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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올 마스터-62화 (63/178)

나 혼자 올 마스터 #62

와이번과 드레이크.

용종이라는 점을 빼더라도 그들이 몬스터라는 전체적인 카테고리 내에서 피라미드 상위층을 차지하는 존재라는 사실에 반대하는 이들은 없다.

지상에는 오우거가 있다면 상공에는 와이번과 드레이크가 있다는 말조차 나올 정도니 말 다하지 않았는가?

A급 보스는 통상적으로 S급보다 강한 만큼 S급 몬스터인 와이번과 드레이크의 강력함을 표현하는 말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와이번은 브레스의 파괴력은 조금 떨어지는 대신 기예에 가까울 정도의 비행 능력을 지녔고, 반대로 드레이크는 비행 능력이 덜어지는 대신 파괴적인 브레스를 지녔다.

각자 일장일단이 확실한 셈.

당연하게도 그들을 상대할 때에는 여러 명의 팀을 이루어서 한 마리씩 갈고리로 걸어 지상으로 끌고 내려오는 게 우선 과제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그들은 파수꾼과도 같아, 자칫 잘못했다간 한 마리의 와이번과 드레이크에 의해서 파티 하나가 전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혁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는 일이기도 했다.

“섬(殲).”

눈앞을 가득 메우는 검은빛 검광이 그랜드 캐니언 상공을 가득 메우고, 그 자리에 위치해있던 와이번과 드레이크들이 토막나서 떨어져 내리는 모습은 장엄하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그건 강혁을 뒤따르던 루카스 폴른에게도 해당되는 사항이었다.

‘....지저스, 저게 정말 이강혁이라고? 아무리 와이번과 드레이크가 마법 저항력에만 특화되어 있다곤하나 물리 저항력이 제로는 아닐 텐데....대체 어떻게?’

와이번과 드레이크가 마법에 강한 사실에 묻혀 둘의 물리 저항력 및 가죽의 질김 정도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들 그들의 물리 저항력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더군다나 그들의 물리 저항력은 마법 저항력에 비해 낮을 뿐이지 다른 S급 몬스터에 비견되는 물리 저항력을 지니고 있었다.

즉, 그들의 가죽을 가르고 근육과 뼈까지 일격에 가르는 걸로도 모자라 일격에 십여 마리를 한꺼번에 죽이기 위해서 필요한 힘이 어느 정도일지는 계산조차 불가능할 정도란 얘기.

그 사실을 누구보다 빠르게 알아챈 루카스 폴른이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때, 강혁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뭐해? 보조 안 해줄 거야?”

“....한다, 네가 어디까지 강해질 수 있는지 한 번 확인해보지.”

“좋아, 그럼 너만 믿고 전력으로 간다, 루카스. 제대로 보조해!”

“라져.”

그런 강혁의 말에 천하의 루카스 폴른은 보조를 전담하게 되었음에도 굳건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별다른 대답 없이도 완벽한 호흡을 맞추며 파죽지세로 그랜드 캐니언 전역을 돌아다니는 강혁과 루카스 폴른의 시야에 무언가 잡혔다.

“....허, 저건 또 뭐야?”

“아무래도 우리의 가설이 맞은 것 같은데?”

“부정할 수가 없네. 리자드맨은 말할 것도 없고, 와이번과 드레이크들은 대체 몇 마리나 있는 거야?”

저 멀리 보이는 거대한 절벽.

그 정상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수백 마리의 와이번과 드레이크들.

거기에 셀 수 없이 많은 리자드맨들까지.

무언가 있기라도 한 것처럼 모여 있는 그들의 모습에 두 사람은 자신들의 가설이 맞았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확신한 것과는 별개로 참담한 광경이기도 했다.

“....뭔가 있긴 한데 저걸 뚫을 방법이 있긴 한가?”

“....일단 오늘은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군.”

“동의한다.”

분명 본래에는 그랜드 캐니언에 없었을 수백 미터 크기의 절벽.

그런 절벽을 수호하듯 옹기종기 모여 있는 와이번과 드레이크 그리고 리자드맨들.

저것들을 뚫어내기란 강혁과 루카스 폴른의 조합이라고 할 지라도 요원하기 그지 없었다.

결국 하루이틀만으로 저것들을 뚫어낼 수 없음을 직감한 강혁과 루카스 폴른은 퇴각을 택했다.

