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올 마스터 #71
“쿨럭쿨럭쿨럭!”
거친 기침.
이 시국을 의심하게 하며 사람들을 물러서게 만들었을지도 모를 거침 기침이지만 헌터들에게는 아무런 해도 끼치지 못했기에 깨어난 강혁에게 의료진들과 그의 친구들이 달라붙었다.
“강혁아! 정신 들어?”
“동공의 흔들림이 적고, 팔다리는 얕게 떨리고 있다. 괜찮은 것 맞나?”
니아 아리엘은 그저 강혁의 어깨를 붙잡고 짤짤짤 흔들며 파악을 하는 데에 반해서 루카스 폴른은 강혁의 상태를 보고 괜찮은 지를 파악했다.
물론.
“일단 전부 나가주십쇼. 저희들이 먼저 확인해보고 말씀해드리겠습니다.”
“갑자기 친구분들이 달라붙으면 환자가 놀랄 수도 있습니다. 잘 깨어난 것 같으니 일단 진정부터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의사들은 그런 그들을 남김없이 바깥으로 내쫓았지만 말이다.
하늘 같은 의사의 말에 최강의 10인으로 이름이 드높은 니아 아리엘과 루카스 폴른은 방 밖으로 쫓겨났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지나가던 루터 할론은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껄껄거렸다.
“꼴이 아주 볼만 하군. 강혁이 녀석이 일어난 건가? 아주 소란스러운데?”
“쳇, 의사만 아니었으면 아주 잘근잘근 씹어먹는 건데.”
“조심하라고. 그들은 우리 신전에서도 아주 중요한 인력들이니까. 그들이 치료해야 할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되는지 알기나 하나?”
“알아! 아니까 가만히 있는 거라고!”
옆에서 조심하라며 핀잔을 던지는 루터 할론의 짓궂은 말에 니아 아리엘은 빼액 소리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사실 그의 말은 옳았다.
신전이 데리고 온 의료진은 전 세계에서도 손에 꼽히는 이들이고, 그들은 전 세계를 돌며 의료 봉사 및 의료 활동을 이어나가는 이들이다.
당장 영국에 있는 기아나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이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신전에 찾아오는 상황.
오직 강혁을 위해서 그런 이들을 붙잡아 둔 것이다.
그렇기에 천하의 니아 아리엘마저 그들을 향해 싸움은커녕 막말조차 못한 것이고.
결국 초조한 얼굴로 그녀와 루카스 폴른이 방 앞으로 맴돌고 있을 때.
끼익-
“들어오셔도 됩니다.”
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의사의 말과 함께 방안으로 들어간 두 사람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안녕?”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고 있는 강혁이었다.
“강혁아아아아아!”
“....컥! 니아, 잠깐 그렇게 달려들면 뼈가 부숴져!”
“강혁아아아아아!”
“....말을 말자.”
그리고 그런 강혁을 향해 냅다 몸통박치기를 날린 니아 아리엘은 강혁을 끌어 안고 한참이나 지나서야 강혁에게서 떨어졌다.
덕분에 강혁의 갈비뼈가 금이 가 성직자가 재차 방문한 건 꽤나 우스운 일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어느 정도 진정을 한 니아 아리엘과 루카스 폴른은 강혁의 앞에 앉았다.
할 말이 있다는 강혁의 말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자리를 펴고 앉기 무섭게 강혁은 본론으로 넘어갔다.
“니아, 네가 저번에 대체 내가 어떤 길을 걷고 있는지. 그 길은 어떤 길인가에 대해서 말해달라고 했었지?”
“그랬었지. 왜? 이젠 말해주게?”
장난스레 고개를 주억거리는 그녀의 모습에 강혁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진심이야.”
오히려 말을 꺼낸 니아 아리엘 쪽에서 진심이냐고 되물을 정도로 강혁은 진지했다.
그런 강혁의 모습에 원래부터 궁금증을 가지고 있던 니아 아리엘은 물론이고 루카스 폴른마저 흥미로운 표정을 대화에 참여했다.
“확실히 나도 궁금하긴 했지. 분명 강혁 네 능력이면 충분히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걸 넘어 우리를 뛰어넘을 게 분명하다. 그런데 너는 언제나 마치 무언가에 쫓기는 것처럼 움직이곤 했지. 그거에 대한 이유가 맞는 건가?”
여태까지 품고 있던 생각을 토해내는 루카스 폴른의 말을 차근차근 듣던 강혁은 그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내가 쉼 없이 달려오던 이유. 그걸 지금 말하려고 해. 대신 이걸 들으면 너희도 이젠 발을 뺄 수 없어. 그리고 결정하게 되겠지.”
