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올 마스터 #77
몸의 대화.
니아 아리엘과 종종하곤 하는 그건 오해할 여지가 많지만 침대 위가 아닌 대련장에서 벌어지는 대련을 얘기하는 것이었다.
물론 전자를 예상시키기 위해서 저런 말을 내뱉는 것이지만 강혁은 이제 더 이상 그런 말장난에 놀아나지 않았다.
쾅쾅-
양손에 나눠낀 건틀렛을 부딪치며 씨익 미소를 짓는 니아 아리엘의 입이 열렸다.
“자신감 넘치는데?”
신격 하나를 흡수했다고 자신을 상대로 이길 수 있을거란 자신감을 드러내는 강혁의 모습에 니아 아리엘은 가소롭다는 듯이 강혁을 바라봤다.
그녀의 입장에서 강혁은 정말 좋은 친구이자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아직까지는 자신보다 약한 존재라고 종종 생각하곤 했다.
그건 신격을 흡수한 지금 또한 마찬가지.
여태까지는 제대로 다루지 못했던 데미갓 바디를 어느 정도 잘 다루게 된 것도 그런 생각에 힘을 보태주었다.
현재 그녀는 아주 오랜만에 막혀있던 벽을 뚫고 다음 단계로 나아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혁 또한 자신이 있는 건 매한가지였다.
“당연하지. 난 오늘 널 쓰러뜨릴 거니까.”
“어머, 이런 흙바닥도 좋다면 나도 좋아.”
“....제발.”
물론 한 마디 던졌다가 이어진 말장난에 강혁은 인상을 찌푸렸지만 니아 아리엘의 입가에 걸린 미소는 지워질 기미조차 없었다.
“준비됐어?”
“물론이지. 바로 시작해도 돼.”
“좋아, 그럼 바로 간다?”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말하는 니아 아리엘을 바라보며 강혁 또한 자세를 잡았다.
신격을 흡수하고 강해졌다지만 니아 아리엘은 결코 만만찮은 상대가 아니라는 걸 강혁은 잘 알고 있었다.
‘제우스의 번개를 주먹으로 쳐서 소멸시키는 건 평범한 사람으로선 불가능한 일이지. 그것도 모자라서 여러 번 소멸시키는 걸로도 부족해서 멀쩡한 모습으로 서 있다는 건 니아의 강함 또한 궤를 달리한다는 의미. 방심은 있을 수 없다.’
좀 전의 전투에서 니아 아리엘이 보여준 퍼포먼스 강혁에게 방심이라는 단어를 허락하지 않았다.
제우스 번개를 능수능란하게 주먹으로 쳐내던 그 모습은 무신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나도 전력으로 간다.’
엘릭서를 먹고, 온갖 성직자 성기사들이 달라붙어 힐을 퍼부은 현재의 강혁의 몸상태는 아주 좋았다.
거기에 신격의 조각을 흡수함으로서 육체마저 한 단계 진일보한 상황.
전혀 꿀릴 게 없다는 생각과 함께 강혁이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한계 초월.”
분노의 말은 옳았다.
제우스의 신격을 흡수한다면 한계 초월을 사용하는 데에 제약이 많이 사라질 거라는 바로 그 말 말이다.
실제로 강혁은 한계 초월 사용하는 데에 더 이상 몸이 박살나는 고통을 느끼지 않아도 되었으며, 시간에 쫓겨 초조해지지도 않았다.
물론 지금도 한계 이상의 출력을 토해내며 붕괴될 위험성은 존재했지만 신격을 흡수하기 전과 비교하면 말할 필요도 없이 지금이 훨씬 더 나았다.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강혁이 입꼬리를 올리며 입을 열었다.
“악마화.”
힘과 힘의 대결을 노린 듯 마기를 바탕으로 한 악마와도 같은 힘을 보여주는 악마화를 택한 강혁의 전신이 마기로 물들었다.
마기로 이루어진 8개의 날개들이 펄럭이고, 마기로 이루어진 기파가 주위에 터져나갔다.
주위가 한적한 곳이었기에 망정이지 만약 도시였다면 주위가 완전히 박살이 났더라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
강력한 기파에 주위에 몰아친 바람에 펄럭이는 머리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은 채, 니아 아리엘은 황홀한 표정으로 강혁을 바라보았다.
“강해지긴 했구나! 강혁아!”
“너도 제대로 덤벼. 봐주는 거 하나 없이.”
“....좋아, 그 정도로 나와주는데 빼면 무신 이름 버려야지? 안 그래?”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그리 대꾸함과 동시에 니아 아리엘에게서도 붉은 기파가 터져나왔다.
마나로 전신을 강화함과 동시에 전투에 열광하는 그녀를 상징하는 진한 붉은 기파가 그녀를 기점으로 터져나오며 주변을 휩쓸었다.
