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올 마스터-66화 (67/178)

나 혼자 올 마스터 #66

루마니아.

흔히들 유명한 뱀파이어 백작이나 흡혈귀에 대한 소재로 가득한 나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루마니아하면 뱀파이어와 흡혈귀를 떠올릴 정도였다.

바로 그 나라에 나타난 검은 고성 주변은 철저한 경계와 경비가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런 검은 고성의 앞에 일단의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정지. 이곳은 위험 지역으로 일반인은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협회에서 파견된 헌터가 그들을 막아서며 위험성을 알렸다.

하지만 그들은 애초에 검은 고성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었고, 그걸 알고도 검은 고성으로 향하기 위해서 온 이들이었다.

“루카스 폴른이라고 하는데 나도 들어갈 수 없는 건가?”

“혀....현자! 드....들어오시죠. 금방 쉴 곳을 마련하겠습니다.”

“그래주면 고맙군. 아, 그리고 뒤에 있는 녀석들도 함께 있어야 하니 좀 큰 곳으로 부탁하지.”

“혹시 뒤에 분 들은?”

“음, 한 명은 무신이고 한 명은 요즘 유명한 올 마스터 녀석인데 이놈들은 못 들어가나?”

“아....아닙니다! 충분하십니다. 혹시 고성 토벌 때문에 오신 겁니까?”

“그게 아니라면 우리가 올 이유가 있나?”

“....바로 담당자 부르겠습니다.”

“고맙군.”

후다닥 어딘가로 향하는 헌터의 모습을 뒤로한 채, 강혁은 루카스 폴른을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아주 혓바닥에 버터를 발랐는지 말이 아주 청산유수야 그냥?”

“너도 기자들 앞에서 말 실수 몇 번 했다가 대차게 까여보면 이렇게 될 거다.”

“....실화 기반이지?”

“실화 기반이다.”

“난 안 설란다. 다른 사람 대신 세우지 뭐. 네가 대신해줄래.”

“내가 왜 그래야 하지?”

뾰로통한 얼굴로 대꾸하는 루카스 폴른의 모습에 강혁은 피식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뭐, 너 아니어도 해줄 사람은 많으니까.”

“일단 고성에 들어가기에 앞서서 내부 설명 등을 좀 듣고 싶은데 언제쯤 오는 거지.”

“저기 오는 사람 아니라?”

툭 튀어나온 배에 얼마 남지 않은 머리를 휘날리며 달려오는 사람을 가리키자 루카스 폴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렸다.

“맞군.”

“그래서 언제 싸울 수 있는데?”

“니아, 좀만 기다려. 일단 내부에 어떤 몬스터들이 있는지나 구조 등은 들어보고 가야지. 더불어 실종자들이 언제쯤 실종되었는지도.”

“....쳇, 알겠어.”

니아 아리엘마저 입술을 삐죽 내밀며 대충 고개를 끄덕일 때쯤.

마치 짜기라도 한 것처럼 이곳의 담당자가 도착했다.

“헉....허억....죄송합니다. 전 이곳의 담당자이자 루마니아 협회장 헥터 듀르킨이라고 합니다.”

삐질삐질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수건으로 닦아대며 자기 PR을 하는 그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강혁은 입을 열었다.

“일단 저 고성에 대한 정보와 실종자들에 대한 정보를 듣고 싶은데 그것부터 말씀해주실 수 있습니까?”

“....따라오시죠.”

자기 PR 도중 강혁이 끼어들었음에도 그는 아무런 말 한 마디 못하고 조용한 곳으로 강혁들을 데려갔다.

마법에 대한 재능이 없는 강혁의 눈에도 꽤 수준 높아 보이는 방음 결계가 쳐진 막사 안으로 헥터 듀르킨이 들어가고 우리가 따라간 순간 마치 방음 부스 안에 들어온 것처럼 주위가 조용해졌다.

완벽한 방음이 된 것을 확인한 루카스 폴른이 고개를 끄덕이는 걸 필두로 자리에 걸터앉은 강혁은 곧바로 고개를 까닥거렸다.

마치 상급자처럼 고압적인 모습이었지만 루마니아 협회장은 개의치 않았다.

아무리 협회장이라지만 미국도 아닌 루마니아 소속이면 최강의 10인급인 우리 앞에서 고개를 빳빳하게 들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공손한 태도로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을 말해주었다.

