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올 마스터 #60
공항에 도착한 강혁과 니아 아리엘은 미국 특유의 길고 긴 검사 없이 곧바로 미국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역시 무신 클라스는 어디 안 가는구나.”
“미국에서는 내 이름, 내 얼굴이면 안 되는 곳이 없지. 대통령도 내가 부르면 바로 만날 수 있어.”
“....참 높은 곳에 있구나.”
니아 아리엘이 현재 세계에서 어떤 평가와 대우를 받고 있는지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예시에 강혁은 다시 한번 결의를 다졌다.
자신이 앞으로 올라야 할 산을 보는 듯한 기분에 살짝 들뜬 마음으로 미국으로 들어선 강혁과 니아 아리엘의 앞에 환한 빛무리가 어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빛무리는 한 명의 인영으로 바뀌었다.
“....루카스?”
“오랜만이군, 강혁. 저번에 한 번 미국에 오라고 말을 한 적은 있지만 이런 식으로 보길 원하진 않았는데....어쩔 수 없지. 그랜드 캐니언의 일 때문에 온 거겠지?”
“맞아, 정확하군.”“그거 말고는 네가 미국으로 올 일이 없으니까 파악하기 쉬웠다. 아무튼 지금 당장 나와 같이 가줘야겠어. 니아 너도 마찬가지야.”
“쳇, 오랜만에 단둘이 오붓하게 시간을 보내려고 했는데 방해꾼이라니....죽일까 마스터?”
“마스터는 무슨 마스터. 그리고 루카스는 쓸모가 많으니까 죽이면 안 돼, 니아.”
“....네가 그렇다면야....”
“너희 둘 나를 무슨 장난감 취급하는데 후....됐다. 일단 가서 얘기하지. 한 시가 급한 상황이니 반박은 받지 않겠어.”
살짝 굳은 얼굴로 단호하게 말하는 루카스 폴른의 모습에 강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듯이 미국에 왔으면 현자 루카스 폴른의 말에 따르는 게 신상에 좋을 터.
물론 그와 동등한 존재인 니아 아리엘이 옆에 있긴 하지만 그녀는 무력으로서 강한 거지 정치나 기타 등등의 관해선 루카스 폴른에 비해 처지는 감이 있다.
뭐, 부족한 것을 힘으로 커버하긴 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루카스 폴른의 말에 강혁이 동의했기에 그와 떨어질 생각이 없는 니아 아리엘 또한 툴툴대는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동의한 것을 확인한 루카스 폴른이 손을 내밀었다.
“잡아. 순간이동으로 곧바로 이동할 테니까.”
“....편하고 좋네. 그런데 짐을 어떡하지?”
“그건 뒤따라오는 내 부하들이 알아서 가져다 줄 거다.”
“그렇다면야....”
짐은 알아서 처리해줄 테니 손이나 잡으라고 재촉하는 루카스 폴른의 말에 강혁은 그의 손을 붙잡았고.
니아 아리엘은 그런 강혁의 손을 붙잡았다.
순식간에 하나로 이어진 세 사람은 이내 환한 빛무리에 휩싸였고, 이내 모습을 감추었다.
*“....여긴?”
빛무리가 한치 앞도 보지 못하게 환하게 빛난 이후, 뒤바뀐 주위 풍경에 강혁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루카스 폴른은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내 집 겸 연구실이다.”
“....허, 현자의 연구실이라고? 내가 태어나서 여기 오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사실 그렇게 별 건 없어. 저번에 와보니까 다 툭툭 치니까 부서지더라고.”
“....빌어먹을 놈 같으니. 너 때문에 망가진 연구 기기며 재료 값이 얼만지나 알아?”
서로 으르렁대기 시작하는 루카스 폴른과 니아 아리엘을 내버려둔 채, 강혁은 연구실 이곳저곳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현자 루카스 폴른.
그의 연구실을 방문할 수 있는 사람의 수는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다고 할 정도로 적었다.
그리고 그의 연구실을 다녀온 마법사들이 하나 같이 크게 성취를 이룩한 결과로 보아, 사람들은 그의 연구실을 마법의 보고라고도 부를 정도였다.
‘최근 마법 재능의 성장이 크게 더뎌지기는 했지. 이번 기회에 상급의 벽을 두들겨 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어.’