마기와 마나의 기파.
그런 상황 속에서 알마드와 블라드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난 주인님에 걸지.”
“흠, 저 인간 여자도 만만치 않아 보이는데? 난 저 여자에게 걸어보겠다. 솔직하게 말해서 저 여자는 지금의 나로서는 상대하기 힘들 것 같군.”
“그건 그래. 이미 저 여자는 완연한 반신까지 한 발자국 정도만 남기고 있는 것 같으니까. 하지만 주인님도 만만치 않을 걸.”
“그렇겠지. 제우스의 신격이라....아무리 적은 양이라지만 그걸로도 유의미한 성장을 이룩하기엔 충분하니까.”
아주 조금의 신격이라도 분명한 도움이 될 정도로 현재의 강혁은 중요한 기로에 서 있었다.
그 기로에서 큰 도움을 준 것이 제우스의 신격이고.
당연하게도 덕분에 지금의 강혁은 여태까지의 강혁과 비교할 수 없었다.
물론 그건 니아 아리엘 또한 마찬가지이기에 두 사람은 그저 흥미로운 얼굴로 팝콘 봉지를 듣었다.
*쾅!
“선공은 내 거야!”
선공은 니아 아리엘의 것이었다.
바닥이 부숴질 정도로 땅을 박참과 동시에 허공으로 떠오른 그녀가 강혁을 향해 붉은 마나가 짙게 깃든 주먹을 내질렀다.
사람의 몸 정도는 가볍게 부숴버릴 힘이 담긴 주먹이 강혁의 면상을 노리고 뻗어졌고, 그런 주먹을 강혁은 가볍게 흘려냈다.
탁- 타닥-
마기가 뒤덮힌 손등으로 주먹의 궤도를 틀고, 이어서 반대손으로 팔꿈치 부분을 가격했다.
우드득-
팔이 부러지는 듯한 기괴한 소리와 함께 니아 아리엘이 내지른 팔이 기형적으로 뒤틀렸다.
하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른 주먹을 내지르며 강혁의 빈틈을 파고 들었다.
빠각-!
마기로 이루어진 단단한 갑주에 정확하게 클린 히트가 꽂히고, 마기 갑주에서 쩌적- 하는 섬뜩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퍼석-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주먹에 담긴 붉은 마나가 파고든 검은 갑주의 일부가 부숴져내리고 강혁의 뽀얀 속살이 드러났다.
그 틈을 향해 손을 쫙 편 니아 아리엘의 칼날 같은 손날이 파고 들었다.
푹-!
“....큭, 이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우리 강혁이 내부는 따뜻하네? 겉은 북풍 한설 같이 차가운데 말이야.”
“....”
옆구리 쪽에 손을 밀어넣고는 헤실헤실 웃는 니아 아리엘의 모습에 인상을 찌푸린 강혁이 그대로 허공에서 발길질을 날렸다.
빠악!
마찬가지로 니아 아리엘의 복부에 틀어박히는 강혁의 발끝이 니아 아리엘의 복부 깊은 곳까지 파고들었다.
“....컥!”
“몸뚱이 하나만 믿고 갑옷을 안 입으면 그렇게 되는 거야, 니아.”
“....설교는 나중에 해!”
평소에 단단한 몸을 믿는 니아 아리엘은 가벼운 천 갑옷 혹은 가죽 갑옷을 선호한다.
물론 그건 강혁도 마찬가지이지만 지금은 마기로 그 위에 두터운 마기 갑주를 두른 상황.
그것도 무게가 거의 없다시피한 마기의 갑주는 방어력과 기동성 면에서 아주 큰 격차를 만들어냈다.
덕분에 니아 아리엘과 벌어진 격차를 두고 전투에 임하게 된 강혁은 우위에 있게 되었고, 그것이 지금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마기가 듬뿍 담긴 발끝이 파고든 복부를 통해 꾸역꾸역 밀려들어가는 마기는 니아 아리엘의 전신을 괴롭힐 터.
거기까지 마친 강혁은 발끝을 빼내어 뒤로 물러났다.
울컥-
니아 아리엘의 손이 파고든 옆구리에서 피가 울컥 솟아올랐지만 아쉽게도 현재 강혁에겐 한톨의 신성력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로지 1000을 훌쩍 넘는 어마어마한 마기만이 존재할 뿐.
다행히 마기에도 상처를 막는 방법은 있었기에 마기로 상처 부위를 틀어 막은 강혁은 저 멀리 떨어져서 숨을 헐떡이는 니아 아리엘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전신에 파고든 마기는 그녀의 전신에 넓게 퍼져 그녀에게 최악의 고통을 선사하고 있었다.