“....결정?”
“무슨 결정 말이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궁금증을 드러내는 두 사람의 모습에 강혁은 심호흡을 하며 숨을 가다듬더니 이내 자신의 생각을 토해냈다.
“신과 악마. 그들과 적대하던지 아니면 나와 적대하게 되던지를 말이야. 되도록 난 너희들이 전자를 택해줬으면 좋겠어.”
“....! 그거....진심이야?”
“미친 건 진즉에 알고 있었는데 미쳐도 단단히 미쳤군. 아니, 애초에 인간에게 친화적인 신들과 악마들을 적대한다고? 악마야 그럴 수도 있다곤 생각하지만 신까지 그러는 이유는 뭐지?”
강혁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두 사람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대답했다.
신과 악마.
오늘 날, 헌터들이 각성하고 상태창을 가지게 된 이유라고도 불리는 그들을 언급하는 것도 마땅찮아하는 사람이 많은 존재들.
그들을 언급하는 걸로도 모자라 그들을 적대하겠다는 말을 절로 주변을 살피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더군다나 강혁들이 머물고 있는 곳은 그런 신을 모시는 이들이 다수 존재하는 신전의 앞마당.
당연히 주위에 대한 경계도가 순식간에 높아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거기서 입을 다물었다.
지금 필요한 건 강혁이 미쳤느나, 미치지 않았느냐가 아니라 왜 강혁이 그런 선택을 했는지였으니까.
“....일단 들어보자.”
“동감이다. 무슨 이유인지는 들어야 제대로 된 선택을 할 수 있겠지.”
들을 준비를 마치고 귀를 기울이는 두 사람의 모습에 강혁은 먼저 칠죄와 칠선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각성한 날 나타난 폐쇄형 던전, 태평양 한복판에 나타난 탑, 일본에서 벌어진 기현상. 그 모든 것이 내가 가진 칠죄와 칠선이라는 것들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진짜야?”
“흥미롭군, 그게 현재 강혁 너의 강함의 주된 이유인가?”
“거의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칠죄와 칠선.
그 둘이 있기에 마기와 신성력이 있을 수 있었고, 반성반마라는 특수한 신체를 얻을 수 있었다.
강함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강함의 기틀이 되었다는 데에는 그 어떤 반박도 필요 없었다.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강혁의 모습에 두 사람은 계속해보라는 듯이 손짓했다.
두 사람의 손짓에 강혁은 재촉하지 말라는 듯, 피식 미소를 터뜨리며 입을 열었다.
“아무튼 그 칠죄와 칠선이 중요한데 이게 신과 악마에게서 떨어져나온 파편이거든.”
-파편이라고 하지 마라!
머릿속에 징징 울리는 분노의 목소리를 무시하며 강혁은 두 사람의 입을 바라보았다.
“파....편?”
“그러니까 일부라는 얘긴가? 신과 악마의? 그것도 신기하군. 한 번 분해하거나 보고 싶은데.”
“파편이고, 일부이긴 한데 지금은 독자적인 존재로 거듭났어. 하지만 신과 악마에게는 지워야 할 치부에 불과하지.”
“....그리고 그걸 네가 가졌다는 거고. 신과 악마가 지우고 싶어하는 치부를.”
“강함도 이유지만 마냥 강해지고 싶어서 이들을 가진 건 아니야. 너희들이 알고 있는 신과 악마에 대한 정보는 틀렸거든.”
“틀렸다라....우리를 위해 상태창을 내려주었다거나 하는 내용들을 말하는 건가?”
곧바로 논지를 짚고 자신의 생각을 내뱉는 루카스 폴른의 모습에 강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사실 세상에 나타난 던전이든 몬스터든 그건 전부 신과 악마 놈들이 건드린 농간이야. 정확하게는 재미를 위해서?”
“....말도 안 돼!”
전투말고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는 니아 아리엘마저 소리를 버럭 내지르며 강혁의 생각이 틀렸다고 말하는 모습에 강혁은 한숨을 내뱉었다.
“우리들의 미래는 정해져 있어. 알마드와 블라드. 알지?”
“알다마다. 지금도 여기서 좀 떨어진 곳에서 지내고 있으니까.”
“걔네들이 처음부터 몬스터로서 던전에 존재했을까? 물론 몬스터이긴 했지만 하지만 적어도 던전에 있진 않았을 거야. 그럼 그들은 어디에서 온 이들일까?”
“....!!!”
