가 과연 네가 내미는 대가를 받을 지는 모르겠지만....보내주는 것까지는 도와주도록 하지.”

“그걸로도 충분해.”

영국에서 미국까지 비행기를 타는 것보다 루카스 폴른의 순간이동을 이용하는 게 훨씬 편한 건 말할 것도 없는 얘기다.

알케미가 과연 강혁의 제안에 응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방법은 없었다.

‘다른 이들에게 빚을 지는 것보단 내가 직접 처리하는 게 더 낫겠지.’

빚지고는 못사는 성격답게 자신이 먹은 엘릭서에 대한 대가는 자신이 직접 치루려는 강혁의 모습에 루카스 폴른은 한 가지 조언을 해주었다.

“이게 먹힐지는 모르겠지만....알케미에 관한 소문이 있다.”

“소문? 무슨 소문?”

“현자의 돌.”

“....그거 허무맹랑한 소문 아니었어?”

“원래 소문이란 으레 그런 법이지. 하지만 알케미가 현자의 돌을 만들기 위해서 동분서주한다는 말은 사실이다. 그 녀석이 만든 엘릭서가 현자의 돌을 만들다 놓은 부산물에 불과하니까.”

“....허, 장난 아닌데? 그걸 진짜 만들 생각을 한 것도 모자라 열화판에 가까운 엘릭서를 만들어냈다는 거지? 근데 그 정도면 알아서 현자의 돌을 만들 수 있는 거 아니야?”

현자의 돌.

모든 연금술사들의 꿈이자 그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 말 그대로 허깨비에 불과한 꿈.

하지만 그걸 만들게 된다면 신에 가까운 힘과 영생을 지니게 된다는 소문이 있기에 많은 연금술사들의 목표이자 도착점이기도 한 것.

그것이 바로 현자의 돌이었다.

그렇지만 벌써 엘릭서가 시중에 돌아다닌지도 몇 년이 지났다.

물론 워낙에 가격이 비싸고, 물량이 없어서 몇 번 나타나지도 않았지만 처음 나타난 시점은 분명 몇 년 전이었다.

즉, 알케미의 재능이라면 충분히 현자의 돌을 만들고도 남았을 시간이라는 얘기이기도 했다.

“딱 한 가지의 재료를 구하지 못해서 만들지 못했다고 하더군. 그가 꼬장을 부리는 이유도 자신의 꿈을 코앞에 두고 도달하지 못한 것에 대한 반발심이라고 하니 아마 맞을 거야.”

“그가 구하지 못하는 재료가 있나? 그의 말 한 마디면 전 세계의 헌터가 달려들 텐데?”

“아니, 절대 구하지 못할 걸? 하지만 강혁 너라면 다를지도 모르겠군.”

“나? 내가 거기서 왜 나와?”

갑작스레 자신을 지목하는 루카스 폴른의 모습에 강혁이 의아함을 감추지 못할 때.

루카스 폴른은 알케미가 구하지 못한 단 한 가지의 재료를 말해주었다.

“신의 파편. 어쩌면 신의 시체라고 불러야 할 그것이 바로 현자의 돌의 마지막 재료다.”

신의 유해.

그것이 알케미가 구하지 못한 유일한 현자의 돌의 재료라는 걸 알게된 강혁의 얼굴에 놀람이 어렸고 이내.

“....협상에 쓸 아주 좋은 카드가 생겼네.”

“좋은 결과를 기대하지.”

“걱정하지 마. 곧바로 보내줄 수 있겠어?”

“물론, 이미 한 번 가본 적이 있으니 그의 집 앞으로 보내주마.”

“부탁할게.”

입가에 진한 미소가 걸렸다.

그리고 이어진 강혁의 부탁에 루카스 폴른이 손을 살짝 흔들었고, 강혁의 모습은 방안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벌컥벌컥-

어두컴컴한 방안.