울긋불긋 올라온 검은 핏줄만 보더라도 그녀의 고통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니아 아리엘은 포기하지 않았다.
“후읍....!”
한 차례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그녀의 전신에 퍼진 마기가 순차적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강혁은 당황을 멈출 수 없었다.
‘....마기가 줄어들고 있어?’
그녀의 몸속에 파고든 마기는 강혁의 통제 하에 있다.
당연히 마기가 어떻게 변하는지는 강혁이 모조리 알 수 있다는 얘기.
덕분에 강혁은 그녀의 몸속에 파고든 마기가 서서히 줄어들고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사라진 마기가 어딜로 갔는지 또한 알아냈다.
“....그걸 흡수해? 너도 독하다. 독해. 아니, 이게 독한 걸로만 되는 일인가?”
“미안하지만 내 재능은 한계를 깨부수는 재능이야. 안 되는 걸 되게 하는 재능이라는 거지. 그리고 지금은....내게도 새로운 무기가 생겼네?”
“....미쳤네.”
푸화아아악-
강혁이 심어놓은 마기는 니아 아리엘에게 온전히 흡수 되어 그녀의 창칼이 되어주었고, 그런 창칼은 강혁에게 겨누어졌다.
살다살다 자신의 마기에 공격을 당하는 미친 상황에 놓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던 강혁에게 니아 아리엘의 공격이 쏟아졌다.
파바바방-!
무(武)에 있어서 정점에 이른 그녀의 근육 한올한올이 그녀의 의지대로 움직이며 최적의 투창, 투검 경로를 만들어낸다.
그렇게 마치 컴퓨터보다 더 컴퓨터 같은 완벽한 경로를 만들어낸 니아 아리엘의 투창, 투검이 강혁의 전신에 꽂혔다.
마치 과녁과도 같은 모습에 강혁은 검은 피를 토해냈다.
니아 아리엘이 마기로 빚은 창고 칼은 비단 마기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니아 아리엘 특유의 붉은 마나가 섞인 마기의 무기로, 강혁이 흡수했다가는 오히려 탈이 나는 무기였다.
즉, 자신의 몸에 꽂힌 창과 칼을 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 강혁을 향해 니아 아리엘이 도약했다.
“끝내자, 강혁아. 넌 아직 나한테 안 돼!”
꽈드드득-
상상도 할 수 없는 거력이 담기는 끔찍한 소리와 함께 말아쥐어진 니아 아리엘의 주먹이 강혁의 명치에 틀어박힌다.
꽈앙-!
주먹과 명치가 만났다고는 믿기지 않는 폭발음.
그것이 주위에 울려퍼지고, 강혁은 다시 한번 검은 피를 토해내야만 했다.
“....컥!”
정신이 혼미해지는 충격과 동시에 강혁의 몸에 박힌 창칼이 스르륵 뽑혀나와 니아 아리엘의 손으로 되돌아왔다.
창칼이 빠진 자리에 생겨난 구멍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나와 웅덩이를 이루었다.
그 모습에 니아 아리엘인 코웃음을 쳤다.
즐거움마저 가득 담긴 그런 코웃음과 함께 그녀가 뒤돌아서는 순간.
“....아직, 아직 안 끝났다.”
“그 상태로 뭘 더 해보겠다고? 다른 모습으로 변해도 마찬가지야. 다른 모습이 지닌 파괴력은 무척이나 적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방어에는 유리하겠지. 하지만 그 뿐이야. 순순히 인정하지 그래? 그럼 내가 사랑이 담긴 손길로 치유해줄 테니까.”
그녀의 말은 옳았다.
신성화 상태에서는 힐과 각종 버프를 통해 전투 유지력을 높힐 순 있지만 악마화처럼 그녀를 몰아붙일 강력한 힘은 부족해진다.
즉, 악마화 상태에서 이기지 못한 강혁에게 승산은 없다는 얘기.
하지만 강혁에게는 새롭게 생겨난 또 하나의 선택지가 있었다.
물론 반용체를 통한 용체를 통해서 드래곤으로 변하는 건 아니었다.
그저 그가 가진 반성반마라는 신체를 극대화시키는 새로운 방법이 있었을 뿐.
“....악신화.”
그와 동시에 강혁의 등에 돋아난 8개의 날개 중 절반이 흰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강혁의 등에는 4개의 검은 날개와 4개의 하얀 날개가 돋아나 있었고, 그런 강혁에게서 강력한 마기와 신성력의 기파가 터져나오며 니아 아리엘을 덮쳤다.
자신이 뿜어낸 기파에 허우적대는 니아 아리엘을 바라보며 신성력을 상처를 치료하던 강혁이 입을 열었다.
“2페이즈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