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올 마스터-73화 (74/178)

나 혼자 올 마스터 #73

루터 할론에게 쇄도하며 강혁은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생각하고 생각했다.

‘엘리자베스의 등장에 루터 아재는 분명한 반응을 보였다. 나나 니아 그리고 루카스 때와는 반응이 달라. 루터 아재의 정신은 어느 정도 살아있는 게 분명해. 그렇지 않고서야 그런 반응을 보일 리가 없지.’

신격을 지니게 되어 무척이나 강력해진 루터 할론을 이길 방법을 강구해내기 위함이었다.

그 결과 내놓은 것이 엘리자베스를 방패막으로 사용하는 것이었고, 그 계획은 꽤 잘 먹혀들어갔다.

움찔대는 루터 할론의 반응은 곧 그의 팔불출은 신들에 의해서 조종 당하는 지금조차도 유효하다는 이야기였으니까.

하지만 언제까지나 그녀를 전면에 내세울 수는 없었다.

‘만약 그녀가 다치거나 죽기라도 한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다. 최대한 중요한 시점에서만 딱 보여주고 빼내야 돼.’

아무리 세간에서 성녀니, 차세대 최강의 10인이니 그녀를 띄워준다고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고작 A급 헌터에 불과하다.

뭐, S급에 가깝다곤 하지만 최강의 10인들의 전투에선 S급도 세 살배기 어린애와 다를 바 없었다.

잘못해서 루터 할론이 회까닥 했을 때, 내지른 주먹에 맞기라도 한다면....

‘....곤죽이 되겠지. 후우, 일단 가보자. 지금은 그녀가 루터 아재의 억제기가 될 수 있다는 걸 확인한 걸로도 충분해.’

가장 중요한 억제기의 확인도 끝났으니 이제는 한국인의 정을 보여줄 시간이었다.

물론 세 사람 중에서 강혁 빼고는 전부 미국인이었지만 말이다.

*파앙!

루터 할론의 복부를 향해 니아 아리엘의 날카로운 정권이 꽂혔다.

강력한 힘이 담긴 주먹이 그의 전신에 둘러진 신성력의 막을 깨부수고 정확하게 복부에 틀어박힘과 동시에 루터 할론의 몸이 기역 자로 꺾인다.

“크아아아악!”

주먹 하나로 세계의 세 정점 중 하나가 된 그녀답게 그 고통은 어마어마했는지 루터 할론은 비명을 내지르며 고통을 토해냈다.

하지만 마냥 고통만 토해내고 있기에 그의 상대들은 노련했고, 강력했다.

“그리스, 워터, 라이트닝 체인.”

바닥의 마찰 계수를 0으로 만드는 그리스, 거기에 이은 마법으로 만든 물벼락이 루터 할론에게 쏟아지고 그 위로 번개 다발이 내리꽂혔다.

1초도 되지 않아 3개의 마법을 캐스팅한 루카스 폴른이 소리쳤다.

“얼마 안 간다!”

지직- 직-

성기사들은 본래 마법 저항력이 뛰어난 편에 속하는 이들.

당연히 직격으로 마법을 날리면 무시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에 루카스 폴른은 직접 공격보다 그 주변을 공략하며 감전을 유도했다.

덕분에 감전을 통한 신체 경직으로 인해서 루터 할론의 몸이 마치 인형처럼 기괴하게 움직였다.

곧 경직을 털어내고 움직일 거라는 걸 알기에 소리친 루카스 폴른의 말이 들리기 무섭게 이때만을 기다린 강혁이 루터 할론의 코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재, 일단 푹 쉬고 나중에 일어나서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안 되겠네.”

“죽인다 이강혁!”

다만 루카스 폴른이나 강혁이 예상한 시간보다 그의 경직은 빠르게 풀렸다.

신격 또한 거기에 한 몫 했지만 현재 루터 할론의 몸에 깃든 신격이 번개의 신인 제우스의 것이라는 이유가 컸다.

결국 자신을 향해 내려꽂히는 루터 할론의 워 해머의 모습에 강혁은 혀를 차며 몸을 뒤로 날렸다.

콰아아앙!

그리고 방금까지 강혁이 서 있던 자리에 루터 할론의 워 해머가 내려꽂히고 주변에 박살난 저택의 파편이 비산했다.

후두두둑-

마치 비처럼 떨어지는 돌가루를 맞으며 강혁이 신음을 흘렸다.

“으음, 역시 만만찮은데.”

강혁과는 달리 반투명한 실드를 우산처럼 써 돌가루를 막아내며 루카스 폴른이 대꾸했다.

