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올 마스터-56화 (57/178)

나 혼자 올 마스터#56

“이리와....맛만 볼게. 맛만.”

“....오빠, 저 몸이 뜨거워요.”

“제가....제가 치유해드릴 테니까 이리 와요. 해치지 않으니까요!”

“나는....나는....!”

상기된 얼굴로 혀를 낼름거리는 니아 아리엘.

얼굴을 붉힌 채, 달아오른 몸을 주체하지 못하는 한수연.

환한 미소로 떠오른 홍조와 함께 양팔을 활짝 펼친 엘리자베스 할론.

그나마 정상적인 사고를 유지한 채, 이성과 본능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미즈키 페이까지.

내로라하는 미인들이 자신을 향해 달려들거나 그를 희망하고 있음에도 강혁은 미소를 지을 수 없었다.

‘젠장, 원치도 않는데 색욕 녀석 때문에 험한 꼴을 당하게 할 수는 없지.’

분명 강혁 본인도 네 사람에 대한 호감 자체가 아예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었다.

네 사람 모두 초절적인 미인들이었고, 뭇 남성들이라면 한 번쯤은 뒤돌아 볼 수밖에 없는 외모를 지녔기 때문이다.

강혁 또한 그런 면에서는 평범한 남성과 별반 다르지 않았고, 그녀들에게 한 번쯤은 두근대어본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결코 지금 같은 상상은 해본 적이 없었다.

만약 누군가와 사귀고, 연인 관계가 된다면 모를까.

서로의 마음이 확정 되지도 않은 상태에서의 교접(交接)은 결코 바라지 않았다.

그건 그녀들 또한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하며 강혁은 고개를 내저어 정신을 일깨웠다.

“알마드!”

“예, 하명하십시오.”

“너는 분명 색욕에게 걸려들지 않았다고 했지?”

“물론입니다. 저열한 욕망 따위는 제게 통하지 않습니다.”

“그래....그럼 네게 맡기마.”

“....예?”

턱-

어깨에 손을 올리며 비장하게 말하는 강혁의 모습에 알마드의 얼굴에 살짝 당황하는 기색이 어렸다.

맡긴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설마 저 네 사람을 모두 내게 맡기실 생각인 건가? 설마 그럴 리가....’

한 명 한 명이 지금의 알마드로서는 방심하기 힘든 강자들로 구성되어 있는 여성 파티.

만약 처음 베이징에서 강혁과 만났을 때라면 모를까 지금의 알마드로서는 네 명 전부를 상대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미 강혁은 ‘믿음’이 담긴 눈으로 알마드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런 강혁의 모습에 알마드가 할 수 있는 건 하나 밖에 없었다.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믿는다. 그럼 난 이 사건의 근원을 처리하러 다녀올 테니 그때까지만 힘 내줘.”

“....알겠습니다.”

이 사건의 근원.

색욕이 있는 장소는 분노와 점술을 통해서 얼추 파악한 상황.

이제 직접 찾아가서 담판만 지으면 이번 사건은 일단락된다.

‘지금은 성욕에 이성을 뺏겼지만 색욕만 어떻게 잘 처리한다면....괜찮을 지도 모른다.’

천하의 니아 아리엘마저 색욕의 마기에 당해서 헤롱헤롱한 상황.

지금으로선 절망적이지만 만약 색욕이 내 편이 된다면 말이 달라진다.

최강의 10인 중에서도 3 손가락에 손꼽히는 니아 아리엘마저 대항하지 못하는 색욕은 분명 쓸모가 많을 터였다.

‘....어디에다 쓸지는 감이 안 잡히지만 그래도 정상급 존재에게 통하는 상태 이상이라는 점만 하더라도 충분하다.’

색욕이라는 능력을 쓸 곳이 크게 마땅찮은 게 문제지만 일단 통한다는 게 중요하기에 고개를 내저어 잡생각을 떨쳐낸 강혁은 자리를 벗어났다.

그리고 순식간에 사라진 강혁의 모습에 네 여성들의 눈에서 빛이 사라졌다.

“....하아? 뭐야? 강혁이는 어디가고 네가 여기에 있는 건데?”

“....죽어.”

“정화시켜 드리죠. 언데드.”

“으으....나는....나는....!”

손가락을 뚜둑 꺾으면서 스산한 기운을 뿜어내는 니아 아리엘과 무표정한 얼굴로 죽음을 선고하는 수연.

거기에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환한 신성력을 피어 올리는 엘리자베스까지.

가히 어벤져스와도 같은 그녀들의 모습에 알마드의 등에서 한줄기의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이거 두렵군.’

