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올 마스터-59화 (60/178)

나 혼자 올 마스터 #59

강혁의 그랜드 캐니언 행이 정해지고 난 뒤, 강혁의 동료들 또한 빠르게 자신들이 향할 곳을 정했다.

“난 서울로 갈게.”

“왠일이래?”

“슬슬 나도 기반을 다시 다져야 할 것 같아서. 오빠가 돌아왔을 때쯤엔 어엿한 길드 하나 정도는 세워두고 기다리고 있을게.”

“....기대해도 되는 거지?”

“물론, 나 여제 한수연이야~”

“그래, 그럼 서울은 네게 맡길게.”

수연은 여태까지와의 선택과는 달리 강혁을 따라 그랜드 캐니언으로 향하는 걸 택하지 않았다.

그런 수연의 선택에 강혁이 의아했지만 이내 이어진 수연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길드는 분명 강혁에게 꼭 필요한 것이지만 시간을 내가면서 관리를 할 정도로 여유롭진 않았다.

그런데 수연이 계륵 같던 길드를 맡아준다고 하니 강혁으로서는 반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 수연이는 서울. 나머지는?”

“나는 우리 강혀기 따라서 미국 가야지.”

“하긴 니아 너는 원래부터 미국 쪽 헌터였으니까 그랜드 캐니언이 좋겠지.”

니아 아리엘은 수연과 달리 강혁이 가는 그랜드 캐니언을 택했다.

최근 너무 바깥을 돌아다니긴 했지만 니아 아리엘은 미국인 헌터.

이번에 미국에서 벌어진 일에 어느 정도 관심과 신경이 쓰이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마침 경쟁자도 한 명 떨어지고 겸사겸사 강혁과 단둘이 있을 수 있게 되었으니 그걸 포기할 니아 아리엘이 아니었다.

그렇게 니아 아리엘의 행선지가 정해지고 남은 사람은 단둘.

“엘리자베스, 알마드. 너흰 어디로 갈 거지?”

“....저는 루마니아에 가보고 싶어요.”

“루마니아라....뱀파이어들 때문인가?”

“....네, 아무래도 뱀파이어들은 언데드에 가까운 존재. 그랜드 캐니언에 나타난 용종 몬스터보다는 루마니아 쪽이 제가 더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네 선택은 존중해. 그럼 알마드 너는?”

“저도 루마니아란 곳으로 가보고 싶습니다.”

“그으래? 그건 좀 의왼데?”

본래 알마드는 강혁을 보필하려는 성격이 강했다.

그런 탓에 자신을 따라 그랜드 캐니언으로 갈 거라고 생각했던 강혁은 루마니아로 가겠다는 알마드의 대답에 의외라는 듯이 바라보았다.

자신을 보며 의외라는 표정을 짓고 있는 강혁의 모습에 알마드는 송구하다는 듯이 고개를 꾸벅 숙여 보이며 자신을 생각을 말했다.

“저 여자와 비슷한 이유입니다. 언데드하면 저를 빼놓을 수 없죠. 가서 녀석들을 해부해보고 싶습니다.”

“....그래, 네 마음대로 해라. 그럼 일본에서 도와준 건 이걸로 퉁치는 거다?”

“그러시죠. 주군의 세포 조직은 나중에 얻으면 그만이니까요.”

“....그래라.”

자신을 바라보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 알마드의 생각을 다시금 깨달은 강혁은 소름이 끼친 팔을 쓰다듬으며 좌중을 스윽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

“그럼 멀쩡하게 살아서 만나자고.”

*-크롸라라라!

-크와아아악!

그랜드 캐니언.

미국의 관광 명소로 이름이 높은 그곳은 현재 한 폭의 지옥도나 다름없는 모습이 되어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몬스터 중에서 강함을 논할 때, 언제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용종 몬스터들.

그것들이 그랜드 캐니언을 가득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케르르륵.

-케르륵!

하위 용종으로 불리는 도마뱀 인간, 리자드맨들이 지상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랜드 캐니언의 퍽퍽한 바위들은 리자드맨들이 나타남과 함께 발이 푹푹 빠지는 늪으로 변한 지 오래였다.

그 탓에 그랜드 캐니언에 도착한 헌터들은 전투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젠장! 발이 빠져서 움직일 수가 없어!”

“레비테이션 마법을 쓸 수 있는 마법사는 없나?”

“있겠냐? 그 정도 마법을 자유자재로 다루려면 최소 A급이라고!”