반룡체 덕분에 마법을 익히는 데에 보너스도 붙으니 이번 기회를 제대로 잡아 상급의 벽을 뚫겠다고 다짐하며 강혁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을 때.
“그만 구경하고 여기 앉지. 나중에 직접 구경시켜 줄 테니까.”
“....큼, 그래.”
루카스 폴른의 부름을 받은 강혁은 구경을 중단하고 니아 아리엘과 루카스 폴른이 앉은 테이블 앞에 앉았다.
그렇게 셋이 둥그렇게 둘러앉았을 때, 루카스 폴른의 입이 열렸다.
“그랜드 캐니언을 다녀왔다.”
“....벌써?”
“그래, 현재 그랜드 캐니언은 특수 위험 구역으로 지정되었고, 일반인들의 출입이 금지된 데다가 언제 녀석들이 그랜드 캐니언 바깥으로 튀어나올지 예상할 수 없기에 빠른 토벌이 필수였다. 그래서 내가 갔지.”
“흠, 하지만 용종 몬스터들은 마법에 대한 저항력이 커서 아무리 루카스 너라도 꽤 힘들 텐데?”
핵심을 찌르는 강혁의 말에 루카스 폴른은 부정하지 않았다.
그의 말마따나 그는 앞선 그랜드 캐니언 정찰을 통해 용종 몬스터들의 두꺼운 마법 저항력을 다시 한번 체험할 수 있었으니까.
“맞다. 이미 한 차례 마법 폭격을 날려봤지만 유의미한 피해를 주긴 힘들더군. 특히 S급 몬스터인 와이번과 드레이크는 나도 제대로 작정하지 않는다면 수십 마리를 상대로 이기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난 되는데.”
“....넌 마법을 안 쓰니까.”
입을 삐죽 내밀며 딴지를 거는 니아 아리엘의 모습에 루카스 폴른은 이를 바득 갈면서 태클을 차단했다.
조용해진 니아 아리엘을 내버려둔 채, 루카스 폴른은 재차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내가 전투에 나선 덕분에 꽤 쓸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래? 그 정보가 뭐지?”
“일단 녀석들은 그랜드 캐니언 바깥으로 나오지 못한다. 아니, 안 나오려고 한다는 게 옳겠지.”
“그게 가능한 일인가? 주변에 존재를 인식하며 발광하는 몬스터가? 그것도 비행형 몬스터인데?”
보통 일반적인 지상형 몬스터들은 시야가 좁고 인식하는 범위 또한 좁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비행형 몬스터들은 창공을 날아다니며 시야와 인식 범위가 매우 넓다.
때문에 만약 그들이 지구에 나타나게 되면 그 주변에는 재앙이 펼쳐진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
실제로 한 차례 이와 비슷한 경우가 다른 곳에서 일어났고, 며칠 사이에 그 나라의 주변 도시들이 아작난 사례가 있었다.
그런 전적이 있는 비행형 몬스터인 와이번과 드레이크가 주변으로 흩어지지 않고 그랜드 캐니언에 도사리고 있는다?
‘뭔가 있군.’
어느 정도 눈치가 없는 강혁마저도 무언가 그곳에 있음을 확신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런 강혁보다 더 높은 통찰력과 눈치를 지닌 루카스 폴른은 이미 그곳에 무엇이 있을지조차 가설을 세운 지 오래였고, 그걸 굳이 숨기려고 하지 않았다.
“내 예상대로라면 녀석들은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서 그랜드 캐니언에서 나오지 않는 것 같다.”
“무언가를 지킨다고? 흉포한 몬스터들이?”
자신과 같은 종족마저 잡아먹는 놈들이 허다한 것이 바로 몬스터들이다.
당연하게도 무언가를 지킨다. 라는 개념이 몬스터들에게는 희박하다는 얘기.
그런데 루카스 폴른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지킨다고 단언하고 있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녀석들의 본능마저 억누를 정도로 중요한 무언가가 있다는 거지.”
“....본능을 억누른다라....확실히 있을 법한 얘기야. 정말 그 정도로 중요한 게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이나 동물에게서도 비슷한 현상은 나타난다.
사자나 호랑이도 제 새끼는 아끼고,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도 아끼는 것은 분명 존재하기 마련.
