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올 마스터-65화 (66/178)

나 혼자 올 마스터#65

우드드득-

“....크, 이거 죽겠네.”

시간이 흐르고 기절 상태에서 깨어난 강혁은 욱신거리는 전신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쓴웃음을 지었다.

“일어났나?”

“아, 네가 구해준 거지?”

“그래, 대책도 없이 혼자서 트윈 헤드 와이번을 토벌할 줄은 몰랐는데.”

“네가 구해줄 걸 알고 그렇게 한 거다.”

“....양심은 어디에 팔아먹은 건지 원.”

깨어나자마자 보이는 루카스 폴른의 모습에 강혁은 곧바로 전후사정을 이해했다.

기절하고 하늘에서 떨어져내리는 자신을 루카스 폴른이 받아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너스레를 떨며 미소를 짓던 강혁은 정신을 차리곤 주변을 둘러보았다.

“막사 안이네?”

“그래, 토벌은 끝났다. 그랜드 캐니언에 있는 몬스터들이 흩어지려고 했지만 내가 펼친 결계에 갇혀서 다른 헌터들에게 사냥당하고 있으니 그 부분은 걱정마라.”

“아....그럼 트윈 헤드 드레이크는?”

자신을 구하느라 루카스 폴른이 잠시 빠졌을 걸 기억해낸 강혁은 트윈 헤드 드레이크에 대한 의문을 드러냈고.

강혁의 질문에 루카스 폴른은 피식 미소를 짓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10분.”

“....?”

“니아가 나 없는 사이 혼자서 트윈 헤드 드레이크를 토벌한 시간이다.”

“....말도 안 되네 진짜.”

자신은 한계 초월을 사용하여 모든 걸 끌어낸 결과 5분의 시간 동안 트윈 헤드 와이번을 잡아냈다.

그런데 니아 아리엘은 그런 한계 초월도 없이 트윈 헤드 드레이크를 단 10분 만에 잡아냈다는 사실이 놀라운 건 당연한 일.

하지만 반대로 루카스 폴른은 강혁을 나무랐다.

“그 말을 할 사람은 네가 아니라 나다. 5분 만에 S급 보스 몬스터를 잡아? 그것도 혼자서? 대체 얼마나 힘을 숨기고 지내던 거야 도대체?”

“....너도 봤잖아? 이 힘은 불완전해. 불안전하기도 하고. 고작 5분이 한계인 힘을 나의 힘이라고 부를 수는 없잖아?”

“그건 그렇지. 하지만 그것 또한 네 힘이라고 봐야하는 것도 맞지.”

“....젠장, 알겠어. 그래서 니아는 어디에 있는데?”

마법사, 그 중에서도 정점에 이른 루카스 폴른과의 말싸움은 강혁에겐 손해였다.

그렇기에 욕설을 내뱉으며 니아 아리엘을 찾는 강혁의 모습에 루카스 폴른은 순순히 대답해주었다.

“밖에서 잔당들 처리하고 있는데?”

“....걘 진짜 어후 괴물이야.”

“동감한다. 나의 방대한 지식으로도 그 녀석에 대해서 답을 내릴 수가 없어.”

현자 루카스 폴른.

그가 쌓은 지식은 대도서관을 방불케 한다는 말마저 돌고 있지만 그조차도 니아 아리엘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 못했다.

방금 전까지 S급 보스 몬스터인 트윈 헤드 드레이크를 10분 만에 격살시켜놓고 이제는 남은 잔당 처리를 위해서 움직이고 있다니.

-그 여자와는 절대로 척지지 마라.

‘....나도 알아.’

분노마저 속으로 두려움에 떨며 니아 아리엘을 무조건 곁에 두라고 말할 정도였다.

더불어 이번 일에 1등 공신인 색욕은....

-그런 여자가 배 밑에 깔렸을 땐 어떤 소리를 낼지 궁금하지 않아 주인? 응? 응?

‘....넌 제발 닥쳐.’

그런 니아 아리엘마저 발 아래에 두고 싶어서 안달이었다.

결국 그녀에 대한 목소리를 차단시키고 나서야 강혁의 머릿속은 조용해졌다.

조용해진 상태에서 잠시 생각 등을 곱씹어보던 강혁은 이내 아공간 주머니에서 알을 꺼냈다.

턱-

눈앞의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알은 여타 다른 알들과 다르지 않았다.

그저 그 크기가 몇 배나 커다랬을 뿐.

하지만 알을 보는 순간 강혁은 확신이 들었다.

‘이건 드래곤의 알이 맞다.’