전투를 수월하게 만들어줄 마법사들의 수는 워낙 적었고, 그 중에서도 도움이 될 정도의 실력을 가진 마법사들은 더더욱 적었다.

때문에 헌터들은 오만상을 쓰며 진창에 발을 밀어 넣고 리자드맨들과 전투를 벌여야만 했다.

하지만 아무리 전문 헌터들이라고 할지라도 리자드맨들의 홈그라운드라고 볼 수 있는 늪에서 싸우는 건 무척이나 고된 일이었다.

“끄아악! 막아줘! 탱커, 탱커 어디 있어!”

“발이....빠져서....늦어....!”

더군다나 늪이라는 조건 때문에 탱커와 딜러 간의 연계에 딜레이가 생기고 그건 곧 딜러들의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얘기였다.

점점 늘어나는 상처들과 호흡이 안 맞는 팀워크까지.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아갔고, 헌터들은 불평불만을 토해냈다.

“젠장, 왜 아무도 지원이 안 오는 거야?”

“니아 아리엘은 일본으로 갔고, 루카스 폴른은 원래 자기 연구소에 처박혀서 지내니까....”

“그럼 최강의 10인급 존재들의 지원을 바라는 건 무리인 건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최강의 10인.

그중에서도 미국의 국적을 지닌 두 명, 니아 아리엘과 루카스 폴른에 대한 불만이 바로 주된 불만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불만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케르륵!

-케륵!

뱀과 같은 혓바닥을 낼름거리며 늪 위를 평지처럼 내달려오는 리자드맨들을 보고 있자면 다른 생각 따위는 들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길어진 전투 끝에 한 헌터의 다리가 무너져 내렸다.

푹!

원인은 리자드맨이 던진 작은 투창 때문이었다.

투창에 허벅지를 꿰뚫린 헌터는 신음하며 엉금엉금 뒤로 물러나려고 했지만 천부적인 사냥꾼인 리자드맨은 그걸 용납하지 않았다.

-케헤헥!

주욱 찢어진 입꼬리가 하늘을 향해 승천하고, 기다란 장창으로 헌터의 전신을 꼬치로 만들기 위해 리자드맨이 몸을 던진 순간.

“파이어 볼. 카피.”

퍼어어어엉!

그를 향해 날아든 수십 개의 파이어 볼이 리자드맨 뿐만 아니라 주변 일대를 타격했다.

마치 유성우와 같은 모습에 지상에서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헌터들의 곁에는 어느새 반투명한 실드가 쳐져 있었다.

수십 개의 파이어 볼을 만듬과 동시에 피해를 막기 위해 지상에 있는 모든 헌터들에게 실드까지 펼치는 캐스팅 실력.

이 정도의 실력을 가진 사람은 지구 상에 단 한 명밖에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헌터들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도마뱀 새끼들, 너넨 다 뒤졌어!”

“현자가 왔다!”

“무기 들어! 포기하지 마라! 현자가 도착했다!”

루카스 폴른.

미국에 존재하는 두 명의 최강의 10인 중 한 명이자 대마법사 혹은 현자라고도 불리는 그가 그랜드 캐니언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방금까지만 해도 왜 안 오냐며 욕을 하던 이들은 쏙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용기 백배한 헌터들의 사기 넘치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런 헌터들의 모습은 높은 상공에서 내려다보는 루카스 폴른의 얼굴은 어두웠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거 꽤 좋지 않군.’

용종 몬스터들의 가장 큰 특징은 비행 능력과 브레스라고들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마법사들에게는 그 두 가지보다 더 큰 문제점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케르르륵!

-케헤헥!

“마법 저항력 하나는 징글징글하군.”

A급 몬스터 리자드맨이라곤 하지만 다른 A급 몬스터였다면 루카스 폴른의 파이어 볼 세례에 통구이 신세를 면치 못했을 터였다.

하지만 연기가 걷히고 드러난 자리에는 꽤 멀쩡한 모습에 리자드맨들이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막강한 마법 저항력.

하위 용종 수준에 불과한 리자드맨들마저 저런 괴랄한 마법 저항력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지금 그랜드 캐니언에 존재하는 용종은 저런 하위 용종 따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캬아아악!

-크롸라라라!

“와이번, 드레이크. 골치 아픈데.”

와이번과 드레이크.

용종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몬스터이자 리자드맨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마법 저항력을 지닌 몬스터.

