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올 마스터 #70
강혁의 고성 토벌 이후로 세상은 다시 한번 발칵 뒤집혔다.
[드래곤 캐니언으로 뒤바뀌었던 그랜드 캐니언, 이강혁 헌터의 손에 의해서 토벌 완료!]
[현자 루카스 폴른과 무신 니아 아리엘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이강혁. 그는 대체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현재 한국에는 그의 이름을 딴 ‘올 마스터’ 길드가 창설 되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와중에 길드장을 맡고 있는 이가 여제 한수연인 것으로 밝혀져 대중들은 논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루마니아에 나타난 검은 고성 또한 올 마스터 이강혁에 의해서 토벌 되었고, 현재 보스 몬스터로 추정되는 이가 김알마드 헌터와 함께 루마니아의 수도에서 밥을 먹는 모습이 포착....]
그랜드 캐니언에 이은 검은 고성의 토벌.
물론 그랜드 캐니언 쪽은 루카스 폴른과 니아 아리엘의 힘이 합쳐진 결과였지만 검은 고성은 아니다.
오로지 강혁 혼자서 클리어 했다고 루카스 폴른과 니아 아리엘이 증언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추가로 강혁이 새롭게 테이밍(?)한 뱀파이어 백작에 대한 말 또한 많았다.
[사람 죽이고 다니던 몬스터를 뭘 믿고 도시에 풀어놔?]
저거 당장 토벌해야 되는 거 아니야? 갑자기 옆에 지나가는 사람 목덜미 물어뜯으면 어캐 함?
ㄴ ㅇㅈㅇㅈ. 솔직히 김알마드도 의심스러움.
ㄴ 맞아, 리치라며? 언데드 부리는. 거기에 중국 베이징에서도 이미 한 번 전적이 있잖아?
ㄴ 협회 빨리 일해라! 우리 세금 받아먹으면서 뭘 하는 거야!
몬스터인 뱀파이어 백작, 블라드.
그가 루마니아 일대에서 벌인 살인 행각은 이미 모두에게 잘 알려져 있다.
때문에 사람들은 블라드에 대한 강한 적대감을 드러냈다.
더불어 강혁 덕분에 가려져 있던 알마드 또한 블라드와 함께 도마 위에 올랐다.
둘 다 몬스터 출신이지만 현재는 강혁의 부하인 그 둘에 대한 토벌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질 때.
현자와 무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올 마스터 이강혁의 부하들. 그들이 정말 또 다시 죄를 짓는다면 모를까 더 이상 그에 대한 얘기를 꺼내는 건 그의 명예에 먹칠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맞아, 꼬우면 너네들이 혼자서 그 괴물들이랑 1대1로 싸워서 잡아보던가. 그러면 인정. 그리고 지금 강혁이는 많이 아파서 나설 상태가 아니거든? 지금부터 알마드와 블라드에 대한 권한을 우리가 대신 행사하겠어.”
“....그 말은?”
“앞으로 둘에 대한 불만 및 강혁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은 우리에게 하는 것과 동일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일을 진행하도록 하겠다는 말이다.”
“....!!!”
그것도 강혁과 알마드 그리고 블라드를 건드릴 경우 자신들을 건드리는 것으로 판단하겠다는 폭탄 선언과 함께 말이다.
두 사람의 명예나 사람들의 존경 등이 사라져버릴 수 있음에도 그들은 강혁을 택했고, 두 사람이 직접 나선 덕분에 알마드와 블라드에 대한 얘기는 점점 사그라 들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강혁은 아직 일어날 기미가 없었다.
“엘릭서까지 먹이고 루터 할론을 비롯한 고위 성기사와 성직자들의 치유까지 받았건만....”
“죽은 건 아니니까....그나마 다행이지.”
미국으로 향한 루카스 폴른이 직접 알케미스트와 단판을 지어 얻어온 엘릭서.
거기에 철혈을 제치고 1위에 오른 루터 할론의 신전 소속 성기사, 성직자들의 전담 치유까지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혁은 며칠 째 눈을 뜨지 못하고 있었다.
최악의 상황마저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상황.
다만 두 사람은 안도했다.
일단 강혁이 죽지는 않았으니까.
“처음 데려올 때만 해도 넝마 같던 녀석이 이 정도까지 회복된 것도 놀라울 지경이다만.”
“아저씨 말이 맞긴 하지.”
옆에서 그런 그들을 지켜보던 루터 할론이 내뱉은 말에 니아 아리엘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살아있는 게 기적인 것을 넘어서 강혁의 현재 몸 상태는 아주 좋았다.
솔직하게 말해서 지금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헌터 활동을 하더라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였으니 말 다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그런 완벽한 상태임에도 강혁이 일어나질 않으니 그들로서는 의아할 따름이었다.
본래 같았으면 단숨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어도 이상할 게 없었으니까 말이다.