강혁의 몸의 혈관을 타고 흐르는 용혈이 그에 반응하고, 생각도 하지 않았음에도 드래곤 스케일이 강혁의 의지를 뚫고 몇 개가 삐죽 고개를 내밀었으니 이것만큼 확실한 증거도 없었기 때문이다.

반룡체가 직접적으로 반응할 정도의 물체.

진짜 드래곤이 왔다면 곧바로 반룡체로 변해버렸겠지만 눈앞의 물체는 고작 알에 불과하기에 이 정도로 그쳤다는 사실을 강혁은 눈치챘다.

“진짜가 맞군.”

“그래? 어떻게 확신하지? 나도 드래곤 알을 본 적은 없어서 말이야.”

“그냥 내 몸이 그렇게 말하고 있어. 드래곤 알이라고.”

“....?”

강혁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루카스 폴른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강혁은 친절하게 대답해주었다.

“전에 보여줬잖아. 내 신체에 대해서.”

“아....그러고 보니 넌 분명 드래곤의 신체를 가지고 있었지. 불완전한. 그것 때문에 바로 알 수 있었던 건가?”

“그래, 네 말대로야. 처음엔 긴박한 상황이라서 못 느꼈지만 이제 보니까 딱 느낌이 오네.”

“....대단한 신체로군.”

“그러는 너도 너만의 신체가 있을 텐데?”

“그건 맞는 말이지.”

보통 최강의 10인급 되는 이들이라면 각자만의 신체가 있다.

예전 니아 아리엘을 만나 강체를 얻었을 때, 보았던 니아 아리엘의 데미갓 바디처럼 말이다.

그리고 지금 루카스 폴른의 신체를 파악하기 위해서 의지를 집중한 순간 강혁의 눈앞에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루카스 폴른을 관찰하여 신체를 파악했습니다.]

[신체 : 마나지체.]

[현재 상태로 상대방의 신체를 완벽하게 파악할 수 없습니다.]

[더 오랜 시간 동안 상대방을 관찰한다면 상대방의 신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마나지체?”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는 내 신체까지 알아내다니 너도 참 괴물이군. 니아를 욕할 게 아니라니까.”

부정하지 않는 루카스 폴른의 대답에 다시 한번 자신의 말이 옳았음을 입증 받은 강혁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이름은 알아냈으니 효과는 말해주는 게 어때?”

“....설마 내 신체도 뺏어가는 건 아니겠지?”

“정확하게는 뺏는 게 아니라 베끼는 거랄까.”

“그것도 기분 나쁜데.”

“내가 강해지면 전 지구적인 축복 아닐까?”

“....능청 맞기는. 정말 주먹으로 때리고 싶어.”

“육체 능력으로 나랑 승부를 보자는 거야?”

루카스 폴른의 말에 짙은 미소를 머금으며 대꾸하는 강혁의 모습에 루카스 폴른은 질린다는 얼굴로 고개를 내저었다.

“됐다. 다 잘하는 녀석에게 주먹 다짐을 하는 것만큼 멍청한 것도 없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던 루카스 폴른은 이윽고 강혁에게 자신의 신체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내 신체는 마법사에게 아주 안성맞춤인 신체야. 내가 광범위한 텔레포트나 메테오 등을 쓸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지.”

“대체 어떤 능력이길래?”

“일단 첫 번째. 주위에 있는 마나를 흡수할 수 있어.”

“그건 마법사라면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당연한 걸 말하는 그의 말에 강혁이 고개를 내저을 때, 루카스 폴른은 그게 아니라는 듯 쫙 편 손가락을 좌우로 움직이며 대꾸했다.

“그건 의지를 가지고 하는 거고, 내 신체는 알아서 마나를 흡수한다. 즉, 자거나 밥을 먹을 때. 심지어는 전투 도중에도 알아서 마나를 보충해준다는 소리지. 나의 전투 지속력은 다른 마법사와 비교조차 할 수 없어. 더불어 마나의 총량 또한 같이 늘어나는 효과도 있지.”

“....말도 안 돼. 그게 진짜 가능하다고?”

걷거나 쉴 때도 알아서 마나가 모이는 꿈의 신체.

마법사들이 이걸 알았다면 저 신체를 탐내고, 루카스 폴른을 해부하고 싶어서 안달이 났을 게 뻔했다.

그걸 누구보다 잘 아는 루카스 폴른이기에 쓴웃음을 머금은 채로 사족을 덧붙혔다.

“그러니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지 마. 밤에 내 집을 털러오는 건 딱 질색이거든. 그것도 나를 훔치려고 오는 건 더더욱.”

“걱정하지마. 이젠 나도 그 신체를 얻을 테니 말하지 않는 건 당연하잖아?”

“....젠장!”