“확실히. 마법 저항력도 더 높아진 것 같고, 전격 계열의 마법은 거의 무쓸모로군. 그런데 직접적인 공격을 하지 않고 행동을 제한하기에는 전격 계열만큼 좋은 마법도 없는데....”

그런 루카스 폴른의 고민 어린 말에 날아오는 돌덩어리를 스텝을 밟아 피해내던 니아 아리엘은 경쾌한 해답을 내놓았다.

“제한(마법) 말고 제한(물리)는 어때? 내가 팔다리를 반쯤 꺾어놓으면 움직이는 데에 제약이 있지 않겠어?”

“....가능한가?”

“가능할 지는 모르겠지만 그 정도는 금방 회복할 거다. 왜 성기사가 바퀴벌레라고 불리는지 잊은 건 아니겠지?”

“아, 빌어먹을 힐.”

힐.

전투에서 헌터들에게 부상의 부담을 줄여주며 성기사들을 성퀴벌레라고 불리게 하는 주된 능력이었다.

물론 힐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신성력이라는 매개체가 필요하지만....

“저 막 전부가 신성력으로 이루어진 걸로도 모자라 저게 몇 겹이나 되는데 힐이 전투 도중에 끊기긴 할까?”

“절대 안 돼. 아까 한 번 부숴봤는데 밀도도 장난 아니야. 꽤 진심으로 쳐야 부숴질 걸? 루카스, 너도 진심으로 싸우지 않으면 막을 부수지도 못할 거야.”

“그 정도라고?”

니아 아리엘의 조언에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며 대꾸하는 루카스 폴른의 모습에 니아 아리엘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저씨 지금은 분명 우리보다 최소 한 수, 최대 두 수는 위야. 진심으로 싸워. 다구리라고 힘 빼지 말고. 이왕하는 거 제대로 해야 하지 않겠어?”

“....명심하지.”

힘을 빼고 전투에 임한 것을 꼬집는 그녀의 말에 루카스 폴른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그는 이번 전투에서 제대로 싸우지 않았다.

보조 마법도 다 사용하지 않았고, 기본적인 제압 마법만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거기서 마법의 위력마저 줄였을 정도.

그걸 모를 니아 아리엘이 아니었기에 루카스 폴른은 그제야 제대로 싸우겠다며 약속을 했고, 그와 동시에 루터 할론이 그들의 앞에 착지했다.

쿠웅-

주변의 바닥에 파도치듯 출렁이고, 그와 동시에 솥뚜껑만한 주먹에 가득 담긴 신성력이 그들을 향해 내려꽂혔다.

“실드, 다중 전개.”

다만 루카스 폴른 쪽이 한 발 더 빨랐다.

콰챵! 콰챵! 콰챵!

순식간에 전개된 수십 개의 실드가 그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그런 실드가 곧바로 부숴져 나간다.

“얼마 못 버틴다!”

“알아, 그럼 내가 간다. 제압(물리)!”

“....진짜 저걸로 하는 거야?”

“니아를 말릴 방법을 알면 알려줘. 그럼 따르지.”

“그냥 하자.”

루터 할론의 팔다리를 꺾어서 제압을 한 뒤, 강혁을 통해 그의 몸에 박힌 신격을 빼내겠다는 것이 그녀의 계획.

그리고 자신의 무력에 근거한 그녀의 자신감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천 벌.”

콰릉-

방금 전, 루카스 폴른이 떨어뜨린 번개 다발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진짜’ 번개가 니아 아리엘을 향해 내리꽂혔기 때문이다.

자연의 힘을 넘어서 신의 힘이 담긴, 진정한 의미의 천벌이 그녀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순간 그 모습을 바라보며 니아 아리엘은 떪은 표정을 지었다.

“....X 됐네.”

덜덜덜덜-

굳건하던 다리는 사시나무처럼 떨리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한 적 없는 그녀의 등허리를 타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머리론 피하라고 말하고 있음에도 말을 듣지 않는 다리의 모습에 그녀가 이를 악물고 머리 위로 손을 들어올려 충격에 대비하려던 찰나.

“니아!!!”

“....강혁?”

그녀의 열렬한 사랑 그 자체인 강혁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꽂히고 그제야 정신을 차린 그녀가 씨익 미소를 지으며 방금 전까지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잡념을 떨쳐냈다.

머리 위로 떨어지는 신의 징벌과도 같은 번개?

‘그딴 거 다 X 까라 그래!’

자신의 몸뚱아리 하나만 믿고 이 자리까지 왔으며 그 너머를 바라보는 니아 아리엘의 신체가 그녀의 의지에 따라 활성화 되었다.