“그러니까....”

*“흠, 꽤 위험한 놈이 안에 있는 것 같군.”

“네가 그렇게 말할 정도라고? 대체 누군데?”

헥터 듀르킨의 말이 끝나고, 그가 나가고 조용해진 자리에서 루카스 폴른의 입이 열렸다.

그리고 그의 말은 고성 안에 위험함을 내포하고 있음을 알렸다.

천하의 루카스 폴른이 걱정을 감추지 못하자 강혁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

그를 걱정시킬 수 있는 존재가 세상에 그리 많지 않음을 그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어진 그의 말에 강혁은 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아마 고성 안에 있는 던전 보스, 뱀파이어는 마족일 가능성이 크다.”

“....마족이라고?”

마족.

신과 악마 중에서 악마의 피를 짙게 이어받은 이들로 그들의 강함 S급 몬스터의 그것을 아득하게 상회한다.

예로 강혁이 오크 군락에서 만났던 블랙 오크가 그러했다.

고작 B급 던전에 등장했던 놈치고 어마어마하게 강했던 그 모습을 기억하는 강혁의 눈살은 자연스레 찌푸려졌다.

결국 한숨과 함께 머리를 벅벅 긁으며 물음을 던졌다.

“뱀파이어 마족이면 얼마나 강한데?”

“뱀파이어 자체적으로만 봐도 A급에 다수에 무리를 짓는 특성 탓에 S급으로 보는 편이 맞아. 그런 놈들의 보스면 최소 S급 보스 수준이겠지. 그런데 거기에 마족이라는 종족적 특성마저 붙으면....”

“....언노운급?”

“대충 그 정도겠지. 물론 드래곤이나 네가 데리고 다니는 리치보다는 아래겠지만.”

“....장난 아니네 정말.”

언노운급.

요즘 들어 언노운급과 만날 일이 참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강혁은 한숨을 토해냈다.

알마드에 드래곤의 시체에 이어 이번에는 뱀파이어 마족이라니.

‘나 전생에 무슨 죄라도 지었나? 하긴 신이랑 악마랑 척 지었으니 이 정도는 감수해야겠지?’

지금 이룩한 강함에 이면에 존재하는 신과 악마와 척진 이력 때문이라는 걸 잘 아는 강혁은 그냥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지금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뱀파이어 마족도 마족이지만 사라진 이들에 대한 구출 또한 함께 진행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알마드는 걱정이 좀 덜 됐지만 엘리자베스는 아니었다.

‘만약 그녀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전 세계가 발칵 뒤집히겠지. 루터 아재 겉보기로 허허 웃고 다니지만 화나면 장난 아니니까.’

루터 할론이 성기사답게 괜찮은 성격에 웃고 다니는 모습이 자주 보여서 최강의 10인 중에서 가장 성격 좋기로 유명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그가 딱 하나의 상황에서는 악귀보다 더하게 변하는데 그게 바로....

‘딸이지. 그리고 그 하나밖에 없는 딸이 엘리자베스이고. 지금은 안 알려져서 잠잠하지만 며칠 더 시간이 흐르면 그땐 루터 아재의 귀에 들어갈 거고....어쩌면 나한테도 불똥이 튈 지도?’

평소 엘리자베스가 강혁과 자주 붙어 다니는 걸 잘 아는 루터 할론이다.

즉, 이번 엘리자베스의 실종 사건에 강혁에 대한 꼬리표가 붙더라도 이상하지 않다는 얘기.

결국 한숨과 함께 강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들어가고 생각하자. 난 루터 아재 손에 죽고 싶진 않거든.”

“....동감이다.”

“으, 나도 그 아저씨는 너무 별로야. 때리는 느낌도 안 들고.”

강혁의 말에 다른 두 사람 또한 거기에 동의했다.

루터 할론.

최강의 성기사라는 이명답게 그의 방어력과 공격력은 준수하다.

어지간한 공격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공격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인 존재.

그런 이에게 찍히면 피차 피곤해지는 건 매한가지다.

더불어 그가 거느린 길드 ‘신전’은 전 세계적으로 따져도 거대하기 짝이 없다.

철혈이 반쯤 무너진 지금 ‘신전’이 세계 1등 길드 자리를 거머쥐더라도 이상할 게 없다는 게 세간의 평일 정도.

