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올 마스터-75화 (76/178)

나 혼자 올 마스터 #75

반용체(半龍體).

강혁이 한계 초월을 사용한 신체의 이름이었다.

사실 반성반마에 사용하여 악마화 혹은 신성화를 사용하는 것이 강혁이 노리던 방법 중 하나였다.

하지만 여태까지 많이 사용했으며 신 정도 되는 이들이라면 분명 알고 있을 게 확실한 능력을 꺼내는 것이 맞는가? 에 대한 생각이 강혁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그래, 아마 그걸로 상대하려고 했다면 분명 내가 졌을 거야.’

제우스의 반응만 보더라도 미래를 능히 예측할 수 있으리라.

아무리 강혁이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하고, 악마화와 신성화에 대한 정보를 알리지 않았다지만 그것이 신들에게까지 해당되진 않았을 터.

그런 강혁의 생각은 정확했고, 그렇기에 강혁은 반성반마에 한계 초월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반용체에 한계 초월을 사용하는 걸 택했다.

‘은근 도박수였는데 제대로 성공했네.’

드래곤.

직접 만나본 적은 없기에 그 강함을 예측할 수 없었고, 설사 강하다고는 하더라도 반신 상태인 악마화와 신성화보다 더 강할 지는 미지수였다.

하지만 지금 용체로 변한 반용체와 동시에 ‘진짜’ 드래곤과 같은 거대한 모습으로 변하여 브레스를 뿜는 순간 강혁은 확신을 내릴 수 있었다.

‘넌, 뒤졌어.’

제우스의 신격에서 파생된 자아가 빼앗은 루터 할론의 몸.

그걸 자신이 되돌릴 수 있다는 확신이 말이다.

정확하게는 탈취(물리)를 이용해서.

푸화아아아악!

그렇게 영국에 위치한 루터 할론의 저택이 있던 자리는 드래곤의 브레스로 인해서 터조차 남지 않게 되었다.

*푸스스스-

땅이 녹아 사라진 자리.

무너져 내리는 흙더미를 받아내며 그곳에서 만신창이가 된 사람 한 명이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이럴 리가....이럴 리가 없다....내가....이 내가 고작해야 필멸자 따위에게....”

마치 반쯤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띄엄띄엄 말을 이어나가는 그의 모습을 누군가가 위에서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마음에 안 들어.”

“....네놈!”

입을 연 누군가.

그는 다름 아니라 인간 상태로 되돌아온 강혁이었다.

한계 초월을 해제한 것이 아닌 드래곤들 특유의 폴리모프를 통한 인간 상태였다.

당연히 옷에 가려진 부분 아래에는 단단한 드래곤 스케일이 빈틈 없이 들어서 있었다.

브레스를 정통으로 맞고 빈사가 되어버린 제우스로서는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멀쩡하며 강력한 상태라는 얘기.

드래곤의 거대한 힘이 인간의 몸이라는 작은 그릇에 압축되어 있는 셈이니 약한 게 더 이상할 터였다.

하지만 자신을 노려보며 핏발을 세우는 제우스의 모습에 강혁은 마이웨이를 이어나갔다.

“마음에 안 든다니까. 너보다 루터 아재가 더 강할 텐데 말이야. 차라리 루터 아재에게 몸을 넘겨주는 건 어때? 그게 더 나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닥치라고 하지 않았느냐!”

콰릉-!

분노가 담긴 핏빛 번개.

그것이 강혁의 머리 위로 떨어졌지만 강혁은 자신의 머리에 번개가 도달할 때까지 팔짱을 풀지 않았다.

맞아도 무사할 거라는 생각에?

그건 아니었다.

아무리 강혁이 지상 최강의 생명체라는 드래곤의 신체라고 한들 신의 힘이 담긴 번개에 직격 당하고도 무사하길 바라는 건 불가능한 일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혁이 제자리에서 가만히 서 있는 이유는 하나였다.

콰앙!

“우리 강혁이 누나한테 빚진 거다?”

“나중에 한 번에 청구해.”

“그래? 그럼 침대로 올라....”

“....일단 이것부터 처리하고 얘기하지.”

이번 사태를 통해서 오히려 한 단계 더 강해진 니아 아리엘을 믿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신체이자 반신을 상징하는 데미갓 바디를 완벽하게 활성화시킨 현재의 그녀는 반신이나 다를 바 없었다.

물론 강혁의 한계 초월과 같이 언제든지 상시 유지 가능한 완벽한 반신은 아니지만 그걸로도 충분했다.