거기까지 듣자 루카스 폴른은 물론이고 니아 아리엘마저 강혁이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 말고도 다른 세상이 있다는 거구나.”
“그리고 던전에 있는 몬스터들은 신들과 악마들이 만들고, 그에 중심이 되는 보스 몬스터나 언노운급 존재들은 전부....”
“아마 다른 세상에 있었을 이들에게 목줄을 채워 던전에 밀어넣은 거겠지. 너희들을 강하게 만들 자원으로서. 물론 그들은 죽지 않고 그들의 부하 몬스터들만 죽어나겠지만.”
“....충격적이군.”
여태까지 나온 언노운급 존재는 여럿 있었다.
요르문간드의 화신체, 드래곤 등.
격변의 시대에 강이 범람하듯 여러 마리의 언노운급이 나타났고, 개중에는 사냥에 성공한 것도 많았으니까.
그런데 그들이 자신들의 성장을 위해서 다른 차원에 온 신과 악마의 장난감이라는 사실에 두 사람은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거기서 나아가 니아 아리엘은 창백해진 얼굴로 강혁의 손을 붙잡았다.
“....그냥 칠죄니 칠선이니 하는 것들 모조리 버리면 안 돼? 그러면 신이나 악마랑 척질 필요도 없는 거잖아. 내가....내가 옆에 붙어서 새로운 기술도 알려주고 그럴게. 마기랑 신성력 없이도 강혁이 네가 강해질 수 있게 도울 테니까!”
목에 핏대마저 세워가며, 애원하는 니아 아리엘의 모습에 강혁은 그건 안 된다는 듯 옅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제 와서는 늦기도 했고, 정도 들어서 그건 좀 힘들겠네. 그리고 아까 말했잖아. 우리의 운명은 정해져 있다고. 바꾸려고 들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정해진 그대로 흘러갈 거야.”
“....그 운명이 뭔데! 난 강혁이 너만 있으면....!”
“그것도 안 될 거 같아서 하는 말이야. 방금 말했잖아. 던전에 나타난 언노운급 몬스터들. 그들이 어디서 왔는지를 말이야.”
“....설마!”
그제야 강혁이 말한 정해진 운명이 무얼 뜻하는지 깨달은 니아 아리엘은 흘리던 눈물을 멈추고 강혁을 올려다보았다.
그건 루카스 폴른 또한 마찬가지였다.
평소의 포커 페이스는 온데 간데 없이 놀람과 당혹으로 점철되어 손을 들어 얼굴을 가린 채, 그는 충격에 빠져 있었다.
“....우리가 그렇게 되는 거구나.”
살짝 열린 니아 아리엘의 말이 방안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그에 대꾸하는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자신들의 정해진 미래.
언노운급 몬스터가 되어 신과 악마의 손에 족쇄가 채워진 채 부려지는 미래.
그것이 최강의 10인급을 비롯한 그와 비슷한 이들 걷게 될 미래였다.
A급 몬스터, S급 몬스터 등.
인간형의 몬스터라는 새로운 이름을 부여받은 채로.
결국 지금의 현실을 받아 들이지 못한 니아 아리엘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나 잠깐만 바람 좀 쐬고 올게.”
튼튼한 정신력을 지닌 걸로도 유명한 니아 아리엘마저 나약한 말을 내뱉게 할 정도로 강혁이 말한 미래는 너무나도 참담했다.
루카스 폴른 또한 그런 니아 아리엘을 말리거나 위로하지 못했다.
본인 또한 그녀와 별반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문앞에 선 그녀가 문을 연 순간.
“....아저씨?”
아까 전, 방앞에 서 있던 자신들을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렸던 루터 할론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제야 니아 아리엘은 강혁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강혁아, 아저씨에도 아까 했던 얘기를....”
자신이 들었던 얘기들.
그것을 루터 할론에게도 해주자는 말을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 들려온 것은 긍정도 부정도 아니었다.
“피해! 니아!”
다급함이 담긴 강혁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강혁의 목소리에 니아 아리엘이 고개를 돌린 순간.
그 자리에 더 이상 루터 할론은 없었다.
“....아저씨?”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이강혁을 죽인다!”
강혁에게 제대로 엿을 먹은 신들의 분노가 담긴 로봇만이 그 자리에 있었을 뿐.
그와 동시에 짙은 신성력이 담긴 루터 할론의 주먹이 니아 아리엘이 있던 자리에 작렬했다.
콰아아아아앙!
짙은 신성력이 담긴 주먹이 바닥에 닿기 무섭게 루터 할론의 순백의 저택이 터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