*“와이번과 드레이크들이 수백 마리나 있다고?”

하루 종일 와이번과 드레이크와 싸운 강혁과 루카스 폴른과는 달리 리자드맨과 씨름을 할 니아 아리엘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수백 마리의 와이번과 드레이크가 지닌 힘은 무시무시했다.

전투하면 사족을 못 쓰는 그녀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였으니 말 다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그걸로 인해 자신들의 가설이 맞았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게 된 세 사람은 철옹성과 같은 절벽을 공략할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한 마리씩 유인하는 방법은 어떨까?”

시작은 강혁이었다.

가장 대중적이면서 보편화된 방법.

각개격파였다.

다른 파티들이 와이번과 드레이크들을 상대로 헌팅을 할 때처럼 갈고리 등을 이용해서 그들을 끌어내리는 방식이 바로 강혁이 제시한 방법이었다.

다만 이 방법에도 문제가 있었다.

“지상에 깔린 셀 수 없이 많은 리자드맨들은 어떻게 할 건데?”

“....아.”

바로 지상에 모래알처럼 가득한 리자드맨들이었다.

끌어내린다고 한들 지상에 있는 리자드맨들에게 포위당하면 와이번과 드레이크를 끌어내린 이유가 사라진다.

즉, 지상과 상공 두 곳을 동시에 공략해야 한다는 얘기.

거기서 루카스 폴른은 다른 방안을 내놓았다.

“오늘처럼 나와 강혁이 상공을 맡고 니아 혼자서 지상을 맡게하는 건 어떻지?”

오늘 그들이 사냥을 한 것처럼 이번에도 똑같은 방법으로 공략을 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는 존재했으니.

“....우리 둘이서 수백 마리의 와이번과 드레이크를 처리할 수 있었으면 오늘 당장에 처리하고 왔겠지.”

애초에 그럴 수 있었다면 퇴각이 아니라 전투를 택했을 터.

그것이 불가능 했기에 강혁과 루카스 폴른은 퇴각을 택했다.

루카스 폴른의 계획은 이미 실패한 계획이라는 의미였다.

결국 원점으로 되돌아오게 되자 강혁과 루카스 폴른은 동시에 한숨을 토해냈다.

“하아, 방법이 없네. 방법이.”

“압도적인 물량은 그것만으로도 하나의 힘이 되지. 개미가 수 천마리 넘게 모이면 하나의 힘이 되는 것처럼. 그런데 지금은 사자가 수 천마리 넘게 모인 셈이니....”

압도적인 물량.

그건 곧 하나의 거대한 힘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은 유명한 일이다.

물론 수천 마리의 양이 모이더라도 한 마리의 늑대를 이기지 못하는 게 현실이지만 수천 마리의 맹수가 모인다는 얘기는 달라진다.

강혁과 루카스 폴른 그리고 니아 아리엘은 그런 맹수들을 때려 잡는 사냥꾼들이지만 이번엔 그 수가 너무 많았다.

물량이라는 폭력에 대응할 방법을 찾기란 너무나도 요원했다.

‘한계 초월을 쓴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물론 강혁에게는 한계 초월이라는 비장의 수가 존재하긴 했다.

하지만.

-5분. 그 이상 넘어가면 몸이 붕괴해서 넌 죽는다. 장담하지.

‘....젠장, 5분 만에 그것들을 어떻게 모조리 잡아?’

차라리 강력한 한 마리만 있었다면 오히려 더 수월했을지도 모른다.

알마드 때와 비슷한 경우처럼 말이다.

언노운 급 존재인 알마드를 상대로 강혁은 한계 초월로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냈고, 그 덕분에 승리를 취할 수 있었다.

다만 그때와는 달리 유지 시간이 5분 밖에 되지 않았다는 게 패착이었다.

고작 5분으로 리자드맨까지 합할 경우 만에 가까워지는 숫자를 모조리 처리하기란 불가능하다.

더불어 그 5분이 끝난 뒤엔 일반인만도 못한 상태가 될 게 뻔했다.

실제로 알마드와의 전투 이후 강혁은 비리비리한 상태가 되었었고, 그때보다 몸 상태가 나쁜 지금은 말할 것도 없었다.

결국 출구 없는 통로처럼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 강혁이 한숨을 내뱉을 때.

-그럼 나를 써보는 건 어때? 마구마구 다뤄달라구~

‘....색욕?’