그렇게 세 사람은 순식간에 마음을 합쳤고, 강혁을 제외한 두 사람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귀찮은 일은 딱 질색이었고, 이번 일은 귀찮은 걸 넘어서 피곤하게 만들 게 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자, 가보자. 뱀파이어 마족 놈이 아무리 강해봤자 우리 셋에겐 아무것도 아니자 않겠어?”

적어도 지금은 당당한 강혁이었다.

자신의 앞날도 모른채로.

*파앗-

“오래는 못 켜요.”

“알고 있다. 뱀파이어 놈들이 빛에 민감한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 그래도 탈출구를 보려면 빛은 필수니 어쩔 수 없지.”

빛 한 점 들지 않는 고성에서 밝은 빛 무리가 허공에 떠올랐다.

신성력이 담긴 빛으로 뱀파이어들에게 들킬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반대로 일부 뱀파이어들은 빛에 담긴 힘 때문에 가까이 올 수조차 없게 해주는 모기향 같은 것이었다.

다행히도 뱀파이어들에게 곧바로 발각 당하진 않았지만 걱정 되는 건 변하지 않았다.

“알마드 씨, 저희 살아나갈 수 있을까요?”

“난 이미 죽어 있다만.”

“....무사히 나갈 수 있을까요?”

퉁명스레 대꾸하는 알마드의 대답에 엘리자베스 할론은 말을 바꾸었다.

살아나갈 수 있을까?에서 무사히 나갈 수 있을까? 로 말이다.

그리고 그제야 알마드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갈 수야 있겠지. 무사히는 모르겠지만. 다른 뱀파이어들은 별거 아니다만....녀석들은 죽자마자 사라지니 시체도 부릴 수도 없고, 무엇보다 보스 녀석이 문제다.”

“....제 신성력도 통하지 않던데 방법이 있을까요?”

“흠, 일단 탈출구를 찾는 쪽으로 가지. 내 몸 상태가 정상이라면 모를까 지금 수준으로 맞대결을 펼칠 수는 없을 테니까.”

맞대결보다는 도망을 택하자는 알마드의 말에 백번 공감하면서 엘리자베스는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와 알마드의 뒤에는 추레한 몰골의 헌터들이 허겁지겁 뒤따르고 있었다.

“성녀님! 같이 가주십쇼!”

“위....위험합니다!”

며칠 동안 뱀파이어들에게 시달리느라 노이로제마저 걸린 듯한 그들의 모습에 엘리자베스는 한숨을 토해냈다.

단 둘이서 도망치기도 힘든 판국에 다른 헌터라는 짐마저 생겼으니 한숨이 나오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들을 모두 버리고 간다면 그녀가 성녀라고 불리지는 않았을 터였다.

“조금 천천히 가도록 하죠.”

“....저것들을 죽여서 언데드로 만들면 편할 텐데.”

“알마드 씨. 그건 강혁 아저씨도 바라지 않을 걸요.”

“....쯧.”

강혁의 이름이 언급되자 그제야 입을 닫는 알마드의 모습에 엘리자베스는 헌터들의 모습은 두 눈에 담았다.

보기만 해도 한숨이 나오지만 저들을 무사히 살려서 바깥으로 데려가는 것이 그녀에게 내려주는 사명과도 같은 임무였다.

그렇기에 그녀가 그들을 복돋기 위한 말을 꺼내기 위해서 입을 달싹이는 순간.

“인간이다!”

“놈들의 피와 살로 축제를 열지니!”

“캬하하핫! 성녀로구나! 더러운 신의 창녀! 저 년을 찢어죽여라!”

“....뱀파이어!”

신성력의 빛을 보고 찾아온 수십의 뱀파이어들이 그녀와 알마드를 덮쳤다.

고성의 난간을 밟고 뛰어오르는 뱀파이어들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린 그녀가 알마드를 바라보았고, 그런 그녀의 시선에 알마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동시에 알마드의 스태프에서 불이 뿜어지고, 엘리자베스가 낀 건틀렛에 우윳빛 신성력이 맺혔다.

그리고 떨어져 내리는 뱀파이어들을 바라보며 엘리자베스는 이를 앙 다물며 강혁의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빨리 와주세요, 아저씨!’

그녀의 그런 생각과 동시에 수십의 뱀파이어가 엘리자베스를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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