천하의 알마드마저 지금의 상황을 ‘두렵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상황은 좋지 못했다.

최강의 10인 3명과 언데드에겐 천적인 신성력을 세상에서 가장 완벽하게 다루는 성녀까지.

알마드로서도 방심할 수 없는 라인업에 알마드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이들을 향해 마법 폭격을 시작했다.

물론.

“죽어!”

“죽으세요.”

“사라지세요.”

“....일단 이강혁부터 뒤쫓고 다시 생각할래.”

그녀들 또한 쉽사리 쓰러져줄 생각은 없어보였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뒤돌아 도망쳐버린 강혁의 뒷모습밖에 남아 있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허억....헉....헉!”

-급해보이는군.

“너 같으면 안 급하겠냐. 내 등 뒤에서 세계 최강급 존재들이 내 순결을 노리고 쫓아오는데?”

-....그런가.

급하게 숨까지 헉헉대며 달리는 강혁의 모습에 핀잔을 던지던 분노는 이어진 강혁의 진심어린 대답에 수긍했다.

조용해진 분노를 뒤로한 채, 자신의 등 뒤를 힐끔거리며 달리는 강혁은 점점 짙어지는 마기를 느끼며 미소를 지었다.

‘색욕이 여기에 있는 건 일단 확실하군.’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하긴 했지만 점점 더 가까워지는 색욕의 마기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결국 색욕을 붙들고 굴복시키면 승자는 강혁 본인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색욕의 마기를 추적하고 추적한 끝에 강혁이 도착한 곳은....

“....대저택?”

외딴 곳에 버려진 대저택이었다.

척 보기에도 스산함이 느껴지는 대저택의 모습에 강혁은 살짝 당황했다.

하지만 당황한 것도 잠시 저택 내부에서부터 진하게 느껴지는 색욕의 마기에 심호흡과 함께 대저택 내부로 진입했다.

그리고 그런 강혁을 반겨준 것은 다름 아니라....

“오빠~ 놀고 가~”

“어머, 튼실하네~ 여기 좀 만져봐~”

“....진짜 환장하겠네.”

마치 지금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대기 중이던 수많은 여성들이었다.

*빡! 빠각! 빡!

“후....죽이지 않고 제압만 하는 게 엄청 힘드네. 더군다나 일반인이라서 힘 조절도 해야하고.”

대저택 내부에 진입한 강혁은 자신에게 짓쳐드는 수많은 여성들의 손을 피해 대저택의 상층부를 향해 달리고 달렸다.

그 와중에 자신에게 손을 뻗는 여성들을 기절시키는 일은 강혁으로서는 무척이나 고된 일이었다.

제압, 그것도 아무런 마나도 뭣도 없는 일반인은 정말 강혁이 톡! 쳐도 죽을 수도 있을 정도로 연약한 존재다.

당연히 그들을 제압함에 있어서 더욱 심력을 쏟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그러는 와중에 소모된 강혁의 정신력을 뚫고 색욕의 마기는 스멀스멀 강혁의 전신을 잠식해들어갔다.

스윽- 화끈-

자신의 가슴팍을 스치고 지나가는 여성의 손길에 본래라면 무뚝뚝하게 대응했을 강혁의 얼굴이 달아오른 것이 그 증거였다.

대저택의 상층부를 향해 나아갈수록 점점 더 많은 여성들의 손이 강혁을 훑고 지나갔고, 정신력 또한 빠르게 소모되어갔다.

모든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고 저택의 최상층에 도착한 강혁의 눈앞에 보이는 건 한 명의 여성이었다.

속이 다 비치는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고혹적인 미소를 머금은 여성.

그녀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아래가 뻐근해지는 듯한 감각에 강혁은 눈앞의 여성이 누구인지 곧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네가....색욕이구나.”

“맞아. 내가 바로 칠죄 중에서 색욕의 좌를 맡고 있지. 그런데 아쉽네....네 곁에 있던 여자애들 무척이나 맛있어 보였는데....안 먹은 거야?”

입술을 핥으며 마치 산해진미라도 되는냥 강혁의 여성진들에 대해서 말을 하는 색욕의 모습에 강혁이 이를 갈았다.

“그녀들은 네가 먹을 거리 취급을 해도 좋을 사람들이 아니다. 색욕.”

“헤에, 원래 남녀란 그런 사이 아니겠어? 그들이 정말 너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런 말도 안 되는 일 정말 존재할 거라고 생각해?”

“....”

정곡을 찌르는 그녀의 말에 강혁은 할 말을 잃었다.