“기다리는 것 말고는 딱히 할 게 없군. 이젠 해줄만큼 해주었으니까.”
“그래, 우리도 알아. 아저씨가 얼마나 용을 써줬는지.”
“하나밖에 없는 딸내미를 뺏어간 녀석 구해주고 싶지 않았다.”
“그것도 잘 알고.”
마지막 말을 내뱉으며 투덜대는 루터 할론의 모습에 니아 아리엘은 피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것도 잠시.
루터 할론은 다시금 머릿속에 울려퍼지는 무언가의 목소리에 인상을 찌푸려야만 했다.
-죽여라....죽여라....이강혁을....죽여라!!!
‘날이 갈수록 점점 더 강해지는 군. 강혁이 녀석을 노린 누군가가 건 저주인가? 아니, 대체 누가 내게 이러한 저주를?’
강혁이 S급 승격 시험을 치뤘을 때부터 울려대는 목소리의 정체를 그는 아직도 알아내지 못했다.
다만 강혁이 있을 때만 울리는 걸로 보아 강혁과 무엇인가 관련이 있을 거라고 생각 했을 뿐.
저주라고 생각하며 갖은 방법을 사용해봤자 도통 바뀌는 점이 없었기에 최근에 반쯤 손을 놓게 되었다.
어차피 강혁 앞에서만 들리고, 자신의 정신력이라면 문제 없이 충동감을 제어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 때문이었다.
실제로 그의 머릿속에서 울려대던 목소리는 어느새 그 자취를 감추었다.
“아재, 괜찮아?”
짐짓 걱정스런 얼굴로 말을 건네오는 니아 아리엘의 모습에 루터 할론은 껄껄 웃음을 터뜨리며 그녀의 걱정을 부정했다.
“지금 나를 걱정하는 건가? 세상에서 나보다 더 튼튼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아.”
“쳇, 걱정해줘도 난리야.”
강혁에게만 하던 걱정을 해줬건만 툴툴맞게 대꾸하는 루터 할론의 모습에 니아 아리엘이 투덜댈 때.
강혁은 다른 곳에 있었다.
정확하게는 그의 몸은 내버려둔 채, 영혼만이 다른 곳으로 이동되었다.
다른 이들은 그 사실도 모른 채로 담소를 나누었고, 그러는 동안에도 강혁의 여행은 계속 되어갔다.
*“여긴....어디지?”
광활한 어둠 속.
그곳에서 눈을 뜬 강혁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주억거렸다.
그런 강혁의 귓가에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멍청한 녀석. 경계해라. 이곳은 놈들의 영역이니까. 그들이 너를 죽이진 못하겠지만....조심해. 놈들의 혓바닥은 그 어떤 뱀보다도 사특하니까.
“놈들의 영역이라고? 난 분명 고성에 있었는데?”
-쯧, 지금 네 몸은 다른 곳에 있다. 지금 네 상태는 정확하게 따지자면 영체 상태. 그리고 지금 네가 발을 디디고 서 있는 곳은....
아무것도 모르는 강혁을 위해서 분노의 설명이 이어지는 순간.
-어리석은 필멸자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는구나.
-호오, 꽤 강해보이는데? 전대보다는 아니지만.
-우리의 치부를 알고 있는 녀석이다. 당장 죽여야 해!
-아버지! 저를 보내주십시오! 제가 직접 녀석의 목을 따오겠나이다!
여러 명의 목소리가 강혁의 귓가를 때렸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커다란 목소리를 들었을 때와는 달리 뇌가 진탕이 되고, 토할 것 같은 기분이 올라오면서 강혁이 인상을 찌푸렸다.
‘....뭐지? 고작 큰 목소리에 내가 이런 상태가 된다고? 아무리 내가 약해져 있다지만 이건 좀 심한데?’
여러 사건을 보내고 한계 초월 또한 여러 번 사용하면서 몸 상태가 말이 아니게 된 강혁이지만 고작 이 정도 일로 휘청일 정도로 약하진 않았다.
더불어 현재 강혁이 느끼고 있는 고양감은 100% 상태일 때와 비슷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고작 목소리 하나에 강혁의 몸이 벌벌 떨리고 거부 반응을 보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이유가 밝혀졌다.
-네가 걸어가는 길은 우리에게 반하는 일임을 알고 있는가? 필멸자여?
중후함마저 느껴지는 남성의 목소리.
거기에 필멸자라는 말을 유독 강조하는 그의 모습과 분노가 드러냈던 짜증의 기분이 합쳐지는 순간 강혁은 그들의 정체를 유추해냈다.
‘....신들인가.’
신.
강혁과 대척점에 서 있지만 그들과 강혁의 차이는 어마어마한 바로 그 신이 목소리의 주인들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무게감 있으며 다른 신들을 억누르는 듯한 남성의 목소리에 강혁은 입을 열었다.