웃음기 어린 강혁의 대꾸에 짜증 어린 목소리로 루카스 폴른은 욕설을 내뱉었다.

평소의 진중한 모습을 잃고 히스테리를 부리는 그의 모습에 강혁이 웃음을 터뜨릴 때, 그는 설명을 이어나갔다.

물론 짜증을 담아 벅벅 긁은 탓에 머리를 산발이 되어 있었지만.

“....두 번째는 마법의 마나 소모를 줄여준다는 점이다.”

“호오, 그것도 좋네. 얼마나 줄여주는데?”

“복불복이라고 보는 편이 좋아.”

“그래? 그건 좀 아쉽네.”

마법의 마나 소모 감소.

이것 또한 마법사들에게는 바라마지 않는 능력이다.

마법사가 강해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는 마법의 연구를 통한 마법 개발과 마법 강화.

둘째는 마나의 총량을 늘려서 질과 양을 높이는 방법.

셋째는 다중 캐스팅 등을 통한 방법이 있다.

그런데 방금 말한 효과라면 두 번째 방법과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셈이다.

물론 복불복이라는 점은 아쉽긴 했지만.

“어느 정도나 감소 되는 폭이 큰데?”

“음, 많으면 90퍼센트 정도 감소 되지만 보통은 50퍼센트 정도?”

“....9퍼센트랑 5퍼센트를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아니. 잘 들은 것 같군. 90퍼센트와 50퍼센트 사이 정도가 감소 된다.”

“....개사기네 진짜.”

“남의 신체 훔쳐가는 네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큼큼.”

마법의 마나 소모를 최대 90퍼센트까지 감소시켜준다는 얘기에 강혁은 놀람을 금치 못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10의 마나로 쓸 수 있는 마법을 10번이나 쓰게 해준다는 얘기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마나 자동 회복까지 더해진다면 정말 무한에 가까운 마나를 쓴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

그 사실에 강혁이 자신의 생각이 맞냐며 루카스 폴른을 바라보았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요 몇 년 간 내 마나가 부족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한 번도?”

“그래, 국가간 텔레포트를 사용했을 때에도 널널했으니 말 다하지 않았나?”

거리에 비해 필요 마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텔레포트 마법을 국가 단위로 사용해도 부족하지 않았다는 말은 기네스에 실려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결국 강혁은 헌터 업계에선 금기이지만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현재 루카스 폴른의 마나량을 물었다.

그리고 흔쾌히 대답해주는 루카스 폴른의 대답을 들은 강혁의 얼굴은 놀람으로 점철되었다.

“한 1000 정도 되었던 것 같군.”

“....너도 앞으로 니아 욕하지 마라. 괴물 자식아.”

1000.

인간이 정말 얻을 수 있는 스탯인지가 의심 되는 수치에 강혁은 그에게 쓴소리를 내뱉었고, 그는 그저 미소를 머금었다.

“몇 년 간 모아온 거니까 너무 뭐라하진 말라고.”

“그럼 내가 그걸 얻는다고 해서 그 정도를 달성하는 건....”

“무리지.”

“....좋다 말았군.”

자신에게 1000에 달하는 스탯을 보유할 수 있다면 다양한 곳에서 그 무한에 가까운 마나를 사용할 수 있을 거란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강혁은 시무룩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 미소를 되찾은 강혁이 밝게 웃음을 머금으며 대꾸했다.

“그래도 얻는 게 어디야. 내가 꼭 네 신체 뺏고 만다.”

“....카피하는 거라고 하지 않았나?”

“그게 그거지~”

“다르다!”

버럭 소리를 치는 루카스 폴른의 모습에 강혁이 실실 미소를 짓고 있을 때, 막사 내부에 틀어놓은 TV에서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뉴스를 듣는 순간 강혁과 루카스 폴른의 얼굴이 동시에 딱딱하게 굳었다.

[현재 루마니아에 나타난 고성으로 향했던 헌터들이 모조리 행방불명 되었다는 소식이....]

[고성 내부로 향한 헌터에는 엘리자베스 할론 헌터와 김알마드 헌터가 포함 되어....]

“....루카스, 아무래도 네 신체는 나중에 얻어야겠다.”

“....빨리 가봐야할 것 같군.”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나도 같이 가자고!”

토벌을 마치고 피투성이 상태가 된 니아 아리엘이 막사의 문을 펄럭이며 막사 안으로 들어왔다.

세 명의 파티가 전부 모이는 순간이었다.

니아 아리엘까지 모인 순간 더 이상 고민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강혁은 루카스 폴른의 손을 붙잡았고.

“그럼 루마니아 행 특급 열차 출발한다.”

루카스 폴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세 사람은 막사 내부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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