데미갓 바디.

반신의 육체라고도 불리는 그녀의 그릇에 의지가 담기고, 아직 그릇에 맞는 영혼을 만들지 못해 반신에 도달하지 못한 그녀의 신체가 이 순간 한 단계 벽을 넘었다.

아주 잠깐.

완벽하게 넘은 건 아니지만 그걸로도 지금 이 상황을 타개하기란 충분했다.

으득-

이가 부숴져라 악 물고, 다리에 힘을 불어 넣으며 지반을 뭉개버릴 정도의 힘이 다리에 실린다.

그와 동시에 팽팽한 활대처럼 보일 정도로 팽팽하게 당겨진 그녀의 팔이 떨어지는 천벌을 향해 마주 부딪쳤다.

콰아아아앙!

마치 천지가 개벽하는 듯한 굉음이 일대에 울려퍼지고, 그와 동시에 이 주변에서 그들의 전투를 지켜보던 이들을 귀를 틀어 막고 바닥에 엎어졌다.

부들부들 떨리는 그들의 팔과 다리가 마치 항거할 수 없는 강적을 만난 이들을 만난 것처럼 보이게 하기엔 충분했다.

고작해야(?) 번개와 주먹이 맞부딪친 결과물이라고 하기엔 바닥에 엎드린 이들의 면면은 하나 같이 대단했다.

투터 할론의 ‘신전’의 정예 중의 정예들.

내로라하는 A급~S급 헌터들이 이들의 정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타이틀은 그들을 이러한 괴물들의 싸움에서 지켜줄 방파제가 되어주지 못했다.

갑자기 싸우는 자신의 주인과 최강의 10인의 모습에 도울 게 있을까 대기하던 이들은 이번 일격을 끝으로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저들의 입장에서 우리는 그저 한 마리의 개미일 뿐. 그리고 개미는 누군가를 돕지 않아, 재해에서 빗겨가기 위해서 노력할 뿐이지.’

그런 생각을 하며 루터 할론의 저택에서 마치 불 켜진 바퀴벌레 떼처럼 사람들이 사라질 때, 그들의 모습과 강혁들을 바라보며 착잡한 표정을 짓는 이가 있었다.

‘....난 정말 아무것도 아니구나.’

그건 바로 훌륭한 고기 방패 노릇을 한 엘리자베스 할론이었다.

처음 고기 방패를 당했을 때만 하더라도 그녀는 어이가 없었지만 지금은 그것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낙담할 따름이었다.

니아 아리엘의 천벌 파괴 이후로도 계속해서 이어지는 전투 속에 그녀가 끼어들 자리는 존재하지 않았다.

각성 이후로 남들 못지 않게 고된 시간을 보내왔다고 생각했지만 그 모든 노력이 허무하게만 느껴질 때였다.

‘나도....나도 무언가를 하고 싶다.’

가슴 속 어딘가에서부터 끌어오르는 욕망.

그런 욕망이 그녀의 특성과 결합하여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특성 : 성녀(잔다르크)가 변화를 시작합니다.]

처음 각성을 할 때부터 함께 해 온, 변화도 이미 한 번 겪었던 전적이 있는 그녀의 특성이 변화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변화는 끝이 났다.

[특성 : 성녀(잔다르크)가 특성 : 메시아로 초월했습니다.]

[신체 : 어린 신의 신체를 획득하였습니다.]

푸화아아악!

변화가 끝나고 그녀의 주위로 신성력의 광채가 터져나오며 일대를 집어삼키고, 서서히 잦아드는 광채 속에서 엘리자베스는 새하얗게 탈색된 머리와 함께 천천히 걸어나왔다.

그 모습에 전투를 벌이던 이들의 시선이 모조리 엘리자베스에게로 향했고, 그들의 시선을 느끼며 엘리자베스가 입을 열었다.

“모두 멈추세요.”

꾸우우욱-

언령.

그녀의 말에 담긴 힘이 그들을 구속하고, 억누르며 종국에는 그 말에 따르게하는 장엄한 모습.

말 한 마디로 최강의 10인 3명과 그에 준하는 강혁을 굴복시킨 대가로 그녀의 안색 또한 창백해졌지만 결과는 놀라웠다.

털썩-

각자 무릎을 꿇고 멍하니 엘리자베스를 바라보며 지금의 상황을 분석하기 바쁜 모습 속에서 엘리자베스와는 신과 차별화 된 존재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믿는 신이 없더라도 그 자체로 신성력을 만들어내며 누군가의 신이 될 수 있던 ‘성녀’가 ‘메시아’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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