“알고 있다.”
-저! 저저 건방진 녀석이 감히 누구 앞이라고 반말이냐!
성질 급한 사내의 목소리가 강혁에게 쏘아졌지만 이내 방금 전 중후한 목소리의 사내가 그를 말렸다.
-아레스, 조용히 하거라. 녀석이 네 치부를 가졌다고해서 감정적으로 나설 필요는 없으니까.
-....하지만!
-두 번 말하지 않는다. 물러서.
-....예.
아레스.
이미 한 번 들어서 알고 있는 그 이름을 듣는 순간 강혁은 중후한 목소리의 사내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분노의 원본이자 상위신이라고도 평가 받는 전쟁의 신 아레스.
그를 말 한 마디로 제압할 수 있는 존재는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혁의 궁금증은 오래 가지 않았다.
-내 이름은 제우스. 그리스 신들의 정점이자 너를 꽤 좋게 보고 있는 주신 중 한 명이다.
‘....제우스!’
사람들에게 알려진 이들 중에서 가장 강력하며 신들의 사회를 대표하는 주신들 중 한 명, 제우스.
그의 이름이 나오는 순간 신과 대척점에 서 있는 강혁마저 놀람을 금치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제우스가 가진 힘이나 능력 등은 일개 신과 비교할 바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제우스가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좋게 보고 있다고 하니 강혁으로서는 흥미가 동하는 것도 사실.
‘일단 들어나 볼까.’
신은 적이라고 하지만 저 쪽에서 좋게 나오는데 굳이 그걸 발로 찰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며 분노의 꽥꽥대는 소리를 무시하고 제우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대화할 자세를 갖추는 강혁의 모습에 제우스는 흡족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말했다시피 나는 네게 관심이 있고 호의를 가지고 있다. 다른 녀석들은 널 죽여야 한다고 하지만 칠죄 중 한 명이 나의 파편인 만큼 나는 네게 호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건 또 새로운 정보군.’
아직 얻지 못한 칠죄 중에서 주신인 제우스의 힘을 지닌 파편이 존재한다는 정보.
이건 무척 귀한 정보였기에 만족스러워하며 강혁은 더 얘기해보라는 듯이 손을 까닥였다.
그 모습에 다시 한번 아레스가 분노했지만 이어진 제우스의 말에 그는 찌그러졌다.
아레스의 목소리가 사그라들고 제우스는 자신의 제안을 강혁에게 건넸다.
-나는 네가 모든 칠죄를 얻어주길 바란다. 아니, 다른 건 몰라도 그리스 신과 관련된 것들은 꼭.
“왜지?”
-우리들의 치부나 다를 바 없는 것들이 나돌아다니는 걸 바라지 않으니까.
“....흐음.”
제우스의 말을 강혁의 흥미를 자극했다.
칠죄를 얻어 달라.
최소한 그리스 신과 관련된 칠죄라도.
즉, 여기서 강혁이 제우스의 제안에 따르게 되면 그리스 신계와는 척을지지 않고 원만하게 흘러갈 수 있다는 얘기.
더불어 칠죄에 대한 정보마저 얻을 수 있게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강혁의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좆까.”
테러리스트와는 협상을 하지 않는다는 케케묵은 얘기는 아니었다.
그저.
“왜? 내가 칠죄를, 그것도 그리스 신의 치부를 전부 모으면 그것들이랑 같이 날 죽이려고? 함께? 뻔하다, 뻔해.”
-....
제우스의 속셈이 훤히 보였기 때문이다.
자신이 칠죄를 얻게 도와주면서 서서히 제약을 걸고, 사슬을 몸에 칭칭 감게 하여 종국에는 칠죄들과 함께 소각시켜버릴 것이라는 걸 모를 정도로 강혁은 멍청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신들의 시선이 느껴지는 곳을 향해 중지를 치켜세우며 강혁은 미소지었다.
“너희들 모가지 전부 내가 따줄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 머저리들아.”
-이노오오오오옴!
중후한 목소리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분노가 가득한 제우스의 목소리가 어두운 공간 전체에 울려퍼지는 걸 느끼며 강혁의 내부가 진탕 되었지만 강혁은 개의치 않았다.
콰르르르르-
마치 배수구에 물이 빠지는 것처럼 강혁의 영체가 어디론가로 빨려들어갔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신들의 시선에서 멀어지는 걸 느끼며 강혁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개 같은 놈들. 누굴 체스판 체스말, 장기판의 장기말로 아나.’
자신을 가지고 마음대로 다루려고 했던 녀석들에게 엿을 먹였다는 통쾌한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게 강혁은 영국, 루터 할론의 저택에 있는 자신의 몸으로 돌아왔다.
루마니아의 고성에서 기절한 뒤로 무려 일주일만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