다만 몬스터들에게도 그러한 것이 존재하는지는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가장 가능성 높았던 건 부성애와 모성애인데 그들은 제 새끼들도 배고프면 잡아먹는 포악한 존재들.
결국 몬스터 연구학자들마저 두손두발 모두 들어버린 전례가 있을 정도로 몬스터에게 소중한 것은 밝혀진 바가 없었다.
그렇기에 강혁은 루카스 폴른의 말에 딱히 동의하지 않았다.
“드래곤의 알. 그거라면 어떨까?”
“....!!!”
이어진 그의 말을 듣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드래곤의 알.
모든 용종의 정점에 선 드래곤의 알이라면 다를지도 모른다.
개체에 내재된 DNA에서 ‘복종’이 각인된 상황이라면 와이번과 드레이크를 비롯한 용종들이 드래곤 캐니언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도 이해가 간다.
‘본성마저 억누를 정도로 드래곤에 대한 두려움과 복종심이 있다면....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다.’
드래곤이란 무릇 지상 최강의 생명체라고도 불리지만 그와 반대로 용종이라는 개체에서 최정점에 선 생명체이기도 하다.
당연히 그 아래의 존재를 수족처럼 부리며 그들은 그에 복종한다.
그것이 그의 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면 지금의 상황 또한 이해가 가능한 수준.
그렇기에 강혁은 짙은 흥미를 드러냈다.
‘드래곤의 알이라....그거 내가 가질 수 있으려나?’
현재 강혁은 반룡체라는 새로운 신체를 얻으며 용에 가까운 성질을 지니게 되었다.
즉, 드래곤의 알에 내재된 기운이나 새롭게 태어날 드래곤의 심장을 취할 수 있다면 그는 완전한 용체를 이룩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
‘분명 저번 메시지창에서는 드래곤에게 가장 중요한 심장이 없기 때문에 용체가 될 수 없다고 했다. 그 말대로라면 심장만 있다면 완전한 용체를 이룩할 수 있다는 얘기겠지.’
심장이 두근거린다.
강혁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지상 최강의 생명체, 드래곤.
자신이 그런 드래곤이 될 수 있게 된다는 얘기와 별반 다르지 않았기에 두근거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져만 갔다.
그런 강혁의 마음과는 별개로 루카스 폴른은 드래곤의 알에 대한 강력한 욕구를 드러냈다.
“그건 내 거다. 눈독 들이지 마.”
“....왜지?”
“아무리 네가 잘났다고 해도 나보다 더 큰 공적을 이룩할 수는 없을 거고, 드래곤의 알에 대한 것은 정부에게 철저하게 숨길 거다. 즉, 우리 셋 중에서 소유권을 주장해야 하는데 니아 녀석은 드래곤의 알이 필요가 없지. 계란 후라이도 해먹을 게 아니라면 말이야.”
“....부정할 순 없네.”
아직 강혁의 힘은 루카스 폴른이나 니아 아리엘을 이겨 먹을 정도로 강하지 않다.
즉, 이번 그랜드 캐니언 공략에서 가장 큰 공헌도를 지닐 존재는 루카스 폴른과 니아 아리엘일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좋은 기회를 그냥 날려버리기에는 드래곤의 알이라는 것이 지닌 가치가 너무 컸다.
‘한계 초월....다시 쓸 수 있을까?’
-....불가능하진 않을 거다. 드래곤의 알. 만약 정말 있다면 지금의 네게 가장 큰 도움이 될 테니 무리를 하더라도 취하는 게 맞다고 본다.
평소 툴툴대며 반대의 의견만 제시하던 분노마저도 동의할 정도로 드래곤의 알이 지닌 가치는 어마어마했다.
그렇기에 강혁은 강하게 나가기로 마음 먹었고.
드드드득-
“....! 그 비늘은 설마?”
“미안하지만 루카스. 드래곤의 알은 내게도 꼭 필요해서 말이야. 그거 내가 가져야겠다.”
그와 동시에 강혁의 의지에 따라 강혁의 전신을 드래곤 스케일이 빼곡하게 뒤덮었고.
전신을 뒤덮은 비늘들을 알아본 루카스 폴른의 경악에 가까운 목소리와 함께 강혁은 그에게 선전포고를 날렸다.
‘드래곤의 알. 넌 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