바닥에 널린 빈 술병들이 방 주인이 얼마나 폐인적인 생활을 보내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하지만 방 주인은 그런 생활을 청산할 생각이 없는지 그저 블랙 라벨이 붙은 값비싼 술을 벌컥벌컥 들이키고 있을 따름이었다.

“크흐.”

뗑그렁-

단숨에 비워버린 술병이 바닥에 널부러진 술병들의 대열에 동참하고 사내는 끄윽하는 트름 내뱉었다.

“빌어먹을....이제 코앞인데....드디어 내 꿈이....연금술사들의 꿈이 눈앞인데....”

알 수 없는 말을 한참이나 중얼거리던 사내는 머리를 벅벅 긁다가 이내 옆에 놓인 포션 하나를 들이켰다.

중독 증상을 치유하는 해독 포션으로 그 가격은 한 병에 수백 만원을 호가하며 라벨에 붙은 ‘알케미’라는 이름은 그 가격을 몇 배로 뻥튀기 시켜준다.

즉, 저 조그마한 포션병 하나가 수천 만원이라는 것.

하지만 사내는 거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수천 만원짜리 해독 포션을 물처럼 벌컥벌컥 들이켰다.

한 병을 통째로 비우고 그제야 술기운이 날라갔는지 멀쩡한 얼굴이 된 사내가 다시금 술병을 향해 손을 뻗을 때였다.

띵~동~

“....올 사람이 없는데.”

술에 취한 상태였다면 그냥 쫓아냈겠지만 사내는 방금 막 술에서 깬 상황.

호기심이 동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위치한 곳은 아주 인적한 곳이고, 경비 업체가 공을 들여 설치한 방어 수단마저 가득하다.

일반인이 발을 디뎠다간 뼛조각 하나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도 이상할 게 없는 곳이라는 얘기.

헌터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자신에게 무언가 바라는 게 있고, 그만한 무력이 있다면 말이 달라진다.

씨익-

“이번엔 어떤 조건을 걸어볼까.”

얼마 전에 자신을 찾아온 무신과 현자 그리고 성녀에게 걸었던 치욕스런 조건들을 상기하며 실실 미소를 짓던 사내, 알케미는 현관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만약 상대방에게 살의가 있다면 곧바로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죽으면 죽지 뭐. 어차피 살 의욕도 없어졌는데.’

평생의 염원이 눈앞에서 물거품이 된 뒤부터 그는 쭉 이 상태였다.

그저 죽지 못해서 사는 상황.

그런 그에게 유일한 즐거움은 콧대 높은 헌터들을 포션 등을 미끼로 치욕적인 조건을 수락하게 하는 것이었다.

이번에도 얼마 전과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가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문을 열었을 때.

그의 눈에 들어온 건 낯익은 얼굴이 아니었다.

“....누구지?”

“이강혁.”

“....아아, 요즘 그렇게 말이 많던 올 마스터가 너구나? 그으래, 저번에 네 친구들이 엘릭서를 가져갔는데 효과가 좋았나보네? 멀쩡한 걸 보니.”

“만든 사람 솜씨가 좋은가보지.”

“그래서 넌 왜 온 거지? 너도 엘릭서 필요해?”

“아니, 난 다른 사람들이 대가로 건 계약을 대신하기 위해서 찾아왔다.”

“....흠, 난 딱히 구미가 땡기지 않는데. 그 계약은 그들이기에 한 계약이란 거지. 네가 하면 아무 의미도 재미도 없거든.”

씨익 미소를 지으며 대꾸하는 그의 모습에 강혁은 무덤덤한 얼굴로 자신이 가져온 패를 곧바로 깠다.

“신의 시체. 내가 구해다 주지.”

“....!!!”

“대신 내게도 연금술을 가르쳐줘라.”

“....허, 뭐 이런 미친놈이.”

담담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강혁의 모습을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알케미는 멍하니 바라보았고.

“....시발, 들어와.”

말이나 들어보자는 생각으로 그는 강혁을 자신의 집안으로 들였다.

현자의 돌을 만들지 못한다는 생각에 외부와 단절한 이후로 처음으로 들인 첫 번째 손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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