머리 위로 내리 꽂히는 두 주먹으로 분쇄시키며 멀쩡한 얼굴로 환히 웃음을 짓는 니아 아리엘의 모습은 그녀의 별명 그대로 무신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아무리 강혁과 같은 반신 상태라고 하지만 그녀와 강혁의 차이는 컸다.

강혁은 한계 초월이라는 특성을 이용한 억지로 끌어낸 강함이라면 그녀는 본래 있던 강함에 ‘깨달음’이라는 것이 더해진 강함이었기 때문이다.

둘 다 미완성이라는 점은 같지만 완성된 정도의 차이인 셈.

물론 언젠가는 강혁이 그녀와 같거나 더 강해지겠지만 지금으로선 아직 니아 아리엘에게 닿기란 요원했다.

‘그래도 괜찮아. 언젠가는....언젠가는 내가 그녀보다 강해지면 된다.’

그걸 잘 알고 있는 강혁은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며 제우스를 내려다 보았다.

멀쩡한 강혁과 니아 아리엘의 모습에 제우스가 발악을 시작했다.

콰릉- 콰릉-! 콰르르릉!

마치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굉음과 함게 동시다발적으로 내리꽂히는 번개 다발들.

그 모습을 강혁과 니아 아리엘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무덤덤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태연자약한 모습에 제우스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멍청한 것들! 내 모든 힘이 담긴 벼락이다. 이거라면 네놈들이라고 할 지라도 모조리 막아내는 걸 불가능할 터. 죽은 네놈들의 영혼을 장난감 삼아 몇 년이고 가지고 놀아주마!’

마지막 남은 힘을 모조리 짜내어서 뿜어낸 벼락들.

거기에 담긴 힘은 그리 적지 않다.

저렇게 무방비한 자세로 서 있는 이들을 박살내고 그들의 영혼을 수확하기엔 모자람이 없을 정도.

하지만 두 사람이 태연자약하게 서 있는 데에는 방금 전의 강혁처럼 이유가 있었다.

“남에게 할 일을 떠넘기는 건 그리 좋지 못한 버릇이다. 고치도록.”

“너를 믿으니까 이러고 있는 거지, 루카스.”

“맞아맞아!”

“....후우, 너희랑 엮인 게 내 인생 가장 큰 실수인 것 같군.”

루카스 폴른.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마법사를 단단히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가 모습을 드러낸 즉시,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벼락들이 그들을 향해 내리꽂혔다.

또한 내리꽂히는 벼락을 바라보며 짜증이 담긴 한숨과 함께 루카스 폴른이 손을 뻗으며 캐스팅을 마쳤다.

“....라이트닝 로드(Lightning rod). 맥스(Max).”

콱! 콰곽! 콰과과곽!

캐스팅이 끝나기 무섭게 땅에 우수수 꽂히기 시작하는 검은 피뢰침의 모습에 강혁은 저도 모르게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역시, 루카스! 믿고 있었다고~”

유쾌함마저 느껴지는 강혁의 목소리와 동시에 제우스의 마지막 모든 걸 담은 벼락이 지상을 향해 내리꽂혔다.

아니, 정확하게는 루카스 만든 수십, 수백 개의 피뢰침으로 분산되어 흡수되었다.

쿠르릉-

마치 작은 지진과 같은 흔들림을 끝으로 제우스의 최후의 일격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

마지막 지진마저 사라지고 고요한 주위를 바라보며 제우스가 이를 악물었다.

“지금 내가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내 본체는 멀쩡하다. 너희 같은 필멸자들 따위가 발악하고 발악해봐야 언젠가 죽을 것이고 그때....바로 그때 너희들의 영혼을 갈기갈기 찢어 윤회의 틀 안에도 들지 못하게 할 것이다!”

악을 쓰듯 목에 핏대까지 세워가며 소리치는 제우스의 모습을 무감정한 눈으로 바라보며 강혁이 입을 열었다.

“그게 마지막 남길 유언이지?”

“....으....크으아아아악!”

촤르르륵-

강혁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제우스가 서 있는 자리에서 솟아난 마법의 사슬들이 그의 몸을 칭칭 묶었다.

브레스에 이어 마지막 벼락 공격에 모든 힘을 쏟아부은 제우스는 아무런 반항조차 없이 사슬에 감기는 신세를 면치 못했다.

그렇게 꽁꽁 묶여 버린 제우스의 앞에 내려선 강혁의 손이 제우스, 정확하게는 루터 할론의 머리 위에 얹어졌다.

“놔라! 떼란 말이다!”

“금방 끝나니까 조용히 해.”

츠츠츠츠-

말과 함께 마기를 뿜어내어 루터 할론의 몸에 흘려 넣은 강혁은 요리조리 마기를 움직이며 그의 몸에 박힌 신격의 파편을 찾아냈다.