강혁의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나른하고 야릇한 목소리에 강혁은 속으로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대꾸했다.

일본 이후로 처음으로 자신을 불러준 강혁의 말에 색욕은 희열을 느끼며 광적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응응! 지금 같은 상황이면 나 같은 존재가 딱 아니야? 분노 같은 깡통은 버려두고 나를 써달라구~

칠선과는 달리 칠죄들은 하나 같이 시끄럽기 그지 없었다.

분노와 비슷한 시기에 얻은 인내는 여태까지 한 마디도 하지 않은 것에 비해 두 사람은 하루 종일 시끄럽게 떠들어댔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선 충분히 도움이 될 게 분명했다.

그녀가 자신만만하는 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말해 봐. 만약 이상한 이유라면 네 말은 이제부터 영원히 무시해줄 테니까.’

-아흣! 방치 플레이도 나쁘지 않은데.

‘....빨리 말해.’

-녀석들의 본능이 억눌러져 있다고 했지? 그건 맞는 말이야. 드래곤의 알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이 지키는 것에서 뿜어져 나오는 페로몬과 같은 것들이 그놈들을 복종시키고 있는 거라고. 알겠어, 주인님?

‘그래, 그거까진 알겠다. 놈의 페로몬으로 다른 몬스터들을 조종한다는 것 정도는 말이야. 그래서 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

-에휴, 척하면 척이지! 녀석들이 페로몬에 인해서 억제 되고 있는 건 본능. 그리고 본능 중에는 분노, 살육과 같은 욕구들도 있지만 가장 대중적인 욕구가 있잖아?

‘....!!! 설마 색욕 너....?’

이제야 왜 색욕이 오늘따라 목소리 톤도 높고 말이 빨라졌는지 강혁은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맞아, 광란의 응응 파티를 벌여보는 거라고~

‘....넌 진짜 미친 놈이야. 하지만....꽤 괜찮은 방법 같긴 하네.’

몬스터에게도 암수가 있다는 건 이미 유명한 일이다.

당연히 와이번과 드레이크 그리고 리자드맨들 또한 리자드우먼이라는 암컷이 존재한다.

즉, 그들도 번식을 하고 성욕이 있다는 얘기.

물론 일반인들이 그 모습을 보기란 쉽지만은 않다.

애초에 그들의 성욕은 살인욕구보다 낮기 때문이다.

당연히 눈앞에 인간이 있다면 죽이고나서 하지 내버려두고 하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만약에, 아주 만약에 그들의 성욕이 살인 욕구보다 높다면? 복종심보다 더 높다면?

‘....눈앞에 적을 두고도 난교를 벌일 지도 모를 일이군. 이거라면....진짜 해볼만 하겠는데?’

사상 초유의 몬스터 난교를 눈앞에서 보게 되는 건 그리 보고 싶지 않은 강혁이지만 이 방법이 충분히 효과가 있고, 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결국 생각을 마친 강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게 방법이 있어.”

“방법? 정말이냐? 강혁?”

“헤에, 무슨 방법인데? 말해봐!”

그리고 자신의 입이 열리기만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두 사람을 향해서 강혁은 색욕이 했던 얘기를 순화시켜서 설명해주었고.

“....그건 좀 대단하군. 올 마스터란 원래 그런 건가?”

“....우리 강혁이 변태.”

루카스 폴른은 놀람이 담긴 얼굴로, 니아 아리엘은 붉어진 얼굴로 그리 대꾸했다.

하지만 두 사람 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강혁이 한 말이 정말 모두 사실이고, 그대로 이루어진다면 이번 전투는 성공적으로 끝날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강혁의 말이 모두 끝났을 때, 두 사람은 강혁의 계획에 고개를 끄덕였다.

“....계획 이름은 뭘로 짓지?”

“몬스터 난교 파티?”

“....상상만 해도 토악질이 나는군.”

마법사답게 상상력이 풍부한 루카스 폴른이 구역질을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회의는 마무리 되었다.

‘이제 남은 건 실전뿐이네.’

계획은 끝났다.

남은 건 며칠 후, 모든 준비가 끝나고 실전뿐.

그때가 기대....되진 않은 강혁이었다.

‘....결전 당일 날은 굶어야겠다.’

남들 보는 앞에서 토하고 싶지 않은 강혁은 그리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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