그런 몬스터가 눈에 보이는 것만 수십에 달하는 걸 확인한 루카스 폴른은 인상을 찌푸리며 퇴각 명령을 내렸다.

“퇴각해라! 와이번과 드레이크다!”

“젠장, 이제 칼맛 좀 보나했더니 와이번이랑 드레이크?”

“여기서 브레스 맞고 뒤질 수는 없지. 다 뒤로 빠져!”

와이번과 드레이크는 비행이 가능한 몬스터.

자칫 잘못하면 수십, 수백 미터 상공에서 낙하하는 다시는 겪지 못할 짜릿한 경험을 하게 될 지도 몰랐다.

만약 비행 관련 마법이나 아티펙트가 있다면 모를까 그런 것도 없다면 그의 미래는 정해진 것과 다르지 않았다.

결국 루카스 폴른의 말에 따라 헌터들은 하나 둘 뒤로 몸을 빼기 시작했고, 그러는 동안 루카스 폴른은 시간을 끌기 시작했다.

퍼퍼퍼펑-

순식간에 펼쳐지는 수십 개의 공격, 방어 마법들이 와이번과 드레이크들 그리고 루카스 폴른을 휘감았다.

루카스 폴른이 격전을 벌이는 사이 헌터들은 무사히 그랜드 캐니언 바깥으로 대피를 하였고, 그걸 확인한 순간 루카스 폴른 또한 블링크를 활용하여 순식간에 그랜드 캐니언 바깥으로 이동했다.

천하의 루카스 폴른마저 후퇴를 택할 정도로 상성이 좋지 못했다.

물론 싸우려면 못 싸울 것도 없고, 질 거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루카스 폴른이었지만 그랜드 캐니언 전체를 날려버릴 것이 아니라면 루카스 폴른 또한 어느 정도 피해는 감수해야만 했다.

그것이 싫었기에 루카스 폴른은 일단 대피하는 걸 택했다.

‘니아만 있었다면 달랐을 텐데 아쉽군. 그 녀석은 대체 언제쯤 돌아오는 거야?’

강력한 물리력을 지닌 무신 니아 아리엘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손쉽게 저들을 처리할 수 있었을 거라고 확신하는 루카스 폴른은 니아 아리엘의 부재가 너무나도 아쉬웠다.

하지만 일본으로 떠난 니아 아리엘의 귀국 소식을 들려오지 않았기에 그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강제로 데리고 오려니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빌어먹을, 내가 가면 해결이 되겠지만 저번에 부숴진 연구 시설이 아직도 복구가 안 됐단 말이다.’

루카스 폴른이 직접 가면 해결될 문제긴 했지만 그는 이미 한 차례 니아 아리엘에게 크게 데인 전적이 있었다.

그 사실이 트라우마로 남은 루카스 폴른에게 니아 아리엘을 강제로 데려온다는 선택지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

그래도 이번 전투로 얻은 것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기에 루카스 폴른은 그랜드 캐니언 깊숙한 곳을 바라보며 서늘한 눈빛을 반짝였다.

‘무언가를 지키려는 것 같군.’

본래 같았으면 단박에 그랜드 캐니언에서 뛰쳐나와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거나, 도망친 헌터를 쫓았을 와이번과 드레이크들.

그들이 자신들을 쫓기는커녕 도망간 것에 만족하고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은 썩 인상적이었다.

마치 무언가를 지키기라도 하는 것 같은 그들의 모습에 루카스 폴른은 머리를 싸매고 고민에 빠졌다.

와이번과 드레이크 같은 용종들이 자신들의 욕구마저 억눌러가며 지키려는 존재.

거기까지 생각하는 순간 루카스 폴른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한 존재가 있었다.

몇 년 전 자신과 다른 동료들이 힘을 합쳐 토벌했던 지상 최강의 존재이자 모든 용종들의 위에 선 존재.

“....드래곤? 아니, 진짜 드래곤이라면 저들이 지킬 필요는 없을 테니....알인 건가?”

드래곤.

바로 그 드래곤이 그랜드 캐니언 깊숙한 곳에 있다는 확신이 루카스 폴른의 머릿속에 떠올랐고.

그 순간 그의 전화기가 울렸다.

“무슨 일이지? 난 지금 바쁜데?”

-무신께서 귀국하셨습니다!

“....지금 바로 가지.”

드래곤의 알과 저들을 완벽하게 처치할 수 있는 무신의 귀환.

가장 완벽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하며 루카스 폴른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공항으로 향해 텔레포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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