방전된 배터리처럼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은 빈 깡통이었지만 강혁에겐 이런 빈 깡통이 절실했다.

니아 아리엘과는 반대로 담을 물은 많은데 그릇이 못 받쳐주는 경우가 바로 강혁의 현 상태였기 때문이다.

신격의 파편을 발견한 뒤부터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콰득- 콰드드득-

강혁이 불어넣은 마기에 붙잡혀 루터 할론의 몸에서 뜯겨져 나온 신격의 파편은 고스란히 강혁에게로 흡수 되었고, 신격의 파편이 사라진 루터 할론의 몸은 무너져내렸다.

턱-

그런 루터 할론의 몸을 받아낸 강혁이 그를 부축한 채, 주위를 둘러보며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우린 어디로 가면 돼?”

횅한 주위의 폐허는 다친 환자를 눕혀 놓기에 적당하진 못했다.

하지만 세 사람 모두 영국에 대해서 아는 게 없었고, 인맥도 없었다.

그나마 있는 인맥이 지금 부축 당하고 있는 루터 할론이었으니 부를 사람도 없는 셈.

바로 그때 그들의 앞에 구원의 빛이 내려왔다.

“저를 따라오세요. 아빠를 데리고 갈 곳이 있어요.”

“미안하지만 신전은 안 돼. 거기 갔다간 다 죽을 수도 있거든.”

신전은 신의 힘이 가장 강하게 미치는 곳이다.

더불어 신과 연결된 성직자나 성기사들이 많은 곳.

그 중에서 누가 갑자기 신에게 빙의 되어 자신들을 노려도 이상하지 않음을 강혁은 잘 알고 있었다.

그걸 아는 엘리자베스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갈 곳은 신전이 아니라는 듯이 말이다.

“....일단 믿어보는 수밖에 없겠지?”

“우리라고 해서 당장 방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저 정도 중상이면 텔레포트를 하기에도 애매하다. 너 때와는 경우가 다르다.”

“쯧, 어쩔 수 없지. 엘리자베스, 그럼 부탁할게.”

“제 가족과 관련된 일이니 제가 나서는 게 당연한 일이죠. 맡겨주세요.”

자신만 믿으라는 듯이 활짝 웃음을 짓고 있는 엘리자베스 할론의 모습을 떨떠름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강혁 일행은 그녀의 뒤를 따랐다.

*평화로운 오후.

번화가에서 한 걸음 떨어진 곳에 위치한 한적한 곳에 놓인 집에서 두 사람은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주인님께서 일어나셨다는군.”

“나도 들었다. 드디어 제대로 된 사냥을 할 수 있겠군.”

“자중해라. 신과 악마들의 눈은 어디에나 있으니까. 우리의 생존 소식이 완전하게 알려지면 그들이 어떻게 나올지는 그 누구도 몰라.”

“....변덕스럽기 그지 없는 쫌생이들.”

그 둘은 다름 아니라 강혁의 노예 1호, 2호인 알마드와 블라드였다.

엘리자베스의 배려로 영국으로 와 그녀가 마련해준 집에서 기거하게 된 두 사람은 눈을 뜬 강혁에 대한 소식을 듣고 무척이나 들떠 있는 상황이었다.

“멀쩡해진 주인님의 강함은 얼마나 대단할지 두근대는 군. 싸워보자고 할까?”

“....아서라, 그때의 강함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하니까.”

멀쩡한 상태에서 한계 초월 사용했던 강혁의 강함을 아직도 잊지 못하는 알마드의 말에 블라드의 두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강함을 추구하는 그의 입장에서 그와 비등했던 알마드의 말이 그 어떤 즐거운 소식보다 즐거웠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였다.

쾅쾅쾅!

“....”

“....누구지.”

그들의 집문을 두들기는 누군가의 소리에 두 사람은 긴장했다.

올 사람은 당연히 없었고, 엘리자베스 쪽에서는 굳이 저런 식으로 찾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껏 긴장을 하며 문을 향해 다가가는 그들의 귀에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힘드니까 빨리 문 열어.”

“....주인님!”

“무사하셨습니까!”

당연하게도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강혁이었다.

“제우스 족치고 왔으니까, 너흰 이 사람 좀 상태가 나빠지지 않게 관리 좀 해줘.”

“....예?”

“지금 뭐라고....”

“어, 제우스의 신격이 저 사람에게 깃들어서 방금 그 신격을 조지고 오는 길이다.”

“....”

일주일 만에 만나는 강혁의 폭탄 발언에 두 사람은 멍하니 강혁의 얼굴만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정신을 차린 시점은 강혁에게 각자 뒤통수를 한 대씩 얻어 맞은 이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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