분명 강혁은 그녀들에게 감정이 있었기에 그녀들을 곁에 두었고, 그녀들 또한 자신에게 감정이 있기에 자신의 곁에 남았을 거라는 생각.

그리고 그 사실은 사실에 근거하고 있기에 강혁의 마음을 거세게 흔들기에는 충분했다.

꽈아아악-

주먹을 쥔 손이 피가 통하지 않아 새하얗게 변할 때까지 꽉 쥔 강혁은 부들부들 떨리는 시선으로 색욕을 바라보았다.

“네가....네가 그걸 어떻게 확신하지? 우리의 사이는 동료의 사이....”

“아니. 난 알아. 그런 감정에 있어서 나를 능가할 존재는 없거든. 설령 신이라고 할 지라도.”

“....”

“내 말을 믿고 그녀와, 아니 그녀들과 몸을 섞어 보는 게 어때? 분명 기분 좋은 일일 거야. 세상에서 내로라하는 그녀들을 네 발밑에 두고 앙앙거리게 하면 얼마나 큰 정복욕이 너를 기다리고 있을지 상상이 가지 않아?”

“....”

마치 달콤한 꿀과 같이 귀에 대고 속삭이는 색욕의 목소리가 강혁의 귀를 타고 흘러들어와 고막을 적시고, 뇌를 뒤흔들었다.

몸은 달아오르고, 손을 벌벌 떨리며, 머릿속에서는 침대 위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니아, 수연, 엘리자베스 등의 여성들의 상상이 떠오른다.

마약과도 같은 쾌락이 전신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에 맞춰서 최상층의 다시 한번 열리고.

“강혀가아아....”

“오빠아....저....저 이젠 못 참겠어요오....”

“저도....저도오....”

“....”

“....죄송합니다. 결국 막지 못했습니다.”

혀가 풀리고, 얼굴을 빨갛게 달아오른 이들이 최상층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을 뒤따라온 알마드가 분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지만 그런 알마드의 목소리는 강혁에게 닿지 못했다.

그리고 최상층 내부로 들어온 여성들은 천천히 강혁을 향해 다가갔고, 강혁은 그런 그녀들을 제지하지 못했다.

아니, 안했다고 하는 편이 옳으리라.

꿀꺽-

색욕이 보여준 환상 속에 사로 잡혀 있던 그때, 다가온 진짜가 자신에게 엉겨붙고 있었으니 강혁으로서는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었으리라.

그렇게 니아 아리엘, 수연, 엘리자베스에 이은 미즈키 페이마저 강혁에게 달라붙어 강혁의 몸이 이곳저곳을 더듬을 때.

“....야.”

“뭐라고?”

입술을 달싹이며 무어라고 말하는 강혁의 모습에 미소 짓던 색욕의 눈이 꿈틀거렸다.

제대로 듣지 못한 듯 재차 되묻는 색욕의 모습에 강혁이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아니야. 라고 말했다. 망할 자식아.”

“....뭐? 아니, 어떻게 내가 보여준 환각과 최음 효과를!”

이를 갈며 대답하는 강혁의 두 눈을 또렷했으며 달아오른 양볼 또한 어느새 제 모습을 되찾은지 오래.

멀쩡해진 강혁의 모습에 색욕은 비명을 내질렀다.

자신의 능력을 무시하는 강혁의 모습은 그녀의 자존심을 부수어버리기에 충분했다.

자신의 위에 선 존재.

그것이 바로 강혁이라는 사내라는 사실에 색욕의 차가운 얼굴에 붉은 홍조가 걸리고 입을 열어 뜨거운 신음을 내뱉었다.

“하아....멋있어. 나를 지배해줘!”

“오냐, 좀만 맞자. 이 빌어먹을 자식아!”

색욕 때문에 고통받았던 것들을 기억해내며 결의를 다진 강혁은 소매를 걷어붙이곤 색욕을 향해 터벅터벅 다가갔다.

자신에게 달라붙은 여성진들의 뒷목을 가격하여 기절시킨 강혁은 그 날 S에 눈을 뜨기 직전까지 색욕을 짓밟았다.

그런 강혁의 눈에는 이러한 메시지창이 떠올라 있었다.

[특성 : 불굴이 정신 계열 효과를 차단하였습니다.]

-....불쌍한 놈. 아니, 어쩌면 저 녀석에게는 좋은 일인가. 주인으로 누군가를 모셔야 흥분하는 변태 자식 같으니.

진즉에 분노도 경험해본 적이 있는 특성 : 불굴로 인한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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